드디어 마지막 올레의 날이 왔다. 오늘도 지나온 날들처럼 일본의 이름 모를 길들을 터벅터벅 걸을텐데 내일이면 한국 집에 간다니! 언빌리버블! 


구루메는 인구가 30만에 달하던가, 규슈를 통틀어도 꽤 큰 도시중 하나인데 이런 도시에 올레가? 라고 생각했지만... 올레 이름을 가만히 보니 구루메 고라"" 올레야. 어흑. 오늘은 내가 싫어하는 산이로구나. 이번 올레의 마지막을 보다 순조롭게 장식하기엔 난이도 면에서 차라리 야메 올레가 나았을 뻔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자에게 자비란 없으.


@ 거리 :  구루메 고라산 올레 코스는 대략 다음과 같다. 총 8.6Km 다른 올레들과 비교했을 때 긴 편은 아니다. 산이라서 그렇지

JR구루메대학역 JR久留米大学前駅 --> 부부신과 사랑의 아기동백꽃 夫婦榊・愛のさざんか (1.5km) --> 맹종금명죽림 孟宗金明竹(2.1km) --> 오쿠미야 奥宮(奥の院) --> 구루메 삼림 철쭉 공원 久留米森林つつじ公園 (5.2km) --> 고라대사 高良大社 (6.4km) --> 묘켄신사 妙見神社 (7.0km) --> JR미이역 JR御井駅(8.6km)


시종점을 지도에 찍어보면 아래와 같다(오늘은 내가 연보라색으로 구루메 고라산 올레라고 적어놓은 부분을 휘젓고 다니게 된다)

순환형이 아닌 원웨이 올레긴 한데 실상 시종점간 거리는 기차역 기준 한 정거장으로 그렇게 멀지 않다(14번이 올레 시점, 까만 별이 올레 종점)


@ 주차 : 야메 올레도 그랬지만 (후쿠오카를 기준으로 뒀을 때) 더 가까운 구루메 올레 또한 마찬가지로 후쿠오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 당일치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종점이 아예 JR 기차역) 굳이 시점으로 되돌아올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의 경우 렌터카를 이용 중이었기 때문에 차를 세워놓은 주차장으로 무조건 되돌아와야 했다(참고로 시점 JR구루메대학역과 종점 JR미이역은 도보로 약 20분 정도의 거리로 남은 체력에 따라 기차 안 타고 충분히 걸어서 이동도 가능하다).

구글맵을 열어 스트리트뷰로 살펴보니 시점 앞에는 유료 주차장이 있고(상기 첨부한 지도상 빨간색 ), 종점 앞에는 주차 공간이 있어 보이나 공용 대상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러다 문득, 시점과 종점 사이에 대형 쇼핑몰인 Mr Max가 눈에 띄었다. 엇, 어차피 올레 후 귀국모드 초컬릿 쇼핑을 할 생각이었는데 여기라면 쇼핑도 할 수 있고, 올레 시종점간 입지도 딱 중간이고, 무료 주차장도 있겠네! 그래서 Mr Max 주차장으로 결정(상기 첨부한 지도상 보라색 )    

구루메 고라산 올레 고도표는 위와 같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거의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거꾸로 가는게 아픈 매를 좀 더 먼저 맞는 것 같아 JR미이역에서 시작하기로.

Mr Max 주차장에서 10분 남짓 걸으니 미이역. 로드뷰에서 본 것처럼+아래 사진처럼 주차장이 있긴 한데 업소용 주차장 같기도 - 일본어를 모르니 눈뜬 장님. 이외 역 바로 앞에 아주 좁은 주차 공간이 별도로 있긴 했는데... 여기 세우느니 시점 JR구루메대학역의 유료 주차장이 맘이 더 편할 듯  

구루메 고라산 올레 스타트~


우리처럼 미이역(무인역)에서 시작한다면 플랫폼으로 우선 진입후 왼편 건널목을 통해 반대편으로 철로를 건너야 한다


때마침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건널목을 이용해 건너오니 반대편 플랫폼에 올레 스탬프와 하이엔드급 수제 스틱 몇 개가 비치되어 있었다. 마지막 도장과 스틱까지 쌍피 득템

촬영 따위 기다려주지 않는 남자. 벌써 스탬프 찍고 돌아서는 중


참고로 구루메대학역에 유료 주차를 하고 순방향으로 구루메 고라산 올레를 하게 된다면 미이역에서 올레를 마친 후 구루메대학역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미이역 기차 시간표 http://www.jrkyushu-timetable.jp/cgi-bin/jr-k_time/tt_dep.cgi?c=28326

링크를 눌러 구루메 방면(상행) 시간표를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배차가 드물다. 차라리 그냥 더 걷는게 나을 만큼 

만약 기차를 탄다면 ; 

순방향으로 올레를 마친다면 미이역  2번 플랫폼(철로를 건널 필요 없다)에서 구루메 행 기차를 타면 된다. 한 정거장, 약 2분 소요

순방향으로 올레를 하신 oneplus님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http://blog.daum.net/mteiger/551 


만나는 어린 아이들마다 우리에게 공손히 인사를 해오는 - 착하기도 하지 - 작고 정갈한 마을을 관통하여 묘켄 신사 쪽으로. 

아 그런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겨우 도입부로 산에 본격적으로 오르지도 않았는데... 잠시 갈등하다 예보상으로는 오후에는 확실히 갤 듯 하고 마지막 올레라는 생각에 살짝 오기도 생기고... 우산 꺼내 들고 하는 데까지 해보기로 한다(다행히 내내 온 건 아니고 개었다 내리다 했다). 고로 사진의 퀄리티가 더욱 떨어질 예정 ㅋㅋㅋ


한자 독음 주의

















가을의 끝자락 한국은 겨울이라고 한다


따라오거나말거나 찍거나말거나 알아서 제갈길 가시는 김원장님

나는 중간 어디선가 블랙홀을 지나왔는지 휴대폰 배터리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려서 이 근처 어드메서 보조배터리 급히 찾고 그랬던 기억

하필 또 이 마당에 좀 전에 내린 비로 길도 미끄럽고 질척거리고 그랬던 기억 ㅋ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야

어여 술익는 마을로 가자스라


사실 야메 올레 때부터 올레길에 대한 감흥이 좀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익일 걸었던 구루메 고라산 올레 또한 당연히 그 모드였다. 

일정상 마지막 올레였고 날씨도 좋지 않고 미끄러운 산길이라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에 와 사진들을 보니 이런 길을 걸었었나... 다소 놀랍네. 

문득문득 김원장이 프로도처럼 느껴지는 배경이라니... 키가 작아서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닙니.. 김원장은 마이 프레셔스죠 암요 그렇고말고요









맹종 금명 죽림. 발음도 어려운 이 곳에서 나는 의문을 가진다. 금명죽은... 오케이 알았어. 근데 맹종대나무는 뭥미???

궁금하신 분들은 500원 거제도 고고씽



올레 코스를 읽다보면 코스 중 부부신이 있다길래 대체 뭔가 했더니... 노랗게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을 자세히 보면 연리지가 존재한다.


딴 이야기로 요즘 국내 여행을 다시 하고 있는데, 몇 년 방심한 쉰 동안 국내 여행지들도 제법 업그레이드가 되었더라. 제주 올레 열풍의 영향인지 생각보다 걸을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한 이름으로 곳곳에 많이 생기고, 테마 여행이랍시고 나름 코스를 만들어 놓기도 하고, 뭔 박물관이며 촬영지들은 또 그리 많은지... 뜻밖의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나 적당한 가격대에 가성비 괜찮은 숙소들이 생겨난 것은 좋은데, 포장을 안 했었으면 좋았을 곳들이 포장이 되고 주차장이 생기고, 여전히 하지 말라는 짓 하는 관광객들 만나고 그런건 안타깝더라. 지자체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필부필부의 흐리멍텅한 눈으로 보기엔, 관광객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 한 상태에서 허수의 관광 수익을 빌미로 완전 쓰잘데기 없어보이는 곳에 예산을 터무니 없이 낭비한 곳이 여러 곳 눈에 띄었다. 대체 여기까지 몇 명이나 찾아와 이 인프라를 누린다고 돈을 처바른건지... 줄줄 새는 세금을 보며 괜시리 화가 나는 상황이 종종 연출 -_-;;; 정녕 중앙집권과 지방자치의 장점만을 추스를 수는 없는 노릇인가. 규슈 올레 이야기를 하다가 얘기가 벗어났는데 -_- 하여간 우리나라도 하드웨어만 번드르르하게 (그럼 뭐해 주기적 관리는 뒷전인데) 마련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관광 스토리텔링이 좀 더 힘을 발휘했음 좋겠다. 아, 나라면 여기에 이런 걸 만들텐데/이런 건 절대 안 만들텐데... 아, 나라면 여기서 이런 걸 팔텐데... 아, 나라면 저런걸 열심히 단속할텐데... 등등 국내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생각들이 절로 든다는. 근데 내 머리로 지금부터 공부해서 관련 부서 공무원이 되긴 불가능하겠지? ㅋㅋㅋ


부부신과 사랑의 아기동백꽃 아래로 계속 이어지는 널따란 돌계단이 끝날 무렵(참고로 나는 지금 역방향 올레 중인데 순방향으로 이 계단들을 오르는 것도 은근 만만치 않을 듯 싶었다) 차로와 만나기 직전에 이렇게 스틱 바구니가 있다. 앞서 소개한 하이엔드급 수제 지팡이를 여기 반납(튼튼하여 잘 썼으나 대나무에 비해 다소 무겁다는 것은 단점). 어떤 분께서 실력 발휘 재능 기부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잘 사용하고 갑니다.

 



지팡이 반납하고 조~기 윗사진 김원장이 뒤돌아보고 있는 뭔 문화재 다리까지 건너고 나면 이후 올레는 차가 다니는 도로로 JR구루메대학역까지 이어진다. 도로 소음이 워낙 김원장에게 쥐약인데다 이미 JR미이역에서 출발하면서 스탬프도 찍었겠다, 구루메 고라산 올레는 JR구루메대학역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 쯤에서 자체적으로 마치기로 한다. 대략 초록색 선을 따라 작은 골목들을 이용해 차를 세워둔 Mr Max로 고고씽(분홍선은 올레 시작을 위해 주차후 JR미이역으로 향했던 방향). 


@ 우리 기준 실제 소요시간 : 오전 11시 25분 미이역 출발, 오후 2시 45분 Mr Max 도착으로 비록 100% 올레길을 전부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총 3시간 20분 소요. 

@ 내 경우 스탬프는 종점인 JR미이역 2번 플랫폼에서 찍었다(시점에도 있다고 한다)

@ 특이사항 : 산길이고 비가 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다른 때보다 조금 힘들었다(어쩜 마지막이라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스틱 추천. 먹거리 공수는... 시점부터 시작한다면 편의점도 있고 올레 중간에도 매점이 있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가까운 올레인데다 주말이고 해서 나름 올레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날이 흐려서 그런지 고라대사 근처 관광객들과 단순 등산객 몇을 제외하곤 내내 아무도 못 만났다. 그러다 맹종금명죽림 부근부터 관광객 몇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더니(차로가 접해서 그런건지?) 부부신 부근에선 제법 많은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따땃한 봄날 꽃 필때 오면 더욱 좋을 듯

@ 관련 후기 

베쯔니님 http://likejp.com/3535http://likejp.com/3545http://likejp.com/3700

유림님 http://blog.naver.com/8916016/220601168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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