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코노에 야마나미 올레를 마치고 오늘의 숙소로 가기 전에 구로카와(Kurokawa)에 들러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기로 한다.


앞서 유후인 유노히라 숙소 편에서 이미 밝힌 바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규슈+온천+료칸 조합이라면 유후인과 구로카와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동포들이 워낙 많이 찾는데다 심지어 엄청 비싸기까지 해! 눈물을 흘리며 결국 돌아서야 했다는 야그. 

여튼 벳부 올레를 마치고 유후인 스쳐 지나가기를 시행했던 것처럼 오늘도 고코노에 야마나미 올레를 마치고 구로카와를 눈으로나마 슬쩍 발라보기로...(오늘 이렇게 봤는데 넘 좋아보이면 다음엔 필히 지르리라는 각오로 ㅋ)


규슈를 엉성하게나마 한 바퀴 달리다보니 은근 도로 공사 구간을 만나게 된

왕복 1차선만 열어놓아도 위 아래 사진과 같이 양방향 타이머로 소통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구로카와>>>유후인 수준으로 기대를 해왔었다. 규슈, 아니 일본 통틀어 가장 기대했던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날씨가 받쳐주지 않아서 그랬을까... 노렸던 식당이 망했없어졌기 때문일까... 유후인도 실망이었지만 구로카와는 기대가 그만큼 컸기에 더욱 실망이었다(물론 두 곳 모두 투숙을 하지 않았기에 점수가 제대로 안 나왔거라고 생각한다).   

김원장이 가끔 꺼내는 결혼 전 혼자 여행하던 시절 이야기,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여행이고 뭐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했었지. 아마 이 날 구로카와에 불던 바람이 김원장이 말하던 바로 그 스산한 바람이었을까. 이런 날씨에 으흐 좋구나 탄성이 절로 나오는 뜨끈한 탕에 몸 담그고 있었다면 오히려 만족도가 배가 되었겠지만... 현실은 옷깃을 바짝 여미고 종종 걸음으로 적당한 식당을 찾아 구로카와 골목 골목을 오르락내리락 돌고 도는 신세. 선배 여행객의 후기를 통해 딱 좋겠다 싶어 찍어두었던 우동집은 사라져버리고 플랜 B, 플랜 C 식당 모두 하필 끼니 때와 겹쳐 모두 만석에 대기 손님이라니 헐이네 - 이빠이 정도는 알아 듣겠더라 ㅎ

예상보다 작았던 구로카와 메인(?) 상점가를 두 바퀴째 돌고 세 바퀴째 돌아봐? 하는 순간 나타난 한국인 패키지 두 팀에 - 물론 구로카와 관광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부터 이런저런 한국인들을 만나긴 했지만 - 김원장은 구로카와에서의 식사를 바로 포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올레 종점 쵸자바루 방문객 센터변 식당에서 먹고 올껄 ㅜㅠ


구로카와를 일단 떠나기로 했으나... 그럼에도 숙소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남는다. 얼리 체크인이 될지도 모르니 한 번 가보자 싶어 근교 오다 마을의 예약해 둔 숙소 가후게츠까지 내처 달려가 보았으나 숙소는 유려한 일어 안내문만 붙은 채 아직 잠겨 있다 ㅜㅠ 그렇담 오다 마을 식당을 찾아보자. 이번엔 소바집을 노린다. 꼬불꼬불 가보았는데 아주머님 표현에 따르면 - 물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 지금 식사를 못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에라... 차에서 숙소 체크인까지 남은 몇 십분을 기다리느니 다시 구로카와로 가자. 구로카와 관광 안내소 뒤쪽 아랫 건물에 휴게실 있더라. 그래서 우리는 별다른 대책없이 구로카와로 돌아왔다 ㅎ (우리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오다 숙소 가후게츠에서 구로카와 중심까지는 차로 10분이 안 걸린다)


구로카와 관광 안내소 휴게실에 누워있는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김원장은 한 번 마음이 떠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인간이기 때문에 다시 식당에 가보자는 내 요구를 거절하고 자빠...


그건 그렇고 (과연 언제나 바뀔 기회가 있을지 모르는) 구로카와 일감

- 영문으로는 Kurokawa인데 한글로는 쿠로카와인지 구로가와인지 구로카와인지 쿠로가와인지 뭐가 맞게 쓰는건지 모르겠다

- 구로카와에서 내가 노렸던 료칸들은 중심지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기도 - 걸어서 다니기엔 무리

- 개인 차량 없이 구로카와의 한 숙소에서 연박을 하지 않고 1박씩 옮겨 다닐 경우 각 숙소들의 체크아웃/체크인 사이 비는 몇 시간 동안 노텐부로 메구리라도 하지 않는다면 시간 처리가 좀 애매할 듯. 

- 보통 료칸을 예약할 때 조석식 포함으로 많이 진행해서 그런지... 구로카와 메인 상점가는 예상보다 작았다. 중식 손님 몰리는 타임에는 식당 좌석 잡기 어려운 것이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 마을 전체적인 톤이 black이라 그랬을까(구로카와 자체가 한자로 흑천 黑川이지 말입니다) 온전히 날씨 탓이었을까 배가 출출해와 그랬을까 이런 인상으로 구로카와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체크인 시각에 칼 같이 맞춰 다시 찾은 숙소 가후게츠 花風月 Kafugetsu 주차장


  좀 전의 썰렁함은 어디가고 주차를 하기가 무섭게 나이 지긋이 드신 직원분께서 뛰어나와 우리를 맞아주셨다. 가방도 챙겨주시고. 황송


아까는 닫혀 있었던 숙소 입구로 골인



따뜻한 로비(?)에서





웰컴 다과와 함께 체크인


@ 홈페이지 http://www.kafugetsu-tenga.jp/

@ 예약 : 홈페이지

@ 조건 및 가격 : (번역기를 돌리자) 허브 돼지 샤브샤브 메인 온천 부착 떨어져 플랜... 이라고 ㅋㅋㅋ 온천 부착 떨어져라니 이게 뭔 말임(개인 온천탕은 객실에 붙어있고 '떨어져'는 단독 별채라는 의미인 듯). 조석식, 서비스 요금및 입욕세 포함 37000엔

우리 객실은 독채로 화양실이라고 해야하나, 넉넉한 침대도 두 개가 있고 일본식 거실에는 코타츠도 있는. 여기에 더해 전용 개별 내탕 + 노천탕까지 모두 붙어 있다

@ 한글 리뷰 http://cafe.naver.com/jpnstory/611199

@ 기타 : 와이파이는 로비에서만 터진다고 안내하고 실제로 객실에서는 거의 안 잡힌다. 그러나 나에겐 포켓 와이파이가 있었기 때문에 느린 속도나마 큰 불편함은 없었다(물론 여기까지 와서 인터넷으로 중요한 업무를 봐야하는 형편이라면 이 점은 고려사항일 수도 있겠지만)


참고로 로비에 붙어있던 안내문은 이러하다. 대문자/특수문자는 없어서 그나마 다행 나는 이런 암호를 접할 때마다 인내심의 한계를 곧잘 느낀다


숙소는 대략 아래와 같은 구조로...


1박 2일 짧은 일정으로는 식당 입구를 매번 헤매 ㅋㅋ


배정받은 커다란 독채에 들어서니... 간단히 말해 오른쪽으로는 거실과 침실이

정면으로는 기다란 복도를 통해 화장실/세면실과 내탕, 노천탕이 붙어있는 형태로

화장실 정도 말고는 2인 기준 대부분이 매우 큼지막하다

김쉐프는 객실 안내및 설명해 준 언냐가 떠나자마자 짐도 안 풀고 바로 컵라면 제조 



 컵라면과 커피 각자 한사발씩 끝내기가 무섭게 이번엔 바로 가족 노천탕부터 가시겠다고 - 나름 짜놓은 일정이 있으셨나 혼자 바쁘심

울 객실을 뒤로 하고 서둘러 제갈길 가시는 나몰라라 김원장님을 찍었습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김원장님은 찍사가 사진을 찍든말든 아무 관심 없으시기에... 일명 흔들림의 미학을 애정하시는 분입니다


가후게츠에는 각 객실이 보유한 탕 외에 숙박객 공용으로 남성용 노천탕, 여성용 노천탕이 있고 이와 별개로 가족(전세)탕이 있는데 이 또한 노천탕과 내탕으로 나뉜다. 우리는 당연히 가족 노천탕으로 고고씽

입구의 팻말을 "입욕중"으로 돌려놓고 가족노천탕으로 내려가는 길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블로그랍시고 나름 끄적거리고 있는 와이프에 대한 배려라는 것은 거의 없는 인간이기에 먼저 내려간 만큼 먼저 홀라당 벗어버린 관계로... 노천탕 사진은 상기 링크로 소개한 칸토어님의 훌륭한 가후게츠 리뷰로 대체





됴쿠나 됴아


가족노천탕 이용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여전히 비어있길래 살짝 구경해 본 가족내탕 


덕분에 우리 객실에 딸린 탕을 이제야 소개한다. 객실에서 제법 긴 복도를 따라가면 탈의실(?), 그리고 내탕이 나오고


내탕 밖으로는 노천탕도 있다. 개방감이나 뷰랄 것은 딱히 없으나 두 곳 모두 둘이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충분한 크기



조석식은 식사처에서 따로 진행이 되는데 이 가격대인데도 뜻밖의 널따란 개별 객실. 우리는 가장 안쪽 객실로 안내 받았다




식전주 한잔 깔아놓고 시작하는 가이세키 좋아요 착해요 맘에 들어요


오늘도 열일하시는 하얀건 종이요 까만건 글씨님(다행히 서버 언냐가 매 코스마다 영어로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가을이 내려앉은 듯 보이던 안주. 아무리 매일 바뀌는 메뉴가 아니라고 해도 이렇게 하나하나 준비했을 노고를 생각하면 매번 박수를 보내게 된다




오늘은 싸게 마시자. 빙비루로 run run run



특이하게 무화과가 들어가 있던


오늘 뜬 내 맘속의 별


말고기(행정구역상 나름 구마모토 현 內라 이거지? ㅎㅎㅎ)




포스 넘치는 메뉴 등장


이젠 튀김에 간장이 안 나와도 놀라지 않아요. 소금에 찍어 먹어도 아주 맛있어요. 사실 갓 튀겨나온 튀김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



이것저것 먹다보니 어느새 허브 돼지 샤브샤브 재료가 뙇.

며칠전 이부스키에서도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처음이지만)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 또한 맛있게 먹는다 ㅋㅋㅋ



디저트는 호박과 팥 양갱


가후게츠에서 석식 가이세키를 먹어보고 느낀 점 몇 가지를 말해 보자면 ;


이 날 한국인은 우리까지 총 세 팀이었다. 객실이야 각기 따로 떨어진 독채 스타일이니 숙박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식사처에서는 매번 그들을 목소리로나마 모두 만날 수 있었다(식당에서 한 팀은 우리 방 바로 옆 방, 다른 팀은 조금 떨어진 맞은 편쪽 방에 배정). 옆 방은 최소 5명 이상의 가족(사위 포함), 저쪽 팀은 3명의 친구 사이... 그렇다. 얼굴 한 번 안 마주쳤지만 다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식사처가 칸칸이 나뉘어 프라이빗한건 분명 팩트지만 천장 부위만큼은 뚫려 공유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왁자지껄 대화 내용이... 모르고 싶지만 알아들을 수 밖에 없는 내용이... ㅜㅠ

게다가 옆 방은 우리의 샤브샤브와는 달리 구이를 선택했기 때문에 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가 우리 방으로 마구 넘어오는데... 소음도 소음이지만 이 또한 테러야 = 우리 샤브샤브도 맛있지만 당근 그 쪽 메뉴가 더 맛있을 것만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후게츠에는 영어를 못 하시는 연배가 있는 스태프와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 스태프가 섞여 있었는데, 영어를 못 하시는 분의 오모테나시는 매우 훌륭했다 = 상대적으로 젊은 스태프들의 서비스가 딸린다고 느낄만큼. 젊은 스태프들이 불친절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고, 당근 매우 친절했지만, 그들의 서비스는 정중함보다는 발랄한 친숙함에 가까웠다. 지난 투숙들에서는못 느꼈던 젊음. 사랑과 가난과 기침과 더불어 어쩌면 젊음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식사처가 오픈 되어 있지 않고 칸칸이다보니 오픈형에 비해 각 테이블마다 메뉴 서빙 속도를 맞추기 어려울 듯 = 어떨땐 빨리, 어떨땐 느리게 나옴(하지만 나보고 둘 중 택하라면 난 당근 폐쇄형을 택하겠으). 물론 호출 시스템은 갖춰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  

석식 맛 자체는 내 입맛에 쏘쏘. 전반적으로 밍밍한 인상이지만 이상한 맛이라 못 먹겠는 메뉴도 없었고 넘나 맛있어서 눈 튀어나오는 메뉴도 없었던 걸로. 전날 쿠오리테이에 비하면 플레이팅이 다소 소박한 듯 보이지만... 이 정도면 만족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모닝 온천 함 땡겨주고 조식을 먹기 위해 어제의 그 자리에





딱 걸렸으. 그건 내꺼라고! 니꺼 먹으라고! (젓가락 포장지에 뭐라뭐라 직접 쓰셨던데... 일본어 능력자시여 헬프!) 


요리를 전혀 못 하는 자에게 일본 조리도구의 세계는 하해와도 같다 



가후게츠는 정말 신기한게, 우리에게는 뭐 하나 꿀리는 것이 없는 료칸이다. 

규슈에서 구로카와 찾아올 정도의 수고라면 오다 마을도 거기서 거기이고(물론 오다 마을 자체는 인프라랄게 없지만)

부지는 넓은데 많지 않은 객실들은 단독채라 조용함이 보장되는데(김원장에게 가장 중요) 그 독채가 널찍널찍 크기까지 하다. 

침대도 편안하고 객실도 딱히 부족한 것 없이 코타츠까지 잘 갖춰져 있고 여기에 개별 내탕은 물론 개별 노천탕까지 아낌없이 팡팡 내어준다.

전세 가능한 가족노천탕도 있고 성별별 노천탕 크기나 뷰도 딸릴 바 없다(수질은 여전히 문외한이므로 논외).

예약을 하면 (전에 묘켄 이시하라소가 그랬듯) 영문으로 된 이메일도 챙겨 보내주고 특정 음식에 알러지가 있진 않은지 미리 물어봐도 주고,

직원들은 (연령대별 느낌은 달라도) 친절하고 (체크아웃때 크로와상까지 선물로 주셨다는) 식사처도 프라이빗하니 여유롭고 음식 수준도 딱히 나쁘지 않다. 지불한 37000엔의 가성비를 놓고 보면  개만족 매우 만족이랄까.     


굳이 단점을 "억지로" 골라내자면(한국인들을 만난 점은 빼고) 

와이파이가 안 터진다는 점, 이 날씨에 객실 외부(화장실)는 아무래도 살짝 춥다는 점, 얼리체크인에 실패했다는 점 정도 말고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묵었던 세 료칸 - 묘켄 이시하라소, 카미야나기야, 쿠오리테이 - 에 비하면 뭔가 기억에 남는 임팩트가 없다. 

다시 말해 여행 후 내가 머물렀던 어떤 숙소를 머릿속 영사기에 다시 돌려본다 치자. 그러면,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가장 먼저 바로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묘켄 이시하라소에서는 가이세키 석식을 시작하면서 클레망이 술 한 잔 따라주던 바로 그 순간, 카미야나기야에서는 오카미상이 큰 절을 올리던 바로 그 장면, 쿠오리테이에서는 새벽녘 객실 반노천탕에 몸 담그고 있던 시간 따위 말이다. 솔직히 묘켄 이시하라소, 카미야나기야, 쿠오리테이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장점도 많았지만) 확실한 단점들이 있었다. 그런데 가후게츠는 딱히 떠오르는 단점이 없는, 이론상 가장 완벽한 숙소인데도, 이상하게 딱히 기억에 남는 바로 그 한 컷의 머릿속 사진이 없다. 대체 왜. 


언젠가 김원장이 어디선가 봤다면서 해준 (=신빙성이 좀 떨어진다) 말인데, 방송인 강수정이 했다(?)는 말이다. 

"어떻게 가이세키를 매일 먹어~"

음... 나도 내 수준에 너무 연달아 묵고 먹은걸까...


만약 가후게츠에 가장 먼저 묵었다면... 다음 료칸들인 묘켄 이시하라소, 카미야나기야, 쿠오리테이의 단점들이 더욱 부각되었을지도 ㅎ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