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메 고라산 올레를 마치고 차를 세워둔 Mr Max로 돌아왔는데... 우동 그림이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날쏘냐. 체인점처럼 보이던 우동집으로 무작정 골인. 일본어 무서운 줄 모르는 김원장...인줄 알았으나 메뉴판을 잠시 보는 척 하더니 바로 나보고 두 개 고르라고 ㅋㅋㅋ (고르라고 라고 쓰고 찍으라고 라고 읽는다) 그래서 그림 보고 두 개 찍음  


이름 모를 이것은 내것


평소 매우 다정다감하신 김원장님께서 텐카스? 아게타마? 그런 튀김 부스러기를 손수 뿌려주고 계십니다. 여보, 저 마루타 아닙니... 

(귀하디 귀한 소장용 사진 되겠슴당. 프사로 바꿀까?)


김원장 것으로는 가라아게 어쩌구를 시켰는데... 예상과 살짝 다른 허전한 모폴로지로 나왔습니다. 상당히 밍밍해 보이...

김원장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휴게소 우동으로 변신 ㅎ


사족으로 우리 옆 테이블에 어린 아이 둘 데리고 온 젊은 엄마가 우동 한 그릇 시켜서 먹는 걸 본 김원장이 계속 소설 우동 한 그릇 생각난다고 ㅋ  


아 됴아 일본말 모르는데 입에 맞는 우동을 먹었으. 김원장은 체인점인 이 집이 유후인에서 먹었던 우동 맛집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ㅋㅋㅋ

(김원장의 일관된 사람 없는 걸 좋아하는 취향)


맛난 우동 먹고 Mr Max에서 맛있어 보이는 초컬릿을 마구 담고 오늘의 숙소, 료칸 긴수이로 고고씽. 

숙소 외관 사진 한 장 찍지도 않았던지라...(마지막 날입니다. 이해 바랍니다) 광각의 구글 스트리트뷰로 대체 아 진작 구글 주식을 샀어야 했어


@ 홈페이지 http://e-kinsui.net/ (여관 錦水)

@ 예약 : 홈페이지

@ 조건 및 가격 : (번역기를 돌리자) 일본식 8 조 [3階角방] 화장실 · 세면있는 / 계획 :«원 드링크 포함»하루의 끝은 맛있는 음식과 맥주로 결정 (소고기 포함 錦水 코스) / 계획 내용 - 저녁 식사는 "우선 맥주!"라고 하는 분에게 -> 여러 개의 옵션 중에 오오 이거 딱 내 취향임 하면서 선택 ㅋㅋㅋ

조석식, 서비스 요금, 소비세 모두 포함 1인당 9180엔 X 2 = 18,360엔 

@ 한글 리뷰(거의 없다고 보는게...) 

https://www.tripadvisor.co.kr/Hotel_Review-g1022364-d1052860-Reviews-Kinsui-Kurume_Fukuoka_Prefecture_Kyushu_Okinawa.html

@ 기타 : 료칸 긴수이는 이름은 료칸이지만, 우리가 료칸,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고급 료칸은 아니다(지불한 가격을 보라. 2인 1실 조석식 포함 18360엔) 오히려 객실만 놓고 보자면 모텔급? 

그리고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었는지 모르지만, "요정 출신의 주인이 정성 들여 만드는 요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읽고도 주인이 중년 남성일거라 막연히 상상하고 있었는데...(저 호스트바 단골 아닙니다 ㅋㅋㅋ) 헐... 체크인부터 식사 응대까지 모두 고운 할머니들이 맡으심. 오카미상 주인 할머니를 직접 뵙고서야, 아... 요정 출신... 절로 이 단어가 확 와 닿았다는 ㅎㅎㅎ (오카미상을 만나면 바로 아실 겁니다 ^^;) 

이외 기타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은 중간중간 생각나는 대로 삽입하기로. 요즘 밀린 포스팅 대충 빨랑 쓰는 기간임



(인터넷은 매우 빠방하다)


료칸 긴수이는 3층 건물로 엘리베이터는 없다. 할머니들은 진짜+매우 친절하시기 때문에 배정받은 301호까지 우리 짐도 당신이 들고 올라가주실 듯 행동하셨지만 아이고 그러다 큰 일 나실 듯. 안 그래도 내일 정오 한국으로의 귀국을 앞두고 렌터카 내부/트렁크 정리며 남은 음식(그간 얼마나 잘 먹었는지 한국에서 싸들고온 컵라면이 한 박스 이상 고스란히 남음 -_-;;;), 엉망진창 가방이며 좀 전에 사온 초컬릿까지 정리할 짐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에 우리 둘이 오르락내리락 직접 들고 끌고 나르기 시전. 둘이 보름 여행 하기를 뭐 이리 어지럽혔노...    


예약 당시 예상으로는 전날 묵은 호시노온센 이케노야마소(연못산장)와 이 집이 방 크기가 얼추 같을 줄 알았는데(두 숙소간 가격도 거의 같았다) 막상 료칸 긴수이 배정받은 객실에 들어와보니, (현관 쪽으로 데드 스페이스가 좀 있긴 하지만) 어제 방 크기의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ㅋㅋㅋ 사실 연못산장이 많이 크긴 했다) 우리가 가방 정리 한다고 짐들을 여기저기 흩어놓기도 했지만, 하여간 이 크기에 양실이라면 움직일 공간이 거의 안 나올 듯. 그나마 (이불 깔고 자는 일본식) 화실이라 왔다갔다 하면서 둘이 안 부딪히고 지냈다. 


우리는 일본어를 모르고 객실 안내 담당 할머님은 한국어를 모르셨지만, 그간의 투숙 경험과 바디랭귀지 등으로 대부분 문제 없이 알아들은 가운데, 객실 설명을 마친 할머님이 얼른 목욕부터 하고 오라고, 지금 여탕 이용하는 사람 없다고, 어서 씻고 와서 편히 쉬라고 - 어떻게 이걸 다 알아들었냐고는 묻지 마세요 - 마치 친할머니 마냥 (나와 친할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시 전까지 약 10년간 함께 살았는데 사실 할머니는 나를 제일 안 이뻐하셨... 우리 할머니로 말하자면 아들은 셋을 두셨는데 큰 아빠가 딸 딸 딸, 작은 아빠가 울 아빠보다 먼저 딸, 그리고 나, 그리고 내 "남"동생... 순서로 손주를 보셨던지라 나는 할머니께 나오라는 고추는 안 달고 나온 다섯번째 손녀딸이었다 말자 말순이 될 뻔챙겨주셔서 할머니 말씀에 따라 짐은 대충 팽개쳐두고 옷 to 유카타 후다닥 갈아입고 2층 욕실로 향했더랬다.


모르는 남자 김상 데쓰네


앞서 밝혔듯 료칸 긴수이는 이름만(?) 료칸이므로 관내 온천 욕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료칸 긴수이에서 묵으며 제대로 된 온천 입욕을 원한다면 료칸 긴수이 측에서는 차로 6~7분 거리에 떨어진 천연 온천을 소개한다). 하지만 온천이 아니어도 2층에 작은 남탕과 여탕을 따로 운영하고 있기는 하다. 아시다시피 여기는 구루메, 나름 대도시로 그간 지나온 작은 시골 마을들과는 완전 다른 번화한 곳이라, 돈코츠 라멘을 좋아한다면 모를까(갑자기 이 대목에서 문득 대륙엠님이 떠오르네 ^^ 구루메는 돈코츠 라멘의 발상지로 구루메 라멘집이 원조 취급 받고 있다. 당근 대륙엠님 다녀오신 걸로 기억), 딱히 이름난 관광지가 있어 짧은 일정에 짬을 내 굳이 찾아올 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집, 료칸 긴수이로 말하자면 대형 호텔도 아니고 고급 료칸도 아니고 그렇다고 캡슐텔도 아니고 게스트하우스나 민박도 아니고... 입지 또한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바로 앞에 떡하니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하여간 이래저래 애매한 포지션이긴 한데, 그럼에도 평소 비즈니스 남성 출장객들이 일반 여성 여행객들보다는 많은지 남탕이 메인 같았다("남탕이 메인 같았다", 이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앞에 말도 안 되는 잡설을 대체 몇 줄이나 쓴거얌. 심지어 나는 남탕에 못 들어가 봤으므로 정확한 정보도 아니다). 반면 여탕은 비어 있을때 가족탕으로 전세 가능(사전 예약 불필요). 그래서 할머님께서 열심히 챙겨주신 것. 여탕이 비어 있었기에 전세탕 삼아 둘이 같이 들어갔는데 탈의실이나 욕탕이나 어른 두 명에 아이 하나 정도면 꽉 찰 귀여운 크기 ㅎㅎ 챙겨주신 덕분에 아쉬움 없이 잘 씻고 나왔다.


같은 가격에 어제 묵은 호시노온센 이케노야마소(연못산장)가 객실 >>> 식사였다면, 아아 료칸 긴수이는 식사 >>>>> 객실. 그렇다. 료칸 긴수이의 정수는 가이세키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홈페이지를 통해 언급하셨던, "요정 출신의 주인이 정성 들여 만드는" "당관의 자랑 가이세키 요리" 로구나... 1층 식당에 시간 맞춰 내려갔다가 세팅 보고 깜놀함. 객실 수준에 방심하고 있었...


이 날 투숙객도 별로 없었거니와 가이세키 석식을 신청한 사람은 우리 둘 뿐이어서 식당 전세를 낸 가운데(식당 TV 리모컨까지 아예 우리 주심)

정성 가득 담은 요리들이 좌르륵... 이거 진짜 우리 둘만을 위해 이렇게 만들어 주신거임??? 이거 실화임???







숙소 입지를 내가 알잖아

객실 수준을 내가 겪었잖아

할머니 몇 분이 운영하고 계시는걸 내가 봤잖아

결정적으로 이 집 내가 예약했잖아. 얼마짜리 숙소인지 알고 있잖아


아아 요정 출신의 위엄이 이런 건줄은... 한 방 먹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렇게 나올 줄이야... 아니 여기 올인했구나. 식당만큼은 료칸이 맞는걸로...

참고로 한국에선 그 의미가 변질되어 버렸지만(내가 그래서 방심했...)요정은 원래 일본 요리를 내놓는 격이 높은 음식점을 말한다고 합니다 -_-;


서비스라며 빙비루 대신 나마비루로 가져다 주심 ㅎ 행복한 마지막 저녁 식사 되시겠습니당. 썩소 아닙니다 




 (이번에 묵었던 숙소중 가장 비쌌던) 묘켄 이시하라소 가이세키 등과 면면에서 비교하긴 당연히 무리겠지

놀랍게도 이번 여행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가이세키 중 하나 임에는 틀림 없다.

작고 단출한 식당이지만 오롯이 우리 단 둘만을 위해 정성 가득한 한 상을 차려주심에 + 따뜻함이 더해진 노련한 서비스에 뜻밖의 감동



3층 우리 방 맞은 편에는 담화실이던가 일종의 공용 휴게실 같은 것이 있었다. 밤새 누가 와서 떠들면 어쩌나 했지만 다행히 이 날은 텅텅텅 


사실 일본어는 이렇게 여행다닐 때보다 일본에서 만든 오락할 때, 일본 만화 볼 때 더 아쉽 ㅎㅎㅎ


료칸 긴수이의 객실 타입은 규모에 비해 꽤 다양한 편이다. 주의할 점이라면 객실에 따라 욕실이나 "화장실"을 구비하지 않기도 하다니 꼭 확인할 것(참고로 나는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는 객실을 골랐다). 우리가 묵은 객실에 대해 말해 보자면, 좁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딱히 불편할 것이 없었다. 전날 오프라인으로 지냈기 때문에 료칸 긴수이의 빠른 인터넷이 반갑기도 했고. 참, 앞서 내가 료칸 긴수이가 이래저래 애매한 포지션이라고 적었는데 그럼 그러는 나는 굳이 왜 이 집으로 왔느냐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익일 후쿠오카로 돌아가 출국할 예정이었으므로 구루메 고라산 올레 종점에서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하는 운전 루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 동시에 가장 조용해 보이는 숙소를 (잠정 예산대 내에서) 골랐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기준에 구루메부터 후쿠오카까지는 그냥 하나의 커다란 도시권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도로변에 면하지 않은 숙소라는건 거의 없었지만(그렇다고 교외로 나가자니 동선이 길어지고) 료칸 긴수이는 입지적으로 차로변에서 살짝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바랐던 바와 같이 도로 소음은 거의 없었다(개조한 오토바이 소리는 들렸다). 게다가 3층 건물의 꼭대기 층으로 배정 받았기 때문에 층간 소음도 겪지 않았고.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결정적으로 옆 방에서 소리가 넘어와요. 얼굴은 끝내 못 봤지만 일본 여성 3인이 묵고 있다는 걸 알겠더군요. 그녀들이 TV를 크게 튼 것도 아니고 목소리를 높여 수다를 떠는 캐릭터도 아니었지만 - 오히려 반대로 신경써서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늦게까지 소곤소곤 나누는 그녀들의 대화가 우리의 소머즈 김원장은 물론 나까지 제법 신경이 쓰이더이다. 아아 이것이 이 집의 빵꾸였구나. 


다음날 조식. 료칸 긴수이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짧고 굵게 소개한다. 볼륨 만점의 일본식 아침 식사. 볼륨 만점 사랑합니다



아침도 역시나 마음에 듭니다. 따봉


누군가 나에게 료칸 긴수이가 한 마디로 어떤 곳이냐 묻는다면 갔이 갔던 김원장의 평으로 대신하겠어요

"언제고 지나는 길에 꼭 들러 밥 한 끼 다시 먹고 가고 싶은 집" 잠은 말고? 


마지막 보너스샷으로는... 김빙구 사진 투척. 꺄하하꺄하하 이런 사진이 찍혔네. 올린 걸 눈치채기 전에 오늘 나 먼저 퇴근해야 할 듯. 자칫 생퇴근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동작 그만.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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