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내내 부슬부슬이다. 일기 예보상으로는 오후에 갠다지만 그 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비가 오는데 올레를 해? 말아? 를 고민하기엔 비가 참으로 갈등 때리게 온다. 아니 이걸 온다고 해야하나 안 온다고 해야하나 그 정도 수준이랄까. 김원장은 당연히 Go! 


다케오 올레는 중간에 A 상급자 코스와 B 일반 코스로 나뉘는데, 비가 오는 관계로 오늘은 B 일반 코스를 택하기로 한다(내 주장이 일부 먹힘 ㅎ).

다만 순방향으로 B 일반 코스를 걸을 경우 257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다가 + 올레를 마친 후 딱 출출할 때쯤 다케오 온천 역의 유명한 에끼벤(http://kairodo.com/bentou.html)을 먹여야 한다는 나의 일념이 맞물려 오늘은 역방향으로 돌아보기로 한다. 조삼모사긴 한데, 마침 숙소에서 종점이 지척이기도 하고... 숙소에서 각자 우산을 하나씩 빌려 들고 오전 9시, 거꾸로 출발 

 

딴 얘기인데, 일본은 과별로 전문의가 되기까지 제도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내과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 1년후 내과 레지던트로 4년을 보내면서 여러 분과를 공부, 이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내과 전문의가 되는데, 일본은 초기 연수의(일종의 인턴이랄까)로 2년, 이후 내과 분과중 하나를 정해 3~4년간 공부하고 분과 전문의가 된다나. 여하튼 돌아다니면서 보면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우리로 치면 여러 개의 진료과목이 동시에 쓰여진 의원 간판도 많이 볼 수 있다.

 


종점인 다케오 온천 누문


짙은 운무 가득한 사쿠라 야마 공원을 미끌미끌 비틀비틀 한 바퀴 돌고 내려오니 다케오 온천 관광안내소가 보인다.

혹시나 해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지 여쭈러 들어가보니 우리를 무척 반가워하며 따뜻한 레몬그라스 차 한 잔 하고 가라시네


공짜는 사양하지 않는 법. 그래서 도장도 찍고 차도 마시고 후훗

올레 관련 앙케이트 한 장 부탁하시길래 했더니 올레 뱃지를 하나씩 골라가지라며 선물로 주시기까지 ㅎ 오홋 뜻밖의 득템

몇 번이나 서로 상대방 나라의 인삿말을 주고 받으며 빠이빠이. 다시 출발

이어 나가사키 가도를 따라 룰루랄라 걷다가 정식 올레길에서 100미터도 훌쩍 더 지나침 ㅋㅋㅋ


# 올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즉 서쪽으로 대략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카미노와는 달리, 일부러 방향을 꼬불꼬불 틀면서 주변 볼거리들을 거치며 걷게 만들었기 때문에 방심하고 히히덕거리다보면 간혹 표식을 놓치고 수십미터는 우습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의 체력이 에너자이저라면야 상관 없겠지만 -_- 어라, 어느 순간 올레 표식이 안 보이네? 싶다면 보일 때까지 되돌아 오거나(?) 코스 지도와 구글맵을 얼른 대조해 보면 된다. 참고로 한글로 된 규슈 올레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본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일본어 버전의 지도 루트가 읽을 수는 없지만 좀 더 자세하다(내 경우 미리 출력해 왔다). 가끔 한국어 버전 지도와 일본어 버전 지도가 살짝 다르기도 하나... 그러려니(?) 하면 된다. 궁금하면 500원.



 츠카사키 녹나무. 파워스팟하니까 괜시리 손오공의 에네르기 파가 생각남


10시 30분쯤 분위기 좋은 다케오 도서관에서 잠시 노닥거리기도 하다가 - 한국 패키지팀 만남. 다케오 신사에 오신건가 도서관에 오신건가 -



A 코스 대신 B 코스를 통해 B 코스 전망대를 밟은 시각이 12시 정오. 날이 흐려서 전망 따위 없으




전망대에서 이런저런 간식 먹고 - 우리가 쫀득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일본인들은 부드러운 식감을 사랑하는게야


 257개의 계단을 밟아 하산. 이걸 올라올 생각을 했다니 헉스

거의 다 내려온 뒤 뒤돌아 보고 찰칵


이케노우치 호수


오늘도 아무도 못 만나는건가 싶었는데 키묘지 절 부근에서 순방향으로 돌고 있던 일본 아저씨 둘을 만났다.

아래는 시라이와 운동 공원에서 바라본 다케오 시내


계획대로라면 이제 시점인 JR다케오온천 역으로 가서 우중 올레를 무사히 끝냈음을 자축하는 의미로 규슈 지역 에키벤 대회에서 몇 번이고 우승을 했다는 사가규로 만든 도시락을 냠냠 먹어야 하거늘, 갑자기 김원장이 그거 말고 뜨끈한 우동이 먹고 싶단다. 에키벤은 기차 여행할 때나 먹어야 맛있는 법이라나 뭐라나 고기는 바로 구워 먹어야 제 맛이지 이미 도시락 속에 들어가버린 고기가 뭔 맛이 나겠냐 어쩌냐 해가면서 이런 날씨에는 우동이 딱이라나 뭐라나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어쩔 수 없이 기차역을 저 앞에 두고 방향을 틀어 오전 중 도서관을 지날 때 이미 살짝 구경했던, 그리고 어제 저녁 후보 메뉴중 하나이기도 했던 수퍼마켓 푸드코트로 가 각자 취향껏 먹기로 했다.  올레도 식후경이고 김원장은 갑이다.



막상 쇼핑몰에 들어오니 회전초밥에 순간 흔들리던 김원장 ㅋㅋㅋ

그러나 정신줄 잡고 유부 우동 한 그릇. 국물도 면발도 기대 이상 좋았다. 깨끗하게 비움 

나는 커다란 튀김이랑 커다란 유부초밥이랑 크지 않은 교자 ㅋㅋㅋ 지금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몇 시간 뒤 장어덮밥 먹어야 해


@ 거리 : 14.5킬로

@ 주차 : 숙소

@ 우리 기준 실제 소요시간 : 다케오 역사를 밟고 끝낸 것이 아니라 -_-; 자체적으로 역을 앞에 두고 방향을 틀어 일단 먹고 그 후 바로 숙소로 돌아갔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이라 말하기가 어렵다. 하여간 오전 9시에 숙소에서 나왔고 오후 2시에 다시 들어갔으니 나름 한 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은 딱 5시간 

@ 우리의 경우 스탬프는 종점 부근의 다케오 온천 관광안내소에서 쿵

@ 특이사항 : 우리끼리는 B 코스의 계단 때문에 오늘은 역방향으로 걸은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자평했다. 더군다나 내가 미끄러운 하산길엔 쥐약인데 오늘처럼 축축한 날 사쿠라 야마를 도는데도 역방향이 내게는 유리했다. 다만 (앞선 3번의) 순방향 올레에 비해 역방향 올레는 표식을 찾기가 좀 더 어려운 것 같다. 마침 비가 오락가락해서 때때로 들고 있던 우산을 스틱 대신으로 사용했는데 오르내리는 길에 유용했다.  

@ 관련 후기

베쯔니님 

http://likejp.com/2830 (A 코스)

http://likejp.com/2829 (B 코스)

유림님 http://blog.naver.com/8916016/20192342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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