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픽업 택시를 타고 숙소로 오는 길, 내 분명 함라가 가장 번화하다 들었는데 왜 이리 문 닫은 가게가 많은 것인가... 처음엔 몰랐더랬다. 

이유인즉 내가 롱롱타임어고 이번 여정을 짤 때 ;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샤밧(안식일)만 겹치지 않게,
레바논과 터키의 경우에는 라마단(무슬림에게 연중 가장 신성한 한 달로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한다)만 겹치지 않게 짜는데 신경을 썼지, 
라마단이 끝나고 맞이하는 대 명절 이드 알 피트르(Eid al Fitr)에 대해서는 진짜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아 이 단순한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톡 까놓고 내가 라마단때 이슬람국 여행을 해 본 적도 없는데 이드 알 피트르까지 어찌 알고 챙기겠노 - 비겁한 변명 ㅎ)
그러니까 말하자면 추석 연휴때 서울 명동을 찾은 외국인 꼴이 된 것이다. 고향 앞으로 가!


하여튼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는 동쪽, 걸어서 약 30분이면 다운타운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게 날씨만 받쳐주면 기분 좋은 산책길일텐데... 
더울 거라고 당근 예상은 했지만 정말 더웠고 ㅋㅋㅋ 중간에 쉬어갈 만한 어지간한 가게들은 다같이 손잡고 휴업 중. 
이 더위에 걷는 미친 사람은 거의 없을 터, 지나가는 모든 택시들이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빵빵 빵빵 빵빵 해댔다(=타겠냐는 뜻으로).
아시다시피 김원장은 빵빵을 매우 싫어하는 인간인데, 안 그래도 더운데 100% 본인을 향한 빵빵까지 수십번 들어야 했던지라 
숙소에 짐 풀자마자 호기롭게 "(더 더워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나가자!" 외쳤던 인간치고는, 겨우 1Km 남짓 걷다가 그냥 다시 숙소로 돌아갈까 ㅋㅋㅋ 매우 빠르게 본인 한계에 부딪히더라는. 
하지만 이랴이랴 채찍질을 가해서 결국 목적지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나는야 숙련된 소몰이꾼

소문대로 베이루트는 극적의 대비를 가진 - 세련된 현대식 건축물들 사이 포탄의 자국이 그대로 남은 채 방치된 건물들, 좁은 골목을 꼬불꼬불오르락내리락 돌다 문득 만나는 드넓은 대로 - 동네였다. 이스라엘과 키프로스를 거쳐와서 그런지 각 종교 관련 건축물들의 혼재는 그러려니 ㅋㅋ



Beirut Souks




레바논에선 원더우먼 상영금지





Place de l'Etoile

어디서 본 가락은 있는 제이슨 김이 이 시계탑 앞 커피샵에서 아무 작전이나 짜고 싶어했었지...



Saint George Greek orthodox cathedral

 

Mohammed Al-Amin Mosque - 내 사진 말고 실제로 보면 상당히 멋지다


바로 옆 Saint Georges Maronite Cathedral


둘쨋날에는 전술을 바꿔 American University of Beirut (AUB) 교내를 가로 질러 해안가로 나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는거야! 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은 개뿔, 오늘도 무지 덥... ㅜㅠ


American University of Beirut (AUB). 대학교 이름이 베이루트 미쿡 대학? 

참고로 이 대학의 박물관을 가려고 준비해 왔는데... 이드 알 피트르라 여기마저 휴관이라고 캬캬캬캬캬 오는 날이 추석


그나마 오늘은 문을 연, 시원한 맥도날드를 발견. 방앗간에서 쉬어가는 두 마리의 참새


단쓴단쓴으로 평화를 되찾나 싶었는데


응??????????





오늘도 중고나라 베이루트는 평화롭습니다


저런 걸 뭐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는데... 일종의 테트라포드 같은, 크고 작은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차량이 다니지 못 하도록 도로 입구나 한 중간에 막아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고, 당연히 완벽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나 아주 소규모의 부대, 그리고 철조망 or/and 바리케이드, 심지어 벙커까지... 두 발로 길을 걷다 마주치는 온갖 것들이 마치 베이루트를 시가전 주제의 영화라도 한창 찍고 있는 거대한 세트장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약간 테마파크(?) 같은 구석이 있다면, 코스프레 군인들이 진짜 친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서 밝혔지만 시기가 시기라 그랬는지 한 낮에 거리를 돌아댕기는 대낮 좀비라고는 우리 외에 거의 없다 보니, 군인들이 길막 모드로 저렇게 삼엄하게 지키고 있는, 하지만 까다로운 고객 1인을 달랑 모시고 있는 가이드인 내 입장에서는 그저 숏컷일 뿐인 이 도로를 과연 걸어서 지나가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이 교회에 들어가도 되는지 안 되는지 이런 걸 물어볼 데라고는 그저 군인 밖에 없...

중동 지역에서는 나름 먹히는 치마만 두르면 OK 미인계라서가 아니라, 그냥 군인 청년들이, 아니 대부분의 레바니즈가 친절한 걸지도 ㅎ

심지어 총 멘 군인이 (길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과는 크게 상관 없이) 웰컴 투 레바논이래. 아핫 좋아




Saint Louis Roman Catholic Church


Roman Bath Vestiges / Bank Street


Saint Louis Roman Catholic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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