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라오스는


제껴둔 나라였다.


라오스를 실제로 밟아 보기 위해 처음 구체적으로 준비했던 때는 2004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지금 악보를 봐가며 피아노 건반을 눌러 들을만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내 초딩 조카들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다. 당시 동남아 장기 배낭 여행자들이 이미 끓는 점에 다다른 태국을 베이스 삼아 인도차이나 반도를 탐험(!)하기 시작하면서, 여행 카페에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 대한, 아직은 주관적인 정보들이 마치 이어 달리기처럼 차례로 멋지게 소개 되었다 - 지금 생각하니 유행하는 여행지란 개념은 예전부터 있었나보다 - 하여간 베트남은 김원장이 레지던트 시절 다녀온 곳이고 캄보디아 역시 이미 함께 다녀온 곳이니, 우리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질 국가는 선택의 여지 없이 라오스, 그 나라 뿐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리하여 된장심에도 부응하는, 은둔의 미답지 라오스. 


그래, 태국 치앙라이까지 올라간 다음 슬로우 보트를 타고 메콩강을 따라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가는거야. 루앙프라방에 머물다 방비엥을 거쳐 비엔티안으로 가는거지! 그렇게 라오스 여행 정보를 모으던 중에, 활동하던 카페의 xixi님께 뜻밖의 조언을 들었다. 라오스에 갈 바에는 차라리 미얀마(버마)에 가라고. 당신이 이번에 그 동네를 쭈욱 돌고 왔는데 미얀마에 비하자니 라오스는 이미 때가 많이 탔다고, 미얀마야말로 그 동네 유일하게 남아있는 순수한 나라라고, 더 많은 사람들이 소문 듣고 몰려오기 전에 얼른 가라고 (떠올리니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가게 됐던 나라 중에 크로아티아가 있다) - 때가 탔다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한데 이 바닥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이니 일단 넘어가자 - 그래서 우리는 당연히 미얀마로 갔다. 라오스 대신. (이 자리를 빌어 xixi님께 다시금 감사 인사 드립니다. 가족분들 모두 잘 지내시죠?)


한 번 놓친 물고기 라오스는 이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수이 제껴졌다. 원래 뭐든지 처음 한 번이 제일 어려운 법 아닌가. 라오스? 거긴 가까우니 언제든 갈 수 있잖아, 태국엔 자주 가니까 여느 때고 마음만 먹으면 훌쩍 다녀올 수 있겠지, 아 이번에도 못 가겠네, 괜찮아 더 좋다는 미얀마 이미 다녀왔잖아... 이런 저런 핑계와 자위로 어느새 10년도 더, 정말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인터벌이 이렇게까지 벌어질 줄은 진짜 몰랐는데 ㅎ 


나중에 먹어야지 다락에 숨겨둔, 그러나 한동안 그 사실조차 잊고 지냈던 곶감에는 과연 얼마나 곰팡이가 피었을까?       




Morning market




Mekong river - 10여년 전에 왔었더라면 아마 이 쯤에서 초죽음 모드로 하선했겠지. 그리고 강 건너편에도 가봤을거야 



어떨 땐 한국 손님이 반이나 되어 보이던 조마 베이커리 & 카페



저 산이 Mount. Phou Si - 다들 올라간다기에 우린 안 올라감 ㅋ 


Nam Khan river


외쿡인들이 막 찍길래 따라 찍어본 몇 곳






Take a rest - 비어 라오 골드 1200원. 비싸네 


Take ramens



다시 밤이 찾아왔다 - Night market again


참고로 일명 BBQ 골목이라고도 불리는 작은 샛길엔 꽃보다 청춘엔가 누가 먹어서 더욱 유명해졌다는 만낍 뷔페 가게들이 있다. 1,000낍이 150원이니까 10,000낍은 대략 1500원이고, 뷔페라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네 예전 샐러드바처럼 한 접시에 최대한 많이 담아다 먹는 형식. 어지간하면 먹어볼 마음으로 둘러봤으나 매번 어지간하질 않아서 ㅎㅎㅎ 먹어보는데 실패. 참고로 만낍 뷔페 대부분은 만오천낍으로 인상되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 아직 남아있는 만낍 짜리 집은 어린 서양 배낭 아해들에게 엄청난 인기. 여전히 줄서서 먹는다. 하긴 본국에서 1유로로 뭘 먹을 수 있겠


 루앙프라방 어디서나 심심치 않게 중국 자본을 만난다


얼핏 감자처럼 보이지만 만두 - 이 집도 중국인이 주인. 씨에씨에


우리가 매일 마신 과일 주스 - 야시장에선 매우 흔한 아이템으로 어느 좌판이나 엄청 다양한, 그래서 역으로 거기서 거기인 메뉴

과일 조합에 따라 한 잔에 대략 만낍에서 만오천낍 수준으로 싸진 않다. 여긴 만낍 뷔페도 가능한 나라 아닌가 


로띠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나라의 그것처럼 달지는 않음


기타 맛 있어 보였지만 맛 없던 과자들. 그것도 상당히. 도전 실패





루앙프라방의 또 다른 아침





어제부터 사네 마네 고민하던 김원장이 결국 집어든, 대체 언제부터 이 자리에서 팔리기를 기다렸는지 알 길 없는 코코넛 과자 - 역시 맛 없음


상쾌한 아침엔 그로테스크한 것들을 팔아야 제 맛이지 아암 그렇고 말고


인간극장 딴딴딴딴 주인공 사장님이 운영하는 빅 트리 카페 (http://www.bigtreecafe.com/) - 인간극장 해당편 찾아본다는걸 여태 못 봤네


김밥 3만낍, 된장찌개백반 5.5만낍 - 정갈하니 맛은 좋으나 아무래도 카페이다보니 서양인들 사이에서 된장찌개 후르륵 먹고 그러긴 좀 불편 


빅 트리 카페 책장에서 김원장과 써티 사진이 실린 책 발견. 누가 우리 알아보면 기꺼이 싸인해 줄텐데


루앙프라방 여행, 이렇게 하세요



Take a rest again


이탈리안 소다라고 함 - 이탈리아에선 못 먹어본 물건


카야 토스트도 시켰는데 또 실패 - 이번에는 너무 달아


루앙프라방에 오면, 다른 건 다 관심 없고 다른 덴 다 가기 싫어도, 카오삐약이라고 불리는 이 동네 쌀국수 만큼은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이미 엄청난 선배 여행자들이 맛집이라고 친절히 소개해 두었으므로 (맛없다는 의견도 물론 존재하지만) 지도에 동글뱅이 몇 개 대충 그려놓고 찾아갔었지. 그런데 타이밍을 못 맞춰서 그런지 매번 실패. 실패의 아이콘 루앙프라방. 그러다 마지막 밤, 마침내 한 집이 영업 중 당첨(어떤 집은 아침에만 하고 어떤 집은 저녁에만 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 집은 아까 낮에는 껌껌했던 것으로 보아 저녁에만 하는 듯) 


위생 같은 건 따지지 말아야


드디어 까오삐약으로 사료되는 국수님을 영접하나이다(小자 한 그릇당 만낍)


삐약으로 끝나서 그런지 우리네 닭칼국수 맛. 미원이 들어갔거나 말거나 한 그릇 뚝딱. 역시 동포들이 맛있다고 할 때는 익숙한 맛일 확률이 높아.

얘는 성공


오늘도 최종 마무리는 코코넛 풀빵과 생과일 주스 - 찐 옥수수도 하나 샀는데 한 입 물으니 쉰내가 확 올라와 ㅜㅠ 에잉 짜증 


결론을 말하자면... 동말레이시아-브루나이-서말레이시아-스리랑카-태국-라오스-베트남을 지났는데... 이 중 루앙프라방이 제일인 게 많았다.


우선 날씨가 가장 좋았다 - 건기라 숙소 가격들이 확 올라서 짜증 많이 냈는데... 자본주의하곤

프랑스인 여행자들이 특히 많아 보였다 - 우리 숙소 이름도 메종 어쩌구로 시작한다. 괜히 맘에 안 들더라. 피해의식 쩔어  

우리 동선 상에 한국인 여행자도 필요 이상 가장 많이 만났다 - 패키지팀도 수두룩했다. 과연 핫한 여행지다웠다 

무엇보다 이번에 여행한 국가들 중 가장 마음이 편한 곳이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길 위에서부터 그럴 거라는 걸 알았다. 


평소 땅에 떨어진 곶감 그냥 털어먹는 녀자긴 한데... 다행히 곶감은 아직도 먹을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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