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와라 엘리야에서 묵은 숙소는 누와라 엘리야에서 나름 유명한 페드로 다원(사실 현지에선 내내 차밭 차밭 그러고 댕겼는데, 茶 전문 사이트에서 다원, 이라는 고급 어휘를 구사하길래 나도 고상한 척 따라해 본다) 內 위치해 있었다. 친절한 주인 아저씨가 다소 부담스럽게도 우리를 볼 때마다 이 동네 관광 스케줄을 계속 챙겨주는데(우리는 여기 남들처럼 관광하러 온 것 아니지 말입니다 ㅎㅎㅎ) 듣자하니 대왕야마는 딱 두 개 같았다. 


하나는 차 만드는 공장(제다원?) 견학(누와라 엘리야 페드로 티 팩토리, 구글링하면 동포 여러분의 후기가 쫙 나오지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러버스 리프 폭포 트레킹(Lovers' Leap : 천한 신분의 아리따운 소녀와 사랑에 빠진 왕자가 역시 이쁘고 봐야 아버지 왕의 헤어지고 돌아오삼 부름을 거역하고 함께 뛰어내렸다나 뭐라나 이런, 사랑이 다가 아닌데 하는 여느 절벽이나 폭포에서 들을 법한 전설을 지닌 / 러버스 리프는 아는 사람은 안다는 이 동네産 유명 차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다). 


아시다시피 우리 취향에는 폭포 정도나 볼까 말까인데, 숙소 주인 아저씨가 너무 챙기니까 사실 딱히 할 일도 없고 티 팩토리까지 그냥 봐주기로 한다(입장료가 비싸지 않아서 결정에 별 부담이 없었다는 후문 ㅋㅋㅋ). 객실 창 밖으로 보이기도 하거니와 숙소에서 룰루랄라 5분만 걸으면, 시내에 묵는 다른 외국인들은 보통 버스를 타거나 비싼 값에 툭툭 흥정에서 와야하는 페드로 티 팩토리가 뙇.



(오늘도 어느 외국 방송사에서 방문 촬영중이라 좀 있어보이긴 하더라)


2016년 11월 현재 견학료 200루피/인=약 1,600원



견학료를 내면 차에 대한 이런 저런 정보와 관련 이야기 등등(일본 기린 음료에서 여기 차를 직수입해 간다고 + 타국의 공주나 연예인 등 유명한 사람들 다녀간 사진도 있더라)을 담은 대기실(겸 차 판매 상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고 있다가


여기 왜 와있는지 도통 관심없는 한 남자 1 - 내가 이러려고 스리랑카 왔나

직접 우려주는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를 한 잔씩 마시고 - 불행히도 우리는 둘 다 차알못이라 맛 같은 것 딱히 모름

한 벌씩 나눠주는 앞치마 건성으로 두르고 모여든 다국적 군단과 함께 공장 앞으로 


여기 왜 와있는지 도통 관심없는 한 남자 2


저 고양이의 인간으로의 환생 버전


견학 과정은 사진으로 찍을 수 없다고 해서... 따온 찻잎을 운반하고 말리고 씻고 다듬고 분류하고 포장하고 보관하고 뭐 그런 과정들 하나하나씩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우귀로 들어와 좌귀로 빠져나가는데 0.01초도 걸리지 않는다. 영어는 바람과 같은 것. 

그저 여기서 이렇게 뼈 빠지게 일해봐야 정작 향유하는 건 이 나라 사람들이 아니라는게 마음에 걸릴 뿐 - 카카오 따는 사람들이 초컬릿 못 먹어본거나, 커피 따는 사람들이 상등품 커피 수출하는거나 비슷비슷. 사족으로 어제 TV로 제주도에서 다금바리 잡는 어부 아저씨를 봤는데... 촬영팀 왔다고 어부 인생 30년만에 처음으로 다금바리 한 마리 회 쳐서 드시더라.

참, 나는 차알못이라 밀크티로 만들어 먹거나 달달한 과일향 풍기는 차를 좋다고 마시는데 ㅎㅎㅎ 고지대에서 재배되는 이 동네 차(High Grown Tea)는 아무 것도 섞지말고 순수하게 즐기는게 맞는 거란다. 다도란 어려운 것.    


차도 한 잔 얻어 먹었겠다, 이런 저런 설명도 들었겠다, 돈은 아깝지 않았던 ㅋ 공장 견학을 마치고, 본격적인 Lovers' Leap Waterfall Trekking...


트레킹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차밭 사이로 사이로 딱 기분 좋을 정도로 편히 걷는 코스

조금 전에 견학했던 페드로 티 팩토리가 저~어기





예상했던 것과 같이(응?) 엄청 규모가 크다거나 끝내주게 멋지다거나 그렇진 않지만... 전설처럼 저 위에서 뛰어내렸다면 즉사만큼은 확실


날씨가 좋았으면 사진빨 좀 살았을텐데... 안개비 속 산책

 그래도 풍경이나 난이도는 꽤 마음에 들어서 여차하면 또 오자 했던 길 

그리하야 오늘도 얼씨구 절씨구 茶 지화자 좋구나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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