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와라엘리야에 머무는 동안,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라고 쓰면 일견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그러니까 캔디에서 누와라엘리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분명 캔디 1박-누와라엘리야 1박-하푸탈레 1박-캔디 2박-콜롬보 1박의 일정이었는데, 캔디역에서 기차를 버리고 대신 버스로 누와라엘리야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김원장은, 교통편 자체가 불편했는지, 밖이 시끄러웠는지, 아니면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차밭 풍경만으로도 충분했는지 (이유야 뭔들 ㅋㅋㅋ) - 결정적으로 누와라엘리야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다음날 하푸탈레행 기차표를 미리 구입해 둘 생각이었는데, 버스로 오게 되면서 기차표 예매마저 상당히 번거롭게 된지라... - 다음날 하푸탈레에 안 가겠다고 선언했다. 헐, 나에게 있어 랑카의 대표 이미지는 "중부 고산지대 차밭=하푸탈레"였는데 하푸탈레를 안 가겠다고라, 출발 전 한국에서 그랬으면 또 몰라, 것도 누와라엘리야까지 와서! 꺄하하하하하(미쳐서 웃는 것임) 김원장 너! 한 두번도 아니고 나의 멘붕에 관해 더 말해 무엇하리, 속만 쓰리지. 

그래서 고민 끝에 상기 이전 일정에서 
캔디 1박-누와라엘리야 2박-캔디 1박-시기리야 혹은 담불라 1박-네곰보 1박 
내지는 
캔디 1박-누와라엘리야 2박-시기리야 혹은 담불라 2박-네곰보 1박
으로 일정이 또 바뀌게 되었고 

그렇게 얼결에 누와라엘리야가 2박으로 늘어난 김에 그렇다면 호턴 플레이스라도 다녀오자, 해서 숙소 연장하고 + 차량 신청도 하고,
그와 더불어 틈틈이 시기리야&담불라 권역 숙소들을 뒤져 후보군을 막 추려냈는데...

밖에서 개들이 짖는 것이다(이 쯤에서 '야 개 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하라' 동영상을 삽입하고 싶다 ㅋㅋㅋ)

안 그래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김원장이 멍멍멍 월월월 컹컹컹 개소리에 폭발해서(본인이 고른 이 숙소조차 이 모양이니 ㅋㅋㅋ) 시기리야고 뭐고 랑카에서 이 이상 조용한 숙소를 찾는다는게 불가능에 가깝지 않겠냐며 본인은 최대한 빨리, 아니 당장이라도 랑카를 벗어나고 싶다고 ㅜㅠ (사실 평소에 김원장이 제일 자주 쓰는 영어 중 하나가 "롸잇 나우"임 ㅋㅋㅋ) 그러니 이미 하룻밤 더 연장해둔 이 숙소며,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 방문을 위해 잡아놓은 차량까지 모두 다 취소해 버리고 내일 아침 당장 콜롬보까지 이동해서 하루 자고 모레 아침에 뜨자고 하는 걸... 워워~ (하푸탈레가 날아간 마당에) 호턴 플레이스 만큼은 다녀오자, 거기 (김원장 당신이 애정하는) NP다, 객실은 안쪽으로 옮기면 보다 조용할 거다, 그렇게 여기 딱 하루만 더 있다 가자, 겨우 겨우 설득. 김원장과 함께 여행하기는 오늘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조변석개 끝에 스리랑카 여정은 최종 캔디 1박-누와라엘리야 2박-네곰보 1박으로, 기존 6박에서 2박이나 줄어든 4박으로 확정 ㅜㅠ 
담불라 숙소 찾다 말고 항공권 변경을 위해 스리랑카 항공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사연. 이것도 더 말해 뭐해. 속만 쓰리지 

상황이 이러하였으니 사실 첫 줄은, 누와라엘리야에 머무는 동안,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에 겨우 다녀올 수 있었다, 라고 써야할 듯 ㅋㅋㅋ

하여간 그래서, 호턴 플레이스로 향하는 김원장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밤새 잠도 설쳤는데 이른 아침에 알람 맞춰 일어나야 했고 - 호턴 플레이스는 오픈 시간과 동시에 입장하는 것이 왕야마 - 호턴 플레이스까지 멀고도 험한 길, 툭툭보다 배는 비싸지만 당연 모든 면에서 나으리라 선택했던(실제로 그러했을테고) 판다 자동차 안에서도 고스란히 들어오는 앞 차 매연 때문에 계속 투덜거렸다. 매연에 대해서는 나도 한 마디 하고 싶은게, 앞서 간단히 밝혔지만, 나는 이 동네에 관해 기존에 지녔던 이미지가 한적, 고요, 청량, 상쾌, 힐링, 초록 뭐 그런 단어들이었기 때문에, 소음은 차치하고, 이 동네 상당수 교통 수단이 고약한 냄새와 함께 검게 내뿜는 배기 가스에 매우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습도까지 높다보니(차 재배에는 적합하겠지만) 분위기가 그냥 스모그 속을 헤집고 돌아댕기는 느낌이랄까. 특히 이처럼 차량을 타고 도로를 달릴 땐 피할래야 피할 수 없이 완전 직빵으로 들이마셔야 하다보니 매우 불편함. 

꼬불꼬불 한참 달려 매표소 도착


현지인 기사님 1인 입장료 60루피 VS 외국인 김원장과 써티 2인 입장료 4116루피 ㅋㅋㅋㅋㅋ 아 뭐야 거의 35배 ㅋㅋㅋㅋㅋ 

(나름 외국인 가격 많이 겪었지만 35배는 너무 심했다) 

거기에 추가로 서비스차지와 VAT 등이 거의 2000루피 ㅋㅋㅋㅋㅋ 이렇다고 알고 와도 돈 낼 때 여전히 기분 안 좋음. 아마 당신도 그럴 것


참고로 누와라 엘리야 시내에서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까지는 편도 약 1시간 남짓 거리이다(랑카에서 Km는 아직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으).

툭툭으로도 오가는 분이 계시고, 실제로 나라면 툭툭을 타고 왔을 것 같기도 하다. 툭툭만의 재미라는 것도 분명 있으니까.

그런데 (안전은 둘째치고) 이른 시간이라 오픈된 툭툭은 좀 추울 것 같고, 승차감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왕복 2시간의 모터 소음은 김원장에게 커다란 스트레서가 될 것 같아, 그냥 숙소 주인 아저씨가 꼬시는 대로 권하는 대로 숙소 차량을 이용했다. 툭툭의 경우 최근 시세가 (약 3시간 가량 대기 포함) 왕복에 3000루피 정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는 주인 아저씨가 달라는 대로, 다른 곳 더 알아보지도 않고 6500루피를 지불했다. 왜인지 이번 랑카 여행은 개인 여행사상 가장 호기로웠던 면이 있었다 ㅎㅎㅎ


 야생 동물치고는 어쩐지 애완화되어 보이던 크고 아름다운 동물. 랑카 말로 뭐라고 들었는데 당근 까먹음. 그래도 이런게 나와주니 좀 NP 느낌


킬 온니 타임, 테이크 온니 픽쳐스. 오케바리.

내가 현지인들보다 쓰레기를 35배 버리면 또 말을 안 해(뒤끝 작렬)


돈을 많이 많이 냈으므로 박물관(?) 같은 것도 다 챙겨 봐준다. 옛날에는 이런 애도


코끼리들도 엄청 많았던 모양인데 어쩐지 영국인처럼 느껴지는 이들이 몹쓸 짓을 했나보다


물론 여전히 스리랑카에는 코끼리가 많은 편이고, 거기에 종교적인 이유로 사랑까지 받는 동물이긴 하지만... 이하 생략 ㅎ

영어 리딩은 김원장의 몫. 너도 하는 일이 있어야지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함 걸어볼까. 우리 운전사 아저씨가 트레킹 루트 약도를 그려주신다고 해서 뭔 족보가 나오려나 은근 기대했는데...


 받아들고 보니 그런 건 없는 것으로 자체 결론


그럼 트레킹 후 다시 만나요, 감사하다 인사하고 출발


몇 발짝 걷지도 않았는데... 풍경이 색다름. 지나온 랑카 풍경과 사뭇 다르다. 


숙소 주인 아저씨가 위급할 때 풀어보라며 준 비단 주머니 배고플 때 먹으라며 챙겨주신 봉다리를 열어보니 과자가. 그래, 나 벌써 배고픔 ㅋㅋ


요상한 새를 찍은 사진 같은데... 핀트 안 맞음. 개손의 증거. 사진 욜라 못 찍네 ㅋㅋㅋㅋㅋ


운전사 아저씨가 그려주신 약도로는 마치 원웨이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지점에서 양쪽으로 갈라진다. 

호턴 플레이스 트레킹 루트는 원형(루프 트레일)이라 두 방향 중 어느 쪽으로 가도 결국 여기로 돌아온다. 

김원장한테 어느 쪽으로 갈래, 선택권을 주니 사람 적게 가는 쪽으로 가겠다고 ㅋㅋㅋ 그래서 오른편, 베이커스 폭포가 먼저 나오는 쪽 당첨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에서 우리처럼 트레킹을 한다면, 그리고 그 시간이 우리처럼 이른 아침 시간대라면,

왼편, 즉 호턴 플레이스 트레킹에 있어 가장 유명한 World's End 쪽으로 먼저 가기를 추천. 사연은 투 비 컨티뉴드





 요만큼 걸었을 뿐인데 진작부터 좋아라 하고 있는 김원장. 오길 참 잘했다나. 저래뵈도 1시간 전엔 차 안에서 졸라 짜증내고 있었던 인간임





사진 속의 저 분은 호불호가 확실하신 분으로 현재 호 모드입니다





모자를 협찬해 주신 520양에게 재차 감사



지나온 풍경이 바뀌는 듯 싶다면 베이커스 폭포가 가깝다는 야그 





 베이커스 폭포를 오가는 길에 스리랑칸 아저씨 하나를 만났는데, 우리보고 폭포 어땠냐고, 멋지지 않냐고 물으시길래 그렇다고, 멋지다고 대답.

죄송하지만 지금 와 밝히건데 솔직히 아주 멋지진 않았어요(->어디까지나 개인 취향). 






이 또한 숙소 주인 아저씨가 챙겨주신 음료수(어쩐지 이번 포스팅을 쓰다보니 전에 숙소 비싸다고 투덜거렸던게 좀 희석되는 느낌 ㅋㅋㅋ)





이 쯤 오니까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막 오기 시작하더라. 트레일 중간 지점쯤 되는 듯





이런 애도 보고


사람들 몇이 모여 있길래 무슨 일이냐 물으니 저~기 몽구스가 나타났다고


슬슬 다리가 무거워질 때쯤, 드디어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의 대표 명소, "세상의 끝"이 나타났다.

근데... 아무 것도 안 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숙소 주인 아저씨가 누와라 엘리야에서의 투어 상품으로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을 권하면서,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은 꼭 아침 일찍 가야만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유인즉 지대 특성상 오전 10시가 넘으면 '세상의 끝'에 안개가 껴서 그 멋진 풍경을 못 본다고. 일반적으로 누와라 엘리야처럼 근교에서 출발하는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오전 10시가 넘어 호턴 플레이스에 도착하기 마련인데, 그러면 본인은 호턴 플레이스에 방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오전 6시 숙소 출발로 정하고 알람 맞춰 일어나(물론 주인 아저씨가 직접 깨우러 오시기도 하고) 열심히 온건데...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 하겠지요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김원장은)는 -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라고 (정현종 교수님 번역본)

  


그래, 세상의 끝에는 이처럼 아무 것도 없는거야. 세상의 끝은 이처럼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야. 오리무중 세상의 끝. 아 쓰봉 아직 10시 안 됐는데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 별 걸 다 가져다 붙이는 발악의 현장 ㅋㅋㅋ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상의 끝 따위에 전혀 관심 없이 + 미련 없이 제 갈 길 가는 남자.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왜 말을 못 해

(아마 세상의 끝이 이 국립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포인트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와서 저러는 듯 ㅋㅋㅋㅋㅋ)



멀쩡하던 길이었는데 또 다시 저 앞에 피어오르는 안개가, 또 하나의 뷰포인트, '미니(little) 세상의 끝'에 다가가고 있음을 불길하게 알려온다




응??? 이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은 조금 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데자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한 조각의 샌드위치를 먹겠어요(이것도 우리 숙소 주인 아저씨의 도시락). 금강산(?)도 식후경


원래 예상했던 그림대로라면 나는 저기 아슬아슬 걸터앉아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있어야 하는데...


몰라서 용감한 아까 그 남자의 막판 스퍼트


헐. 연휴를 맞아 엄청난 현지인들이 이제야 몰려오고 있다. 이봐요들, 지금 가봐야 세상의 끝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요!


약 3시간 남짓의 루프 트레일 - 스리랑카에 와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사실 이거 말고는 아무 것도 한게 없으 ㅋㅋㅋ) - 을 마치고,

걷는 도중 열심히 먹었으니 좀 비우고(화장실 간다고 카메라 잠깐 맡겼더니 이런 사진이 ㅋㅋㅋ )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우리 기사 아저씨에게로 고고씽. 그새 차들이 엄청 왔더라(중국어 쓰는 패키지팀도 꽤 많았다)



보통 누와라 엘리야에서 툭툭을 섭외하든, 자동차를 섭외하든  호턴 플레이스를 이렇게 다녀오는 상품(?)이라면, 오가는 길에 있는 목장(우유 공장), 딸기 농장, 저수지(?) 등등을 묶어 관광하는 모양이다. 이 일정을 소개하던 숙소 주인 아저씨도, 드라이버 아저씨도 계속 권하시길래 목장도 제끼고, 저수지도 제꼈지만(계속 안 간다 안 간다 하니까 트레킹 때문에 많이 피곤한 줄 아시더라는), 딸기 농장 정도는 하나 가줘야 혹 두 분한테 유리한 걸까(=수수료가 떨어지나) 싶어 잠시 하차. 여전히 호기로운 부자 외국인 모드 ㅋㅋㅋ


드라이버 아저씨와 딸기 농장 가는 길(도로가 이러하니 차량 망가진다고 좀 걸어가자 하시더라 ㅎㅎ)


사실 딸기라는게 스리랑카에서는 귀한 과일이겠지만, 한국에서는 별로 그렇지 않아서 ^^; 원한다면 제철에 논산에서 와방 신선한 노지 딸기 한 박스 득템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지라, 김원장은 딸기 농장 자체는 물론, 딸기 농장이 자랑하는 액티비티라는, 경운기 탑승 ㅋㅋㅋ 또한 당근 썩 내켜하지 않았는데(물론 유료. 세상에 공짜가 어딨으), 다행히도 연휴를 맞이한 랑카인들이 딸기 농장에 이미 수십명이나 먼저 와 있... ㅋㅋㅋ 드라이버 아저씨께 어멋, 사람이 너무 많아요. 경운기 타려면 한참 기다려야겠어요, 해서 자연스레 탈출 ㅋㅋㅋ



우리가 제낀 저수지 - 아마도 이 동네에선 꽤 알아주는 유원지급인 듯 하나... 솔직히 우리 기준엔 그닥 볼품 없음


그렇게 호턴 플레이스 국립공원 외 다른 관광(?) 스팟은 쿨내 풍기며 제낀 채로 다시 꼬불꼬불 산길과 차밭길을 달리고 달려




 숙소로 돌아와 장렬히 전사한 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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