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아줌마가 안 좋은 소식을 전해 왔다. 오늘 새벽 5시에(!) 기차역에 나가 누와라 엘리야행 티켓이 남아있는지, 혹 취소된 표는 없는지 등을 다방면으로 알아봤지만, 연휴 탓에 끝내 표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ㅜ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승을 하겠다면 기차역 창구에서 (입석?) 티켓은 판매를 할테니 직접 구입해서 가면 된다고. 


이럴 줄 모르고 "오늘 캔디에서 기차를 타고 누와라 엘리야로 간다"는 대전제 아래, 이미 어제 오후에 누와라 엘리야 숙소를 예약했고, 그 몇 시간 뒤엔 숙소 픽업까지 일사천리로 약속이 다 된 상황인데... 어쩔 수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기차역으로 가보기로 했다. 또 아나, 고 몇 시간 사이 누군가 취소를 했을 수도 있는거니까. 계획대로 기차 시각에 맞춰 체크아웃을 하자. 우리 뜻을 알리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주인 아줌마는 툭툭 드라이버 다스 아저씨를 전화로 불러내어 우리가 누와라 엘리야로 기차를 타고 가고 싶어한다고 열심히 설명하는 듯 싶더라. 아줌마, (비록 표 구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정말 감사했어요. 며칠 뒤 캔디로 돌아오게 되면 다시 뵈요(라고 인사는 했지만 아마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안 오겠지 ㅜㅠ) 아줌마 당부 덕분인지 알아서 캔디 기차역으로 쌩쌩 달려주는 우리의 다스 아저씨. 캔디 시내는 오늘도 카오틱하다.     



숙소에서 10여분을 달려 캔디역에 도착하자마자 다스 아저씨는 5번 창구가 누와라 엘리야 담당이라면서 해당 창구를 가리키며 어서 빨리 가서 티켓부터 구해보란다. 기차 시각 다 되어간다고. 허리 업!



창구에서 (혹시 1등석 나왔어요? 아니요 ㅜㅠ) 누와라 엘리야 행 티켓 두 장(1인당 160루피. 2등석인지 3등석인지 당췌 아무 것도 모르고 ㅋㅋㅋ) 을 받아들고 나니 어느새 다스 아저씨가 트렁크를 가져다 주셨다. 감사합니다. 얼마 드려야 할지 몰라 어제 왕복의 반 가격인 250루피 쿨하게 쏨 ㅎ


어쩐지 상당히 옛 추억 돋는 기차 티켓



전광판은 어디가고... 마찬가지로 옛 분위기 물씬 풍기는 아날로그 안내판(참고로 해당일 찍은 사진은 아닌지라 기차 시간대가 좀 ㅎㅎ).




여튼 8시 47분 출발 시각이 거의 다 되었기에 허겁지겁 캔디 기차역에 들어섰는데...

헉스. 그간 안 보이던 서양인들이 다 여기 와있네???



그러니까 여기, 콕 찍어 캔디 기차역에 오고서야 자각이 된건데, 내가 스리랑카에 다름 아닌 트렁크를 끌고 와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었다. 어제 랑카에 뱅기 타고 도착해서 바로 우아하게 택시 불러 타고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전혀 인식이 안 되던 -깨달을 틈조차 없었던- 점이었는데, 이 자리에 서보니 랑카는 아직 트렁크로 여행하는 것보다는 배낭이 편한 여행지였던 것이다. 준비할 당시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은 물론 아니지만, 여행 시작 후 까마귀 고기 먹은 양 잊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랑카마저 트렁크를 끌고 와 있는... 그간 셀프 여행史에 있어 나의 변한 모습이랄까, 뭐 그런 고차원(?)적인 생각부터, 가만있자, 내가 들고 있는 기차 티켓이 좌석이 따로 지정이 안 되어 있는 입석표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기차 안에 과연 빈 좌석이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있다면 어떻게 저 수많은 인파를 뚫고 저들보다 빨리 타서 두 좌석을 확보해야 하는가, 이 구간 오른편에 앉아야 한다고 했던가 왼편에 앉아야 했던가, 하필 트렁크라 기동성이 떨어지네, 그건 그렇고 기차는 왜 또 안 오는가... 뭐 그런 턱 밑에 차오른 당면 과제에 이르기까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기차는 올 기미가 안 보이고 티켓 파악조차 제대로 못 한 상태이니 눈에 띄는 역무원에게 다가가 한 번 더 물어본다. 내가 들고 있는 이 기차표에 혹시 내가 모르는 꼬부랑 문자로 플랫폼이나 객량 혹은 좌석 번호 따위 따로 기입이 되어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아쉽게도 내가 들고 있는 표에는 좌석 번호가 없지만, 대신 빈 좌석이 있으면 ㅜㅠ 앉을 수는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여행객들이 많이 대기 중인 플랫폼 말고, 바로 건너편 플랫폼에서 대기하라고 알려준다. 사실 기차 문은 양쪽으로 열린다면서. 오오오오오, 이건 엄청난 고급 정보야 ㅎㅎㅎㅎㅎ 아저씨, 미인계가 먹힌거죠? 


그리하여 얼른 김원장을 끌고 건너편 플랫폼으로 이사한다. 이러면 우리가 좌석을 확보할 확률이 남들보단 상승하겠군. 뿌듯뿌듯 ㅎㅎㅎ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현지인들이 우리쪽으로 하나 둘씩 늘어나긴 하더라 ㅎㅎ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기차는 예정된 시각에서 한 20분 정도는 너끈히 연착된 듯 하다. 저 멀리서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모두들 반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다소 비장 모드로 변신하여 서로 작전을 다시금 확인하고 - 트렁크는 100% 김원장이 맡기로 하고 - 내 작은 배낭도 바짝 들쳐 멘다. 자, 준비하시고... 쏘세요 이제 뛰어!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게 뭐야. 급하게 객차 앞 뒤로 여기저기 뛰며 스캔을 해보는데... 


엥???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이미 탈 공간 자체가 없는데??????????


2등칸 출입구는, 기차가 도착하는 순간, 보다 한갓진 이 쪽 플랫폼도 순식간에 전쟁터나 다름 없는 처지가 되었다(반대편은 더 심했겠지만 내 똥줄이 타는 마당에 반대편 걱정 따위는 사치지). 이게 뭐야. 대체 어찌된 일이야. 여긴 스리랑카야. 인도가 아니라고. 근데 왜 내가 예전에 인도에서 하던 짓을 여기서 또 하고 있지? 여튼 주춤하는 사이, 노리던 2등칸 객차의 양쪽 출입구는 이미 몰려든 승객들로 인해 난리법석이라 감히 끼어들 엄두가 안 난다. 보다 적당한 입구를 찾는다는게 오히려 남들보다 좀 늦어지고 말았네. 상황이 이러하니 김원장 왈, 차라리 한갓진 1등칸으로 가서 일단 탑승부터 하고 2등칸으로 차내 이동하자고. 그래, 그러자. 대기타던 플랫폼에서 빠르게 더 안쪽으로 뛰어가 1등석 출입구로 향했다. 표부터 보자는 객차내 승무원. 이게 내 티켓인데, 하며 보여주니까... 이 표로는 이 객차에 탑승이 안 된다고 한다. 나도 알아, 일단 타고 바로 2등석으로 건너갈께, 하니까... 객차끼리 통로 연결이 안 되어있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그래서 이리로는 절대 탑승이 안 된단다(외국인인 우리가 안타까웠는지 앉아있던 승객들마저 창을 올려 동시에 이리로는 못 타요! 외치고 있는 상황). 그러면서 저 쪽으로 타라고 안내해주는데, 그래, 거긴 바로 우리가 조금 전 탑승을 포기하고 온, 버린 카드 출입구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사이 그 출입구로 승객들이 더 몰려 반 아수라장처럼 보이는데... 하지만 별 수 있나. 1등칸쪽으로는 못 탄다니 다시 그 쪽으로 서둘러 가 본다. 보이던 것은 당근 현실. 이건 뭐... 과연 입석(?)조차 가능할까 싶은 상황이다. 테트리스처럼 꽉꽉 들어찬 객차 내, 공간이랄게 도무지 안 나와줘서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어 보이는.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가장 가까운 한 입구만 공격하는건데... 괜히 잔머리 굴려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맨 뒤로 밀려버렸네 ㅜㅠ 




이미 출퇴근 시간 지옥철과 다름없는 기차를 타자니 갑갑하다. 진짜 깝깝하다. 일단 이걸 어떻게든 탄다고 치자. 설마 이러고 4시간을 다 가진 않겠지? 아마 중간에 누군가는 내리기도 할거야? 안 그래 김원장? 자, 우리도 일단 매달려 보자고! 하는데... 김원장 표정이 심상치 않다. 이걸 어떻게 타고 가냐고. 그럼 어떡해? 이미 예약해 놓은 누와라 엘리야 숙소 버리고 시끄러운 캔디 숙소로 돌아가 오늘 1박 더 해? 아니면 (어쩌면 몇 시간 뒤에 있을지도 모르는) 다음 기차 타? 하니까, 그건 다 아닌데, 하여간 이건 절대 못 탄단다. 이렇게 어떻게 4시간이나 타고 가냐고. 좋은 경치 보겠다고 일부러 기차 타는 건데, 이 더위에 이렇게 불편하게 낑겨서 과연 밖이 보이기나 하겠냐고. 바깥 경치 볼 여유가 있기나 하겠냐고.


음... 하긴 그 말이 맞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경치도 몸이 편안해야 보이는거지, 이런 상황에선 그야말로 나흘 같은 지옥의 4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하필 (그런건 이론으로만 알아도 될텐데) 몸소 체험해서 ㅋ 잘 알고 있다는. 여튼 매달리려면 지금 당장 매달려야 할 타이밍인데... 김원장은 이렇게 갈 의미 자체가 없다고 하고... 찰나에 백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 이렇게 예정했던 계획이 틀어지는 것 또한 예약 따위 안 하고 댕기던 시절의, 나름 추억 비슷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결정적으로 김원장이, 어차피 기차야 돌아올 때도 탈 수 있잖아! 하는데 하긴, 우리에겐 기차 탑승 기회가 이번을 제하고도 아직 3번은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눈 앞의 상황에 꽂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래, 그럼 지금 것은 타지 말자! 재밌는 사실은, 타지 말자 동의하기까지는 나름 내적 갈등이 있었는데, 막상 안 타기로 하니, 사람 마음 참 간사하기도 하지, 낑겨탄 저 수많은 여행자들이 급 안타깝게 여겨지는건 왜일까 ㅋㅋㅋ


여튼 그리하여 아직도 데롱데롱 기차에 매달려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어엿븐 중생 승객들을 뒤로 하고 역 밖으로 나오려는데... 김원장이 티켓 환불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가자고 ㅋㅋㅋ 그래서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역내 직원에게 물어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된다는 듯 해당 창구로 다시 가보라고, 그래서 다시 5번 창구를 찾아가 아까 산 티켓인데 지금 타려는 사람 엄~청 많아서 도저히 못 타겠어. 혹시 환불이...??? 하니까 티켓 확인해 보더니 바로 320루피를 내어주네. 100% 환불이 될 줄이야 ㅎ (솔직히 나는 기차 탑승을 포기하는 순간 동시에 티켓값도 날리겠구나 싶었는데 김원장이 잊지 않고 챙길 줄은 ㅋㅋㅋ) 그렇게 깔끔히 누와라 엘리야 행 기차 탑승을 포기한 상황에서 역 앞에 다시 서니... 호구 둘을 발견한 툭툭 아저씨들이 다가와 어디로 갈건지 묻기 시작한다.


스리랑카는 (아직?) 인도처럼 호객을 하지 않는다. 설령 호객 중이라도, 내가 그들의 이익과 반대되는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 솔직하게 답을 알려주는데, 이게 얼마나 웃음을 자아내던지. 아 이 분들, 왜 이리 순진하셔~ 말이 절로 나온달까. 


예를 들어 인도라면, A에서 B로 가고자 할 때 어떻게든 본인 차량 C에 태우고 싶어서 순간 순간 말도 안 되는 핑계와 거짓말을 하곤 할텐데,

랑카는 A에서 B까지 C로 돈버는 분들에게 D 타고는 어떻게 가요? E 를 이용해선 어떻게 가요? 하면, 바로 C에 대한 호객은 잊어버리시고 손짓 발짓으로 D 혹은 E로 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신다는 ㅋㅋㅋㅋㅋ 이거 뭔가 이상해 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진짜 사실 정보를 제공해 주신건지 한편으로는 좀 불안했달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현 랑카의 일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을 깨달은 뒤에야 진정 즐겼다는. 인도라면 D 타고 갈거에요, 그러면 바로 D? 터미널 옮겼어. 버스 끊겼어. 그 노선 사라졌어 너에게 C말고는 답이 없다 그럴텐데 ㅋㅋㅋ 


글쎄...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쿼바디스 싶은데... 갑자기 김원장이 누와라 엘리야행 버스도 있지 않냐고, 응. 당근 있(겠)지, 그럼 버스 타고 가자, 한다. 툭툭 타라고 꼬시는 아저씨한테 누와라 엘리야 가는 버스 타려고요, 하니까 그럼 바로 저쪽으로 걸어가래. 걸어갈 수 있어요? 하니까 그렇데 (직접 걸어가 보자니... 뭐 태워가도 되겠두만 ㅋ). 그래서 아저씨가 말한 방향으로 트렁크 질질 끌고 가니 바로 버스 여러 대가 상당히 무질서하게 서있는 공간이 나왔다. 이 중 뭔 버스인지 알 수가 없어 여기서도 아무 차장 붙들고 누와라 엘리야 버스 타고 싶어요 하니까, 여기 아니고 좀 더 가면 터미널 있데. 그래서 또 질질 끌고 걸었더니 정말 길 건너편에 터미널스러워 보이는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저긴가 보다 싶어 건너가 또 아무나에게 누와라 엘리야요, 하니까 노선 번호를 알려주며 저 쪽이라고. 그래서 몇 명한테 물어물어 보는 것만으로(그렇다. 이번에는 터미널 따위 어딘지도 모른채 여행 왔지 말입니다) 어렵지 않게 기차역에서 누와라 엘리야행 버스(노선번호 47번) 대기지점까지 도착했다 (위치를 알아 바로 걸었다면 역에서 5분?이면 왔을 듯. 멀지 않다). 


대기지점에는 누와라 엘리야행 버스가 동시에 두 대 서 있었는데, 하나는 에어컨이 없는 일반 대형 버스, 다른 하나는 에어컨이 있는 작은 승합차 버스(일명 AC 미니버스)였다. 그래서 당연히 후자에 탑승. 뒷좌석부터 승객을 태우기라도 했는지 다행히 (김원장이 선호하는) 앞좌석들이 남아 있었는데 우리 둘까지 타니까 버스는 바로 출발 준비를 한다. 시계를 보아하니 오전 9시 30분(기차가 9시 5분 넘어 들어온 것을 떠올리면 이 모든 일이 얼마나 후다닥 이루어진 일인지). 마치 승객을 꽉 채워서 출발하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아마 정해진 시간대 별로 출발하는 거겠지?   


부처님이 가운데 계시기는 하는데... 불교에선 힌두교를 살짝 낮춰보는 경우가 있고, 힌두교는 부처님도 비슈누의 화신 ㅋㅋ 이니까 아마도 오늘의 드라이버 아저씨는 힌두교도신듯? 하다.



에어컨 안 나오는 입석 기차  4시간에 1인당 160루피(=1,280원). 단, 좌석이 있을 경우 유명한 차밭 경치를 즐길 수 있음

에어컨 나오고 푹신한 좌석 있는 버스 2시간에 1인당 220루피(=1,760원). 단, 트렁크도 한 좌석 추가 요금 지불 경치는 당연 기차만 못할 듯


어쨌거나 기차를 포기한 입장에서 아무 생각 없었던 전혀 계획에 없었던 차선책으로 이 AC 미니버스는 상당히 훌륭한 수준이라 서로 자평. 게다가 누와라 엘리야 시내와 멀리 떨어진 기차역과는 달리 버스 터미널은 누와라 엘리야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ㅎㅎㅎ 거기에 나에겐 현지 심카드 장착 휴대폰마저 있으니 달리는 버스 안에서 누와라 엘리야에 예약해 둔 숙소에 연락을 취할 수도 있다. 예약했던 써티인데 아침 기차 못 타서 대신 버스 타고 간다.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누와라 엘리야에 도착할 것 같긴 한데, 도착하면 OO 식당에서 밥 먼저 먹을테니 밥 다 먹고 연락하면 약속했던 기차역 말고 OO 식당 앞으로 데리러 오삼! 까지 일사천리.와 신기방기 진짜 좋은 세상이네.  


다음은 흔들리는 ㅎㅎㅎ 버스 안에서 누와라 엘리야까지 꼬불꼬불 올라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






이렇게 차밭 사이를 달리고 있노라니 예전에 인도 문나르 여행할 때가 생각나더라(http://blog.daum.net/worldtravel/416236)



뼈를 주고 살을 취 멋지다는 경치는 놓쳤지만 대신 편안하고 빠르게는 도착한(2시간 10분 소요) 해발 약 1,900m의(아래 증거샷) 누와라 엘리야. 

캔디에 비하자니 일단 시원해서 좋긴 한데... 어어어, 터미널의 이 번잡스러운 분위기는 내가 바랬던 하이랜드의 그것이 아닌데?



숙소가 외진 곳에 위치한 관계로 일단 시내에서 한 끼라도 점심을 먹고 들어가는게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찾은 상기 OO 식당 = 밀라노(네, 스리랑카 누와라 엘리야에 지난 봄에 실제로 스쳐 지나간 밀라노라는 식당이 존재하지 말입니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데다가 이 동네에서는 맛집이라는 소문이 있어 찾아갔는데...(솔직히 이 모든 정보는 버스 안에서 급히 찾았음 ㅋㅋㅋ) 그런데... 분명 일반 식당이라기보다는, 나름 고급 식당에 속한다고 읽은 것 같은데???





웨이터(?) 아저씨들이 많은 것도 맞고(별도의 서비스 차지까지 10% 붙음) 가격대도 고급 식당이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먹고 있노라니 외국인들 상당수와, 심지어 한국인 청년 둘까지 찾아오는 나름 외국인용 맛집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썩 친절하지도 썩 깨끗하지도 썩 분위기가 좋지도 않음 ㅋㅋㅋ 


컵도 깨져있음


하지만 상관 없음. 꿋꿋하게 인터넷에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는 추천 메뉴 중 두 가지를 주문. 야채 볶음밥에 밀라노 스페셜 비프였던가. 


점심 시간대 1등 방문 손님이어서 그런지, 기다린다는 소문과 달리, 우리 음식은 상당히 빨리 나옴. 

기대했던 고기 요리는 다소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그냥 무난한 맛. 뜻밖에 볼품없어 보이던 볶음밥은 먹을만.


밥 먹고 숙소에 픽업 부탁 전화 날리고 고 사이 우리는 밀라노 맞은편 Super K에서 먹거리 구입(을 잔뜩 하려고 했으나 끝내 물하고 초컬릿 하나 사고 끝. 역시나 딱히 살 게 없으 ㅜㅠ). 주인 아저씨가 분명 5분만 기다리라고 했는데... 가랑비가 올랑말랑하는 가운데 10분이 넘어가도 아저씨가 안와서... 영어 통화는 역시 어려워, 다시 전화를 해봐 말아 하는 그 순간, 숙소 이름이 박힌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우리 뒤에서 나타났다(우리는 일방통행 차도만 바라보며 이제 오나 저제 오나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도로 사정상 차를 세울 장소가 마땅치 않아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우리를 데리러 왔다고). 그 남자의 안내에 따라 근처 주차장으로 이동하니... 어라, 기사가 따로 있네? 젊어 보여서 직원 내지 픽업 기사인 줄 알았던 이 남자가 숙소 사장님이었나보다(그건 그렇고 이제 알겠다. 스리랑카에는 아직 스리랑칸 타임이 남아있다는걸. 5분만 기다리라고 해서 5분 뒤에 딱 맞춰 올거라 생각하면 안 됨 ㅎ). 이번에 우리를 데리러 온 차량은, 나노 인듯 나노 아닌 나노 같은 차로, 도무지 짐작이 안 가는 브랜드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중국 자동차 지리의 판다,라는 차라고 - 얘도 귀엽다. 시내에서 숙소까지는 차량으로 15분 남짓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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