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우리가 쿠알라룸푸르 도착하는 고 날까지 한식 페어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도착한 날 저녁, 이세탄부터 찾아가 스리랑카 여행 대비용 김치를 잔뜩 구입했다. 참고로 다음 날(=한식 페어가 끝난 후), 생각난 김에 햇반 몇 개도 추가로 사볼까 해서 또 들렀는데... 김치는 여전히 널려 있었으나 햇반은 행사 끝나서 다시 포장 보관 들어갔다나(대신 일제 햇반을 살까 말까하다 안 삼). 일본계답게 한식 페어 끝나고는 홋카이도 페어였던가 돗토리현 페어였던가 하여간 그런 걸 하더라는.   




거리는 덥기도 하거니와 수많은 차량으로 인해 상당히 시끄러운지라 공짜로 태워준데도 거절할 듯(아니야 공짜라면 탈 듯)


길을 걷다 아무 수퍼에 들어가 봄. 한국 라면 섹션 둏군



Jalan Alor

수많은 맛집, 야시장, 노천 까페, 포장 마차 등등의 수식어를 달고 있는 잘란 알로. 은근 기대했지만 우리에겐 딱히 볼 것은 없었던 걸로

(한밤중에 와봤으면 좀 괜찮은 느낌을 받았을라나?)







잘란 알로 근처 아무 맛사지집. 발맛사지 30분=30링깃(+보너스로 머리&어깨). 약 8,000원/인. 무료 와이파이, 생수 제공


쿠알라룸푸르 맛사지는 얼마나 하나... 그냥 두리번거리던 우리를 열심히 호객하던 인도계 아저씨. 근방 어느 맛사지샵이든 가격이 같다면서(그래 보이긴 하더라) 보너스 맛사지 해줄테니 자기네로 오라고. 반 즉흥적으로 입장. 발맛사지 30분만 하겠다니까 발맛사지 하는 내내 틈만 나면 할인해 줄테니 1시간 하라고, 30분은 후딱 간다고 계속 꼬시더라 ㅋㅋㅋ 김원장은 호객하던 인도계 아저씨가 해주고 나는 중국계 언냐가 해줬는데... 둘이 영어로 대화를 - 사실상 아저씨의 일방적인 작업. 언냐 꿋꿋히 안 넘어감 - 하는 걸 듣고 있노라니 문득 싱가포르 생각이 났다. 아마 싱가포르에서 이보다 먼저 리틀 인디아와 차이나타운을 겪어봤기 때문이겠지?

 여러분은 지금 김원장이 만족해하는 보기드문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이후 사람 바글바글 부킷 빈탕을 거쳐 스카이워크 걸어보고 싶다는 나의 주장 아래 다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쪽으로 고고씽




이런 사진 한 두장은 넣어줘야 쿠알라룸푸르 와봤다는 증빙이 될 듯 ㅋㅋㅋ


그러니까 분명 스카이워크를 걷기 시작할 때는 비가 안 왔는데,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야경 찍어야지~ 하고 슬쩍 밖으로 나가보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었다. 이 때만 해도 지나가는 소나기인가보다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지하로 숨어들어 룰루랄라 이세탄에 또 가서 (쿠알라룸푸르 지하 통로 시스템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폐점 시간 직전 세일가로 김밥이랑 김치볶음밥 40% 할인 가격에 집어오면서 희희락락했었지. 그런데...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 아직도 비가 안 그쳤네? 오히려 빗발이 폭우에 가까워진 것이 보아하니 앞으로도 한참 갈 모양새다. 어쩔까... 사실 쇼핑몰의 입구에서 샹그릴라까지 겨우 700-800m나 되려나? 여차하면 막 빨리 뛰어 비 맞고도 가겠는데, 휴대폰에 카메라에... 게다가 나이도 있는데 찝찝한거다. 하, 어쩐다... 차도 욜라 막히는데 바가지 리스크를 안고 그냥 택시 타고 갈까... 하다가, 


문득 그랩 택시가 생각났다 ㅋㅋㅋㅋㅋ


이번에는 딱히 급한 일도 없었기에 (뭐 사실 이틀 전 공항에선 급한 일이 있기라도 했나 ㅋ) 김원장도 재동의. 그래 다시 한 번 해보자. 그랩 택시 앱을 누르고, 드라이버와 매치가 되고, 안내대로 10분이면 오겠지 싶었는데, 그 10분이 지나도 안 오고, 전화는 오고, 나 어디 있다 설명하니 알겠다 하고, 그래도 안 오고, 다시 전화해서 오고 있냐 하니 오고 있다고 하고, 그래도 안 오고, 이번엔 또 그 쪽에서 우리 대체 어디 있는거냐 전화 오고... 그렇게 또 20여분이 홀라당 발라당 지나갔다. 그러니 결국 김원장, 이번에도 그랩 택시 포기하자고 ㅋㅋㅋㅋㅋ (다행히 이번엔 화는 안 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드라이버에게 양해를 구하고 취소하기로. 아아... 그랩은 갔습니다. 나 그랩 시스템에 자꾸 취소하는 블랙리스트 승객으로 찍히겠네. 그랩은 정말이지 우리와는 궁합이 안 맞는구나. 


그러니 이제 다른 방법이 있나. 쇼핑몰 입구 키오스크에서 몇 링깃이었던가, 일정 수수료를 내면 미터 택시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그렇다. 진작부터 우리 옆에서 그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다만 수수료도 아깝고+여전히 미터 택시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용 안 하고 있었을 뿐 ㅋㅋㅋ)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 밖에. 그래서 수수료를 내고 우리 탑승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 순간,


약 10m 앞에 그냥 지나가는, 내가 불렀던 그 그랩 택시가 보였다(한동안 차 번호를 계속 되뇌이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눈에 띄었다). 손짓 발짓해서 운전사와 눈이 마주쳐 차를 세우는데 성공, 때 마침 우리 차례 미터 택시와 막 연결해주려는 청년에게 친구가 데리러 왔다고 그 와중에 수수료까지 돌려받고 ㅎㅎㅎ 후다닥 그 그랩 택시에 탑승. 물론 그랩 택시 드라이버는 우리와의 만남을 포기하고 그냥 가는 길이었다 ㅋㅋㅋㅋㅋ 알고보니 이 쇼핑몰엔 커다란 출입구가 세 개나 된다고. 옆 출입구에서 기다리며 계속 우리를 찾았다고 하더라. 


재미있는건, 일방통행 때문인지, 아니면 이 그랩 청년이 길을 잘 모르는건지, 하여간 나름 내비게이션 같은 걸 띄워 우리를 목적지인 샹그릴라로 안내하긴 하는데, 아니 조~오기 보이는 샹그릴라가 이리로 돌고 저리로 돌아 좀처럼 가까워지질 않네. 조 앞에 두고도 못 가 ㅋㅋㅋ 

때문에 차가 막히기도 했지만 덕분에 한밤에 뜻밖의 부킷빈탕을 다시 누비고 - 김원장 왈 쿠알라룸푸르 야간 시내 관광 옵션 투어하는 것 같다고 - 돌고 돌아 샹그릴라에 도착. 비만 안 왔으면 걸어오는게 몇 배는 빨랐을 듯 ㅋㅋㅋㅋㅋ 너무 오래(?) 타서 김원장과 대체 얼마를 줘야하는건가 걱정도 잠시 했지만... 그러나 그랩은 자그마치 정찰제였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 편히 차타고 신나게 야경 구경하고 8링깃(우리 돈 2000원 남짓). 피차 사연있는 탑승이니 10링깃으로 서로 해피하게 헤어짐 ㅎㅎㅎ 이 경험으로 그랩 택시에 대한 김원장의 신뢰도가 팍팍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내일 공항갈 때도 그랩 택시 타자고 ㅎㅎㅎ


# 우리의 경험으로 얻은 교훈 : "급할 때"와 "공항이나 거대 쇼핑몰처럼 복잡한 데"에서는 말도 안 통하는데 그랩 택시 부르지 말자  


그건 그렇고 이 그랩 택시 안에 원래부터 우산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샹그릴라에서 하차할 때 택시 문 열어주던 도어맨이 내 뒤통수에 대고 마담, 우산 두고 내리셨어요, 하더라는. 평소 그런 챙김 받아본 적이 없는 촌년이라 순간 인상 깊었네 ㅎㅎㅎ


가서 바로 맛있게 드시라고 동포분이 따뜻하게 데워주신 김치 볶음밥, 도루묵 찬밥 되어 숙소에 도착(하지만 스윗룸엔 전자렌지가 뙇 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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