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는 일반 지도보다 위성으로 봐줘야 알프스를 넘는다는게 좀 더 실감나게 보일 듯 ㅎㅎㅎ)


토스카나 이후 계속 비를 몰고 다니는 경향이 있는 터라 오늘은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들어가는 =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날임에도...

오호 통재라 운전은 위험하고 오호 애재라 사진도 개떡 같구나(반대 급부로 불어난 수량으로 인해 폭포 하나는 원없이 봄. 급 알래스카 생각)  

보이는가 스위스. 그렇다. 나 그 비싼, 그래서 평생 다시는 못 가보지 싶었던 스위스에 어쩌다 드디어 다시 왔어 으하하하하


물가 비싼 스위스에 들어가기 전, 이탈리아에서 마지막 폭풍 쇼핑(at 도모도쏠라 까르푸)을 하고, 

비록 아이스크림과는 안 어울리는 비 내리는 오전이라고 해도, 이제 곧 국경을 넘으니 이탈리아에서 젤라또 하나만 더 먹고 가겠다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줄까지 섰는데 앞에 서 있던 꼬마들 주문 끝나려면 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이유로 김원장에게 질질 끌려가는 슬픈 사연도 있었...


오늘 스위스에서 해야할 투 두 리스트 4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스위스 프랑 get 하기 : 환전을 하든 ATM에서 찾든

2. vignette 구입해서 차량에 부착하기비녯은 고속도로 통행권 개념이다. 스위스의 경우 욕 나오게도 1년권만 판매한다. 

인터넷의 바다에 엄청난 정보가 많아 참고용 링크로는 딱 두 개만 붙여본다 

http://www.leeha.net/web/rentcar/rent_reservation_view.html?no=51&cate=11

http://magicksj1.blog.me/220382433882 

3. 주유하기 : 이 부분만큼은 이탈리아보다 오히려 스위스 물가가 저렴하다고 하여 스위스에서 넣으려고 맞춰 달리는 중이었다 ㅋㅋㅋ

4. 날씨 상황 봐서 여차하면 오늘 오후에라도 체르마트 다녀오기 : 물론 상황이 안 좋으면 오늘 안 가고 내일 간다. 케세라세라


비녯의 경우 국경 근처 휴게소나 주유소에서 판매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던지라 지도를 봐가며 눈을 크게 뜨고 휴게소 내지는 주유소를 찾아보았지만... 이탈리아 측에선 그런 거 못 찾은 채 어느새 국경에까지 이르렀다. 국경에선 형식적인 검문도 아닌 것이 뭐 그런 것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는데 우리 얼굴을 확인하곤 손짓으로 그냥 가라는 것을 일부러 잠시 차를 세우고 참으로 훈남이던 청년한테 수작 말을 걸어 보았다. 비녯 어디서 사? 그랬더니 지금 어디 가는 중이냐고 오히려 되묻네. 체르마트! 내 대답을 들은 청년 왈, 거기까진 비녯 필요 없어. 그냥 가~ 그러더라. 아마도 여기서부터 체르마트까지는 고속도로가 없다는 소리인가 보다. 흠... 솔직히 내가 원하던 대답은 이게 아닌데... 나는 바로 당장 구해서 처음부터 붙여두고 스위스를 벗어나는 순간까지 내내 맘 편히 댕길라고 했던건데... 하여간 그냥 가라니 가는 수 밖에.  


비 내리는 호남선 알프스


운~무~ 데~리~고~ 알프스에 살으리랏다





옛날 스위스를 여행한 뒤 지금까지 남아있는 스위스에 대한 전반적인 기억 or 이미지는, 웅장한 자연과 어우러진 삶이 마치 그림처럼 아기자기 예쁘고 멋지다, 가 그 주조였다 하겠는데, 오늘, 스위스에 다시 온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 기억이 싸그리 지워진다. 이런 거칠고 척박한 자연에 맞서 살아오느라 그간 얼마나 개고생 힘들었을꼬... 이런 땅에서 대체 뭐 해 먹고 어떻게 살아... 이래서 돈 받고 목숨을 팔았나봐... (역시 여행에 있어 날씨가 두 번째로 중요해)      


여러분은 지금 PPP 기준 36000불 대의 한국인이 자그마치 58000불 대의 스위스인을 걱정하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듣고 계십니다.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한동안은 시야 확보가 하나도 안 되어서 완전 엉금엉금 기어 달려야만 했다. 참고로 눈물을 머금고 밝히자면 오늘 내가 넘고 있는 이 패스 이름이 심플론 패스인데, 스위스 관광청에는 이에 관해 아래와 같은 소개글이 달려있다. 


발레 주에 위치한 심플론 패스(Simplon Pass; 해발 2,005m)는 디베드로(Deivedro) 계곡과 북부 이태리 지역의 도모도쏠라(Domodossola)까지 연결된다. 이 고갯길은 겨울에도 일반적으로 개방되고 있으며, 알프스 고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 석기 시대부터 넘나들었다는 심플론 패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 http://www.myswitzerland.com/ko/simplon-pass.html


읽으셨는가? 알프스 고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단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 고개가!!! 루트를 아무리 열심히 짜오면 뭐해!

나는 결국 신포도를 바라보는 여우가 된다. 김원장아, 어떤 영국인 등반가가 캐나다 록키가 스위스 50개 합쳐놓은 것 같다고 하지 않았어?


이쯤에서 그냥 붙여보는 이야기 : 캐나다 록키를 등정한 후 "50 Switzerlands in one"이란 말을 남겼다는, 캐나다 관광청 입장에서는 공로패를 몇 개나 증정해도 모자라고 스위스 관광청 입장에서는 상당히 못 마땅할 그 영국인 등반가의 이름은 Edward Whymper라고 한다. 스위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라면 영국인 주제에 스위스에 대해 뭘 안다고! 할 지도 모르겠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놀랍고도 역설적이게도 이 에드워드 윔퍼는 (다른 곳도 아니고) 스위스 마터호른을 이야기할 때 있어서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인물이라는 사실. 

자세한 이야기 http://engweg.tistory.com/310

결론 : 캐나다 록키가 더 낫지 말입니다???     



절로 스위스 도로 공사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꼬불꼬불 고갯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뒤를 돌아보니 산 중턱에 우리가 지나온 가녀린 한 줄기 길이 보인다. 저 길을 살아서 내려왔구나)


눈 아래 브리그(Brig)가 나타났다 


리히텐슈타인을 가려면 브리그에서 우회전해야하겠지만, 일단 오늘은 좌회전


체르마트(Zermatt) 먼저 가야하니까

이탈리아도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 스위스에 오니 발음이 더욱 안 되기 시작했다. 그냥 둔탁하게 모든 철자 다 읽어뿌려!


이제 배고픈 차에 밥을 줄 차례. 브리그에서 비스프(Visp)에 이르는 국도변에서 눈에 뜨이는 주유소 두 어곳에 얼른 진입해 보았지만 보이느니 꼬부랑 글씨요, 안 보이느니 도와줄 사람인지라... 아직 스위스 프랑이 땡전 한 푼 없는 신세라 신용카드를 써야할 것 같은데 어디선가 유럽에서의 무인 주유소는 미국처럼 맘편히 쓰지 말라고 읽었던 것 같아서... 어쩌냐 이러다 엥꼬라도나면... 하면서도 될대로 되라 과감히 비스프에서 체르마트쪽으로 차를 틀었는데, 다행히 Stalden 못 미쳐 주유소가 딸린 작은 편의점스러운 수퍼마켓 Migrolino를 발견했다. 계산대 직원에게 물어 물어 만땅 주유하고 다시 그에게로 돌아가 직접 신용카드로 결제까지(여기는 직원한테 카드 안 건네고 내가 알아서 긁더라 꽂더라) 성공했다(신기했던 점이라면 완전 후결제 시스템이었다는 것. 오오 놀라운 신용사회. 일단 먼저 넣고 다시 와서 주유기 번호만 알려달래. 내가 넣고 후다닥 튀어버리면 우쩔라구 ㅋㅋ) 

   

발레(Valais) 지방은 스위스의 일광욕 테라스라고 불릴 만큼 화창하며, 그 중에서도 비스프(Visp)는 1년 중 300일 이상 햇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어퍼 발레 (Upper Valais)의 낮은 구역에 있는 포도밭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포도밭이다. 비스프는 그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 환경과 풍부한 문화적 환경 덕분에 잊지 못할 휴가 여행의 출발점으로 사랑받고 있다.


스위스 관광청은 여전히 비스프 권역에 대해 상기와 같이 소개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나머지 65일에 해당하는 모양이었다. 뭐 그래도 아까 지나온 심플론 고갯길 날씨에 비할쏘냐. 그래,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아. 


공사 구간이 있었던 Stalden. 슬슬 전형적인 스위스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  



빨간색 케이블카마저 웰컴 투 스위스 분위기 물씬


조금 더 체르마트를 향해 달려서 오늘의 숙소가 자리잡은 상트 니클라우스(St Niklaus)에 도착




Hotel La Reserve


@ 홈페이지 http://www.la-reserve.ch/ (번역기를 돌려라 ㅎ)

@ 예약 : 부킹닷컴 통해 조식포함 Double Room을 125 스위스 프랑(CHF)에 예약(신용카드 최종 결제 금액 156134원)

장점 : 스위스라서 비싸도 얼마나 좁을까 겁 먹고 왔는데 예상보다 크고 쾌적한 객실 / 조용함 / 객실 장식이... 이탈리아에서 넘어와서 그런지 갑자기 급 no frills 내지는 다소 스파르탄 실용적인 세계로 ㅋㅋㅋ 그런 와중에 침구는 또 유달리 편했던 기억  

@ 단점 : 날씨탓인가 불안정한 인터넷

@ 기타 

- 근방에선 가성비 짱이라고 여겨져 골라낸 집인데 김원장이 도로변이라 소음이 우려된다고 해서 일단 취소했다가... 끝내 마음에 드는 대안을 못 찾아(숙박비가 너무 비싸 ㅜㅠ) 되돌아온 ㅋㅋㅋ 집

- 스위스답게(?) 이름은 더블룸이라고 해도 실상은 트윈 베드 ㅎ

- 호텔과 식당(레스토랑/바/피체리아)을 동시 운영 중인데 아무래도 주 사업은 호텔보다는 식당쪽이지 싶다 ㅎㅎ

- 우리 취향에는 장점인지 단점인지 딱히 구분짓기 어려운, 따뜻하면서도 쿨내나는 쥔장. 조용한 방 부탁하니 끝방으로 바로 챙겨주고, 체르마트 가려고 온거지? 오늘보다는 내일 날씨 예보가 나으니 기왕이면 내일 가, 그것도 아침에, 오후엔 다시 비 올 것 같아. 이런 저런 필요한 것 알아서 미리 다 챙겨주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뭐랄까, 태도에 있어 일말의 군더더기(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에서 느꼈던 호들갑 인간미랄까)랄게 전혀 없어. 지극히 효율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인달까. 바늘로 함 찔러볼까.




객실 두 면이 커다란 창으로 이루어져 시원시원한데, 그 중 남향 밸리(?) 뷰 



일정을 짤 때부터 체르마트를 위해서만큼은 - 영 날씨운을 장담할 수 없는지라 -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여유롭게 짜왔지만 (마치 다른 곳은 빡빡하게 짠 것 처럼 썼네 ㅋㅋㅋ 여튼 공식적으로 오늘 오후부터 내일 오후까지 거의 만 하루를 텅텅 비워온 목적지로는 이 곳이 유일무이했다) 며칠 전부터 스위스 기상청 들어가 체르마트 날씨를 아침 저녁으로 확인해 봐도 + 체르마트 전문가인 숙소 쥔장 아저씨 추천이 굳이 아니더라도, 방문 타이밍은 내일 오전으로 결론난 바, 부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 내리는 스위스 산골 마을의 한가로운 오후 시간에 딱히 할 거라고는 ;

  

(비록 와인이 훨씬 더 유명하긴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제일 맛있다고 소문난, 그래서 또 꾸역꾸역 챙겨온 ㅋㅋㅋ, 비라 모레티 마시기, 이게 딱

밀린 블로깅을 작성하고 있는 이 순간, 간만에 이 사진을 본 김원장이 옆에서 이런다. 아, 나도 저 때 같이 마실 걸 그랬네. 후회하면 늦으리.


뜬금없는 이 날 저녁 반찬 사진 한 장 투척. 이거 피렌체에서 샀던건가? 어디서 이런게 갑툭튀 했지? 츠룹, 지금 봐도 때깔 쥑이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커튼부터 확 젖혀 하늘을 바라본다. 여전히 구름이 많지만... 그래도 다행히 비는 안 온다. 어쩔 수 없네. 우리의 체르마트 날씨 운은 여기까지인가벼. 죽이되든 밥이되든 그래도 체르마트는 가봐야지(가봤다 소리 하려면 진짜 가보기는 해야지 ㅋㅋ) 



일단 아침부터 먹고. 그간 누려왔던 조식에 비하자니... 참으로 스위스 틱하다 쩝. 긍까 이상하게 유럽은 잘 사는 티가 잘 안난단 말이지 ㅋㅋㅋ




하필 어울리게 이 집에서 왜 이리 엄마 잃은 하늘 아래 병든 닭처럼 나왔누 ㅋㅋㅋ





아아 이상하기도 하지 기본은 다 있는 것 같은데도 영 볼품이 없네. 스위스의 마법인가(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가요)


여튼 이제 마터호른(마테호른)이 있는 체르마트로 김원장 질질 끌고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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