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여행을 하게 될 줄 알고(?) 그 준비를 하다 엎고, 하다 엎고, 하다 엎고... 하다보니 어느새 블로깅의 리듬이 완전 깨졌... 

이러다 묵은지가 되어 저 기억 너머로 완전 사장될까봐 사진 위주로라도 올려본다.


그러니까... 기억이 가물가물... 때는 바야흐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여행을 마치고 산 마리노 공화국을 향하는 날이었다. 


앞서 들렀던 안도라가 스페인과 프랑스 간 국경에 한 발짝씩 걸치고 있었다면, 

산 마리노는 (바티칸처럼) 이탈리아에 폭 박혀있고, 면적도 안도라의 1/7~1/8 크기로 훨씬 작아 어지간해선 어디 붙어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 공화국이었다. 



여하튼 이탈리아 토스카나 몬테풀차노의 발치에 자리 잡은 한 농가 민박에서 하룻밤 자고



또 다른 새로운 나라, 산 마리노를 향하여 출발

토스카나는 정말이지 정들기도 전에 안녕이네


딱히 중간에 보고 싶은 것도 없고 + 날씨도 점차 꾸물꾸물해지는 가운데 

산 마리노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가는 대신, 내일 일부 구간을 되밟을 것이냐(루트 짤 때 내가 특히 싫어하는 것, 빠꾸), 

아니면 시간은 일정 부분 포기하고 내 기준에 가장 예쁜 동선으로 가느냐, 를 놓고 최종 갈림길까지 고민하다 마지막 순간에 급 후자를 선택, 핸들을 팍 꺾어, 대략 Montepulciano - Arezzo - Sansepolcro - Sarsina (이 곳에서 내륙쪽으로 진입) - San Marino 루트로 달렸다.  


명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이지만 김원장과는 "아래쪽"으로 불렀던 아레쪼에서 산세폴크로에 이르는 구간에선 피부색의 보색에 가까운 야시러운 의상을 차려입은 흑인 언냐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한 명씩 드문드문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 여기가 아프리카라면 모를까, 예를 들어 쫙 달라붙는 노란 원피스 혹은 화려한 하얀 프릴 드레스를 흑인이 입고 도로변에 날 좀 보소 하고 서 있으니 이건 뭐 눈에 안 뜨일래야 안 뜨일 수가 없는 - 처음 두 세명 지나칠 때까지는 갸웃, 하다가(뭐지? 태워달라는 제스추어도 없고...) 바로 성매매 언냐들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오옷. 그런 거였으?


마지막으로 인도와 네팔을 여행했던 2008년, 그 길 어느 마을에선가 인도를 오가는 트럭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도로변에서 호객(하긴 거기 언냐들은 워낙 얌전해서 우리네 기준으로 호객까지는 아니지 싶다)을 하는 네팔 언냐들을 줄줄이 본 적이 있는데, 또 다른 대륙 이탈리아에서 이렇게 길 위의 언냐들을 만나게 되니 제법 새롭고 무엇보다 이래저래 좀 놀랍네. 그러다 결국 영업 중인 장면까지 목격하게 되니 완전 예상 밖. 근데 대체 어디서들 왔지? 난민은 아니겠지...


대략 중간 지점이었던 산세폴크로에서 한동안 휴식. 페루자가 가까우니 괜시리 페루지나 초컬릿도 구입. 다른건 몰라도 먹는건 잘 챙깁니다 ㅋ




사르시나부터는 지방도(?) 같은 왕복 2차선의 산악 도로를 주로 달렸는데, 오늘 달린 구간 중 가장 경치가 좋았거늘 하필 이 때부터 비가 꽤 내려서 아쉽고 다소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냥 고속도로로 갈 것을 그랬나 잠시 후회하기도.    




그래도 무사히 산 마리노 입성!!!  

김원장 90개국 된 것 축하해!!! 나 지금 진지하다



(산 마리노 자동차 번호판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지만 산 마리노 공화국의 수도는 산 마리노(시티)다. 수도 산 마리노의 지도를 보면 길 모양이 상당히 요상한데

짐작하듯 천연 요새 산꼭대기에 자리잡아 이런 모양이 나오는 거다(이 쯤에서 위키백과 소개 산 마리노 시티 사진을 붙여보면 아래와 같다. 뭐 꼭 위키백과가 아니더라도 산 마리노 관광 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도의 사진인 것 같기도 하다)

Monte titano.PNG


(일반 도로에서는 시티의 저 성이 저리 높게 보인다. 저 정도면 누가 쳐들어오나 망보긴 좋을 듯)


그러므로 산 마리노 공화국에서의 단 1박이라고 할 때, 정석 or 추천이라면 상기 첨부한 사진 속 어드메 = 저 꼭대기쪽 숙소에 자리를 잡는게 가장 그럴싸 하다고 하겠지만, 모양이 저러하다보니 차를 끌고 들어가기에도, 주차를 하기에도, 정숙성을 담보하기에도 상당히 애로가 있는 수도가 아닐 수 없었다(이런저런 핑계를 달았지만 결정적으로 가격이 비쌌다 ㅋㅋㅋ). 하여 오늘도 우리는 비주류의 선택. 말이 주소지가 산 마리노지, 걸어서 10분이면 이탈리아로 넘어갈 수 있는 입지의 아그리투리스모=농가 민박 당첨(진짜 숙소에서 시골길을 약 500m 정도 걸으면 바로 이탈리아야. 그 길은 국경 표시랄 것도 딱히 없다는 ㅎㅎㅎ)  



 비는 미친 듯 퍼붇는데다 외곽에 위치한 숙소라니 아예 점심 먹고 들어가기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쇼핑몰 푸드코트 같은 곳으로 우선 고고씽 



흠... 뭐가 뭔지 모르므로 하나씩 시킴

내 입맛답게엔 싼게 더 맛남

 

(바가지 씌울지 공짜인지 아닌지 몰라 잠시 뜯기를 망설였던 그리시니 - 과감하게 먹었지만 나중에 계산시 보니 돈 안 받데 ㅎ)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 안도라가 스페인에 가깝다면, 산 마리노는 당근 거의 이탈리아. 고로 

산 마리노에서는 이탈리안 스타일로 먹는 것이 가장 만만 나을 거라는데 의견이 모아져

지극히 무난한 오더. 다행히 아주 무난한 맛. 됴아됴아

(이건 내꺼라고!)


영어가 되던 싹싹한 언냐에게 팁 포함 간단한 식사에 반주까지 곁들여 19유로 지불. 그럴싸한 레스토랑은 아니었지만 가격이 착하구나. 좋다! 




Agriturismo Le Bosche


@ 홈페이지 http://www.agriturismolebosche.com/en/index.html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eBosche/ (동영상) 

@ 예약 : 부킹닷컴 통해 조식포함 Double Room을 90로에 예약

장점 : 산 마리노+꽤 멋져보이는 아그리투리스모 / 친절한 가족  

@ 단점 : 옆 객실과의 엄청난 층간 소음 ㅜㅠ / 가장 구석 방이어서 그랬을까...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짐

@ 기타 

- 산 마리노의 숙소 후보로는 처음부터 이 집이 1순위였더랬다(산 마리노에 평점 좋은 아그리투리스모 자체가 거의 없었던가 그랬다). 다만 진작부터 예약 상황이 full이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대략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클릭하다보니 어느 순간 취소 객실이 생겨났길래 얼른 득템

- 주인 아저씨 왈 우리가 첫 한국인이라고 했던가 아니던가... 분명 이런저런 말을 평소에 비해 많이 나눴는데 뭔 얘기를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역시 후기는 그 때 그 때 작성해야...)

- 구글 지도상 숙소로 소개된 지점에서 약 120m 가량 더 동쪽으로 가야 숙소로 들어가는 실 진출입로를 만난다

- 체크인 시간을 미리 약속해야 하는 숙소들 중 하나였기에 이 집도 미리 이메일로 대략의 체크인 시간대를 알려주고 확인 받았다






별도의 객실동에는 총 6개인가 객실이 있었는데 가운데 두 객실은 2층짜리 가족용 객실이었고 그를 감싼 사이드 객실 4개는 일반 객실이었다. 

미리 부탁을 해서인지, 우리 방으로 배정된 객실은 6개의 객실 중 가장 조용한 방향이었고 뷰 마저 좋았다.   




방안에 와이파이 암호가 비치되어 있다고 했는데 없어서 다시 리셉션 데스크에 다녀오긴 했지만(또 뭐였더라, 하여간 다른 소소한 문제 때문에 리셉션에 또 다녀왔고), 분위기 괜찮은 객실 공간은 제법 여유로왔고 욕실은 꽤 멋졌다. 가장 큰 문제라면 일반 객실들은 모두 가운데 큰 객실과 벽을 맞대고 있는 구조였는데, 그 큰 객실이 복층 구조였던지라 그 객실 투숙객이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엄청난 벽간 소음 내지는 층간 소음이 형성되는 거였다. 마침 우리와 붙은 큰 객실에는 미취학 아동 둘을 데리고 온 네덜란드 부부가 묵고 있었는데, 이 놈의 아이들이 그 계단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잊을만 하면 우당탕 삐걱삐걱 난리도 아니었다(공놀이 한다고 밖에서 바닥에 공 탕탕 던지고 꺅꺅 소리지르는 건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녔다) 결국 주인 아저씨께 중재를 부탁드리고 나서야(고로 체크인 후 세 번이나 리셉션에 왔다리갔다리. 그리고보니 객실에 전화기가 없었나 보네. 혹은 전화기가 안 됐거나) 어느 정도 견딜만 해짐 ㅜㅠ 아 진짜, 입지 하나만큼은 조용하리라 - 실제로 입지는 그러했고 - 예상하고 꾸역꾸역 찾아온 집인데 옆 방을 방심했네.

 

다음은 객실에서 바라본 뷰

비만 안 왔으면 문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의 한 잔을 부르던

하지만 산 마리노, 라고 안 밝히면 여기가 어딘지 알게 뭐람, 스러운 풍경이긴 하다 ㅋㅋㅋ


해질녘 녘새발 산책

멋지구리한 수영장도 있었으나 비바람으로 인한 개점휴업 상태. 산 마리노의 지대가 높고 이탈리아 동해안과 워낙 가까워서 육안으로 아드리아해가 보임(해당일 날이 흐린 관계로 사진 상으론 잘 안 보이니 애써 보려고 노력하지 말 것)


김원장 확대

흠...확대 괜히 했...


숙소가 자리잡은 언덕으론 포도밭도 있고 오렌지였나 과실수도 많았다. 부지가 생각보다 꽤 넓은 편





작품 사진에 도전!

실패


다음날은 갬



개니까 아드리아 해 잘 보임(아래 사진 참조). 나 1년 전엔 저 바다 건너 발칸에 있었음. 

그 때 맞은 편이 바로 이탈리아니 이리 가까이 온 김에 피자랑 파스타 많이 먹어둬야 한다고, 그게 남는 거라고 막 그랬었는데... 뻘짓으로 결론



아침 식사


아직 아무도 손 안 댄 파이를 일등으로 칼질


뭘 이리 하나하나 찍었노...(사실은 직원들이 오더대로 하나씩 하나씩 가져다 줘서 이런 결과가)






이번 여행으로 김원장이 완전 맛들인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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