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의 계획은 피에몬테 주 숙소를 출발하여 

@ 고속도로를 타고 쒼~나게 + 빠르게 달려

@ 엄마찾아 삼만리 제노바 근교 볼트리의 찜해둔 빵집에서 내 사랑 포카치아(fugassa)를 잔뜩 & 수퍼마켓에서 바질 페스토를 사고

@ 라팔로에 차를 세우고 페리를 타고 포르토피노를 다녀온 뒤 리구리아 주 동남쪽 끝 오늘의 숙소까지 다시 열심히 달려 휴식

하는, 나름 소박한 것이었다(까지만 써도 이제 아는 분은 다 알겠지. 오늘의 계획도 아작 났다는 것을 ㅎㅎㅎ)


그건 그렇고, 그 당시 아르헨티나가 을매나 뻑적지근 잘 나갔으면 마르코 엄마가 제노바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일하러 간걸까... 잡생각


 


그런데 나야말로 어제 조용한 숙소 찾아 삼만리를 한 관계로 내륙 깊숙히 기어들어온 탓에 오늘 아침 다시 고속도로를 타러가는 것조차 은근 만만치 않았다 ㅎㅎㅎ 어째 날도 흐린게 출발부터 조짐이 좋지 않아. 하여간 어제 탈 뻔도 했던 피에몬테 주<->사보나 간 고속도로에 탔는데... 


얘가 물건이네. 이탈리아에 이렇게 산이 많았는지 처음 알았음. 김원장도 전혀 몰랐다네. 고속도로들이 하늘을 나는 건 기본이요,  

아래 로커스 지도 -터널들은 물론 휘어지는 모양새를 보라- 와 그 축척을 보면 이것이 진정 고속도로가 맞는가 싶다 ㅋㅋㅋ 무셔 



빙글빙글 심장이 쫄깃한 고속도로를 긴장 하에 달리다 아, 이제야 드디어 지중해가 다시 저 앞에 보이누나, 해안 지대는 산악 지대보다 형편이 낫겠지, 했는데... 낫긴 개뿔 ㅋㅋㅋㅋㅋ 해안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무엇보다 달리는 차들이 엄청 많아지고 + 듣던 대로 지나온 나라들에 비해 운전들이 확실히 거친데 + 어쩐지 도로 관리도 후진 것 같고 + 이거 차선까지 좁아진 거 맞지? 긍까 우리나라가 동고서저라면 오늘 우리가 달리는 리구리아 해안 지방은 아펜니노 산맥 때문에 완전 서고동저라서 좁디 좁은 서해안을 따라 달리려니 여기 또한 썩 맘이 편치 않은 것이다. 오늘의 여정에서 아직 반도 안 왔는데 김기사는 벌써 지친다고 ㅜㅠ 라팔로에서 배타고 포르토피노 이런 것 다 없던 일로 하자고 핑계도 참으로 가지가지(역시 페리 시간표니 버스 정류장이니 라팔로 주차장이니 각종 관련 요금 이딴 것 다 알아올 필요가 없었으). 내 프로방스 여행도 상당히 놓쳐준 녀자인데 까짓거 포르토피노 하나 더 못 가본다고 대수겠어?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냐 Feat. 리쌍    


제노바 근교 여행법 http://nashilism.tistory.com/73



하여 부처님께서 사리자를 부를 때의 톤으로 김기사야, 어차피 댁이 빵구낼 일정, 천천히 가자, 댁이 여기서 이탈리안과 경쟁해 이긴다고 해서 피자가 나오겠소 스파게티가 나오겠소몇 번이고 워워 시키며 달리고 있는데... 내비게이션 왈, 내 미리 알아온 출구로 나가지 말고, 질러가는 모양새의 그 전 출구로 나가라 알려온다. 김원장 왈 얘가 이러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하여(=그 말인즉 마누라보다 기계를 믿는다) 아렌차노 행 출구로 빠져나가 여기서부터 볼트리까지는 고속도로가 아닌 해안 국도를 이용해 가기로 한다. 그래, 고속도로 통행료도 비싸다니 한 구간이라도 아끼자.  


그런데... 쓰봉=부처님의 마음은 고새 어디로 가고 바로 욕이 나오누나 아렌차노 마을이 끝날 무렵, 잘 뻗은 도로를 떡하니 갑자기 막아두곤 더 이상 못 간단다. 왜! 이유를 모르는 에브리바디 전원 유턴! 기껏 들어왔더니만 엉엉 ㅜㅠ 내비양 말을 믿는게 아녔으...(=마누라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이왕 아렌차노 끝까지 들어온거, 볼트리 맛집(Pasticceria Priano) 포카치아 따위 이따 숙소 앞 동네 피자 가게에서 피자살 때 그냥 곁다리로 사먹는 것으로 퉁치기로 쿨하게 포기.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쇼핑도 그냥 아렌차노 쿱에서 하고 뜨자. 만사 귀찮다 ㅎㅎㅎ 


이탈리안 흑미발아현미오곡 햇반. 어쩐지 이딸리아노는 이따위 안 먹을 것만 같은 이미지인데... 어딜가나 넘쳐난단 말이지


뭐 잔뜩 산 것 같은데 앵글이 안 맞았네


(그래도 페스토는 샀다 ㅋㅋㅋ)


그리고 다시 고속도로 타고 남쪽으로 출발. 톨비 아끼는 작전도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아렌차노 들락날락 기름값만 더 나오게 생겼네. 

제노바가 가까워지자 주변 풍경이 대도시 삘 팍팍 난다. 제노바 크다. 매우 크다.

고속도로는 여전히 그지같고 불안불안하지만

조금 전 수퍼에서 득템한 초콜릿 한판에 세상 다 가진 듯한 달콤함이 여유롭게 밀려오누나. 역시 난 먹을 것만 있으면 돼

다행히 대도시 제노바를 지나치니 그제서야 도로는 한결 평안해지고 + 초컬릿이 뱃속으로 넘어오니 긴장도 한결 풀리고

그렇게 술이 들어가듯 쭉쭉쭉쭉쭉 달려 숙소로, 아니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마을 찜해온 피자 가게로 먼저 고고씽.


아 근데! 에라이삐리리 이 집에서 따끈따끈 피자랑 포카치아 가득 사서 포장, 숙소에서 늦은 점심 해결하려고 했는데!!!

하필 닫았어! 왜 닫았는지 이유도 모르겠어! 오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빈 속(=초컬릿 따위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찬단 말이닷)에 꼬불꼬불+급경사=이러다 맞은 편에서 차오면 어떻게 비켜야 하나=김원장한테 왜 이런 산골에 숙소를 잡았냐고 한 소리 듣겠네 고민되는 좁디 좁은 길을 따라 포도밭 언덕 위의 숙소를 찾아갔는데...


숙소 찾아가는 방법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7-Cxq_rTDwA&feature=youtu.be


아 진짜 숙소 대문마저 꽉 닫혀 있어 ㅜㅠ 오늘 대체 왜 이런댜...


그래서 또 전화를 걸었다(다음 여행땐 꼭 스마트폰 공기계를 마련해 가던지 해야지). 그러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 여인이 받았는데, 부지 입구 철창 대문은 닫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열려 있다고, 세게 밀면 열릴거라고, 체크인을 도와줄 사람을 바로 보낼테니 10-15분 정도만 기다려 달라고, 일단 숙소 부지로 들어가 정원 등지에서 편히 쉬고 있으라고 했다. 힘 줘도 안 열리는데? 아니야 열려 있어, 그래서 다시 힘을 빡 주니까 끼이익 소리를 내며 진짜 열렸다 ㅎㅎㅎ 아, 나 한 끼 늦어졌다고 약한 척 했던 거였어?     




주인도 없는 집에 손님이 직접 대문 열고 들어와 부지내 돈 좀 들여 깔았을 예쁜 하얀 자갈돌 길을 요란하게 막 파헤쳐가며 한 구석에 주차를 하고 1층에 마련된 오픈 다이닝 공간에서 딩가딩가 기다리다보니 오토바이 소리 요란하게 웬 아저씨 하나가 나타났다. 소요 시간을 헤아리면 가까운 아랫 마을에 사시는 모냥. 이 분은 영어가 잘 안 되시긴 했는데 우리보고 두 개의 방 중 어느 방을 예약해 왔냐고 / 아마도 2층 방인 것 같다고 답하니 집 구석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던 키 꾸러미에서 해당 키를 찾아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기다리면서 몰래 들여다 봤는데 1층은 정리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것이 오늘은 이 집에 우리만 묵는 듯 했다. 야호). 아,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 밤에 정원 조명등 켜는 법 등 딱히 알 필요없을 것 같은 이 집 배전 시스템에 대해 잠시 함께 공부 ㅎㅎㅎ  



예약해 온 2층 스튜디오 방 문을 여니 발이 나타났는데... 저 무말랭이 같은게 알고보니 모두 코르크 마개였다 ㅋㅋㅋㅋㅋ 

순간 빵 터져서 '이게 다 뭐야 ㅋㅋㅋ' 하니까 아저씨도 낄낄 웃으며 '우리로 말하자면 매일 술 마셔 ㅋㅋㅋ' 그러더라 (알고 있어 ㅋㅋㅋ).

사실 숙소 외관에서 받은 첫 인상과 1층의 정리 안 된 방 구경으로 인해 이미 기대를 내려놓은 상태였는데, 코르크 발을 들추자 뜻밖의 공주방이 뙇 나타났다. 앗 깜짝이야. 헐, 안은 왜 이리 쌈박해. 은은한 바이올렛이 풍기는 화이트톤이 넘 예쁜거다. 이 집이 정녕 75유로란 말인가.



하지만 정작 이 집의 압권은 두둥,

무료 와인 자그마치 큰 놈 한 병


(밀러 선생님을 위한 샷 - 저희는 봐도 모릅니다)


TV 장 위 와인랙에 와인 몇 병이 누워 있었는데 아저씨가 그 중 한 병을 턱 들더니 옜다 먹고 떨어져라 이건 선물이야 하시는게 아닌가!!!

와하하하하하하 어제 피에몬테 숙소에서 와인 한 잔 못 받아 먹었다고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이 집에서 이렇게 한 병을 떡하니 받을 줄이야!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from 신일숙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아저씨는 말 그대로 문만 열어주고 - 돈이며 여권 따위는 나중에 집주인 만나면 주라고. 머시여 주인도 아니신데 마치 주인인양 턱하니 - 와인 한 병 선물 주고 쿨내만 남긴 채 오토바이를 타고 부릉부릉 다시 왔던 길로 퇴장하셨다. 와 이 동네 진짜 신용 사회구나. 내가 이 구역의 미친 X 일 수도 있는데 누군지 알고 이렇게 막 열어주고 퍼주고 ㅎㅎㅎ 하여튼 오늘 이 집 통째로 다 우리 차지인거지. 으히 신난다. 꼬르륵. 아 맞다 나 아직 제대로 된 밥 안 먹었지. 얼른 상 차리자. 아까 아렌차노에서 삼겹살 사온 거 빨리 올려. 김쉐프 간만에 양방 뜀.

   

비록 화이트 와인이라 안주 매치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은 언제나 맛있는 것이고 공짜 술 또한 그레이트 하니라

거나하게 한 판 때려먹고 마시고 

정원 산책 - 이 집 정원으로 말하자면, 아주 크지도 않고 거기에 층까지 나뉘어져 있는데 구석구석 상당히 아기자기하다










(지나가는 기차를 찍은 것임)


내 너희를 키워 마셨구나



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뭐랄까, 집주인의 실험 정신이 느껴진달까. 어지간한 과실수를 한 그루씩(?) 다 가져다 심어뒀...




심지어 대나무까지. 여긴 어디. 완전 시골로만 다니니 전혀 이탈리아 안 같아 ㅎㅎㅎㅎㅎ 사실 한국인거죠



그 결과, 같이 다니기는 하는데 잘 모르는 남성이 이것저것 대충 낙과며 따와서 몇 모아봤...더니 고놈성격참




점심엔 돼지고기로 기름칠을 했으니깐,

저녁엔 소고기로 기름칠을 하자 캬캬캬


먹고 죽는거야. 때깔 확보(먹을땐 좋았지만 이렇게 먹으니 장이 놀라는구나 ㅋㅋㅋㅋㅋ)


Rosadimaggio Agriturismo 


@ 홈페이지 http://www.rosadimaggio.it/sitoen.php

   이 와이너리 대부 집안의 홈페이지 http://www.arrigoni1913.it/en/eng.html

@ 예약 : 부킹닷컴 통해 조식 불포함 Studio with Balcony (이 집에선 아파트먼트 비올레타, 라고 부름)를 75로에 예약

@ 장점 : 무료 와인 큰 병 똭 제공 / 조식 불포함이라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심플한 건식 조식 바구니가 세팅되어 있어서 매우 방가방가 / 아직은 새 것 같은 예쁜 공주방 / 게다가 아래 층에 타 게스트가 없어 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숙소

@ 단점 : 나야 다음날 친퀘테레에 갈 계획으로 여기 묵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그렇지 않다면(어쩌면 그렇다 해도) 꽤 애매한 입지 / 상당히 조용하지만 완벽하게 조용한 숙소는 아님. 때때로 가축 소리도 나고 

@ 기타 

- 이 집에 자랑스레 비치되어 있는 팜플렛을 읽다보니 이 집안이 옛부터 지금까지 이탈리아 유명 와인 산지 여기저기, 그리고 최근엔 심지어 미국 나파밸리 어드메까지 진출하여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들고 하는 모양이었다. 소유 부지에 따라 이 곳처럼 와이너리 옆에 숙소가 있다거나 혹은 와이너리 투어 상품을 보유했다거나 다양한 듯.

2D 지도를 열심히 보고 고속도로에서 이 정도 떨어져 있으니 분명 조용할거야 하고 왔는데... 실제 현장에서 3D로 확인해보니, 고속도로는 하늘을 날고 숙소 부지는 산 중턱이라 중간에 소음을 막아줄 뭔가가 없이 뻥! 훤~하네. 물론 기본 거리가 있는 데다가 방 안에 들어와 있으면 안 들리긴 한다. 반대편 좁은 골목길 또한 언덕바지 오르막길이라서 올라오는 차량(이 거의 없긴 하지만 현지 상황상 십중팔구 오토바이)의 경우 엔진 소리가 요란하다.  

- 우리 취향엔 아무리 농가 민박임을 인식하고 가도 주인집과 딱 붙어 묵는 건 솔까말 살짝 부담스럽지만, 그래서 이 집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자유롭지만, 대신 체크인&체크아웃 모두 전화로 연락, 그들이 오기까지 10여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경우에 따라서 주인과 잦은? 급한? 연락이 필요할 경우에는 번거로울 수도) 


익일 아침 또 하나의 선물, 조식 바구니를 털어라!

어제 장 본 달걀로 후라이도 해먹고


페스토 맛있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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