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를 담고 있는 프랑스를 뒤로 하고 투스카니 산마리노 품고 있는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날. 여보! 이제 우리 외식 금지령 풀려요? 


고속도로를 타고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쭉 달리다 사보나에서 방향을 틀어 계속 (고속도로로) 달려주면 훨씬 빠르게 피에몬테 오늘의 숙소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프랑스-이탈리아 국경 사이에 우리가 평소 선호하는 '국립공원'이 하나 보여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그 곳을 통과해 가기로 했다.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고 ㅋㅋㅋ 내일은 내내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동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피에몬테 주<->사보나까지 똑같은 구간을 왕복하게 되므로 그것도 마음에 안 들고 거기에 이탈리아 고속도로 통행료가 만만치 않다는 소문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그래서 오늘은 (EU 내에선 별 의미가 없긴 하지만) 프랑스-이탈리아-프랑스-이탈리아 국경선을 왔다갔다 넘나들며 가기로.



천연 요새 구흐동을 뒤로 하고 니스로 향한다. 산에서 바다로. 니스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차가 막힘 ㅜㅠ 이래서 큰 동네가 싫으


대도시가 가까워질수록 길도 복잡하고 차도 많은데 거기에 뭔 돈 내라는 데가 잊을만하면 나오고 또 나오는지...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이용한 고속도로 대부분의 구간은 통행권을 먼저 뽑고 이용한 구간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는 폐쇄식 요금소였는데, 이 근방에선 특정 구간의 요금을 먼저 선지불(혹은 후지불)하는 개방식 요금소가 간간이 운영되고 있어 안 그래도 어리바리한 여행객 입장에선 앞 차가 어떻게 하는지 열심히 눈치를 봐야했다(이 날 총 5-6번 톨비를 낸 듯 하다. 돈 자체는 아까웠지만 짤랑짤랑 잔돈이 충분해서 지불하는 순간의 맘은 그나마 좀 편했으 ㅎ)


나이스 딱히 공부한 적도 없는데 저절로 발음이 되는 익숙한 지명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아 니스 모나코... 옛날 생각 나네.


그 옛날, 내가 니스와 모나코를 돌아다녔을 때는 순진무구하지도 천진난만하지도 않은 대학생 때였는데... 당시 샤갈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샤갈한테는 미안한 노릇이지만 김원장을 비롯 몇 썸남들과 어떻게 하면 선후배 관계를 멋지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오 이게 뭔 일이야. 그로부터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선후배 관계를 멋지게 이어나가는데는 실패한 것도 같지만 바로 그 김원장이 내 옆에서 김기사 노릇을 하고 있어!!! 그 김원장과 둘이 "함께" 니스에 다시 오다니, 아니 정확히는 니스를 지나치다니, 하여간 새삼 놀랍고 놀랍도다. 썸은 이루어진다. 그나저나 산천도 의구하지 않고 인걸은 말할 것도 없  

 


조만간 유로 2016 경기가 열릴 니스 알리안츠 리비에라 경기장

(그러나 수일 후 프랑스와 북아일랜드 축구팬들 사이 훌리건 폭력이 발생했... ㅜㅠ 음은 물론,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를 기준으로 약 2주 전쯤에는 우리 모두 다 아는 테러가 발생한 니스 엉엉엉)


봐도 봐도 어느 구멍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는 ㅋㅋㅋ

익숙한 지명을 단 표지판 몇 개를 지나다 보니 - 모나코도 소국이지만 이전에 둘 다 각자 알아서 와봤던 터라 이번 여행에서는 제꼈다 -

어느새 그럴싸한 산이 정면에 뙇. 국경이 가까워진 모냥


아 뭐야 기대했던 프랑스-이탈리아간 국경 통과가... 이리도 평범한 터널이었으 ㅋㅋㅋㅋㅋ


오흐브와 아비엥또 이런 인삿말 할 사이도 없이 그냥 갑툭튀 챠오 이탈리아 신세

황망하게 맞이하긴 했지만, 내가 유럽에서 제일 좋아라 하는 나라, 이탈리아에 도착!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와락 (얼마만이긴 프랑스랑 똑같지)




짧은 프랑스에서의 체류였지만,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넘어올 때 느낀 첫 인상은 '흠... 프랑스는 스페인에 비해 삐까뻔쩍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 / 떠날 때는 '겉으로는 평범하거나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속은 평균 이상 잘 해놓고들 사는구나'였는데, 프랑스에서 이탈리아 넘어와 만나는 첫 마을, 벤티미글리아에서 깜짝 놀란다. 이탈리아 왜 이래. 원래 이랬었나. 통행료는 왜 이렇게 비싸. 왜 이렇게 못 살아. 차들은 왜 이리 후졌어. 분위기가 왜 이렇게나 우중충해... 모르지. 이 마을만 이럴지도. 그리고 프랑스에서의 경험처럼 이건 그저 첫 인상에 불과할지도.   


Coop을 목표로 찾아 간건데 리들이 보여서 리들 먼저 구경 갔다가 쿱으로 갔다. 리들 앞 주차장에 껄렁껄렁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괜시리 긴장이 되더라. 차 문 잘 잠궜지? -_-;;;


우와 넘쳐나는 라비올리 ㅋㅋㅋㅋㅋ 이탈리아에 온 것이 맞구나

게다가 수퍼 계산대 줄에서 내 앞에 서 있던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느끼한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며 내게 당신 차례를 양보해 주신다. 

오오 이마저 이탈리아에 온 것 같아 ㅋㅋㅋ 그라찌에 밀레.

분위기가 우중충하네 어쩌네 해도 수퍼마켓 물가는 프랑스보다 확실히 착하다. 국경 하나 넘었다고 즐겨찾는 쇼핑 목록도 다른 것 같고. 


The Best Beaches in Liguria http://www.miomyitaly.com/best-beaches-in-liguria.html


한동안 쇼핑 및 휴식을 마치고 이제부터는 고속도로 대신 강따라 북상하는 국도를 선택한다. 그러니 얼마 달리지 않아 다시 프랑스야. 캬캬캬

그래 아까 프랑스한테 인사를 못 해도 전혀 상관 없었던 거였어. 이렇게 금방 다시 만났잖으

국경을 넘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노렸던 메깡뚜르 국립공원이 짜잔


메깡뚜르 국립공원에 대한 프랑스 관광청 측의 설명을 따오자면 ;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따라 뻗어 있는 마리팀 알프스(Maritime Alps)에 속해 있다. 197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최고봉은 해발 3,143m의 몽젤라(Mont Gélas)이다. 총면적은 68500헥타르이며, 메깡뚜르 국립공원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눤다: 알프 마리팀(2/3 면적)과 알프 드 오뜨 프로방스(Alpes-de-Haute-Provence) 
자연 보호 지정 구역인 메깡뚜르에서는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희귀한 동, 식물을 볼 수 있으며, 특별한 풍경을 감상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원 전체에 걸쳐 뻗어 있는 총 길이 약 600km의 좁은 길을 따라 도보 여행을 하거나 곳곳의 목가적인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매년 80만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다. 몽베고(Mont Bégo)의 산기슭에는 청동기시대에 바위에 새겨진 37,000개의 암면 조각이 보존되어 있어 이곳을 등반하며 유적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은근 흥미를 끄는 산중 마을들이 보이곤 한다





떠나오기 전 여행 지역 근방의 프랑스 국립공원들을 재차(예전에 열공한 적 있지만 놀랍게도 하나도 기억이 안나 기억) 다 뒤졌는데...


National Parks 

N01: Parc national de la Vanoise / N05: Parc national des Écrins / N06: Parc national du Mercantour 

N02: Parc national de Port-Cros 

N03: Parc national des Pyrénées 

N04: Parc national des Cévennes 

N07: Parc national de la Guadeloupe

N08: Parc amazonien de Guyane

N09: Parc national de La Réunion

N10: Parc national des Calanques


일단 프랑스는 "국립"공원 자체가 10개 정도로 많지 않고 (거기서 또 섬 몇 개 빼고 하면) 그나마 본토에서 (지나온) 피레네와 알프스 언저리 부근 말고는 딱히 끌리는 곳이 없었더랬다. 오늘 지나보는 메깡뚜르 국립공원(상기 그림에선 N06)으로 말하자면... 아하, 이 정도 자연환경이면 프랑스에서 국립공원에 선정될 수 있구나, 그 쯤... -_-;;; 물론 절대적이지 않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보편적이지도 않고 지극히 주관적인, 그냥 휘리릭 지나치기만한 일개 여행자의 의견이다. 다시금 밝히지만 우리 부부의 국립공원 취향은 역사보다는 자연, 자연 중에서도 바다보다는 산인지라, 다른 나라의 산을 낀 국립공원들을 이미 몇 곳 다녀본 적이 있어서... 하여간 다음에 다시 온다면 프랑스에서는 국립공원보다는 작은 마을들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마시고 하는게 우리에겐 남는 딜일 듯(근데 아마도 다시 안 올 것 같... ㅎㅎㅎ)      


프랑스 메깡뚜르 국립공원에서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로 이어지는 국경 또한 터널 통과로 끝인 모양이었다. 하긴 (아래 사진 상에) 펼쳐지는 산맥을 보아하니 저걸 돌아돌아 넘느니(옛 길이 보이긴 하더라) 터널이 효율적이지 싶긴 했다. 해당 터널은 편도로 운행되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땐 반대편, 즉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차량들이 넘어오는 시간대여서(정지선이 시작되는 부근에 신호등과 다음 통행 가능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려주는 시계가 있었다) 우리 또한 꼬랑지에 주차를 하고 남아있던 17분의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이런 경험도 처음이면 나름 신기할텐데 당시로선 그냥 그런갑다 심드렁 모드. 문제군 문제야). 목하 주변 공사중이던데 언젠가 양방향 동시 통행이 되려나.   



뭐 먹을게 있나


인상 깊었던 사실 하나는 우리는 보통 이런 식으로 차량이 줄줄이 서있으면 오토바이들이 차량을 앞질러 맨 앞 정지선까지 나아가 대기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모터사이클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차례대로 한 줄 서기를 해서 기다리더라는 점.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나로서는 이런 점에서 선진국스럽구나 했다는 ㅎ 


우리 뒤로 열 대쯤 차들이 늘어선 뒤 파란 불이 켜졌다. 이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차량들이 줄줄이 출발,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한다

내비게이션에도 국경선이 나타났다


긴 내리막 터널을 통과해 환한 세상으로 나오니 다시 이탈리아 땅, 피에몬테 주다(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모를까, 사실 피에몬테 주라는 이름은 주도인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 비해 덜 알려진 것 같다). 방금 터널을 통과한 바 주변은 산악지대인데, 정말 눈이라도 펑펑 내리면 신나게 스키 타고 뭐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때가 때라서 그런가, 상당히 황량하다. 얼핏 보면 망해가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귀신 나올 것 같은 작은 마을들을 연달아 몇 지난다. 조금 전 처음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막 넘어왔을 때, 해안가 마을 벤티미글리아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겪는다. 이탈리아 왜 이래. 왜 이렇게 볼품이 없어.    


그렇게 쿠네오 부근까지는 계속 국도를 타다가 김기사 왈 운전이 슬슬 지겨워진데서 - 내 그럴줄 알았지 - 남은 구간은 잠시나마 고속도로를 타기로 했다. 


비슷한듯 다른 톨게이트와 통행권. 이탈리아는 하이패스를 텔레패스라고 부르는구나



해당 구간 고속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어서... 대체 통행료가 얼마나 비싸길래 이토록 차가 없나 -_-;;; 멕시코 생각이 나면서 은근 걱정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면은 좋았고 통행료는 비싸긴 비쌌는데 차량이 없었던 이유는 이 동네 자체의 문제지 꼭 통행료 때문은 아닌 듯)   


그렇게 지방도 국도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포장 도로까지 달리고 달려 

오늘의 숙소 Agriturismo Minaldo에 도착

(이탈리아의 '아그리투리스모'는 프랑스의 지뜨와 비슷한 개념으로 농가민박 쯤으로 받아들이면 되시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