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도르 to the 파라도르

첫날이 산 위의 그것이었다면, 둘쨋날은 바닷가의 그것으로 간다. 나는야 극단을 달리는 아줌마.


참고로 스페인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고속도로를 많이 이용했지만, 한 번도 톨비를 낸 적이 없다. 지나온 해당 구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독립을 주장하는 자치주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고속도로 톨비가 꽤 나온고 들은 바 있어 알리칸테 못 미친 갈림길에서 해안쪽이 아닌, 내륙쪽 무료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오늘의 목적지인 El Saler로 향한다. 아낀 톨비는 밥 사먹는데 보태자면서 ㅎ


유럽에서 쌀을 제일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스페인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스페인 내에서 쌀이 제일 맛있는 지방이 바로 이 동네라더니... 이건 너무 익숙한 논이잖아! 게다가 끝이 없어! 김제 평야인건가



그러하다. 자고로 어디나 질 좋은 농산물이 풍족하게 자라는 곳에 그를 가지고 하는 요리가 발달하는 법이니 신토불이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빠에야 역시 발렌시아 이 동네가 원조로 유명한게 당연하다 하겠다. 


나무위키의 빠에야 설명 https://namu.wiki/w/%ED%8C%8C%EC%97%90%EC%95%BC


 at Restaurante Pasqualet

홈페이지 http://restaurantepasqualet.es.tl/ 

우리가 들어갈 땐 한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는데 그들이 곧 빠지는 바람에 한 20분은 우리만 점령했더랬다(물론 이후 바로 거의 꽉 찼..)


알 수 없는 관계의 두 남자가 운영을 하는 크지 않은 식당으로(마을 규모를 생각하면 큰 게 더 이상하다) 한 구석에 쌀 포대가 쌓여있어 마치 이천 쌀밥집 포스가 좀 났다. 홀 서빙 담당 아저씨보다 요리 담당 주방장 청년이 영어를 더 잘해서 우리 주문은 주방에서 청년이 나와 앞 치마에 손을 닦으며 받았다. 전날 미리 홈페이지에 들어가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번역기를 돌려가며 오늘의 메뉴를 고민하다가, 맛이 기억이 안 나긴 하지만 어쨌든 오징어 먹물 빠에야는 20여년 전에 먹어본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바닷가 앞이기도 하니) 해산물 빠에야 Arroz de Marisco를 먹어야겠다 결심했더랬다. 그런데 해산물 빠에야를 주문하려던 내게 다른 뭔가를 계속 추천하는 듯한 쉐프 청년. 서로 말이 잘 안 통하니 결국 청년이 나를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ㅋㅋㅋ 그가 보여주는 것은 커다란 빨간 새우들(얘네 이름이 까라비네로, 인 모양이었다). 아하, 오늘 얘가 물이 좋으니 이걸 먹으라는 얘기인가보구나. 예솊! 빨간 새우 빠에야 Arroz de Carabineros 2인분! 주방에 들어온 김에 청년은 내게 빠에야 팬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참고로 팬 이름 자체가 빠에야라고 한다=빠에야라는 요리 이름이 만들어지는 팬에서 유래), 색상은 다르지만 마치 넓고 납작한 것이 마치 우리네 닭갈비판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주문하는 인원수에 따라 팬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것이 어쩐지 칼국수집 양푼 그릇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 2인분 팬을 보여주길래 내가 우와 되게 커! 하니까 밥이 바닥에 얇게 깔린다는 제스추어를 취했다 ㅎ


미리 해놓고 퍼주는 곳이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하는 곳이었던지라 - 그렇다. 새우 하나 하나 똥부터 빼고 생쌀 앉혀 밥짓... - 술을 안 할 수 없었다(오늘도 인과 관계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따지지 말라). 어디선가 빠에야엔 샹그리아가 어울린다고 읽은 것 같아서, 와인 리스트 가득한 메뉴판(판독이 전혀 안 되는)을 보는 척 하다가 혹 샹그리아도 있어요? 하니까 서빙 아저씨가 샹그리아??? 음... 알았어!!! 하시더니 와인 셀러에서 뭔 와인 한 병을 새로 뿅 따! 그걸로 콸콸콸 눈 앞에서 과일 팍팍팍 거기다 이것 저것 막 넣더니 뚝딱, 그리고 척 하니 우리 테이블 위에 이따~만큼 올려놓았다. 헐, 내가 원한 건 겨우 두 잔이었는데... 이게 다 뭐야? 이런 기쁜 참사가(메뉴판에 가격이 안 써 있어 한 잔 마실 때까진 후환이 두렵긴 했다. 두 잔 이후로는 에라 모르겠다 먹고 죽자로 바로 변신!). 


샹그리아 주전자 부어라 마셔라 하다보니 어느덧 오늘의 주인공 새우 빠에야가 도착을 했습니다!


친절한 서빙 아저씨가 기념 사진까지 챙겨주시고


간만에 먹은 빠에야로 말하자면...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사실 거의 다 먹었다). 주문시 쉐프 청년과 들어가는 소금 양을 가지고 열심히 합의를 본 만큼, 간도 딱 좋았다. 다만 전처럼 한식을 못 먹다가 먹었으면, 이게 그저 쌀밥이라는 이유로 바닥까지 햝아 먹었을텐데... 워낙 한식까지 잘 처먹고 다니는 지금은 그냥 조금 덜 익었는데 거기다 살짝 질기까지한(이 동네 사람들 취향이다) 새우 돌솥밥이라고 해야 하나 볶음밥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음식이었다. 빠에야 집이 흔히 그렇듯 최소 주문량이 2인분부터였기때문에 2인분을 주문하긴 했지만 1인분에 14유로나 주고 먹기에는 좀 아쉬움이 남았다고 하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샹그리아는 와인 메뉴 평균가였던 10유로에서 그쳤지만, 10% 택스가 별도로 청구되다보니 가성비 만족도 면에서는 이번 여행 시작하고 가장 떨어지는 외식이었다고 하겠다. 차라리 쌀 요리가 아니었다면 따로 선호 입맛이랄게 없으니 점수를 높게 받았을텐데...  


운전 괜찮겠나? 5분이면 가니까 별일 없겠지? 마실 땐 좋은데 어째 아슬아슬하다



Parador de El Saler


@ 홈페이지 http://www.parador.es/en/paradores/parador-de-el-saler

@ 예약 : 파라도르 홈페이지에 김원장 명의 회원 가입(Amigo of Paradores)하고 조식 불포함 Standard twin룸을 115유로에 예약  

@ 장점 : 대도시 발렌시아 근교 지중해 바닷가(우리가 아는 '마요르카'니 '이비자' 섬이 둥실 떠 있는)에서 한적히 쉬고 싶다면

@ 단점 : 기대했던 파라도르라고 하기엔...

@ 기타 

- 앞서 밝혔듯 파라도르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하고 첫 예약을 하면, 선물로 2인 조식 바우처를 준다. 문제는 이미 어제 써먹(을 예정이)었다는거지. 그래서 이 집 예약을 앞두고 익일 조식은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김원장이 "뭘 고민해? 내 이름으로 따로 회원 가입 되지"하더라. 오호 역시 머리는 두 개여야 하는구나. 그래서 김원장 이름으로 따로 파라도르에 회원 가입을 하고 이 집은 김원장 이름으로 예약했다. 체크인시 출력해 온 조식 바우처를 내밀어 (제 돈 내고 먹으면 둘이 30유로 넘어가는) 익일 조식을 또 공짜로 먹을 수 있게 된거지 크하하하하하하.

- 조용한 방 배정 부탁을 위해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답변을 못 받았다

회원 혜택으로 체크인시 2인 웰컴 드링크 쿠폰을 받을 수 있다

- 상상했던 파라도르라기보다는 발렌시아의 있는 자들을 위한 현대식 골프 리조트스럽다

- 전날 로르카 파라도르보다 35유로나 더 지불했는데 오히려 만족도는 떨어지는 곳이었다(로르카가 싼 거긴 하다 ㅋㅋㅋ)

- 아, 이 집도 짐 먼저 부려놓고 다시 주차장으로 빠꾸하길 추천


객실 자체는 어제보다 밝고 환해서 마음에 들었는데(여전히 욕실에 세면대도 두 개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파라도르를 골프장이 감싸고 있는 형국인지 골프장 내 파라도르가 지어진건지 

바다와 라군 사이 펼쳐진 필드에서 아침부터 골퍼들이 와르르 몰려와 삼삼오오 골프를 치다가 오후엔 (안 자고) 다들 빠져나가는 듯



좀 더 비싼 등급에 묵는다면 방에서 이런 씨뷰가 보이겠지만

저렴한 우리 방에서는 짤없이 주차장과 골프장 뷰 - 처음에 체크인할 때 꽉 찬 차보고 놀라고 저녁에 다 빠져나가서 또 놀라고.




저녁엔 바닷가로 산책. 오호, 나름 깨끗한 바다인건가. 거북거북




야호! 바다다! 


이 곳은 지중해 서부(발레아레스 해)입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다가 다시 파라도르로 돌아와

오늘도 자신있게 웰컴 쿠폰을 내밉니다 ㅋㅋㅋ


서버 할아버지께 적포도주 한 잔, 맥주 한 잔 주세요 하니까 스페인어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음(이게 밑천 다입니다 ㅋㅋㅋ)

일본인이냐고 해서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옛날옛적 미국에서 한국 선수 캐디로 뛰셨다고. 한국인 너무 착하다고. 선수 이름은 도무지 알아듣...


그리하야 나는 아침에 와인 점심에 와인 저녁에 와인 쓰리콤보 완성, 김원장은 아침에 샴페인 점심에 와인 저녁에 맥주 삼단뛰기 성공

여행 구력 후기를 작성한지도 거의 15년인데... 삼시세끼 음주라니 화룡점정 엄청난 기록을 달성하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다음 사진이 또 이거네. 이것은 다음날 사진입니다! 같은 날이 아니무니다! 

파라도르는 아침부터 술을 주는 모냥입니다(딱 두 곳 묵어봐서 다른데는 모름). 공짜로 주면 뭐든 다 먹습니다. 

메뉴나 분위기 또한 어제 로르카 파라도르만 못 하지만... 그래도 이거슨 훌륭한 공짜 조식이무니다. 달걀후라이도 있스무니다. 

우리와 여러분 모두의 인생에 건배. Buenos dias!

'2016(모포안산리룩·말브스라베) > 이베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 돌아 안도라  (0) 2016.06.15
[Tortosa] Torre del Prior  (0) 2016.06.13
[Lorca] Parador de Lorca  (0) 2016.06.09
[Sierra Nevada/Bubion] Casa Ibero  (0) 2016.06.07
Alhambra  (0) 2016.06.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