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온다!


원래 그라나다 시내 한복판 아파트를 예약했다가 김원장의 반대로 그라나다 외곽 마을의 작은 호텔로 갈아탄건데, 다시 복잡한 그라나다 시내로 차를 몰고 들어가느니 차는 그냥 얌전히 숙소에 주차해두고 알함브라는 버스 타고 가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서 대략 15분에 한 대 꼴로 그라나다행 버스를 탈 수 있다(시간표에 맞춰 온다). 소요시간은 약 20분(그라나다 도착 지점은 Bus Vuelta Hotel Paseo de los Basilios, 1A)  


1인당 1.5유로/편도. 탑승시 드라이버에게 현금을 내니 이런걸 끊어줬다.


그라나다 버스 종점(버스는 다시 그 방향 그대로 빙그르르 숙소 마을 쪽으로 돌아간다)에서 내려 알함브라까지 걸어 올라가는 길.



저 멀리, 오늘 하룻밤 묵을 예정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설산이 보인다.


그래, 알아. 나 알함브라 왔다고 ㅎㅎㅎ


매표소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무인발급기 쪽으로 찾아가야겠다, 했는데 마침 몇 명 되지 않아 옳다쿠나 하고 매표소에 줄을 섰다 미리 예약해 온 티켓을 발부 받았다(예약시 이메일로 받은 긴 일련번호의 Purchase reference 출력본과 결제시 사용했던 신용카드를 내미니 매표소 아저씨가 상기와 같은 입장권을 주었다). 사족으로 매표소 앞에서 트렁크를 끌고 온 한국 여성을 보았는데... 어디선가 곧장 알함브라로 온 모양이다. 저 가방 어디 맡길 곳이 있겠지?


나의 예약기 http://blog.daum.net/worldtravel/13690651


한국을 떠나오기 전 미리 효율적인(=조금이라도 덜 걷는) 알함브라 구경 동선을 찾아 왔지만(참고한 사이트 http://blog.naver.com/bookman4/200643195), 숙소에서 주는 공짜 아침 식사는 먹고 나와야겠고 ㅋㅋㅋ 차를 끌고 그라나다에 들어가긴 싫고 하다보니... 예정된 헤네랄리페->나사리 궁 순서가 아닌, 나사리 궁부터 들어가야 쓰겄다. 오늘마저도 준비해 온 보람은 별로 없는 것인가.  


벌써들 시간 맞춰 줄 서 있구만.



시간 맞춰 제대로 온 건지 우선 체크하던 직원왈, 배낭은 앞으로 메라고 알려준다. 왜 그러는걸까. 정신 잃고 감상하다 털리기라도 하는걸까. 

이 줄에 서 있는 이들이 알함브라 하나 보겠다고 전세계에서 꾸역꾸역 모여든 사람들이겠구나 생각하니 뭔가 묘한 감정이. 


드디어 입장. 오래 살다보니 내가 여길 다 와보는구나. 두근두근.


헐 관람객이 너무 많아 ㅜㅠ












흠...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솔직히 우리로서는 별 감흥이 없다. 나는 그저 이렇게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고... 이 말만 몇 번 뱉고, 김원장은 기껏 (관광 모드로 따라)왔는데 유명세에 비해 실망이라고 한다. 김원장한테는 "댁이 이 티켓을 구하기 위해 들인 노고를 몰라서 그런 말이 쉽게 나오는게야" 하고 쏘아 붙였지만(사실 뭐 노고까진 아니...)인정하긴 뭣해도 결국 우리가 무식해서 그런걸로 ㅋㅋㅋ 




이제 파르탈 궁과 개구리 울어대는 정원을 지나 



정문 입구 근방의 제네랄라이프? 헤네랄리페 쪽으로 되돌아간다. 우와, 나사리 궁 다녀오니 그새 사람이 완전 바글이네





우리는 여기서도 나사리 궁에서와 비슷한 = 형편없는 감상평을 나눈다. 여름에 대체 얼마나 더웠으면 이렇게 만들었겠어 따위 ㅋㅋㅋㅋㅋ







나사리 궁에서는 몇 명 보이지 않던 한국인이, 헤네랄리페에 오니 넘쳐난다. 왁자지껄 한국어를 들으니 한국 어드메 같기도 하다.

지나가는 외국인 말을 눈치코치 듣자하니 한국 패키지팀을 욕하는 것 같... ㅜㅠ 

산타마리아 교회 앞을 지나쳐

카를로스 5세 궁으로 되돌아가서 

또 구경. 여기 1층에 스페인-이슬람 국립 박물관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이 박물관이 제일 좋았다(어쩜 아무도 없어서 그랬을지도).


 마지막으로 구경한 알카사바




벨라의 탑에 올라 그라나다를 조망한다. 그래, 누가 쳐들어오나 볼까. 들어앉은 자리가 요새로서는 적격이었겠구나 싶다.




포스팅을 작성하고 나니 스프라이트님께서도 알함브라 관련 글을 진행 중이신 듯 하다. 아래 링크 이후로 올라오는 글들을 보시면 될 듯

제대로 된 후기 http://blog.naver.com/ermdyoo/220723840023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어쩐지 큰 일을 치룬 것 같은 알함브라 구경을 마치고 이젠 그라나다 시내로 쫄레쫄레 내려가 본다.



아 쫌! 콜럼버스+이사벨 동상 쫙 땡겨 찍으랬더니 이게 뭐야!

Heladería los Italianos 에서 카사타 하나 먹고


(이것도 나한테 꾸사리 먹고 다시 나름 크게 찍은 샷 ㅋㅋㅋ)



알카이세이라 구경하고


Alhambra Cafeteria 와서 갓 튀겨낸 뜨끈뜨끈 추로스도 먹어주고 - 남들 하는 건 나도 해본다 ㅋㅋㅋ

흐미 달아라 


마지막으로 Avila II로 가서 낮술 한 잔씩 한다.



오후에 갈 길이 먼 관계로... 클라라로 주문

 

무료 타파스로는 (계획에는 없었으나) 스프라이트님께서 강추하신 달팽이를 시도(예, 제가 귀가 얇습니다). 


달팽이를 먹을 땐 눈이 마주치지 않는 것이 대왕야마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치고 말았어!!!


달팽이와 시선 교환을 하고 나니... 급 죄책감이 밀려와... 미안미안해... 다른 타파스 추가 주문 ㅋㅋㅋㅋㅋ

(이 집의 시스템으로 말하자면 2.1유로하는 술 한 잔당 무료 타파스가 하나씩 딸려나오고, 추가 타파스 주문은 1.5유로를 받는다)  

하몽 아사도. 최고네. 얘만 있으면 몇 잔이고 마시겠네.

(이렇게 둘이 달팽이랑 하몽 안주 삼아 한 잔씩 하고 총 얼마? 2.1 X 2 + 1.5 = 5.7유로. 오오 언빌리버블)

아무 생각 없이 따라댕기는 김원장은 이 코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전혀 모르겠지. 에잉, 편한 인간 같으니.  


자빠져 더 누리고 싶어도 갈 길이 멀다. 이렇게 알함브라 및 그라나다 시내 내맘대로 간단 투어를 마치고 다시 숙소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지난 가을 중미 니카라과 여행을 준비하면서, 니카라과의 그라나다 정보를 찾고 싶은데 자꾸 이 곳,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 정보만, 그것도 수두룩하니 너무 많이 잡혀 짜증냈던 기억이 ㅎㅎㅎ 이제 이 자리에 서보니 니카라과의 그라나다(http://blog.daum.net/worldtravel/13690614)와 스페인의 그라나다는 참으로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 있구나. 


원조 그라나다여, 안녕히.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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