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에서 대성당을 못/안 보고 나온 것도 모자라 론다에서는 아예 도망치듯 서둘러, 알람 맞춰 놓고 일어나 얼른 밥 차려 먹고 샤워하고 탈출을 감행한다(그래도 차가 거의 안 다니는 밤, 그리고 이어지는 일요일 아침까지는 좀 낫더라). 이제 내게 남은 관광 모드의 일정은 코르도바와 그라나다 이틀뿐. 과연 두 곳에서는 무사히 관광에 성공할 수 있을지... 어째 분위기가 거의 반 포기나 다름 없는 상태 ㅋㅋㅋ 


일찍 나온 덕에 김원장이 후보 여행지도 기꺼이 들려주겠다고 해서 아싸, 

at Setenil de las Bodegas







세비야에서 론다에서 이어지는 길의 주조가 올리브 또 올리브 미친 올리브 끝이 없는 올리브였다면, 론다에서 코르도바로 이어지는 길(특히 남부)의 주제는 컴퓨터 바탕화면이 되시겠다. 5월의 안달루시아는 너무 아름답다. 다시 오게 되더라도 꼭 이 맘때 다시 오고 싶다.




사진이 그지 같은거다. 실물이 100배 아름답다.



안달루시아에서 겪은 머피의 법칙이라면, 꼭 끝이 보이지 않는 멋진 해바라기 밭을 지날 때는 꽃들이 뒤통수만 보여주기 일쑤라는 것


Restaurante Baldomero. 원 계획대로라면 코르도바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먹으려고 찜했던 시골 마을 작은 식당인데... 론다에서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점심 손님 맞이 테이블 세팅이 한창일 때 들어가게 되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더라. 주인 아주머니는 소문대로 무척이나 친절했는데, 아침이라도 간단히 먹고 가겠냐고 묻길래 그냥 가긴 서운하고 해서 1인분만 주문해서 요기를 했다.  


빵 위에 올려진 버터량을 보고 깜짝 놀랐네


그리고 드디어 코르도바!!!

이리 보아도 메스키타 저리 보아도 메스키타 어화둥둥 메스키타




마침내 오늘만큼은 아무 사건사고 없이 계획대로 김원장과 메스키타에 입장을 하는구나 음화하하하하하하



(론다 시내도 그렇더니 코르도바도... 오늘 뭔 가톨릭 축일인듯)


했지만... 머시여. 일요일엔 점심에 한 타임 쉬었다 다시 연다고라. 뭐지 나 왜 이런거 못 챙기고 왔지? 

(아마 점심 거하게 먹고나서 코르도바에 들어오겠지...라고 계산했었던 모양이다 ㅜㅠ)


뭐 그래도 나에겐 플랜 B가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어차피 점심도 먹긴 먹어야 하니까 그까이꺼 맛있는 밥을 먹으며 오후 개장을 기다리면 되잖아. 좀 전의 시골 식당 말고도 코르도바에도 레스토랑 후보로 세 곳을 꼽아왔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A로 고고씽. 

A앞에 다다르니 인터넷을 통해 알아온 오픈 시간이 틀렸는지 목하 테이블 세팅 중이었다. 기다렸다가 먹을까? 그러나 김원장은 A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든다며 B로 가보자고 했다. B는 내가 가장 가고 싶던 유력 후보였는데 결정적으로 일요일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가보니 일요일 안 하더라. 그래서 내처 일요일에 한다는 C로 갔는데... C는 리모델링 중이라는 안내판이 똭 ㅜㅠ (추가로 현지인들이 가득한 식당 한 두 곳을 시도해 보았으나 너무 시끄러워 후퇴했다)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아 코르도바 삼만리 중




서로가 서로의 모델이 될 수 밖에 없는 유대인 거리



식당 안내를 핑계로 코르도바에서 (메스키타만 빼고) 내가 걸어보고 싶었던 길들을 다 밟았을 때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김원장이 관광지 식당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드니 메스키타는 됐고 그냥 숙소로 가서 맛있는 라면이나 끓여먹고 쉬자는 것이다(유럽의 성당 교회 등은 물론이요 모스크도 중동 돌아댕길 때 많이도 봤다면서... 아 진짜, 메스키타는 원조 짬뽕이라고!). 솔직히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나마 아까 얼결에 먹인 버터 듬뿍 빵 한 조각이 신의 한수 열량을 공급해 줘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진작 뜨자고 하고도 남을 사람이지 ㅋㅋㅋ (그나저나 이 인간이 아직도 '고맙습니다가 뭐야' 물으면 '오브리가도' 하고 자빠졌네. 포르투갈 벗어난지 2박 3일째라고! 앞으론 그라시아스 하라고!)


이젠 뭐 아쉽지도 않다

...

라고 말하고 싶지만, 되돌아가 사진이라도 한 방 더 ㅜㅠ

아... 어제 론다 숙소만 안 시끄러웠어도 오늘은 예정대로 착착착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엉엉엉


그나저나 스프라이트님 코르도바 후기가 아직 안 올라온 관계로... 링크는 추후 걸기로 하고 ㅎㅎㅎ


그리하여 나는 마음 속에 플랜 C를 (어차피 내일 다시 코르도바를 지나가야만 하니까 ㅋㅋㅋㅋㅋ) 고이 간직한 채, 김기사를 숙소로 몰았다. 



Balneario Aguas de Villaharta 숙소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 홈페이지 https://aguasdevillaharta.com/

@ 예약 : 부킹닷컴 통해 Cottage Double or Twin Room을 60유로에 예약하고 조식으로 1인당 5유로씩 추가 신청하여 총 70유로  

@ 장점 : 노린 바대로 조용하다. Cottage Double or Twin Room이라고 하여(트윈으로 메모 남겨 놓고) 2인용인가보다 했는데 막상 내어준 코티지는 객실 2개에 총 4인 가족이 머물 수 있겠더라. 혹 더 큰 코티지를 준건 아니겠지.

@ 단점 : 딱히 없었다. 굳이 꼽자면 5월엔 바깥보다 오히려 실내가 더 싸늘했다는 점?

@ 기타 

- 예약해 온 숙소들 중 유일하게 수건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어 여부를 확인하는 이메일을 두 번인가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다(김원장은 요즘 같은 시대에 말도 안 된다며 챙기지 말라고 했지만 - 만약 진짜 없다면 침대보로 닦겠다는 어글리 코리안과 같이 살고 있다 - 나는 몰래 수건을 한 장 챙겨왔다). 그래서 숙박객 응대가 별로인 곳인가보다 예상하고 왔는데, 마치 가족 경영인지 직접 만난 모두들 다 친절하더라. 아, 그리고 수건은 있었다 ㅋㅋㅋ(오늘을 위해 챙겨온 수건은 진작부터 식탁보 대용으로 잘 쓰고 있다) 

- 숙소는 참 예뻤다. 코티지 안보다 밖이 더 예쁘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

- 후기를 읽다보면 느린 인터넷 속도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공유기가 위치해 있다고 사료되는) 리셉션과 제일 가까운 코티지를 배정 받은 데다가 이 날 (레스토랑 손님은 있었을지언정) 투숙객은 우리 외 한 팀뿐이어서 (으하하하하하) 론다에서 느린 속도의 인터넷 환경에서 새 숙소 찾느라 짜증났던 기억이 말끔히 사라졌다  

- 만약 4인이 묵는다면 온수 탱크 용량 때문에 마지막에 샤워하는 사람은 부들부들 떨 듯    

-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온천? 스파? 도 가능

- 조식은 별도로 운영하는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에서 먹는다. 다른 팀은 조식 불포함이었기 때문에 역시나 우리만을 위한 밥상이 차려졌다



왼편 문이 식당 입구. 여기까지 누가 오나 싶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가 은근 손님이 오더라





우리 코티지는 1번. 야외 테이블도 우리 전용

 

방이 두 개(안방 입구는 사진 왼편 밖에 위치 ㅋ 사진상 안 보인다). 코티지 내부는 심플하다 



 솔까말 라면이 스페인식보다 맛있긴 맛있더라 ㅋㅋㅋㅋㅋ




야외 수영장. 보기엔 좋지만 코티지 내부가 추워서 난로에 장작 넣고 불장난 붙이다 나왔는데... 5월엔 그림의 떡인걸로.




하루 종일 새 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었다. 덕분에 체크아웃할 때 보니 나무 밑에 세워둔 우리 차가 완전 새똥 범벅이 되고 말았...



이 숙소 어디나 생화가 흔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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