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뒤를 잇는) 거대 도시 발렌시아 시내를 굳이 차 끌고 들어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놓고, 한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이런저런 계산 끝에 끝내 들어가 보기로 결정. 


과거와 현재가 멋지게 어우러지는 발렌시아... 그딴 거는 잘 모른다


우리는 그저 기차역 맞은 편에



Supermercado Asiático Yuen Tong (한자로 원동행 - 멀고먼 동쪽?)이라는 중국 수퍼마켓에서 한국 식품을 일부 판매 중이라는 소식만 알 뿐.

 

다른 글도 재미있는 산들무지개님 이야기 http://spainmusa.com/463 


그리하여 급 물 만난 고기로 변신

 

흥분 모드로 마구 쓸어담았다가 이성을 챙겨 다시 뺐다가 ㅋㅋㅋ 를 몇 번 반복한 끝에 그간 비었던 곳간을 다시 채우고,

이외 아무 것도 구경 안 한 채 발렌시아를 버벅거리며 탈출한다(여전히 좀 큰 도시만 들어갔다하면 한 번에 원하는 길로 못 나온다 ㅋㅋㅋ)


(그리고 보니 발렌시아 오렌지가 유명하긴 한가보다. 고속도로 주변에도 오렌지 나무가 참 많았다)


이후로도 계획해 온 관광 루트 같은 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기사에게 끌려

오늘의 숙소에 무사 도착.


그런데 헐. 띵똥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어! 열린 대문으로 들어가 건물 현관문을 돌려봐도 잠겨 있어! 여기 아무도 없음둥??? 설마 망했...?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공식 체크인 시각은 오후 3시. 어쩌면 혹시 그래서 주인장이 자리를 비웠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때려보는 수 밖에. 이렇게 거는 게 맞나... 여전히 로밍폰 전화는 어렵다. 어찌어찌 어떤 남자와 통화 연결 성공. 아싸, 주인이 맞다고. 역시나 체크인 시각이 아닌지라 밖에 나와 있다고 한다. 다행히 지금 얼렁 갈테니 30분만 기다려 달라고. 일단 마당으로 들어가 그늘진 데에서 쉬고 있으면 된다고. 오케. 그간 모든 숙소에 특별한 문제 없이 잘도 체크인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오늘 딱 걸렸네.  


커다란 탑이 우뚝 솟은, 일견 전혀 숙소 같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분위기 하나는 매우 삼삼하다



수영장도 있고



주인이 언제나 오려나... 뒷마당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쭈욱 마실 나가보니


 기나긴 수로가 있다(수로 너머로는 바로 스페인의 젖줄 에브로 강이 평행하게 흐른다)


주인은 약속대로 30분 만에, 숙소 초입 비포장 도로 먼지를 꼬리처럼 달고, 제법 불콰해진 얼굴로ㅋㅋㅋ(좀 미안하더라) 도착했다.

일찍 와서 미안해 했더니, 아니라고, 환영한다고 맞아주는 그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꽤 친절한 남자였다. 


Torre del Prior


@ 홈페이지 http://www.torredelprior.cat/eng/about.html

@ 예약 : 부킹닷컴 통해 조식 포함 더블룸 87유로에 예약, 이외 1인당 도시세 0.5유로 별도, 총 88유로 지불  

@ 장점 : 내가 중요시 여기는 숙소로서의 우선 조건을 놓고 보면 완벽하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침대 좋고 온수압 좋고...(정원에서 주인 기다릴 때는 생각보다 차 소리가 좀 들리네 싶었지만 1층 방에서 묵는 동안엔 ㄱ 자로 꺾인 건물 구조상 소음이 가려져 전혀 못 느꼈다). 공용 부엌 갖춤새도 훌륭하고 식당마저 예쁘다

@ 단점 : 음... 조식 메뉴는 좀 더 개선될 여지가 남아있지 않을까(우리끼리 아저씨가 싱글이라 부인의 여성적 터치가 좀 부족해서 그런게 아닐까 추측). 욕실이 유리벽이라 샤워하는 모습 생중계(다행히 화장실은 안 보임)

@ 기타 

- 예약 당시 구글맵 상의 위치는 살짝 틀렸었다(지금은 정정된 듯?). 스트리트 뷰로 확인해 보고 방문하길 추천

- 탑에는 꼭 한 번 올라가 보길

- 당분간 계속 개축할 듯(내가 펼친 가설은 "주인 로또 맞은 거 아냐? 아니면 손님한테 숙박비 받을 때마다 매일 조금씩 공사하는건가?")

- 방송 탔나? https://www.youtube.com/watch?v=aCsEJVCgIvk


오늘의 1등 도착 손님인 우리에게 방 두 개를 보여주며 선택하라고 해서(이 집 방이 1층에 4개, 2층에 3개 총 일곱개이던가 그랬다) 보다 복도 안쪽의 3번방 선택. 수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숙소 외관과는 전혀 다르게 널찍한 객실 내부는 완전 세련이라 깜놀이었는데(사진은 그렇게 안 나왔네 ㅋㅋㅋ) 말 그대로 취향 저격이어서 대만족.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모든 것이 새삥이었다. 매트리스도 넘 좋아.

내가 방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김기사는 그러거나말거나 김주방장으로 변신하여(아니 이 인간이 짐 정리도 안 하고) 

우리 방 맞은 편의 공용 부엌에 한 번 들어가더니 나오지를 않네

저리 응급으로 대체 무엇을 하는고 봤더니


오호 오늘의 안주는 김치 만두에 두부 김치로구나(간만에 만나는 김치 풍년에 와인 사진은 안드로메다로)

또 대낮부터 한 잔씩 걸치고 해장으로는


수타 우동 한 그릇씩 뚝딱. 배 터지겠네


자 이제 그럼 로비 구경이나 좀 해 볼까. 


옛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처음엔 이리 뼈대만 있었던 모양이다(나중에 설명을 듣자니 뼈대는 현 건축물에 있어 다 살렸더라). 


내가 찍은 사진은 후진데(그렇다고 위에 링크건 동영상은 또 너무 근사한 것 같고 ㅎ) 사진보다는 실물이 훨씬 낫다.

주인장 그렇게 안 봤는데 ^^; 미적 센스가 매우 뛰어난 듯 

1층 공용 거실


(1층 공용 거실과 계단으로 연결된) 2층 공용 거실


오후엔 오렌지 나무가 도열해 있는 수로를 따라 산책









사실 이 동네에서 준비해 왔던 하이킹은 이런 것이었으나 http://www.terresdelebre.travel/cat/doc/Area%20recreativa%20Sant%20Roc.pdf


점심을 너무 거하게 때려 먹어서 저녁은 간단히 요기(?)만 하기로

흔한 발렌시아 오렌지 먹는 법(공용 부엌 한 켠에 오렌지 망이 수북 쌓여있다). 급 모로코 추억 소환 


떡은 그지 같으나 국물은 예술


남아있던 두부 반 모 마저 냠냠


방 갯수가 예닐곱개 정도 밖에 안 되기도 하지만 오늘도 우리만이 이 탑을 숙소를 점령했구나 - 숙소 주인마저 우리 체크인이 끝난 후 바로 또 외출, 다시 벌개져서 들어오기를 반복 ㅋㅋㅋ -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을 조용히 + 하룻밤 푹 잘 자고 나서 새 아침을 맞으니... 엥? 저 차들이 언제 들어왔지? 작은 조식당에 고만고만한 아장아장 아기들을 데려온 세 가족이 가득하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마치 손님은 아니고, 이 숙소 공사(객실동은 공사가 대부분 끝난 듯 하지만 탑동과 드넓은 부지를 포함한 외부 공사는 아직 시일이 꽤 걸릴 듯한 분위기였다)를 맡은 인부들 셋과 그들의 가족 같은데, 주말 아침을 맞아 주인이 그들 모두를 초대해서 다같이 식사를 하는 느낌? 딱 그랬다.  

뭐랄까, 엊그제 로르카 파라도르에서 아침 식사를 할 때의 일인데, 직원이 꼬질꼬질한 작업복을 입은 몇 명을 데리고 들어와서 테이블을 안내하고 손님들과 같이 조식 뷔페를 즐기게 하던 모습이 재차 떠오르면서 - 땀 흘리며 일하다가 바로 밥 먹으러 온 것이 분명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김원장과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할 때 가이드와 포터의 대우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 이 집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접하고 나니... 네팔까지 갈 것도 아니고 부인하고 싶어도 아직은 여러 분야에서 차별이 느껴지는 우리네랑 비교되는 마음 씀씀이랄까 그런게 부럽고 참 좋아보이더라. 


간만에 활기 넘치는 세 가족 사이에서 밥을 먹고


이제는 안도라로 떠날 시간. 조식 시간이 끝나고 부엌/식당 청소가 한창이던 주인에게 체크 아웃을 알렸다. 이 사람아, 돈 받아야지! 

함께 복도를 걸으며 "숙소 공사가 아직 안 끝났나봐?" 툭 던지니까 그렇다고 하면서 덧붙이는 한 마디, 


혹 아직 공사가 다 안 되긴 했는데... 탑에 올라가 보고 싶어?

헉, 저 탑에 올라가 볼 수 있다고라. 그럼~ 당근이지 Si Si Si Si Si !!! 


그러자 아저씨는 얼른 뛰어 나가서 인부 아저씨들한테도 이 소식을 알린다. 얘네 보여주러 탑에 올라갈 건데 너희도 갈래? 그들도 당연 콜! 

그래서 우리들은 1층과 2층 공용 거실을 잇는 계단 중간에 난 문을 통해, 탑동의 잠긴 문 앞에 섰다. 아저씨는 탑동 2층으로 올라와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고. 그라시아스! 오, 요 정도만 올라와도 앞 마당 뷰가 벌써 살짝 바뀌는구나


 


본격적으로 탑 꼭대기에 올라가기 앞서 우리들에게 스페인어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탑에 대한 히스토리를 설명해 주는 주인 아저씨. 

알고보니 수백년이 아니라 벌써 거의 1000년 가까이 된, 무슬림 점령기에 지어진 탑이라고.


위와 같은 아찔한 계단을 오르잖아?

그럼 아래와 같은 계단이 하나 더 나온다 ㅋㅋㅋ 나 먼저 올라가다 쓰레빠 한 짝 바닥으로 떨어뜨렸음(김원장이 주어옴 ㅋㅋㅋ)


코카서스에서도 그랬듯, 당시 적에게 포위되면 층과 층 사이 사다리 치워 올려버리고(그럼 지들이 우쩔겨) 윗층에서 버티게끔 만들어졌다고   


빼꼼. 두더지 게임 생각나네. 망치 가져와 드디어 김원장도 탑오브 탑 진출


우왕 아찔. 아래에서 볼 때는 별로 안 높아 보였는데?



뭐가 보이는가!



what a view!


용도는 우리네와 크게 다를 바 없더라. 적이 쳐들어 오는지 하루 종일 번갈아 지키고 서 있다가 밤이고 낮이고 적이 나타나면 불이나 연기를 피워 다음 탑에 전하고 또 전했다고. 아닌게 아니라 이 꼭대기에 올라와 보니 저 멀리 아저씨가 가리키는 양쪽으로 또 다른 다음 탑들이 하나씩 보이더라. 지중해와 연결된 에브로 강을 따라 (숙소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에브로 강이 흐르다 보니) 해적들이 사라고사까지 올라오고 올라오고 또 올라오고... 그랬다나 뭐라나. 그 당시에도 얼마나 더웠는지 탑 꼭대기에서 땡볕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었된 병사들이 전망대에 차양막 같은 걸 치고 생겨난 그늘 아래 버티곤 했다는데 당시 차양막을 칠 때 썼던 돌출 부위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와, 우리 숙소 짱 멋지다. 어찌 이런 다 무너진 탑 부지를 숙소로 전환할 생각을 했을고.  



후들후들 내려가는 길


한 번 올라갔다오니 전과는 또 달라보이는 우리 탑

 그리고 

공사 중이냐 그저 한 마디 무심코 물었다가 한 시간은 늦어진 체크아웃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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