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중동 여느 나라에서 그랬듯 마라케시에도 고양이가 많다. 아니, 기억을 더듬어 보면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준으로 많다. 

(다소 이상한 논리일지도 모르지만) 어른 고양이가 많으니 새끼 고양이도 많다 ㅋㅋㅋ 

그리고 딴 이야기지만, 어린 아이도 진짜 많다. 피임 따위 개나 줘버려! 젊고 활기찬 국가 모로코.


첫번째 산책은 나는 길을 찾을테니 너는 사진을 찍어라 모드로 시작




수크 도착


머릿속에 터키 이란 시리아가 명멸하는 수크.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귀찮아서 사진 안 찍겠다는 김원장님을 모시고 다니느라 오늘도 가이드는 힘이 듭니다.

수크도 지겹다며 앞으로 수크는 그만 다녀야겠다는 쓰잘데기 없는 멘트나 날리는 인간.

이 와중에 김원장 옆 젊은이 훈남일세 ♡


제마 엘 프나 광장 도착 

흔한 관광객들

그건 그렇고, 여기 오면 한국인들 많이 만날 줄 알았는데... 동양인 자체가 안 보인다. 시즌이 아닌가



광장의 명물, 오렌지 주스. 4디르함/유리잔. 5디르함/플라스틱잔 (현재 1디르함이 120원 남짓이므로 한 잔 500원 꼴)

소문대로 열라 맛있다 ㅋㅋㅋ




김원장이 사달라고 조른 과자. 여덟아홉살쯤 되어 보이는 계집아이가 팔고 있었는데 얼마니, 하니까 하나에 5디르함을 달라고. 

에이, 아무리 그래도 5디르함은 너무 심했다 싶어 휙 돌아서니 바로 1디르함이라고.

그래, 그 정도면 오케이. 다시 돌아서서 1디르함을 내미니 3디르함 달라고.

 에잉, 1디르함 돌려줘. 나 다시 안 살래 하니까 그 때서야 입을 삐죽이며 내민 과자 한 개. 



얘는 관광객들 넘치는 수크 말고, 현지인들이 가는 시장 내 작은 빵 가게에서 구입한 달달이. 2개 집어들고 얼마냐니까 1디르함. 

역시 좀 전에 광장에서 산 뭐시기 코코 과자도 살짝 비싸게 산게야 ㅋㅋㅋ   


한바퀴 크게 돌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코딱지만한 점방에 물을 사려고 들어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묻지도 않고 물 한 병을 턱.

뭐야 박수무당 아저씨인가. 숙소에서는 15디르함에 판매하는 1.5 리터 들이 물을 6디르함 받더라. 


아주 조금만 관광객들의 루트에서 벗어나도 내가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바로 만날 수 있다. 방가방가.  


두번째

낮에는 좀 더운 듯 하기에 식전 댓바람부터 한 바퀴


어제도 오늘도 길을 걸으면 (한국어로 말을 걸어도 시원찮을 판에 ㅋ)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로 번갈아 말을 시키면서 

어디가? 그 길은 끝났어 / 거긴 막다른 길이야 / 광장은 이쪽이야 저쪽이야 하는 인간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그러나 그간의 공력으로 무관심과 쌩깜으로 -_-; 일관하다보면 알아서 떨어져 나간다는.

 


아침에 싸돌아 다니다보니 그 시간대에는 사람들이 주로 갓 구운 빵 사들고 돌아 댕기더라. 

그걸 보니 우리도 급 빵이 땡겨서 마침 고급 빵집 간판을 발견하고 한 번 들어가 보았다.

좀 비싸긴 해도, 따끈한 빵이 맛없기는 힘들지. 

 





김원장남의 돈 훔쳐 몰래 주스 사먹다 걸린 녀자 같다. 오렌지 주스를 시켰는데 자몽 주스도 맛보기 찬스로 반잔씩 따라주심 ㅎ







현지인도 관광객도 적어서 비교적 조용하게 + 한가로이 걷기에는 좋으나 아무래도 볼거리는 적은 모닝 타임. 


세번째

이번엔 아예 일몰 시각에 맞춰 계산후 출격. 역시 이 동네는 저녁이 제일 활기차다. 


오전엔 꼭꼭 문을 닫아 대체 무슨 집인지 파악이 안 되었던 수많은 가게들이 다시 모두들 활짝 만개하여 폭풍 영업 중.



이 시간대 오니 일본인이 몇 보인다


드디어 여기, 이 시간에, 내가, 왔다!


왔노라 보았노라 먹었..






바가지임이 분명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안 먹기도 갈등인, 내게는 마치 핀란드 헬싱키 마켓 광장의 연어 구이 같은(http://blog.daum.net/worldtravel/13690509), 계륵 제마 엘 프나 광장의 포장마차. 

적당한 포장마차 하나에 자리를 잡으면 마치 서비스인양 자연스레 아래와 같은 세팅을 바로 해주는데, 나는 이게 공짜가 아님을 알고 왔다 ㅋ 

빵과 소스 세트는 15디르함. 올리브 접시는 5디르함인데, 그래도 빵과 소스 세트 정도는 먹어주자 하여 냅두고 올리브는 빠꾸 시킴.

(나중에 슬쩍 보니 소스와 올리브는 이 와중에 재활용 ㅜㅠ) 



우리가 주문한 것은 김원장이 먹고파한 '모듬 꼬치(65 디르함)'와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번은 시켜야지 했던 '따진 치킨(30디르함)' 

꾸스꾸스는 맛없다는 소문이 있어서 안 시켰다



테이블 위에 놓이는 순간 바로 맥주가 고파. 그런데 여기는 모로코야 ㅜㅠ



(바가지임을 알고 왔음에도) 전체적으로 가격에 비해 양이 적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꼬치는 상당히 괜찮았고(모로코를 떠나기 전에 기회가 닿는다면 또 먹기로) 따진은 맛을 떠나 닭다리에 살이 없어서 용서가 안 되더라. 빵도 그닥 별로인게 완전 싸구려인듯. 

우리 식사를 전후해서 옆으로 서양인 커플들이 앉았었는데, 이미 식사를 마친 커플은 생각보다 비싸게 나온 가격에 벙찐 표정을 지었고 ㅋㅋㅋ (내 그럴 줄 알았지. 내가 주문 전에 계속 이건 얼마야 저건 얼마야 이거 공짜야 아니야 해대니까 직원 얼굴이 구두쇠 일본인 왔구만 딱 그런 표정이었거든) 우리 다음으로 들어온 독일인 커플 또한 직원이 빵과 소스, 올리브 등을 내어주자 아무 의심 없이 고맙다 인사하며 받아 먹길래 순간 오지라퍼 기질이 발동하여 나도 모르게 그들의 식사를 저지할 뻔 했다는 ㅋ (김원장이 아줌마 오버라며 말렸다)       


행여 사진 찍어주겠다는 직원이 카메라 들고 나르는 불상사가 벌어진다면 얼른 튀어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자세 ㅋㅋㅋㅋㅋ


여튼 우리 계산으로는 총 125디르함이 나와야 하는데 120디르함 받더라는. 뭐야 바가지 셀프 인정? 이 정도 뜯었으면 됐다 이건가.

후식으로는 또 오렌지 주스. 이렇게 나름 마라케시에 와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를 해 봄. 미션 클리어. 


기왕이면 잔돈을 준비해 다닙시다. 잔돈이 없다는 말도 자주 하고 거스름돈은 (마치 까먹고 가길 바라는 듯) 바로 안 주곤 합니다

남들은 유리컵에 담아주는 주스나 포장마차 음식들의 위생 상태 때문에 배앓이를 하기도 한다던데 우리는 다행히 튼튼이었슴다


이제 텔레비전에서 모로코 마라케시 제마 엘 프나 광장 야시장 포장마차 보여주면 우리도 뭐라 한 마디씩 씨부렁 거리겠지

제마 엘 프나 광장과 나는 세번 만났다(오렌지 주스도 세번 마셨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가 제일 좋았다. 인생은 타이밍이야.


신기한건 돌아올 때마다 매번 길을 한 번에 못 찾아 ㅋㅋㅋ 로커스가 없었다면 토니가 챙겨준 비상 전화로 SOS 쳐야했을 듯 


불금도 아닌데... 니들 뭔 날이니? 쥐 잡는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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