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 마드리드 에어포트 호텔은 이번 여행에 있어 가장 늦게 예약한 숙소 중 하나이다. 마드리드 공항 근처에서 하룻밤 잠시 묵어갈만한, 다시 말해 조용하면서 + 저렴하면서 + 무료 셔틀을 스케줄에 따라 운영하는 숙소를 좀처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셔틀 스케줄에 방점을 찍다보니 결국 인터내셔널 브랜드 호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는데, 공교롭게도 나의 마드리드 도착 예정 시각이 오후 6시 5분인데 반해, 후보에 있던 풀만/이비스/크라운 호텔 모두 셔틀 문의 결과 그 시간대 저녁 휴식 타임과 딱 겹치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보니 남은 것은 오직 힐튼뿐. 힐튼의 경우 오전 5시부터 오전 12시 45분까지, 매 20-30분 간격으로 셔틀을 운행한다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여기로 가야겠네. 


자의반 타의반 숙소가 결정되고 나니 다음 고비(?)는 139유로에 달하는 비싼 방 가격이었다. 최저가 보상제를 노려봤지만 여의치 않았고 그래서 짜증난 마음에 차일피일 미루다 문득 하나투어(그렇다. 우리나라 대표 여행사 하나투어)에서 이 호텔을 홈페이지의 거의 반 가격인 72.76유로에 판매 중인 것을 알게 되었다. 럴수럴수이럴수가. 알려진 여러 숙소 예약 사이트보다 하나투어가 더 저렴하다니. 그래, 까짓거 방에서 인터넷 하루 못 한다고 뭔 일 나겠나(유료 인터넷은 20유로였던가 상당히 비쌌다). 그냥 하나투어에서 지르자(결제는 당장 안 해도 되길래, 유로 환율 추이 보다가 예약 시점보다 약 2400원 정도 저렴하게 97060원에 결제했다 ㅋ 유럽에서 2400원이면 주차를 편히 할 수 있어!)     


마드리드 공항에서 힐튼 셔틀 탑승 장소는 아래와 같다. 

 

Terminal 1 → At the arrivals level, in front of gate number 5.

Terminal 2 → At the arrivals level, in front of gates number 5 and 6.

Terminal 4 → At the arrivals level, in front of the Hotel Bus Stop.

 



우리는 Terminal 1 에 도착했는데 도착홀 내부에서 5번 문은 잘 안 보이더라. 결론적으로 출구를 바라보고 섰을 때 맨 오른쪽 문이었는데 외부에선 (상기 첨부한 사진과 같이) 5번이라고 잘 보였다. 이 문 건너편으로 호텔 셔틀은 죄다 그 자리에 서는 것 같은 작은 공간이 있길래 자리 잡고 앉아서 셔틀을 기다리기로 했다. 오겠지 와야돼 전화하기 싫어 중얼중얼하면서...


김원장이 출출하다고 해서 모로코에서 사온 달달이 주전부리를 까먹으며 하릴없이 셔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김원장이 냠냠하니까 처음엔 한 두 마리만 나타났고 그래서 얘네들과 함께 나눠먹다 보니까 


어느새 새판이.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뭐 운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는지 30분 만땅 채우고서야 나타난 검은색 힐튼 셔틀


Hilton Madrid Airport


@ 홈페이지 http://www3.hilton.com/en/hotels/spain/hilton-madrid-airport-MADAPHI/index.html

@ 예약 : 하나투어 통해 그저 2 beds / 조식 불포함 조건으로 97060원 결제

@ 장점 : 공항까지 무료 셔틀을 운영하는 4성급 브랜드 호텔. 우리가 예상하는 바로 그 힐튼

@ 단점 : 도로 소음 

@ 기타 : 힐튼은 여전히 대인배 


주변 상황상 소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던 호텔이기 때문에 (셔틀 때문에 문의한 적도 있지만) 투숙 전 힐튼에 메일을 보내 조용한 방으로 미리 배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김원장이 힐튼 골드 멤버(유효기간이 이미 지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모르겠지만 투숙 며칠 전까지 여전히 홈페이지에서는 골드 등급으로 보이고 있었다)인데, 비록 홈페이지에서 예약 안 했지만, 객실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을지 밑져야 본전 심정으로 문의를 했더랬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조용한 방으로 체크인할 수 있도록 코멘트 남겨 놓았고 골드니까 인터넷도 무료로 쓸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 원칙적으로는 홈페이지 예약이 아니면 적용 안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담당 직원 복불복이기라도 한건가. 혹시 모르니 그의 답장까지 캡쳐해 놓고는 체크인 데스크에 섰다. 


제일 먼저 다시금 "조용한 방으로 부탁해요" 하는데 담당 직원 왈,


김원장은 골드 멤버이므로 룸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그래서 라운지도 쓸 수 있으며 - 울랄라

객실에서 당연 인터넷 가능하고 - 아싸 가오리

내일 아침 조식까지 무료로 먹고 가라는 것이다 - 어머나 세상에. 삼단 콤보 쓰리 쿠션이야. 


그야말로 골드 멤버 혜택을 고스란히 다 받은거다. 홈페이지에서 예약 안 했는데도! 맘 바뀌기 전에 얼른 토껴! 꺄하하하하하하 너무 좋아!


그리하여 얼떨결에 받은 탑층의 Executive Room. 모로코에 있다가 오니까 사방이 번쩍번쩍 정신이 없네. 여기는 21세기야! 




어쩌다보니 힐튼 골드 달고 executive lounge는 처음 가보는 것 같다. 맨날 시간대가 안 맞더니 오늘 진짜 계탔네.



유럽 무사 입성을 셀프 축하하며 바로 부어라 마셔라 모드 (이슬람국 봉인 해제) - 아예 여기서 오늘 저녁을 때워볼까 ㅋㅋㅋ


시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 속도도 엄청 빠르고 뭐 더할 나위 없었다. 골드 멤버 달고 바라보는 힐튼은 매우 알흠답구나!

 

다만 

그 놈의 도로 소음만 빼면. 


이건 뭐 창문이 어딘가 덜 닫힌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울려대던 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결국 김원장은 약 먹고 잠을 청했다는. 

(그래서 약발로 인해 결과적으로 자긴 잘 잤다만... 아씨 이게 뭐야! 조용한 방 준다며!!!!!)


조식은 포르투갈행 비행기 시간 때문에 6시 30분 땡 일빠로 내려가서 후다닥 먹음(아직 조식당 불도 다 안 들어왔...)




힐튼의 조식당 메뉴는 평소 내가 좋아라 하던 다양하고 풍족한 호텔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는데, 

놀랍게도 모로코에서 몇 가지 예쁘게 차려주고 단 둘이 세월아 네월아 편안하게 즐겼던 그 시간이 오히려 그리워. 

왜 갑자기 딱히 특별히 먹을 게 없는 것만 같고 왔다갔다 퍼나르는게 번잡스럽게 느껴지는걸까. 그년참.

 


그래도 스페인에서의 아침이니 추로스는 먹어야지. 허우적허우적 초컬릿에서 헤엄을 치거라 ㅎ 



사족으로, 이것저것 막 담고 있는데 조식 서버 언냐가 물었다. 나보고 코리안 그룹이냐고. 코리안 그룹이라니, 이게 대체 뭔 소리지 싶었는데, 한 15분쯤 지나자 갑자기 일단의 한국인들이 와르르 조식당에 나타났다. 가이드 아저씨 막 인사하고. 아아, 이게 말로만 듣던 스페인의 그 놈의 인기구나. 이제 며칠 뒤 포르투갈 여행을 마치고 다시 스페인으로 귀환하면, 다시 여기저기서 동포들과 조우 하겠구나...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장하다 대한민국 고생했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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