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포르투 공항(정식 명칭은 포르투 프란시스쿠 데 사 카르네이루 국제공항. 아 욕 나올 것 같아 ㅋㅋㅋㅋㅋ)에서 수하물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제이크 질렌할을 닮은 청년이 김원장 이름을 떡하니 들고 서 있었다. 와! 정말 다행이다. 


원칙적으로 리스 차량을 픽업할 때는, 일부 센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항이나 픽업 센터에서는 입국 게이트에서 피켓을 들고 고객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고 했었다. 도착 후 내가 직접 센터에 전화를 해서 픽업을 요청하는 형식이라고. 

포르투 공항이 그 중 어떤 방식으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지역 에이전시에 직접 메일을 보내 보는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미팅 장소와 방법, 그리고 포르투갈의 악명 높은 '완전 전자식 고속도로' 통행에 관해 문의를 했었는데 씹길래 귀차니즘 때문에 고속도로 통행에 관해 답해주기 싫은건가 싶어 ㅋ 출발 일주일 전쯤인가 미팅 장소에 관해서만 다시 문의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또 씹더라. 그래서 이번엔 씨트로엥 리스 한국 에이전트에게 애들이 답장을 영 안 보내와요 하고 문의를 했는데, 그럼 전화하삼~ 그런 답변을 받았다. 에잉. 이럴 때 영어가 안 되는 나는 어떻게 한다? 그렇다. 비자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한다. 비자 컨시어지에 미팅 장소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더니, 역시 알아보고 바로 답장 주었다. 공항 도착해서 exit 로 나오면 김원장 이름 들고 서 있을거라고. 


여튼 그렇게 무사히 그를 만났고, 그는 우리 외 다른 팀이 하나 더 있다며 그들과 함께 조~기 밖에 잠시 서 계시면 본인 차량을 몰고 우리를 태워 근처 사무실로 데리고 갈 거라 했다. 차는 거기서 받는다고. 오케이(참고로 다른 팀은 호주에서 온 60대 부부였다. 막내 딸이 프랑스에 살고 있다고 했고, 이틀 전 포르투에 도착해서 긴 비행과 시차 때문에 내내 뻗어있다가 - 하긴 호주도 좀 먼가 - 오늘부터 여정을 시작할 거라고 했다.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그랬던 것처럼 호주와 포르투갈은 운전 방향이 반대라 우리를 무척 부러워했다는 ㅋ).


그의 차를 타고 포르투 공항 픽업 센터(http://www.europass-citroen.com/main.php?lang=KO&contents=pickupReturnCenters&dCode=PTAPOR)로 와서 몇 가지 설명 듣고 사인 하고 나니... 바로 준비 되어 있던 차를 내주었다. 아 벌써 끝이야? 보험 설명 이딴 게 다 빠져서 그런지 오히려 렌트할 때보다도 후다닥인 면이 있었다. 다음 픽업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호주 부부를 위해 얼른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제이크 질렌할을 붙들고 급한대로 딱 두 가지만 물어 보았다. 포르투갈에선 가솔린을 뭐라고 불러? 완전 전자식 고속도로는 어떻게 통과해?


답 1 : 가솔리나 (그러나 디젤이 비슷한 발음의 가솔레오, 라는 것은 함정)

답 2 : 절대 남들한테는 말하지마. 이 차는 프랑스 번호판을 달고 있으므로 전자식 고속도로 그냥 막 달려도 나중에 어쩌지 못 해


헐, 포르투갈 완전 전자식 고속도로 때문에 3박 4일은 고민했는데 이런 대박이. 으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인도 받은 씨트로엥 DS3 (So Chic Ess Auto GPS). 정열의 빨강색 당첨(색상은 선택 못 한다. 번호판 보호색인셈 치자 ㅋ).



김원장 명의로 뽑은, 겨우 8Km 달린 완전 쌔끈한 새 차를 받고 이것저것 체크 중 


내게 있어 내비게이션 세팅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바로 포기하고 로커스를 켰다(제이크왈 GPS는 현재 영문으로 세팅 되어 있긴 한데 더 자세한 사용법을 원한다면 설명서가 차 안에 비치되어 있으니 참고하라고 했다. 단, 프렌치로 되어 있다고. 장난하나 ㅋㅋㅋㅋㅋ). 내 위치를 잡은 뒤 차를 몰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주유소를 가는 것이었다(리스 차량의 경우 기름이 코딱지만큼 들어있다고 했다). 픽업 사무소 골목 바로 앞에 주유소가 있다는 걸 알아왔기 때문에 바로 그리로 고고씽. 가솔리나 만땅. 


참고로 이번 유럽 방문국들 중에 포르투갈은 이탈리아 다음으로 기름값이 비싼 나라였다(더불어 톨비도 ㅜㅠ). 1리터에 1.44유로였던가.

(출처 http://autotraveler.ru/en/spravka/fuel-price-in-europe.html#.V0cU7Pn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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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95 in Europe

그 다음 할 일은 먹거리 쇼핑. 이제 짐 무게에 구애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닥치고(?) 쇼핑이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미리 알아온 근처 복합 쇼핑몰 Jumbo로 향했다. 쇼핑몰 주차장(주차 공간은 또 왜 그리 작던지 ㅋ)에서 차 문을 닫던 김원장이 익숙하지 않은 차량 디자인 때문인지 차 문에 손이 끼이는 작은 사고가 있었으나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순간 모든 일정을 접고 바로 밀러샘께 가야하는 줄...(이후로도 이틀간은 타고 내릴때 머리를 부딪히지 않나, 트렁크 닫을 때도 손이 끼일 뻔 하지 않나, 자꾸 와이퍼 오작동을 일으키질 않나... 나중에는 그랬다. 차가 바뀌어서가 아니라 댁이 늙어서 그런거 아냐?)   


참고로 우리가 먹는 쌀은 Arroz Carolino 라고 적어왔는데 스시 라이스, 라고 크게 쓰여져 있어서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모로코에서 막 넘어와서 그런가, 햄 섹션이 너무 훌륭해 보여서 오늘 저녁에 폭풍 쌈 싸먹자, 하고 양상추에 베이컨도 막 샀다 ㅋ


신나는 먹거리 쇼핑을 마친 뒤에는 급 허기가 져서 식당가에 들렀는데 뜻밖에 식당가가 으리으리했다. 원한다면 여긴 어디? 일식, 중식마저 가능할 정도였으니. 내가 고민 끝에 택한 것은 태국식 매운 국수였는데 원하는 누들 종류와 소스를 선택하면 눈 앞에서 바로 볶아 주는 시스템이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좀 있었지만 매우 맛있어서 김원장이 잘 골랐다고 칭찬해줬다.  



배를 채운 뒤 이제 드디어 관광지를 향하여 출발!... 한 것은 아니고(아무 것도 안 하고도 벌써 오후 1시 30분이나 됐는데 ㅋㅋㅋ), 이 동네에서 할 일이 또 하나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국 라면 구하기.


포르투갈 제 2의 도시 포르투이니만큼, 포르투 시내에도 시외에도 중국 식품점이 있었다. 김원장이 복잡한 시내는 들어가기 싫다고도 했지만 어차피 시내점 역시 일요일 영업을 안 한다고 하여, 이래저래 Supermercado Chen 시외점으로 차를 몰았다(로터리와 일방통행의 어택으로 인해 두 어번 길을 헤매기도 하면서). 진짜 그 위치에 있을지(로드뷰로는 안 보여서), 시외점은 정말 일요일에 하는지, 그 곳에 과연 한국 라면이 있을지... 정확한 정보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다행히도 모든게 맞아 떨어졌다(심지어 식품점 두 개가 나란히 있더라).



뜻밖에 고추장 된장 쌈장부터 한국 떡국 떡, 과자, 그리고 우리가 노렸던 라면 역시 대략 10종류는 (심지어 박스채) 구비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ㅎㅎㅎ 이 정도면 김치가 없는게 옥의 티였다고나 할까(김원장은 두부를 살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 단무지랑 김을 사서 김밥을 마네 어쩌네 헛소리를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원 계획대로 라면만 종류별로 하나씩 6개를 골랐다(한국에서의 가격과는 상관없이 한국 라면은 무조건 개당 1유로였다). 재밌는건 우리가 가게 안에서 내내 한국말로 떠들었는데도, 계산대 위에 순전히 "한국" 라면만 올려놨는데도, 계산대 아줌마가 나에게 당연하다는 듯 "리우 콰이치엔"하는 것이었다. 이건 마치 뭐랄까. 미국의 한인 수퍼마켓에서 "거스름돈 30전입니다"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었달까. 왜 유로를 유로라고 못 하고 센트를 센트라고 못 해! 하여간 리우 콰이치엔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6유로를 내고 ㅋㅋㅋ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따라나온 말은 "씨에씨에"였다. 그러니까 몇 시간 전 마드리드 호텔/공항에서는 그라시아스 하다가 방금 전 포르투 주유소/수퍼에서는 오브리가도/오브리가다 하다가 여기서는 씨에씨에 하는, 불과 반나절 동안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세계화 시대의 여행자가 된 것이다(오늘도 결론은 산으로...)


여하거나 한국 라면까지 모든 미션을 컴플리트하고 비로소 Braga행 고속도로에 올랐다(우리 여행은 여행도 아니다. 본격 주객전도 여행). 

본격적인 주행이 시작되니 드디어 새 차의 성능이 느껴졌다(새 차 냄새도 폴폴 나고). . 우리 유럽에서 새 차 한 대 뽑은거야? 아이 좋아. 평소 디젤 SUV를 모는 김원장도 작은 휘발유 승용차의 성능에 대만족한다. 해당 모델이 MCP 미션이라 익숙치 않을 수 있다고 해서 한국에서 미리 시승에 연습까지 해보고 왔는데, 그 사이 페이스리프트라도 된 건지 운전하는데 있어 불편함을 전혀 못 느끼겠다고 한다(오히려 매우 마음에 든다고). 게다가 이 구간 전자식 고속도로라 더 좋아. 뭔가 돈 버는 기분이야 ㅋㅋㅋㅋㅋ


완전 전자식 고속도로 외에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런 표를 뽑는다.


Bom Jesus do Monte at Braga


올라가는 길은 꼬불꼬불하지만 부지내 주차 무료, 입장료 무료



이런거 보니 오늘 유럽 온 것 맞네. 아잔 대신 종철아 또철아 막철아 종소리가 댕댕댕.



김원장이 그랬다. 밖보다 안이 더 멋지다고(우리는 부부니까 물론 내 의견은 반대다 ㅋㅋㅋ)


우리 둘이 동의한 건 그거다. 모로코를 비롯한 중동에서도 그렇고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그렇고 대체 종교가 뭐길래.  


자, 이제 국립공원에 잡아둔 숙소로 가자스라. 대자연의 품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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