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뻘인 주인장은 영어가 가능한데, 부인되시는 분은 그렇지가 않아서 아침 식사 메뉴 선정 관련,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웃음꽃이 만발한다. 그럼에도 알아서 잘 처묵처묵(주인장은 우리 접시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에야 멍멍이와의 오전 산책을 마치고 귀가했다). 



우리도 바칼라를 떠나기 전 오전 산책을 하기로 했다. 얕은 언덕 위 숙소에서 호수변으로 내려가서 스트롤(호수 구경하러 간다니까 친절한 주인장이 열심히 설명해줬는데 한 마디로 호수가 코 앞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진입로는 몇 개 안 되어 제법 걸어야 한다고. 오케이) 


(바칼라 증빙샷)


어째 동네 주민삘


잎꾼개미/가위개미 됴아됴아





바칼라 호수. 이른 시간에도 수영하는 커플이 하나, 우리보고도 수영하라고 구명조끼 빌려준다고 호객하는 아저씨들이 두엇 



해만 들었어도 사진빨 좋았을 성 싶은데


바칼라 산책을 마치고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갈 길은 멀고 중간에 딱히 쉬었다 갈만한 마음에 드는 곳도 없다. 


이 구간은 평소에도 그럴 듯 싶은데, 전반적인 도로 상태는 나쁘지 않으나 / 공사 구간이 제법 많고 / 이용하는 차량은 거의 없으며 / 지나는 마을 대부분은 작고 그다지 볼품이 없는 것이(마을 몇 개를 지나도 내 막눈에는 거기서 거기, 구분하기 쉽지 않다) 멕시코의 또 한 면을 접하는 듯 하다.  





화장실 간다고 잠시 정차했던 때를 제외하곤, 그저 열심히 달려서 메리다 근교의 - 메리다 시내에 숙소를 잡을까 했는데 김원장이 번잡한게 싫다고 해서 일부러 교외로 잡았다 - 한 하시엔다(이 동네에선 아시엔다, 라고 발음할 듯) 숙소에 도착했다. 스페인 식민 지배 시절, 국가가 운영했던 기업형/플랜테이션 농장을 하시엔다라고 한다던데, 현재 멕시코에선 원래의 목적에서 탈바꿈하여 숙소/리조트 개념으로 그 존재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많은 듯 하다. 럭셔리니 부띠끄 붙여놓은 하시엔다 호텔의 경우 사진으로만 봐도 매우 근사하고 당근 상당히 비싼데... 비록 오늘 밤을 위해 내가 선택한 곳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역사와는 달리) 현재 숙소로서의 분위기는 매우 색다르고 좋다고 하겠다.  



주차장 따위 따로 없지만 뭔가 상당히 있어 보임. 코코넛 나무를 피해 정원 한 켠에 주차 완료






Hacienda Tepich 


@ 홈페이지 : http://www.haciendatepich.com/

@ 투숙일 : 2015년 11월 24일(화) 1박

@ 객실 및 예약 : 호텔트래블(여기가 제일 저렴했다 ㅋ) 통해 Junior Suite를 조식 불포함 78.16불에 예약 및 결제 완료

@ 결제 : 예약시 신용카드로 결제 완료. 바우처 출력

@ 장점 : 일반적인 숙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단점 : 글쎄... 모던함을 좋아한다면 별로라고 느낄지도. 식당도 갖췄는데 조식 좀 주지 

@ 트립어드바이저 리뷰 : http://www.tripadvisor.ca/Hotel_Review-g1575483-d6209139-Reviews-Hacienda_Tepich_Casa_Vargas-Yucatan_Yucatan_Peninsula.html


특이한 점이라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우리를 맞은 주인 할아버지가 제대로 된 인사 한 마디 없이 매우 뚱...했다는 것이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내가 바우처를 내밀자 그걸 받아들고 장부를 뒤적여 예약 여부를 확인하는 듯 한데 여전히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옆에서 보고 있던 김원장이 "이 집은 왜 이리 싸~하냐?" 했을 정도. 그야말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 분위기였달까. 심지어 혹 인종차별주의자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정도였다. 하여간 오늘자 예약이래봐야 몇 개 없어 보이던데 ㅋ 뚫어져라 한동안 바우처/장부간 비교를 해보던 할아버지. 뭔가 껀수(?)를 찾았는지 이번엔 스마트폰을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려나 싶은데... 버튼을 한참 누르더니 나에게 전화기를 들이댄다. 뭐야, 우리 예약이 잘 못 되기라도 한건가??? 


그런데 그 전화기에서 뜬금없이 나오는 한국어 기계음. 안녕하세요. 하시엔다 테피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쩌구 저쩌구. 


그렇다. 지금껏 할아버지가 한 것은 바우처에서 우리 국적을 찾아낸 뒤 구글 통역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한국어로 전한 것(헐. 40대의 나보다 이 할아버지가 더 스마트폰 능력자였어!!!). 뜻밖에 쏟아진 한국어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니 이제야 활짝 웃고 계신다 ㅎㅎㅎㅎㅎ 아, 역시 웃는 얼굴은 알흠다워 ㅎㅎㅎ  


할아버지는 연이어 방이 준비 중이다, 혹시 배고프냐, 우리는 레스토랑도 겸업이다, 밥부터 먹을래, 이런 말을 스페인어->한국어(나중엔 스페인어->한국어 음성 번역이 알아듣기엔 상당히 웃긴 수준인지라 스페인어->영어 문장으로 부탁드렸다. 오히려 그게 낫더라)로 열심히 전하신다. 예, 배고파요. 밥 먹을래요. 해서 밥부터 먹기로 했다. 물론 전망 좋은 실외 테이블로 나가서 먹어야지. 나 이미 이 집 레스토랑이 토끼 고기 전문인 것까지 알고 온 녀자야.    


지금은 아름다운 정원이지만 예전엔 모두 밭이었겠지

기분이 좋아 맥주도 한 캔. 데낄라가 아니어도 라임과 소금이 함께 서빙. 올라~ 여기는 멕시코라네. 


이 집은 토끼 고기 전문이라니 무슨 일이 있어도 토끼를 먹어야해, 하는 귀얇은 여자와


매사 안전빵 주의로 나가는, 닭고기를 주문한 모험심 없는 남자


토끼 고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태어나서 지금까지 5번도 안 접해본 재료인지라 생각보다 해체가 용이치 않다는 단점(어디에 살이 가장 많은지 모르겠음 ㅋㅋㅋ) 오른쪽 컵에 담긴 코코아빛 아이는 뜻밖의 묽은 팥죽 ㅎ

계산서에는 커피까지 310페소가 찍혔는데 담당 서버가 너무 친절해서 기분이닷, 350페소 지불(약 23000원).


참고로 우리가 먹는 동안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패키지 여행 두어팀이 점심 식사 일정으로 이 집을 다녀갔다. 나름 알려진 지역 멋집인듯.


먹고 마시고 하다보니 방 준비가 끝났다고 하더라. 


좋지 아니한가

아무래도 살짝 어둡게 느껴지긴 했지만 상당히 큰 방이었다. 식민 시절 고관대작들은 현재 기준과 견주어봐도 꿀리지 않을 사치를 누렸을 듯. 

콘센트가 적어 좀 불편하긴 했지만 욕실은 리모델링을 했고 TV나 에어컨도 신식으로 갖춰놓고 있었다.  


뒹굴뒹굴하다가 숙소 부지및 동네 산책


저 멀리 우리 차와 커다란 새 우리가 보인다


새뿐만 아니라 말도 키우고(우리가 말을 구경하고 있으니 마부? 아저씨가 얼른 뛰어와 먹이를 주었다)

먹을 땐 말도 안 건드려야 하는데


부지 한 쪽에 큰 건물이 있어 들어가보니 엇, 실내 토끼 농장! 크고 작은 토끼 수백마리가 바글바글. 새, 말에 이어 토끼도 기르고 있었다. 

두리번거리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사육 관리인 아저씨가 나타나 웃으며 둘러봐도 된다는 제스추어를 취했다. 그라시아스!

내가 이 귀여운 것들을 먹은거야? 냠냠 먹어버린거야? 신선한 재료의 원활한 수급


아버지가 모는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 집으로 돌아가는 꼬마 아이가 행복해 보이는 저녁이었다. 

빵가게에 먹을만한 빵이 다 팔린 건 아쉽게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환타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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