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룩트 트리의 아침이 밝았다. 밥 먹기 전에 모닝 (마당) 산책 한 바퀴



우리야 지나가는 길에 새나 좀 볼까 하는 마음으로 기어 들어온 곳인데, 주인 아저씨 말에 의하면 크룩트 트리는 캐슈넛으로도 무척 유명한 동네라고 한다(엇 김원장 캐슈넛 좋아하는데). 이 집 마당에도 캐슈넛 트리들이 좀 있더라. 얼른 털어!




내 오늘을 위해 쌍안경을 가지고 왔지 캬캬캬







맞으면 죽음이야 ㅋㅋㅋ 코스타리카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 코코넛이 차 위로 떨어지곤 하니 주차할 때 주의하라 했었지


우리네 코스모스 닮아서 잠시 열광 ㅋ


다 좋은데 모기가 너무 많아 ㅠㅜ 길지 않은 산책길에 최소 열 방은 물린 듯 하다. 이 동네 모기가 가렵긴 또 좀 가려운가.


즐거운 맘마 시간



(이젠 과일이 제일 먼저 나와도 놀라지 않아. 먹어본 파파야 중 최고 수준)



배 부르게(배 터지게는 아님) 잘 먹고 베키 아줌마네 식구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숙소를 나섰다. 김원장 취향에 맞춰 최대한 조용한 숙소 위주로 고르다보니, 벨리즈란 이름에선 좀처럼 상상할 수 없었던 이미지의 숙소에서 다 자보게 되는구나. 이제 아는 벨리즈 사람들도 생겼어 ㅎㅎ



크룩트 트리 마을을 벗어나기 전, 잠시 제방길 앞에 차를 세우고

어제 들어오는 길에는 피곤해서 제껴둔 물과 물새 구경을 좀 하다가


진짜 출발. 


우리 취향에 벨리즈에서 구경하고 싶은 것은 딱히 없었고, 그렇다고 바로 다음 숙소로 가자니 시간이 좀 이를 것 같아 우회, 벨리즈 시티를 잠시나마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크룩트 트리에서 벨리즈 시티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은지라, 이 나라 참 평평하네 평평도 하네 정말이지 평평하네 몇 번 감탄하다 보니까 어느새 도착. 


벨리즈 시티. 크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내게 까리브를 돌려줘 돌려달라고 엉엉(벨리즈의 아름다운 바다라는건 배타고 좀 나가줘야만 볼 수 있나보다)


Baron Bliss lighthouse


주차장에서 차가 박살나든 뭘 털리든 내 알바 아니란다.


투어리즘 빌리지가 문을 닫았길래, 그나마 볼 것을 잃었으니 대신 먹기라도 하자 모드로 변신, The Ice Cream Shoppe 방문


아이스크림 집마저 방범이 철저하다. 그냥은 절대 문이 안 열려 ㅋㅋㅋ


묻는게 많을 줄 알았으면 내 Sundae를 안 시켰을 것인데... 때늦은 후회

디저트를 먹었으니 이제 메인을 먹을 차례(응?)


이유는 아직 안 찾아봐서 모르나 ㅋ 벨리즈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종이 은근 다양한 듯 보인다. 그로 미루어 짐작컨데 제법 많은 수의 중국인들이 벨리즈에 거주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니 식당이야 말할 것도 없지. 우리가 오늘 방문한 곳은 Chon Saan Palace, 한자로는 中山皇宮酒家


규모가 꽤 컸는데(물론 문 앞엔 마찬가지로 차가 박살나든 뭘 털리든 내 알바 아니란다 안내문이 붙어있긴 했다만) 친절한 중국인 청년이 주문을 받더라. 아, 우리는 중국인 아니고 한국인이에요 ^^;;;



호기롭게 벨리즈에 왔으니 바닷가재를 먹어주겠어 캬캬캬 하면서 바닷가재 요리를 이것저것 막 시켰으나...

시즌이 아니래 ㅋㅋㅋㅋㅋ 그래 내 팔자에 바닷가재는 무슨... 재빨리 포기


탕수육 같은게 나오길 바라며 주문한 새콤 달콤 닭튀김이었는데... ㅋㅋㅋㅋㅋ 치킨까스가 나왔어!!! ㅋㅋㅋㅋㅋ (안 되는게 없는 메뉴판을 나중에 찬찬히 훑다보니 새콤 달콤 닭튀김에 두 종류가 있더라. 양식/중국식. 아하, 우리는 중국식으로 콕 찍어 주문했어야 했는데)


맛없을거야 맛없을거야 그러면서 주문을 망설이던 품목이었으나... 치킨까스만으론 뭔가 허전해 끝내 추가 주문한 만두. 뜻밖에 먹을만함


벨리즈 시티에선 딱히 본 것도 없이 그저 먹기만 하다가 탈출

아까처럼 참으로 평평하네, 저지대네, 고도계를 켜니 해발이 아니라 해저네, 쓰나미나 물난리나면 대박이겠네 그런 말 몇 번 나누다 보니 


오늘의 숙소 도착



Belize Savanna Guest House 그렇다 당신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사바나 ㅎㅎㅎ


@ 홈페이지 : http://www.belizesavannaguesthouse.com/

@ 투숙일 : 2015년 11월 22일(일) 1박

@ 객실 및 예약 : 이메일로 2층 방을 60 USD(+10% 택스)에 예약

@ 사전 응대 : 신속 명료한 이메일. 사전 접촉 느낌으론 이번 중미 여행을 위해 접선했던 숙소들중 쿨하시기가 단연 일등 ㅋ 

@ 결제 : 도착해서 현금 지불

@ 장점 : 자연 그대로의 이국적 + 독특한 숙소. 마치 숲속에 모기장 하나 쳐놓고 그 속에서 자는 듯

@ 단점 : 모기/흡혈충으로 대표되는 각종 벌레들, 방음이 안 되는 구조라 어떤 투숙객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좌우될 듯,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지만 받아쓰는 빗물에선 냄새가 좀 나고, 전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심적으로 좀 부담스럽다 ㅎ

@ 트립어드바이저 : http://www.tripadvisor.ca/Hotel_Review-g291968-d2646972-Reviews-Savanna_Guest_House-Belize_City_Belize_District.html

@ 전체 건물에 Lock 따위 없다는 이 숙소에 현재 손님용 객실은 총 3개로 공용 부엌/식당이 있는 1층에 한 개, 2층에 두 개가 있는데 기왕이면 우리가 묵었던 2층의 안쪽 방을 권한다(지금 우리 방이 1번 방이었는지 2번 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 ㅋㅋㅋ). 2층 입구쪽 방은 공간 활용도도 떨어지고 안쪽 방 투숙객이 들락날락 거릴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좀 있다. 물론 1층에 있는 3번 방을 택해 공용 부엌/식당을 편하게 쓰거나 공간을 넓게 누리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땐 아무도 안 보여서... 이리 오너라! 여기 누구 없어요~ 크게 몇 번 외쳐봤는데도 아무도 안 나타나길래... 우쩌나, 근처 동물원부터 다녀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모기한테 엄청 뜯기는 바람에 급한 대로 차 안으로 다시 막 대피하려는 순간, 그제서야 리처드 아저씨가 나타났다(참고로 숙소동과 아저씨의 작업실 - 참고로 아저씨네 부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BBC 등에 자연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분으로 이미 에미상도 두 번이나 타셨다고 한다. 와우. 싸인 받아야 하는건가 - 은 붙어 있고, 작업실을 바라보고 왼편 안쪽으로 깊숙히, 리처드 아저씨 부부가 살고 계시는 건물이 따로 또 있다). 


아저씨의 환대와 더불어 1층 부엌겸 식당과 내일의 조식 안내를 받고, 근처 볼거리 - 아저씨네가 사적으로 보유한 트레일, 동물원과 나이트 사파리 - 와 먹거리 - 홈페이지에도 소개되어 있는 식당의 메뉴판까지 보여 주시며 - 설명을 듣고, 방충망이 쳐진 문들은 항상 닫아둘 것이며 모기 말고도 피를 빠는 아주 작은 날벌레가 있으니 꼭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다니라는 주의 사항을 알려 주시는 것으로 체크인을 마쳤다(이미 미친 듯 물렸다고요 ㅜㅠ). 천편일률적인 Where are you from?에서 살짝 틀어진, 너희는 지구별의 어느 부분에서 왔니? 라고 물어보시는게 기억에 남았는데, 나 역시 고 타이밍을 틈타 혹 미쿡인이신가 여쭤봤더니 영국인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여기 벨리즈에 온지 이미 수 십년된지라 국적 따위 별 의미 없으시다는 듯 허허 웃으셨고, 벨리즈로의 이주가 Whole Life에 있어 Big Change 였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왜 아니겠는가. 나라도 벨리즈로 이주하게 된다면 인생 통틀어 엄청난 전환점이 될 듯 ㅋㅋㅋ). 선반에는 커피와 차가 마련되어 있고 식수도 무료 제공되며 엄청 커다란 냉장고엔 아침에 짜놓은 신선한 주스가 있으니 얼마든지 가져다 마시라고. 아이 좋아라.   



(부엌에 면한 3번 방문이 보인다)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올라 2층 방충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복도에 두 방이 면하고 있었는데, 우리 방은 그 중 안쪽 방이었다. 우리 방문과는 별도로 복도 가운데 또 하나의 간이 문이 있어서, 바깥 방 앞 복도는 복도 역할을 할 뿐이지만, 우리 방 앞 복도는 마치 (아래 사진과 같은) 우리 방의 거실/테라스 내지는 또 하나의 간이 침실 역할을 한달까. 





방은 꽤 크고 깨끗했으며 심플했지만 운치 있었고 나름 실용적으로 배치된 공간이었다. 에어컨 없이, 사방팔방 방충망 + 여러 대의 선풍기 조합이었지만 덥지도 않았고... 샤워기 물에서 냄새가 좀 나긴 했지만 수압도 괜찮고 온수도 잘 나왔고 좀 좁은 점 말고는 화장실 이용에 큰 불편도 없었다. 이 날 오후 늦게 미국인인지 영국인인지 영어를 아주 잘하는(차에서 내리자마자 리처드 아저씨 붙들고 원더풀 언빌리버블 환타스틱 어메이징 해대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미쿡쪽에 한 표 던진다만 ㅋㅋㅋ) 젊은이 4명이 한 차로 와서는 남은 두 방을 차지했는데(고로 만실) 숙소 건물이 나무로 지어진 터라 위아래 좌우로 방음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다행히 그들의 일정이 매우 타이트한 듯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적었고 비교적 조용한 성격들인지 익일 조식 시간을 전후해서 잠시 소란스러웠던 점 말고는 괜찮았다.  

 

우리 방에는 큰 침대 하나, 작은 침대 하나, 그리고 거실/테라스를 빙자한 복도에 또 하나의 작은 침대가 있었는데 큰 침대를 선점한 김원장 왈 본인 침대 가운데가 좀 꺼진 것 같다고 하여(핑계일지도 ㅋㅋㅋ) 각자 하나씩 차지하고 잤다. 숙소는 아래와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The Savanna Guest House is off the grid and makes its own power and water using solar, battery power and diesel generators.  


케냐 카카메가 숲에서 머물 때 이용했던 숙소 생각이 절로 나는 곳이었다. 물론 그 집보다는 창이 훨씬 크고 많아서(뿐인가, 방충망 상태도 좋고전기도 들어와) 환할 때 바깥을 바라봐도 방충망 바로 앞 나뭇잎이 가득한 것이(2층이라 나무들 상부가 보였다) 이 자체로 트리 하우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불 다 끄고 누워 있노라면 숲 속 한 가운데 커다란 모기장 치고 거기 침대 하나 넣어 두고 그 위에 자빠져 있는, 딱 그 느낌이었다. 쉽게 말해 좋았다는 얘기다. 양철 지붕에 소나기가 내리면 소나기가 내리는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새가 울면 새가 우는대로 다 좋았다.  


상당히 애매한 복장으로 인터넷 서핑 중인 모르는 사람



리처드 아저씨 대왕 부자다. 옆 마당에 트레일도 있어 ㅋㅋㅋ (근데 모기 때문에 갈 수가 없어 ㅜㅠ)


참고로 벨리즈에서의 이틀간 피를 빨아대는 여러 아이들의 무지막지한 공격으로 인해(특히 사바나 게스트 하우스 지역) 

동물원(http://www.belizezoo.org/index.php)도, 나이트 사파리도, 사나바 네이처 트레일도 까짓것(?) 다 포기했는데

그럼에도 이후 멕시코 여행 내내 피가 나도록 긁어댔다는 슬픈 사연 ㅜ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