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티과인데, 온갖 탈거리들이 엄청난 매연과 소음을 따따블로 일으키고 있다. 널리고 널린 개똥 따위는 진짜 아무 것도 아니다. 산책 때마다 귀 막아야지 코 막아야지 정신없는 김원장. 소음은 그렇다 쳐, 매연은 좀 어떻게 안 되겠니. 이건 에브리바디에게 직접적 폐해인데. 게다가 숙소 방 안에 놓인 책자에 따르면 여기선 수돗물로 가글도 하지 말라고 하던데 과테말라 정부는 대체 뭐하고 있나. 아무리 세수가 부족해도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상하수도부터 어떻게 좀 안 되겠니. 아아 기대하던 안티과에 왔는데 아아 돈데보이 






안티과의 돌길. 보기엔 아름다우나 김원장에겐 그저 또 하나의 소음 제공원일뿐 ㅋ


아이고 흔들렸다. 다음에 다시 찍을 수 있을까














나 역시 (다른 중미 여행자들처럼) 과테말라 안티과에 오니 어쩐지 비슷한 구석이 있는 니카라과 그라나다 생각이 많이 났다. 


아무래도 역사적 이유로 안티과가 훨씬 규모가 크고 곳곳에 무너진 성당과 수도원들로 인해 고풍스러우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데다가 날씨도 좋고 여행자를 위한 인프라 또한 과테말라 관광 중심지답게 없는 게 없는 곳인지라 여행지로서 객관적 점수는 그라나다에 비해 당연 우위라 하겠다. 그러나 일단 소음 때문에 김원장이 너무 괴로워하고 (우리 숙소 앞으로 차가 다니게 된 이유가 여기저기 공사 때문인지라... 시가지를 걷다 보면 보너스로 그 공사 소음까지 ㅋ) 그로 인해 김원장은 김원장대로, 나는 나대로 콧물 코막힘 재채기 비염이 도져 각자 숙면을 취하지 못하다보니 안티과에서 보낸 이틀은 날이 서있는 순간이 보다 많았다 하겠다. 결국 나중엔 가방을 뒤져 처박아 두었던 수면유도제와 항히스타민제를 각자 한 알씩 꿀꺽 ㅋㅋㅋ 아아 그라나다가 그리워. 


그래도 한줄기 위안이 되는 순간이라면 역시 뭔가를 먹을 때 ㅋㅋㅋ


여러 선배 여행자들 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지점이 안티과에 있다고. 사실 버거라면 근처에 있는 버거킹을 더 선호한다만 예쁘다니 한 번 가봐야지. 안티과도 돌출 간판이 없어서 맥도날드도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한 어디가 가게인지 잘 안 보인다만... 뭐 겉 모습은 이렇고  


주문 데스크는 지극히 평범한데


헉. 안쪽 야외 좌석이... 안에 이런 크고 아름다운 낭만적인 공간이 숨어 있었어? 정말이지 내가 가본 맥도날드 중 분위기 탑이로구나. 


스페인 애들 여기와서 한 짓은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이들의 콜로니얼 스타일 건축물들의 매력만큼은 솔직히 부정하기 어렵다. 중미 통틀어 안티과가 스페인 풍 건축물들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고 했던가. 약 240년 전 일어난 대지진으로 중미에서 가장 아름답던 이 도시는 한순간 폐허로 변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그 영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안티과 같다. 


내게 있어 안티과는 뭐랄까, 까시남 김원장이 아닌,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같이 와서 오늘은 이 집 대문을 두드리며 과연 어떤 공간이 펼쳐질까 기대하고 그 안에서 그녀와 (쓰면서 생각해 보니 기왕이면 女가 아니라도 좋겠 ㅋㅋㅋ) 이국적인 음식에 라이브 뮤직을 들으며 밀린 수다를 떨고, 내일은 또 저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며 예상치 못한 공간 배치와 장식에 다시금 감탄하며 맛난 안주에 술 한 잔 나누며 끝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다. 운만 좋다면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배가 터지도록 돌아다녀도 매순간 즐겁고 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세상이되 이 세상 같지 않은 곳일 수도 있달까(한국 물가 생각하면 착해서 더 그럴 듯).


아아, 그러나 현실은 바로 내 옆에 안티과의 소음을 미친듯 괴로워하는 - 가족관계증명서상 배우자인 - 김원장이 떡하니 있을 뿐이로구나. 


내일 이동시 먹을 간식 거리를 사기 위해 던킨에 들렀다. 직원은 몇 개 더 사면 얼마에 싸게 준다는 프로모션을 우리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스페인어로 참 열심히 설명했는데... 미안하다. 쇠귀에 경읽기라(보라, 사진 속 김원장은 주문한 도넛이 맞게 포장되었는지 본인 눈으로 재차 확인하고 있다. 이게 우리의 현 수준). 



이 쯤에서 잠시 안티과 관광 지도 중 "일부"를 발췌해 보면 (안티과 대표 관광지로 알려진 성당/수도원 그런 건 내 관심 이 지도 밖에 있다 ㅋㅋㅋ) 아무래도 여행자들은 저 큰 붉은 박스 구역(터미널, 현지 시장, 수퍼마켓, 맥도날드, 던킨, 버거킹, PC방 모두 저 안에 있다)을 자주 지나기 마련이다. 노란 박스친 부분이 La Bodegona라는 아주 커다란 수퍼마켓인데 별표를 친 것처럼 여러 곳에 문이 있다(처음엔 각자 다른 수퍼인줄 알고 오 여기 수퍼 또 있어 그랬다는. 신나서 들어가보니 어라 아까 본데야 ㅋㅋㅋ). 오뚜기 라면이 있다는 정보로 찾아갔는데 오뚜기는 안 보이고 대신 신라면과 육개장 사발면이 ㅎ 오히려 잘 됐구나. 우리가 먹는 short grain 쌀도 있긴 한데 너무 비싸서... 아직도 살까 말까 고민 중. 






아, 그리고 우리는 안 가봤지만 안티과에 한국 식당이 있는 듯 하다. 동포 의식 오지랖 발동으로 광고한다. 상기 첨부한 지도에 추정 위치도 그려넣었다. 이름은 약간 일본틱하기도 하지만... 뭐 스시도 취급하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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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어 가는 안티과의 중앙 광장. 울려퍼지는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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