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척 보면 몰라? 프레지덴테 극장에서 11월 13일~15일에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 한다잖아. 일취월장하는 내 스페인어 실력)


위키피디아에서 발췌

The Zona Rosa is an area in San SalvadorEl Salvador, known for its nightlife and tourist facilities. The zone, located in the San Benito suburb, consists of hotels, bars, restaurants, cafés, museums, embassies, apartment towers and a convention center.


소나 로사. 우리 숙소가 위치한 곳이다. 산살바도르가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봐라. 저렇게 발레 공연도 열리는, 문화 시민(?)이 사는 동네다.


우리 숙소에서 이쪽으로 넘어지면 쉐라톤 호텔 방향이요, 저쪽으로 넘어지면 힐튼 호텔 방향이다. 옆옆옆옆집쯤엔 대만 대사관이 있다. 


사족으로 중화민국, 즉 대만은 아시다시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전세계 통틀어 20 여개국 정도랄까. 그나마 그 리스트조차 솔까말 지구 상에 이런 나라가 있었던가 갸우뚱 할 곳이 태반이다. 근데 중미는 신기하게도 지나온 파나마, 니카라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그리고 앞으로 방문할 과테말라와 벨리즈까지) 모두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게 중미의 현 위상일지도... 갑자기 눈물이 ㅜㅠ

  


대만 대사관이 있어서일까. "근사한" 중국 레스토랑도 지척에 두 개나 있다. 사슬 같은 발 걷고 들어가면 어서 오세요 하는 우리 동네 중국집 같은 거 아니다. 총 든 사람들이 지키고 어마어마한 철문 열려야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중국 식당이다. 이탈리안 식당도 당근 여럿이다. 뿐인가.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데니스 맥도날드 파파존스 피자헛 웬디스 그런게 모여 있다. 여기 미국인가.   




간만에 웬디스에 가본다. 주문대에 서니 내가 외국인이라 그런지 언냐랑 오빠가 서로 주문 받기를 미룬다. 귀여운 것들 같으니라구. 하지만 얘들아, 너희만큼 나도 두려워 ㅜㅠ 영어로 주문하고 스페인어로 대답하고. 세계 어딜 가나 이런 데서 물어보는 건 거의 같으니까 크게 어렵진 않다(내 경우 이런 곳은 해외 여행 전용이나 다름 없다. 한국에선 거의 가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외국인 손님이 정말 거의 안 오나보다. 이런데서 영어 한 마디 못 하다니.  




메뉴는 초딩이나 좋아할 법 한데... 손님들 면면을 보아하니 산살바도르에선 고급 레스토랑 급인듯. 꽤 있어 보이는, 부티 나는 손님들이 99%다.갑자기 인도 생각이 난다. 이 곳 역시 아무리 둘러봐도 추리닝 입고 온 사람은 나 밖에 없어 ㅋㅋㅋ 


맛있지도 않구만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수퍼마켓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하루에 한 번씩 갔다. 없는 게 없는 - 내가 찾는 엘살바도르 맥주 브랜드의 경우 한 병만은 안 팔더라(더 열심히 찾아보려는데 김원장이 배고프다고 빨리 숙소로 돌아가야 한데서) - 진짜 미국 수퍼 같은 수퍼였다. 오가는 길은 물론 수퍼 안까지 무장 공비 경비들이 곳곳에 참으로 많아서... 이게 안전한 건지 안전하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더라. 10분 걸으면 총을 20자루는 봐. 


한번은 설탕을 사고 싶어서 소금 코너에서 이게 설탕이니 소금이니 살짝 먹어볼까 둘이 그러고 있는데...(이 때만 해도 스페인어로 설탕이 뭔지 몰랐다) 갑자기 옆에서 웬 아주머니가 "그건 소금이에요" 하시는거라. 앗 깜짝이야. 그래, 한국말로.  

설탕을 찾고 있다니까 이따만한 설탕을 집어 주시길래 작은 것 찾는다니까 이게 뭐 크냐고. 그래서 여행 중이라 아주 작은 용량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조금 놀라시는 것 같았다. 김원장 말로는 아까부터 우리 하는 짓을 보고 생까고 계시다가 소금을 들고 이게 설탕이야 그런 쇼를 하고 있으니까 비로소 도움이 필요하다 판단, 개입하신 거라는데... 아마 우리를 까막눈 상태로 막 이민 온 바보 부부 - 엮이지 말아야지 - 로 생각하셨던 건 아닐까. 


중미 여행하면서 다른 한국인 여행자는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니카라과 마나과에 이어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서 또 교민분을 뵈었다. 신기. 

엘살바도르에서 하시는 일 대박 나시고 가족 모두 행복하세요! 





(미사 시간엔 매우 북적이던 Iglesia La Capilla)


(어둠이 내리고 있다. 어서 집에 가자 ㅋㅋㅋ)


예전에 미국인들의 세계관이라고 표현해야 할라나, 하여간 인터넷에서 재밌게 본 그림들이 있는데 대략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출처 http://maisonbisson.com/files/2012/09/the-world-according-to-america.jpg)

(출처 http://thatfunnyblog.com/wp-content/uploads/2012/01/The-World-and-How-americans-see-it-.jpg)


(출처 http://www.buzzfeed.com/chelseamarshall/what-americans-really-think-about-the-rest-of-the-world?sub=2677701_1815810#.kdQXM6nNv)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호기심이 일어 예전에 찾아봤던 자료였는데, 중미를 여행하고 있는 지금은 당연히 미국이 생각하는 중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해졌다. 물론 저 그림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중미는, 멕시코 정도를 제외하면 그저 하우스키핑 해주는 사람들이 온, 미지의 어딘가 정도로 밖에 각국의 존재감이 참으로 미약하다 하겠다. 사실 이게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것이, 얼마 전까지 나 또한 중미의 과테말라와 파나마 사이는 (마치 서아프리카처럼) 머릿속에서 지도가 그려지지 않는거다. 그냥 그 공간이 하얘. 완전 백지 상태.


나는 지금 그 백지를 조금씩 칼라풀하게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마주보는 카메라. 응? 저거 줄 빠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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