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구시갈파 도착 직전, 욕쟁이 김원장처럼 나도 살짝 멀미를 한 것 같다. 부부라도 이런건 좀 안 닮았으면 하는 소망 ㅜㅠ 


그건 그렇고 우리와 티카 버스를 함께 타고 온 아일랜드인은 산 페드로 술라까지 가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짐 내리고 동시에 넋도 내려놓고 있는데 걔는 티카 버스 사무소 내 간이 매점에서 빵 쪼가리 하나 사 먹고는 다시 버스에 올라탄다. 와 앞으로 몇 시간 더 차를 타고 가겠다고? 아아 체력도 좋아. 젊음은 정말이지 따봉인 것이야. 


지난 일정에 누군가 우리를 픽업하기로 했을 때는 꼭 하루 이틀전 reminder 메일을 보냈었는데, 오늘 온두라스 테구시갈파의 숙소만큼은, 예약 당시 주인인 까를로스의 답장에서 뭔가 강력한 전문가의 포스를 느꼈기 때문에 reminder 메일을 보내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 그냥 왔더랬다.   


써티야, 
don't worry, I will talk to the people at Tica bus to find out at what time are you arriving and for the 6 am departure, I have taken a lot of guests to Tica bus for the 6 am bus, we will have your breakfast ready around 5 am.  We can leave the hotel at 0525, so we can arrive there at 0530, because our hotel is only 3 minutes from the Tica bus terminal and if we arrive at 0530 we will be ok, as long as you are there before 0530 is ok.  Like a said, I will keep track of your bus trip to Tegucigalpa and will be there for your arrival.  Our number here is 87908026.  Also, they know our hotel, so if you tell them that you have a reservation with our hotel they will call me right away to pick you up.  Have a good night! 
Carlos E Lopez

그런데 막상 도착했더니 까를로스가 없어 ㅋㅋㅋㅋㅋ 돈 워리라며, 이건 워리한데 ㅋㅋㅋㅋㅋ 머피의 법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에겐 전화 번호가 있지 전화를 걸줄 몰라서 그렇지

까를로스 말을 믿고 무작정 사무실로 들어가 쌀쌀맞아 보이는 언냐한테 전화번호를 들이 밀어본다. 오 웃으니까 급 예뻐지는 언냐가 전화를 해보더니 - 언냐가 까를로스한테 하뽕 애들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 같길래 얼른 꼬레아라고 해줬다. 그랬더니 이름 묻길래 얘기도 해주고 - 곧 올거라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더라. 무차스 그라시아스!    


얼마 후, 까를로스라고 해서 까를로스처럼 생긴(?) 사람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까를로스처럼은 안 생긴 아저씨가 아이 엠 쏘 쏘리, 를 날리며 뛰어왔다. 우리가 니카라과에서 오는게 아니라 엘살바도르에서 오는 걸로 헛갈렸다나 뭐라나(티카 버스 도착 시간대가 다르단다). 뭐야. 전문가가왜 이래 ㅋ 아저씨의 빨간 기아 피칸토(모닝)를 타고 오늘의 숙소인 아저씨네 집으로 고고씽. 



(옮긴 티카 버스 승차장의 위치는 테구시갈파 남단, 공항보다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Honduras Executive Inn


@ 홈페이지(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Honduras-Executive-Inn-1664918003737152/

@ 투숙일 : 2015년 11월 9일(월) 1박

@ 객실 및 예약 : 부킹닷컴은 호텔측에 수수료를 요구하니 기왕이면 다이렉트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처음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취해 보았으나 답장이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부킹닷컴을 통해 Triple Room(with Balcony)를 조식 포함 40불(+15% 택스)로 예약했다. 그런데 약 2주뒤 부킹닷컴에서 지니어스 등급 대상으로 10% 할인 행사 한다길래 취소 후 재예약으로 -_-; 같은 방을 36불(+15% 택스) 득템. 아싸 4.6불 세이브 ㅋ

@ 사전 응대 : 페이스북으로는 연락이 잘 안 닿더니 부킹닷컴 통해서는 바로바로.  

@ 결제 : 까를로스 아저씨가 우수리 안 받겠다고 하셔서 그냥 41불만 지불. 아아 훌륭한 가성비  

@ 장점 : 티카 버스 터미널까지 무료 왕복 픽업+알파 라이드. 주인 아저씨 무지 친절하다. 안전한 부촌. 온두라스 중산층은 어떻게 사는가 

@ 단점 : 방이 좁고 반짝반짝 청결하진 않다. 김원장에겐 낮 시간대 주변 공사 소음+ 저녁 시간대 간헐적 비행기 소음이 거슬린단다. 

@ 부킹닷컴 : http://www.booking.com/hotel/hn/honduras-executive-inn.ko.html

@ 트립어드바이저 리뷰 : http://www.tripadvisor.co.za/Hotel_Review-g292026-d8319517-Reviews-Honduras_Executive_Inn-Tegucigalpa_Francisco_Morazan_Department.html



웰컴 (온두라스) 쿠키와 (온두라스) 커피.


저 쿠키는 티카 버스를 타고 산길을 막 올라올 때 잠깐 버스에 올라탄 언냐가 이따만한 다라이에 한가득 담아 팔던 쿠키와 매우 비슷했다(그 와중에 뺀질이 차장이 언냐 팔뚝 막 쓰담쓰담 해대는게 상당히 거슬렸다). 우리가 맨 앞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언냐가 일빠로 우리에게 구입을 권했는데 돈도 없고 멀미도 나고 해서 거절했었다. 한참 지나 맨 뒷좌석까지 다녀온 언냐 다라이를 보니 그새 반 이상 빈거다. 헐. 그렇담 "어머 이건 사야해" 아이템 아니련가. 그래서 나도 급 뒷북으로 좀 샀는데 ㅋ (렘피라가 없어 달러로 사다보니) 약간 바가지 같긴 했지만 맛이 묘한게 하여간 나쁘지 않았다. 김원장 말로는 밀가루가 아닌, 뭔가 다른 반죽이라는데... 그렇다고 옥수수도 아닌 것 같고... 아몰랑.

그렇게 가방 안에 이미 몇 개의 커다란 쿠키가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때마침 까를로스 아저씨도 온두라스 남부 명물 쿠키라며 내어준 것이다. 내가 이름을 물어보니 자신도 정확한 이름은 모른다며 와이프한테 물어보고 적어주겠다고 하더니 또 까먹 ㅋㅋㅋ 

여튼 온두라스 커피도 맛있었다(어쩌다보니 평소와는 달리 각국 맥주 한 모금 못 먹어보고 커피로 대신하고 있다). 쿠키 한 조각, 커피 한 모금, 쿠키 한 조각, 커피 한 모금. 아 됴아됴아. 


까를로스 아저씨네 집은, 마을 초입에 총 든 가드가 안전 바 내려놓고 지키고 있는 주거 전용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숙소용 건물은 2층 집이었는데 1층에는 거실, 식당, 부엌 등이, 2층에 작은 공용 공간과 3개의 방이 있었다. 




나는 긴 이동에 대비하여 침대를 두 개 쓰고 싶어서 그 중 트리플룸을 예약해 온건데 그냥 더블룸을 택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방이 작아서 침대들만으로 그냥 방이 꽉 차 ㅎ 놀라운 사실은 이 방에 에어컨 없이 달랑 선풍기만 있었는데, 선풍기조차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아니었다는 것. 지나온 니카라과에 비하자면 해발 약 1000미터 테구시갈파는 정말이지 상쾌한 날씨였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바랬던 날씨라고! (그런데 갇혀 있다고!)



까를로스 아저씨 안내에 따라 발코니로 나가보니 이 주거지역 전경이 내려다 보였다. 저~쪽으로 테구시갈파 시가지가 보이는 것 같아 몸을 더 내밀어 멀리 바라보려니 조심하라고, 발코니 앞 저 전선이 전기 펜스라고 ㅋㅋㅋㅋㅋ 그리고보니 여기저기 전기 펜스 친 집들이 꽤 많네.




테구시갈파가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 아닌가. 잠시 시내 구경 다녀온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거라 생각치는 않았다. 대충 둘러볼 곳도 이미 생각해 두었고. 


테구시갈파 최근 여행기 몇 개


2014년 1월 http://blog.daum.net/jayawind/130

2014년 10월 http://blog.naver.com/sneedle/220164158829

2014년 11월 http://blog.daum.net/youngeul/332


물론 이런 버전도 http://blog.naver.com/kihwang880/140198178284


게다가 까를로스 아저씨가 워낙 친절하셔서, 티카 버스 터미널까지의 무료 왕복 픽업 외, 뭐 필요한 게 있다거나 혹은 식사를 위해 나가고 싶다면 언제든 본인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신지라 마음만 먹으면 상기 첨부한 지도의 신시가지 혹은 더 북쪽의 구시가지를 구경할 수도 있었는데... 일단 김원장이 멀미로 인해 뻗어버려서 오늘은 한 발짝도 못 나가겠다 하길래, 진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집에만 있었다 ㅜㅠ (안 나가고 있으니 까를로스 아저씨가 방문을 똑똑똑, 배 안 고프냐고 ㅋㅋㅋ 라면에 콩나물 국밥까지 먹어놓곤 샌드위치 만들어 먹었다고 뻥쳤다)


참고로 원래 오늘의 숙소로 노렸던 집은 신시가지에 위치한 테구시갈파 메리엇(https://www.marriott.com/hotels/maps/travel/tgumc-tegucigalpa-marriott-hotel/)으로 최저가보상제 성공하여 약 146불에 예약을 해두었는데, 티카 버스에서 내려 거기까지 가는데만도 택시가 대략 15불은 부를 것 같더라. 신시가지 고급 호텔에 시내 구경이 편리하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주변 소음으로부터 방음이 얼마나 잘 되려는지 확실치 않았고, 조식도 불포함 조건이었고 ㅋ 익일 새벽 5시에 체크아웃할 생각을 하니 돈이 너무 아까워서 -_-; 결국 취소하고 까를로스 아저씨네로 변경했다(로라야~ http://blog.daum.net/worldtravel/13690565 댓글에서 약속한대로 이 집이 바로 그 집이야 ^^)


오전 6시 버스를 타야하는 우리를 위해 감사하게도 까를로스 아저씨가 새벽 5시부터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셨는데 먹는 것에 약한 나로서는 감동적인 서비스가 아닐 수 없었다 (원래 일하는 언냐가 있는데... 너무 이른 시각이라서인가, 아저씨가 직접 만드심) 씨리얼, 과일 주스, 커피, 간단한 과일, 파니니 프레스로 눌러 만든 따끈한 샌드위치 토스트(사진은 대체 뭘 찍은건지... 설탕통?) 등등.


정성껏 차려주신 식사를 맛있게 먹고 일어나니 빨리 준비하고 내려오라고 하셔서 어 좀 일찍 출발해야 하나보다 했더니 헤어지기 전에 사진 한 방 찍자고 ㅋㅋㅋㅋㅋ 


아직 잠이 덜 깬 김원장과 잘 생기고 듬직한 까를로스 아저씨 


키 작은 사모님께 맞춰드리려다 얼굴 크기를 지키지 못한 자의 슬픔 ㅜㅠ 


까를로스 아저씨에게 온두라스에 사는 것에 대하여 위험하다 생각하고 계신지 여쭈어 보았다. 그랬더니 


본인이 지금 하는 행동이 위험한 행동인지,

본인이 지금 다니는 거리가 위험한 거리인지,

본인이 지금 움직이는 시간대가 위험한 시간대인지 정도만 잘 파악하고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ㅋㅋㅋㅋㅋ

아 나 왜 이런 바보같은 질문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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