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 포스팅 사진들만 보면 그라나다 '쨍'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지만

지나온 역사나 현 상황을 볼 때면 실상 '찡'(우울 모드) 쪽에 훨씬 가깝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남들은 그라나다에 오면 근처 화산 투어나 호수에서 배타고 노는 모양이던데 (우리 숙소에 머물던 영국 할아버지도 마사야 화산 투어와 배 타기 모두 했다며 이따만큼의 사진을 신나게 보여 주었다. 할머니가 말리지 않았으면 족히 1시간은 자랑했을 듯) 우리는 덥다는 핑계로 이 날씨에 무슨 화산이야 자발적으로 쪄죽을 일 있어 해가며 그저 그라나다에만 있었다. 그라나다가 큼지막하기라도 하면 이런 저런 코스로 돌아다녔을텐데 사실 그나마 이쁜 구역은 얼마 되지 않으므로 매번 거의 같은 길로만 돌고 돌고 또 돌았다. 


돈 달라며 우리를 건드리는 걸인도 있었고 노숙자도 좀 있어 보였다(우리네 기준으론 행색이 추레한 사람들이 많아 더 그래 보였을 것이다).

좀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시장을 지나 수퍼마켓(아마 그라나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릴) 가는 길에 오죽하면 김원장이 분위기 너무 안 좋다고 더이상 가지 말자고 했을까(근데 끌고 갔다 ㅋㅋㅋ).  






많이 정리된(?) 거라고 하는데 여전히 비슷비슷하게 생긴 개들이 많았다. 대부분 많이 말랐고 아무데서나 오줌을 쌌고 밤에는 짖었다. 

혹자는 니카라과 여행을 하며 총 소리가 나서 밖에 나가지도 못 했다거나 또는 밤새 잠을 설쳤다고 하는데... 그 총 소리는 나도 수없이 들었다. 처음에 듣고 깜짝 놀라서(총 소리라서 놀란게 아니라 단순히 너무 커서 ㅋㅋㅋ) 이게 대체 뭔 소리야 숙소 쥔장 해리엇한테 물으니 종교적인 의미에서 터뜨리는 폭죽 소리라고 하더라. 

그라나다에는 성당이 많았고 니카라과인들의 신심은 매우 깊은 듯 -_-; 낮이고 밤이고 잊을 만하면 폭죽 소리가 났다. 탕 탕 탕탕 탕 탕.

(김원장 왈 진짜 총소리보다는 탁한 저음이라고 했지만 나로서는) 총소리라고 생각하면 정말 총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폭죽이고 뭐고 다 좋다이거야. 대체 왜 저렇게 큰 소리를 내야만 하는거야. 악마가 귀머거리인가. 

뿐만 아니라 그들의 뿌리깊은 신심은 전도(?)에도 한 열정 불러일으키는 듯 했다. 금요일 토요일 묵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새벽 4시 언저리부터 엄청난 볼륨으로 그라나다 떠나가라 방송을 해대는거다. 복음와 찬송가를 반씩 섞어서(?). 구호와 음악이 쿵짝쿵짝(사실 전도가 아닐지도 모르겠는데 반복되는 후렴구에서 계속 "산타 마리아"가 들렸다. 나중에는 따라부르 ㅋㅋㅋ).

그러니까, 아무리 조용한 숙소를 골라 왔다고 하더라도 그라나다에서는 그 방면에선 썩 자유롭지 못 할 것 같았다. 개 짖지 폭죽 터지지 트럭에 앰프 스피커 싣고 다니며 전도 하지, 그것도 내 기준으론 깜깜한 밤에. 사실 개소리는 뭐 다른 나라에서 겪었던 경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녔고 낮잠도 자고 시차 적응도 덜 되고 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아니었다. 그저 그 황당함에 킥킥 웃음이 나올 정도  






누군가는 같은 니카라과 내 경쟁 상대(?) 레온과

또 누군가는 과테말라 안티과와 비교를 하곤 하던 그라나다. 

일정을 그릴 때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그라나다의 입지가 그 둘에 비해 차별화 되었더랬다. 

하늘에서 먼저 만난 니카라과 호수. 상상보다 어두웠던 물빛.

직접 두 발로 찾아가봐도 마찬가지였다. 물은 더러워 보였고 주변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오르는 냄새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작은 날벌레떼가 파도가 철썩일 때마다 박자 맞춰 내 쪽으로 밀려오곤 했다. 이게 진짜 상수원 맞아? 이 속에 상어도 살고 있다는 게 맞아? 거기에 앞으로 이 호수를 통해 니카라과 운하가 새로 날 거라고?        




아침 시장통을 돌아다니다 김원장이 개중 먹을만한 것을 골라본건데... 이제 하나 둘 셋 넷 다섯까지 겨우 외웠는데... 하필 6이라는거야 7이라는거야. 결국 이 도넛 하나에 7 코르도바로 결론. 예상보다 비싸군. 하지만 이 동네에선 바가지라도 적정한 수준이면 기분 좋게 쓰자, 다짐 중이니까... 근데 좀 질겼다 ㅋㅋ 

  


담 치면 더울거고 안 치면 위험할거고. 이 동네를 여행하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집이나 우리나. 나나 원숭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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