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TUR
ROUTE:MGA/TGU

US$ 25.3 (ONE WAY)

Primer dia de viajeMGA-TGU05:30TUR
 

오전 5시 30분 정시 출발, 오후 1시 30분 도착 총 8시간 소요.


한국에서 미리 예약(예약기)해 온 e-티켓에 써 있기를, 출발 45분 전까지 티카 버스 승차장으로 오라길래 자그마치 새벽 4시 30분, 숙소에서 불러준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시차 적응이 아직도 완벽하게 안 된지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택시 아저씨는 다소 불안하게 밤길을 비틀비틀(일방통행 길을 거꾸로 잘못 들지 않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운전하시길래 아저씨께 '니카' 버스 아니고 '티카' 버스로 가는 것 아시죠? 물어보기도 하고) 달려 우리를 티카 버스 사무소 앞에 내려 놓았다(밝을 때 보면 옆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대로변이 아닌 곳에 있다).


사실 처음 타보는 거니까 시키는 대로 45분 전에 갔지, 뭐 15분 전에 가도 널럴하지 않겠어? 하고 있었는데...

새벽 4시 45분, 이런 한적한 골목 안에 웬 불야성 ㅋㅋㅋㅋㅋ 깜짝 놀랐다. 뭔 사람들이 이리 많아.



사무실로 들어가 처음 보이는 직원을 붙들고 테구시갈파 외쳐서 짐을 부치고 짐표를 받고, 데스크 줄에 섰다(알고보니 우리가 타는 버스는 테구시갈파가 종점이 아니더라. 테구시갈파에 잠시 선 후 온두라스의 경제 중심지 산 페드로 술라까지 간다고 했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짐표를 나눠준 아저씨가 다시 오더니 니카라과 출국 신고서, 온두라스 입국 신고서, 세관 신고서 등 각자 4장이나(왜 4장씩이나 3장만 줘도 될 것 같은데) 챙겨 주길래 일단 받았고, 차례가 되어 데스크에 여권과 한국에서 출력해 온 e-티켓을 내밀었더니 언니가 작은 종이를 출력하여 내 e-티켓에 붙여 주면서 다시금 예약해 온 좌석 번호 3번, 4번을 크게 써주었다. 오오 신기해. 진짜 예약 성공했어.     




내가 욜라 더운 대기실에 앉아 4장의 신고서 두 세트를 작성하고 있는 동안, 나이가 들어 눈이 어두운 ㅋㅋㅋ 김원장은 대신 매점에 가서 커피를 사왔다. 어두운 조명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 8장을 작성하는 내내, 헤어짐이 코 앞으로 다가온 한 중년 부부는 상당히 쪽쪽거리며 슬퍼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그 모습에서 엄마 찾아 삼만리 마르코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그건 그렇고 당시 아르헨티나가 얼마나 잘 나갔으면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일을 하러 갔을까 김원장이 사 온 커피도 채 다 마시지 못 했는데 탑승 하라는 것 같아서 탑승을 시작했다. 




헐!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맨 앞 좌석 3, 4번을 미리 예약해 온 건데!


운전석/조수석과 승객 좌석이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어! 칸막이에 검은 칠 덕지덕지 해놓아서 앞에 아무 것도 안 보여! 문도 잠궈버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 근데 한편으론 이 상황이 왜 이리 웃긴지 ㅋㅋㅋㅋㅋ 



 (앞이 캄캄한 커플 커플룩을 입었으니 커플이다)


이제 두번째 황당함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여행 준비 목록에 의하면 오늘 일정을 위해

에어컨에 대비한 따뜻한 복장, 귀마개, 간식거리, 물, 물티슈, 화장실용 휴지

를 챙기자고 적어놓았던 바 그렇게 모든 것을 갖춰왔는데...  


아 쓰봉 에어컨을 어찌나 틀어대는지 드럽게 춥네(나니까 이 정도 욕에서 그치지 김원장은 ㅋㅋㅋ). 이건 뭐 손이 시려울 정도로 추워 ㅋㅋㅋ


결국 닫힌 문을 두드려 ㅋ 우리끼리는 뺀질이라고 부르던 차장 군에게 바디랭귀지로 추워 추워 하니까 걔가 frio ? 하는거라. freeze 비슷한 듯 들려서 si ! 그러니 알겠다며 잠시 줄여주는 듯 하더니 어느 순간 다시 세게 틀어 ㅋㅋㅋㅋㅋ 이 사실을 이미 알고 부슬부슬 털옷 챙겨온 다른 승객이야 (그건 그렇고 이런 더운 나라에서 저런 털옷은 어디서 구했을까) 그렇다치고, 반팔만 입고 탄 사람들은 우쩌라고. 

신기한건 부실하게 입고 탄 승객들은 무척이나 추울텐데, 그 긴 시간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찍 소리 안 하는거라. 김원장 왈 아직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쩔어 있는 사회라서 아직은 '을' 처지인 일반 시민들이 아무 말 못 하고 차량 내 '갑'인 운전사와 차장의 권력에 알아서 기는 것 아니겠냐는데... 하긴, 우리도 예전에 그런 시절을 지내오긴 했었지. 이 동네도 갑과 을이 뒤바뀌는 순간이 언제고 오긴 오겠지. 



(추운 와중에도 먹고 살겠다고 새벽에 숙소에서 싸준 샌드위치를 냠냠. 보기엔 저래도 맛있었다)



버스는 대략 상기와 같은 루트로 달리며(니카라과에 진짜 화산 많더라 ㅎ)

오전 7시 좀 넘어 레온 북부 San Antonio 사무소에서 몇 명의 승객을 더 태웠고

오전 9시경 Somotillo / Guasaule 국경에 도착했다. 아아 이제야 내려서 몸 좀 녹이겠네. 한여름 날씨에 이게 뭔 해괴한 짓이람.




여권과 작성해 둔 각종 신고서 세트, 그리고 니카라과 출국세와 온두라스 입국세 조로 1인당 8불씩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진작 걷어갔기에(이 중 2불 정도는 티카 버스 측 수수료라는 소문이 있다) 승객들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저 (본인들 대신) 차장이 빨리 수속을 끝내기를 하릴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다들 내린 김에 이제서야 승객들 면면을 살펴 보니 놀랍게도 외국인 여행객은 우리 둘 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일랜드에서 온) 이안 켈리라는 남자애하고 딱 셋 뿐이었다. 아니, 티카 버스라는게 외국인들만 주로 타는 국제 버스인줄 알았는데 아니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유료 화장실에도 가고, 남은 코르도바로 이런 저런 주전부리도 사고, 여느 국경에나 하나쯤 있을 법한 -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인을 봤으며(옷 좀 제대로 입혀주고 싶 ㅜㅠ), 맨손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를 보았다. 남은 코르도바를 다 털어버린 시점에 걸인할아버지가 오는 바람에 돈 대신 바나나를 드렸는데 좋아하셨고, 걸인 꼬마가 또 오길래 바나나 다 먹었는데 우쩌나 하고 있었는데 순박한 꼬마가 외국인인 우리는 건너 뛰고 구걸하더라. 걔 또한 언어의 벽을 느낀 모양이다. 



(남들은 다 그늘로 숨었는데... 햇볕을 쐬면서도 좀처럼 옷을 못 벗고 있는 김원장. 많이 추웠구나 ㅋㅋㅋ)


참고로 니카라과 코르도바 <-> 온두라스 렘피라 환전은 양측 국경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보아하니 온두라스측으로 넘어가서 환전을 하는 승객들이 훨씬 많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코딱지만큼이라도 온두라스 측이 유리한게 아닐까 싶다. 아님 말고 ㅋ 


그러는 중에 이 더위에 제대로 양복을 갖춰입은 한 청년이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노트북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와서 뭔 증을 보이며 니카라과 관광청 소속인데 서베이 좀 부탁해도 되겠냐는거다. 일단 영어를 못 한다고 거절했으나 말마따나 주변에 외국인이 너무 없어서 ㅋㅋㅋ 어쩔 수 없이 시간도 넘쳐나고 그의 질문을 듣고 답하게 되었다. 한 30개쯤 되는 질문이었는데 다행히 보통 서베이가 그렇듯 특별히 어려운 질문은 거의 없었다. 개중에는 니카라과 들어올 때 공항에서 얼마 지불했느냐, 오늘 니카라과 나갈 때 여기 육로에선 얼마 지불했느냐, 도 들어 있었다. 호오, 관리감독 하는 척 하는거야? ㅋ (참고로 8불 냈다고 하니 마치 그 가격이 맞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수수료는?)

우리가 1인 75불쯤 하는 뱅기를 타고 코스타리카에서 넘어왔다는 대답에선 그조차 너무 저렴하다며 대체 어느 항공사냐고 ㅋㅋㅋ

니카라과에선 무슨 투어를 했냐고 물었는데 아무 것도 안 했다고, 니카라과에선 무슨 기념품을 샀냐고 묻는데도 아무 것도 안 샀다고... 그러면서 좀 미안했다 ㅋㅋㅋ 니카라과의 무엇이 제일 좋았냐고 묻는 대목에서 아예 대답이 막히다보니... 어쩐지 대답을 하면 할수록 죄책감이 가중되는 마의 서베이(그건 그렇고 볼펜이라도 한 자루 줄 것이지, 립서비스만 신나게 하고 가면 뭐하니).

  

니카라과 출국 수속에는 약 1시간 남짓 걸렸는데 담당 심사관으로 보이는 여성이 우리 버스 승객들의 신분증/여권을 잔뜩 들고 와서 버스 정문 앞에 서더니 한 명씩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대조해 보고 버스 안으로 입장시켰다. 몇 십명 막힘없이 부르다가 맨 마지막 우리 둘을 남겨 놓고 김원장 이름을 보더니 자기도 자신 없는지 씩 웃으며 우리 둘은 출석 이름 안 부르고 들여 보내 주었다.     


버스는 그렇게 국경을 넘어 얼마 달리지 않아 이번엔 온두라스측에 섰다. 마찬가지로 승객들은 모두 내려야 했는데 다행히 온두라스 입국 심사에는 약 1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양측 국경 출입국 수속에만 총 1시간 반 정도 걸린 셈이다.  



오전 10시 30분, 여권을 돌려받고 온두라스측 국경에서 테구시갈파를 향해 재출발했다. 국경에서 기다리는 동안 몸을 덥혀 땀 좀 내나 싶었는데 다시 오들오들 냉동차에 몸을 싣는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살림살이는 어쩐지 니카라과보다 조금 더 못 한 듯 싶고, 길 또한 그런가, 심하게 덜컹거린다. 

 

한동안 버스는 비교적 저지대를 향해 달리다가 San Lorenzo에서 방향을 틀어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꼬불꼬불 덜컹덜컹, 고도계는 1500m까지 찍고 다시 해발 1000m 테구시갈파로 내려가는데, 산악 풍경이야 제법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김원장의 멀미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ㅋㅋㅋ 추위로 내내 떤데다가 중구난방 지들 맘대로 틀었다 껐다하는 시끄러운 영화 방송, 거기에 마침내 멀미라니. 이건 엎친데 덮친 격이요 우는 아이 뺨을 때리는 거다. 결국 테구시갈파 도착을 한 시간 정도 남겨 놓고 김원장은 화가 많이 났다.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막 한국어 욕을 해대는데 ㅋㅋㅋ 아아 스미마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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