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베르데는 고도가 높아서 덥다는 생각 안 하고 지냈는데

라 포르투나는 덥다. 한낮 야외에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뻘뻘 흐른다. 그러니 산책도 아침에 얼른 끝내자.  


방향은 라 포르투나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 폭포 쪽. 

보아하니 폭포 아래에서 수영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듯 한데... 그거야 서양애들 취향인데다 결정적으로 유료 입장이 흠이로다. 

우리는 그냥 매표소까지만 가보는 걸로 ㅋㅋㅋㅋㅋ (숙소에서 매표소까지 편도 3Km)


아레날 화산 따위 키세스가 생각나누나









오늘도 전체샷 성공

김원장이 꽃술이 안 보여 신기하다고 집어든 초대형 꽃.  

그걸 또 얼른 빼앗아 내 귀 옆에 꽂아보니... 진짜 미쳐도 그만큼 크게 미친 듯 보인다 ㅋㅋㅋㅋㅋ 

은근 오르막이라 아침이라도 숨이 차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표소 입구까지 갔다가, 저것들이 왜 매표소로 돈 내러 안 오고 마당만 알짱거리나 눈치를 보내던 직원을 뒤로 하고 다시 하산 시작. 

그대로 몇 발짝만 더 더! 똥밟

미모사도 욜라 커. 거의 나무 수준. 그걸 또 하나하나 괴롭히는 모르는 사람

망아지들 여기 잠들다.



집에 무슨 큰 일 난 듯 했던 개미떼

자고 있는 망아지들의 엄마 아빠인건가. 딸은 엄마 닮고 아들은 아빠 닮..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김원장 왈 간만에 제대로 된 운동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자, 그럼 이제 좀 먹어보실까. 언냐가 물었다. 띠삐깔? 아메리깐?

아메리깐 콜

왜 과일을 먼저 주지? 


김원장이 베이컨 한 조각 던져주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버리고 또 언제 주나 목빠지게 기다리던 고냥이.


밥을 먹고 돌아오니 숙소 주인장이 우리를 부른다. 우리 차 뒷바퀴가 펑크난 것 같다고.

어, 아닌게 아니라 진짜 바람이 빠졌네. 언제 어디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비포장도로가 어디 한둘이야

이거 어디서 고쳐? / 아무 주유소나 가면 보통 봐줘. 가격은 4불이고 / 제일 가까운 주유소가 어디야?  

지도에 동글뱅이 받고 마을로 출발해본다. 


주유소 할아버지한테 펑크난 것 같다고 바디랭귀지를 시도한다. 할아버지 알아들으신 듯 하더니 대충 살펴보시고 에어만 가득 넣어주신다. 보고 있던 김원장 답답해 한다. 아니, 펑크난 곳을 찾아 떼워줘야지, 그냥 바람만 넣으면 어떡해. 할아버지한테 다시 손짓발짓해보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신다. 제스추어로 추론해볼 때 바람 새는 소리가 안 나니 펑크가 아니다, 그러니 괜찮다고 하는 것 같다. 타이어 압력을 재는 도구까지 가져와 네 바퀴 모두 똑같이 맞춰주시곤 이젠 됐단다. 당근 불굴의 김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대로는 그냥 못 간단다. 어쩌나. 일단 이 주유소를 벗어나 다른 곳을 찾아가 보자 설득한다. 그리곤 할아버지께 묻는다. 얼마에요? 할아버지 웃으시며 됐단다. 그냥 가란다. 할아버지 싸랑해요.


어제 수퍼 앞에서 i 인포메이션 센터를 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리로 차를 몰았다. 영어로 물어볼 데라고는 거기가 제일 만만할 것 같았다. 막상 들어가 보니 공영 i 라기보다는 투어를 파는 사설 여행사처럼 보였다. 그래도 철판 깔고 물어보았다. 펑크가 난 것 같은데 어디가야 고치나. 잠시 고민하던아저씨, 어딘가로 전화를 해 물어보는 듯 하더니 다시 우리에게 길을 알려준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 두 블록 더 가서 좌회전해. 쭉 들어가면 보일거야 어쩌구.


가라는 곳으로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과연 이런 구석에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진짜 정비소가 나타났다. 그것도 마치 타이어 전문 정비소처럼 보이는. 대박. 문제라면 영어가 단 한 마디도 안 통한다는 건데 뭐 어찌됐든 의사 전달에는 성공했다. 바뜨 그러나 타이어를 분리하여 굴려가며 비눗물을 뿌려대는, 한국 스타일로는 안 봐준다. 그냥 다시금 에어 주입해 보고 주입구 부분의 아주 작은 부속을 하나 교체해준다(뭘까? 뚜껑처럼 안 생겼는데 하여간). 그리고는 손으로 한 번 타이어 겉면 훑고 + 비눗물로 휠 부분만 둘러 바르고 지켜보더니 됐단다. 아니, 타이어 아랫부분은 체크 안 해 볼거야? 국가별 행복지수 63위 한국에서 온 김원장은 여전히 의심쩍은 표정이다. 어디 감히 1위한테 개겨. 셀프 불행 한국 그러나 주유소도 정비소도 두 곳 모두 이상이 없다는데 어쩔거야. 일단 그냥 출발해 보자. 가다가 중간 도시에서 체크해 보고 바람 다시 빠져있으면 그 도시에서 다시 해결해 보자 꼬신다. 그리고 이 상황을 끝내고자 얼른 작업복 청년에게 묻는다. 얼마야? 그런데 이 청년, 귀엽네. 심히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이걸 받아야 해, 말아야 해 그런 표정이다 ㅎㅎㅎ 그래도 흙 묻혀가며 고생했는데 싶어 계산기를 내밀어 본다. 잠시 고민하더니 2000을 찍는다(2000콜로네스는 약 4불이다). 2000 주고 정비소 전직원들과 빠이빠이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예전부터 중남미 여행 선배들은 모두들 입을 모아 스페인어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남미 가기 전에 스페인어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은 10년도 훌쩍 전부터 있었다 -_-; 그러나 결국 올라, 그라시아스 두 마디만 겨우 확인하고 중미 여행길에 올랐다 ㅋㅋㅋ(베사메 무초 이런건 빼자. 어차피 쓸 줄도 모르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파나마를 거쳐 코스타리카에서의 4박에 이르렀는데 지금까지 저 두 마디말고 써본 적이 없었다(그래도 요 며칠간 물, 화장실, 비상구, 공항 이런 단어 10개 정도는 저절로 알게 되었다 ㅋㅋㅋ). 이거 뭐 이러다 여정 끝까지 올라, 그라시아스로 버티다 가는거 아니야 징한 년 싶었는데... 오늘 타이어 사건으로 인해, 내가 숫자는 물론 "얼마에요?"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세트로 같이 다니는 "비싸요 깎아주세요"도 당근 모르고). 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배낭 멨다고 배낭 여행자라고 하면 안 되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넷이 세상 참 많이 바꿨네, 그런 생각도 들고...


타이어 사건처럼, 예측하지 못한, 현지인과 접점이 생길 때 여행의 묘미가 생기는 법인데... 나는 왜 그 사실을 자꾸 잊는지.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돌아온 타이어. 산호세로 돌아갈 때까지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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