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체크인을 할 때 친절한 주인(?) 아저씨가 내일 어디로 갈거냐, 묻길래 사란더요, 하니까 거기는 오전 8시에 차가 있다고 (우리가 이미 터미널에서 알아온 사실이지만 모른 척 했다) 하면서 7시부터 조식이 시작되니 7시 땡하면 얼른 와서 밥 먹고 버스나 택시 타고 터미널로 가라고 하더라. 네! 


7시 땡 해서 아침 먹으러 숙소 꼭대기 층으로 고고씽. 학창 시절 범생이답게 말을 참 잘 듣습니다.



(조식당 뷰)


아저씨는 시간 여유 충분하니 천천히 많이 먹으라고 했지만, 철두철미(?)한 김원장은 이런 나라에서는 그래도 최소 출발 20분 전에는 터미널에 도착해야 마음이 놓이겠다고, 어제 시내 버스 타보니까 배차 간격도 정확히 모르겠고 시내 공사 구간 때문에 속도가 영 안 나더라고... 그래서 아저씨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택시비는 대략 얼마나 나올까요? 물으니 소문대로 500 레크(4500원) 부를 거라고 하더라.


택시가 오기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 아저씨는 조식에 관하여 괜찮았는지 부족한 건 없었는지 제안할 건 없는지 등을 물어왔다. 사실 조식 시간 전에 김원장이 창 밖을 내다보다가 우연히 이 집 규모치고는 다양한 종류/양의 조식 메뉴를 어디선가 차로 실어와 운반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이 숙소에는 따로 레스토랑이 없었다), 오늘처럼 투숙객이 몇 없을 때는 차라리 뷔페형 말고 주문형이 어떨까요? 전날 투숙객들에게 미리 주문 받으면 되잖아요~ 남는 음식들이 너무 아까워요... 했는데, 아저씨가 급 눈이 똥그래지시며 정말 그럼 좋을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시는 바람에... 이후 혹 묵게 되시는 분들이 지금보다 좀 수준 떨어지는 조식을 먹게 되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ㅋ 내가 왜 그랬을까.


(택시를 타고 베랏 터미널로. 500레크 지불. 오늘은 날씨가 좋아 다시금 베랏을 떠나는게 좀 아쉽)


2015년 6월 현재 베랏에서 사란더로 가는 직통 미니 버스는 하루 두 대로 오전 8시에 한 대, 오후 2시 즈음(?)에 한 대 운행한다.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어제 우리에게 8시 버스 맨 앞 두 좌석 확보를 약속했던 아저씨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그 자리는 비어 있어 차장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니 차장 아저씨는 다시 운전사 아저씨에게 뭐라뭐라 했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거절하더라. 어라 이렇게 되면 곤란한데... 어제 그렇게 철떡같이 약속해 놓고는. 이렇게 되면 제 2안으로 이 직통을 타지 말고 '피에르'나 '블로러'로 일단 간 뒤 다시 사란더행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건가... 그렇다고 두번째 버스가 앞 좌석이 비어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우리끼리 고민하는 모습을 보던 차장 아저씨가 다시 운전사 아저씨께 뭐라뭐라 하자, 이번에는 운전사 아저씨가 그럼 한 명만 앞에 앉으라는(보통 한 명만 앉는 모양이었다) 시늉을 했다. 그래서 김원장아, 너는 앞에 앉아라, 나는 뒤에 앉아갈께 했는데... 김원장이 그건 또 썩 마음에 안 드는 듯. 계속 갈등하고 있었을 뿐인데 끝내 우리 둘이 앞 좌석에 앉는데 성공했다 ㅋㅋㅋ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물론 나는 살짝 좁았지만, 뭐 그 정도야. (앞 좌석에 나란히 앉으면서 김원장이 그랬다. 그봐, 일찍 오길 잘했지?)



(우리 미니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차장 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은 알고보니 차장 아저씨가 아니었다 ㅋ 이 구간은 운전사 아저씨가 뭐든걸 혼자 다 하는 시스템. 운행 중 중간에 표를 끊어 주셨는데 (차표에는 900레크라고 써있었던가 그랬지만) 1인당 1200레크였고 그나마 외국인들한테나 차표 챙겨 나눠주지, 나머지는 그냥 저냥 좋은게 좋은거지, 뭐 그런 분위기였다. 

(이탈리아에서 중고 벤츠 수입해다 쓰는 듯) 


김원장이 알바니아에서 푸르공 타는 걸 걱정했을 때, 솔직히 나도 오늘의 이 구간만큼은 다소 걱정이 되었다. 직통이 과연 있는지, 있다면 하루에 한 번이 맞는지, 그 버스에 좌석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7시간~8시간 걸렸다는 후기를 읽자니 차마 김원장에게 미리 얘기를 못 해주겠는거라(안 가겠다고 할까봐 ㅋㅋㅋ). 그냥 6시간쯤 간데... 툭 던져 놓았을 뿐. 


피에르와 블로러를 경유하는 해안 도로를 탈 것인가 베랏에서 곧장 남하하는 내륙 도로를 탈 것인가는 여행자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궁금한 분야였다. 직접 탑승해 보니 대략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내 예상과는 완전 다르게 테펠레너까지 가더라 ㅋㅋㅋ 어차피 마을 버스식 운행, 다니는 노선이 적은 틈새 시장 공략인건가. 






(30분 쉬어갔던 휴게소. 우연히 만난 청년이 알바니아가 마음에 드냐고 물어왔다)







베랏에서 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할 때 한 아주머니가 누가 봐도 반찬 같은 것들을 쇼핑백 한 가득 담아 헐레벌떡 뛰어와서 우리 차에 싣고는 아저씨한테 따로 몇 백 레크 쥐어준 일이 있었는데, 지로카스터 마을을 지날 때 그 마을 정거장에 그 아주머니를 빼닮은 젊은 여인이, 4-5살쯤 되어 보이는 딸의 손을 잡고 기다리고 서 있더라. 한 눈에 척 보고 아하, 몇 시간 전 그 쇼핑백의 주인이 바로 저 아가씨, 아니 아줌마로구나, 했다.

아마 베랏에서 지로카스터로 시집이라도 온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저씨와 몇 마디 말을 나누더니 바로 그 쇼핑백, 엄마의 사랑과 그리운 맛이 가득 담긴 쇼핑백은 그 젊은 모녀의 품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며칠간 친정 엄마가 만들어준 반찬으로 행복한 밥상을 차리겠구나... 싶자 갑자기 울 엄마 생각이 물씬 들었다. 어무이~








아저씨야 365일 매일 오가는 길일테니 20킬로마다 나타나는 경찰들하고도 진작 안면이 텄을 터. 아예 경찰이 보이면 먼저 클랙션 빵, 울려 인사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중간에 한 번, 신참 경찰이라도 온건가. 아저씨 안전 벨트 안했다고 잡더라(아니, 아저씨가 일부러 안전 벨트를 안 한게 아녀요. 이 차엔 아예 안전 벨트라는게 없어요 ㅋㅋㅋ). 아저씨는 혼잣말로 나지막이 욕 같은 걸 내뱉고는 바로 200레크 챙겨 내리더라 ㅋㅋㅋ 역시 코소보와 알바니아는 한 민족이야

  

오전 8시쯤 출발해서 휴게소(상기 첨부한 지도 중간에 별표친 즈음)에서 한 30분 쉬면서 아저씨 밥 먹고 승객들 화장실 가고,

사란더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30분이 막 넘어서였다. 총 5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그만큼 걸렸지만 워낙 기존 후기들이 겁을 준 탓에 오호~ 이 정도면 준수해, 그런 생각이 들었달까. 맨 앞자리에 앉아 왔기 때문에 경치도 경치였지만, 무엇보다 김원장이 전혀 투덜거리지 않았다는게 참 좋았다 ㅋㅋㅋ  


참고로 베랏과 사란더의 "직선 거리"는 100킬로도 안 되나 그렇다. 실제 운행 거리는 아마 200킬로쯤 될텐데 쉬는 시간 빼고 5시간을 달렸으니 시속 40킬로였던 셈. 이 동네 길이 얼마나 웃기냐면, 티라나에서 베랏 올 때 보니까 1시간 열심히 달렸는데 직선거리는 오히려 늘어났더라 ㅋㅋㅋ  


(드디어 다시 바다다! 음... 이제 여긴 아드리아 해가 아닌, 이오니아 해라고 불러야겠지?)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배고프니까 밥부터 먼저 먹자. 워낙 알아온 식당은 Mare Nostrum cusine 이었는데 어라, 이쯤 있어야 하는데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눈에 보이는 아무데나 고고씽. 햐, 바닷가는 바닷가구나. 




김원장은 비프 스테이크 뭐 그런 것, 나는 믹스드 그릴 뭐 그런 것을 주문했는데... 먹다먹다 또 이런 비프 스테이크는 처음이었다. 너무 질겨서 아무리 씹어도 씹어도 씹히질 않아 ㅋㅋㅋㅋㅋ 결국 내거 위주로 나눠 먹고 끝냄(내건 꼬치 두 개만 괜찮고 소시지와 패티는 너무 짰다). 김원장 왈, 다음부턴 노렸던 식당 못 찾았다고 아무데나 가면 안 되겠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1500레크 지불).



(자, 이제 밥을 먹었으니 슬슬 숙소를 찾아가 볼까나. 아, 우리 항구 지나가는 김에 배표도 예매하고 가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Ernest Apartments


@ 예약 : 부킹닷컴

@ 방 : 원 베드룸 아파트먼트 with 발코니 & 씨뷰

@ 가격 : 50유로 (실제는 32유로+2520레크로 합쳐서 지불)

@ 장점

조용하다. 넓다

- 우리에게 쏟아지는 따뜻한 관심, 그들이 살고 있다

단점

- 찾기 어렵다

- 센터 기준으로는 조금 멀다. 선착장은 도보로 5-10분 사이?

- 아직 손님맞이 세팅이 덜 된 편. 하여 가성비가 좀 떨어진다

@ 기타 

원래 숙소로 예약해 온 곳은 베랏발 사란더행 버스가 멈추는, 사란더 버스 터미널(아주 작은 공터) 바로 앞 호텔이었다. 그런데 김원장이 그런 곳은 시끄러울 수 있다고 아파트는 없냐? 해서 어쩔 수 없이 부킹닷컴에 아직 아무런 후기가 없는, 신입(?) 아파트를 복불복 질러 보았다. 

보통의 아파트형 숙소는 주인들이 빌려주는 집과 따로 사는 경우, 일찌감치 "그 날 오는 것 맞냐, 몇 시쯤 올거냐" 등등을 먼저 연락해 오는데, 이 집은 전혀 소식이 없어서 ㅎ 바로 위아래층 사나보다 막연히 짐작은 했다. 그런데... 부킹닷컴 상의 주소하고 사진을 보고 찾아갔는데(오히려 후기가 없으니 내가 좀 불안해 연락을 미리 취해 보았는데, 그 때도 별다른 반응 없이 이렇게 걸어 들어오면 된다, 지도를 보내줬다) 나는 당연히 안내판 같은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골목길까지는 순조로이 한 번에 찾아 왔는데... 골목길 안에 비슷비슷한 아파트가 너무 많은 것이다! 주소는 오직 골목길까지 밖에 없는데! 아파트들에 번지수도 제대로 안 적혀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아파트 이름이 적혀 있는 안내판 같은 건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헐. 사진을 들고 이 아파트냐 저 아파트냐 비교해 보는데 알쏭달쏭. 드문드문 지나가는 현지인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지만 다들 모르겠단다. 어쩔 수 없다. 전화를 해보는 수 밖에. 내 아까운 전화비 ㅜㅠ

"여기 그 골목길 20번지? 라고 써있는 아파트 앞인데... 못 찾겠어"

"거기면 맞아. 기다려. 곧 갈께"

김원장은 바로 투덜 모드를 켰다. 이래서 후기 없는 집은 가면 안 되는 거구나. 이런 곳을 예약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부킹닷컴에 컴플레인해야 하나...(내 뜻을 이제야 알겠냐).

통화후 5분쯤 기다렸나? 김원장은 아무래도 불안한지, 현지인이 지나가면 그 사람한테 전화 통화를 다시 부탁해 보자고 했다. 그래, 그러자. 현지인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10대로 보이는 학생이 골목길에서 뛰는 듯 돌아 나와 갑자기 악수를 청한다. 어니스트 아파트먼트? 했더니 그렇단다. 아, 다행이다. 학생을 따라가보니 한 40-50m 가량 떨어진 아파트였다. 뭐야, 색을 새로 칠한건가? 이 아파트는 진작 탈락시킨 건물인데 ㅋ

겉보기와는 달리 건물 내부는 새 아파트 같은데 아무런 표식이 없다. 심지어 우리 아파트(우리 방은 4층) 호실 앞에도 호수가 안 쓰여져 있다. 알고 보니 주인집은 바로 옆 집에 살고 있다는데 그 집도 호수가 없다 ㅋㅋㅋ 

주인(?) 부부와 손주로 추정되는 그 학생이 우리 호스트였다. 주인 부부는 영어가 전혀 안 되어서(아까 전화를 받은 여자는 누군지 모르겠다. 그 여자는 영어를 좀 하는 것 같던데. 이 집의 중간 세대인가) 손주의 통역이 필요했다. 듣자하니 우리가 부킹닷컴을 통해 맞이하는 최초의 게스트인 것 같다. 주인 아저씨는 이렇게 나타난 우리에게 집에 대해 설명해 줄 것도 궁금한 것도 너무나 많다. TV 켜는 법, 에어컨 켜는 법, 와이파이 연결하는 법, 부엌 어디에 뭐가 있는지, 발코니에서 어떻게 바다가 보이는지... 굳이 통역이 필요 없는 부분이지만 열심히 듣는 척 한다. 대략적인 설명이 끝나자 이번엔 통역을 통해 무얼 마시겠냐며 리스트를 읊어준다. 커피에서 우리가 멈추자 터키쉬 커피? 네스카페? 가 이어진다. 네스카페, 하니까 손주보고 얼른 내려가서 사오란다 ㅎ 아, 그럼 아니에요. 터키쉬 커피 주세요. 아줌마가 얼른 당신 집으로 들어가시더니 곧이어 세팅 완료된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당신들은 평소 커피를 이렇게 터키식으로 마신단다. 



터키쉬 커피를 타 주면서도 걱정이 많으시다. 커피는 얼마나 넣을지, 설탕은 얼마나 넣을지, 행여 우리 입맛에 안 맞을까봐. 맛이 없으면 먹지 말아라, 다시 쟤보고 네스카페 사오라 할테니, 그런 통역이 이어진다. 아니다, 정말 맛있다. 진짜다. 아줌마는 체리도 한 접시 가득 담아 가져다 주신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 내일은 어디로 갈거냐... 샤워가 급하던 김원장은 양해를 구하고 결국 먼저 일어선다. 그제서야 다들 아이고 우리가 눈치가 너무 없었네 하면서 우르르 나간다. 그러면서도 혹 필요한게 있으면 뭐든 언제든 옆 집을 두들기란다. 발칸 여행이 끝나기 직전에야 겨우 만나는 알바니아 사람 같다. 혹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던 사람들. 좀 전 김원장의 투덜거림 역시 안드로메다로 날아간지 오래.   


솔까말 수건도 부족하고 휴지도 부족하고 이불도 부족한 방이었다. 그런데 그걸 상쇄하는 넘치는 게 있었다. 


(발코니에서는 이오니아 해도 보이고 고만고만+비슷비슷 아파트들도 보인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기 전 김원장은 유럽쪽으로 그간 안 가본 국가들을 찍고 여행해보고 싶다고 했다. 불행히도 안 가본 나라들은 상당히 띄엄띄엄 떨어져 있었다. 크게 지역별로 나눠보면 코카서스, 발칸, 발트. 


코카서스 3국은 내게 주어진 시간도 짧은데다 삼국간의 복잡한 관계상 아제르바이잔에서 시작, 아르메니아에서 끝내는 동선이어야 했다. 

발칸 반도의 여러 나라들은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관계상 무조건 세르비아에서 코소보로 들어가는 선부터 긋고 루트를 짰다(시계방향 낙점). 

발트는 동선상 리투아니아에서 시작, 차례대로 올라가 핀란드에서 끝내고 싶었다. 


아르메니아에서 대체 발칸 어디로 들어가야 잘 들어갔다고 소문이 날까, 아니 그보다 발칸에서 발트를 대체 어떻게 한 번에 이어야 하는가.

이런저런 검색 끝에 여름철에, 그것도 일주일에 단 한 번, 그리스 코르푸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는 직항+저가 항공편이 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하하하하, 바로 이거야. 코르푸는 그리스 땅이라고는 하지만, 알바니아 앞 바다에 걸쳐 둥실 떠 있었고 다행히도 배가 다녔다.

그렇다면... 알바니아에서 렌트카를 빌려 주변국을 여행할 수만 있으면, 김원장 요구에 맞는 가장 이상적인 (우리만의) 루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그래, 남들이 보기엔 매우 이상한 루트라는 것 인정한다 ㅋㅋㅋ). 


렌트카, 쉽지 않을거라 예상했지만 어찌어찌 알아보니 결국 가능했다. 

아르메니아에서 알바니아 항공편, 그리스 아테네를 경유하는 새벽 뱅기를 타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갈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이번 여행의 결정적 연결 고리가 바로 그리스 코르푸였다. 사란더는 순전히 바로 그 코르푸로 넘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온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사란더한테 좀 미안하긴 하다. 사란더가 볼 것이 아주 없는 곳은 아닌데 ㅋㅋㅋ)


사란더 해변가"만" 구경







(이오니아의 푸른별, 이라는 만화가 있다. 초딩 시절부터 애정하던 황미나 작가의 작품이다. 그것도 데뷔작)



저녁은 점심때 찾는데 실패했던 Mare Nostrum cusine을 다시 찾아갔다. 알고보니 간판이 너무 작아서 못 찾고 휙 지나친 거였더라. 

분위기는 꽤 좋았는데 메뉴판을 열어보니 김원장이 먹고 싶다던 스파게티가 없었다. 게다가 나머지는 제법 비쌌다. 미안하지만 그냥 일어섰다. 

대신 2순위로 준비해 왔던 Gerthela를 찾아 갔다. 스파게티 가능하다는 것만 알고 왔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이탈리안과는 거리가 먼 해산물 전문점 같았다. 앞서 들렀던 집들에 비하면 인테리어도 후줄근했다. 손님도 우리 밖에 없었다. 메뉴판에 스파게티는 달랑 두 종류 뿐이었다. 쉬림프 스파게티와 시푸드 스파게티. 그러나 김원장은 내일 그리스로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외식으로 뽕을 뽑겠다는 일념이 선 사람이었고 내가 준비해 온 식당 리스트는 달랑 두 개뿐이었다. 뭐 그냥 먹어보자. 하나씩 시켰다. 알바니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니 당근 나는 맥주도 한 병 깠다. 청량하니 맛이 괜찮았다(https://en.wikipedia.org/wiki/Birra_Kor%C3%A7a) 

 


(비슷한 스파게티가 나오자 갑자기 오흐리드 식당에서의 깨범벅 악몽이 떠올랐다)

(새우는 제법 괜찮았는데 해산물 스파게티는 오징어 때문인가 살짝 비렸다. 이렇게 먹고 1550이 나왔는데 1500만 받더라)


스파게티를 안주 삼아 맥주 한 병 비우고 일어서니 이미 사란더에는 밤이 찾아와 있었다. 


잠시 수퍼에 들러 내일 조식 거리를 준비했다(아파트를 좋아하는 '식사 담당' 김식모는 이제 내일만 아침 준비하면 이후로는 내내 호텔 투숙이라 조식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며 즐거워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제법 무거운 조식거리를 부여든 김짐꾼 옆에서 내일 삶아먹을 달걀 세알을 조심스레 손에 든 채 나란히 걸었다. 오늘이 알바니아의 마지막 밤이라는게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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