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내를 돌아댕길때 김원장이 봐둔 빵집이 있다더라. 아침에 그 집으로 빵 사러갔다. 충실한 밥 담당 머슴의 뒤태.


간단히 아침 차려 먹고 


베오그라드를 떠난다


아, 베오그라드를 뜨기 전에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베오그라드 신시가지쪽 살짝 외곽, Block 70 에 위치한 '차이니즈 쇼핑 몰'에 들러 우리가 먹을만한 뭔가를 찾아보는 것. 구도심 숙소에서 약 15분을 달려가 도착했는데 깜짝 놀랐다. 베오그라드에 이렇게나 많은 중국인들이 살고 있었나. 중국에서 수입해 온 옷가지들 위주에 1000원샵 물건처럼 보이는 것들이 주된 판매 품목이었는데 옷 가게가 많아서 그런지 마치 동대문 시장 같은 분위기였다. 중국인들의 강인한 생활력에 다시금 감탄을 하게 되더라. 


우리가 노리던 한국산 라면과 두부를 득템하기 위해 한 바퀴 둘러 봤는데 한국산 당면은 보여도 라면은 안 보였다. 잡채는 한국에서도 만들 줄 모르는 메뉴인데... 어쩔 수 없이 그냥 두부만 한 모 샀다. '토푸'하며 손가락으로 두부를 가리키니 중국인 아저씨왈 세르비아 말로 뭐라뭐라 하시는 것 같던데, 뭔 말인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있나.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김원장이 (중국말로) '이거' 하며 치고 나온다. 아저씨 바로 알아듣고 한 모를 담으시네. 오호라, 중국어가 통한다 이거렸다. 뚜어 샤오 치엔? 이빠이 우스. 바로 150 디나르를 맞게 세어서 주니 쎼쎼하고 받으신다. 와하하하. 나 서바이벌 중국어 실력 아직 안 죽었으(비싸다는 말도 아는데 아는 말 몽땅 한 번 날려줄걸 그랬나).    


뭔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따끈한 두부를 고이 모셔와 차에 싣고, 본격적으로 니슈를 향해 출발. 체리는 충동 구매.

(오늘은 쭉 고속도로를 탄다. 베오그라드-니슈 구간답다. 니슈가 아마 세르비아에서는 3위쯤 되는 도시일거다)

(엇 고속도로에 맥도널드가!)


중간에 돈도 찾고 주유도 할 겸 휴게소에 들르기도 했다. 세상 어디나 여자 화장실은 미어져...

(ATM 통해 디나르 획득)

(한참을 봐도 계속 먹어오던 것들에 약간씩 변형을 가한 것들. 에잉, 포기)

(여기서도 김원장의 전면 유리 청소 사랑은 계속 된다)

(그리고 또 다시 달리고 달려서)

(니슈 톨게이트 도착. 이상한 글자-아마도 하이패스?- 말고 사람이 그려진 곳으로 들어갔다. 베오그라드-니슈 우리만한 승용차 730디나르)


유럽의 고속도로 통행료 시스템 http://kaiblog.tistory.com/56


그리스의 테살로니키, 마케도니아 스코페, 불가리아 소피아, 그리고 세르비아의 니슈

가본 곳, 가볼 곳, 가본 곳, 지금 가는 곳

이 동네만 봐도 범 유럽적인 표지판이다. 보고 있노라니 부럽다. 우리나라 경부 고속도로에서 보는 표지판은 ㅜㅠ


이대로 소피아까지? 하는 김원장을 달래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 니슈로 빠져나와 숙소로 



Hotel Tami Residence


@ 예약 : 부킹닷컴

@ 방 : 트윈룸 with 발코니 

@ 가격 : 조식 포함 60유로(라고 했는데 7000디나르로 계산했다. 디나르로 지불하는게 약 2000원 정도 유리했던 셈) 

@ 장점

- 주택가 한복판이라 조용하다

- 언덕 위라 뷰가 좋다

- 새 호텔 분위기가 물씬. 인터넷도 빠르다

- 직원들이 친절하고 방안에 과일 바구니도 있었다

- 야외 수영장 보유

@ 단점

- 센터와 다소 멀리 떨어져 있다(차 끌고 나들이 해야 했다)

- 지나온 대부분이 그랬지만 호텔치고 진입로가 좁은 편(아마 원래부터 호텔 용도는 아니었던 듯)

@ 기타 

- 간만의 호텔 투숙. 한동안 아파트 살이를 하다가 호텔에 오니까 (좁다/어둡다/해먹기 어렵다 등등 단점은 차치하고) 새삼 잊고 있던 장점이 확 느껴지더라. 예를 들어 막 어지럽혀도 덜 부담스럽다거나/미리 약속 시간 맞추고 그럴 필요 없다거나/주차가 편리하다거나 ㅎㅎㅎ

- 몰랐는데 우리나라 패키지팀이 이 동네를 온다면 아마 이 집에 묵지 않나 싶다. 오늘 우리 맞은 편 방에도 (패키지팀은 아니지만) 한국분이 들어왔던데... 어디서 뵌 듯(?)한데 뉘신지 모르겠네




(우리 방 발코니에 서면 수영장이 조만큼 보인다)


일단 사온 두부부터 1/4 잘라 먹고(두부는 거의 두 모 크기였고 간장은 한국에서부터 싸왔다)


니슈 구경

(예쁜 맥도널드)


사실 니슈는 13년 전에 왔었던 도시다. 물론 새벽 4시쯤 터미널에 떨어져서 몇 시간 죽치고 기다리다가 불가리아 소피아행 첫 차를 타고 빠져나간게 전부지만... 그 새벽녘 차창 밖의 니슈는 참 우울했다. 나토의 폭격이 있은지 몇 년 지나지도 않았을 때니까. 김원장과 그런 대화를 나눴다. 만약 여기를 10년 뒤에 또 다시 와본다면 그 때는 어떨까. 사람들은 더 활기차 지고 도시는 보다 더 번영하고 있을까. 니슈 시민들이 지닌 희망의 총량은 더 늘어나 있을까.   



(니슈 요새로)

(한 때는 요새. 지금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손에 손잡고 손에 먹거리 들고 손에 술+안주 들고 찾는 공원. 후자가 훨씬 보기 좋다)

근데 웬 말술들을 ㅋㅋㅋ


요새 한 바퀴 대충 둘러보고 우리도 저녁 먹으러 고고씽. 오늘의 밥집으로는 Нишлијска механа / Nislijska mehana 당첨.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이 동네 3등 먹은 식당 (홈페이지 http://www.mehananis.com/index.htm)



이제 밥 먹는다!!! 힘차게 메뉴판을 확 펼쳤는데... 헉... 이게 뭥미. 순식간에 엄청난 멘붕에 빠지다. 


설령 더듬더듬 읽는다해도 우리 말로 아낙수나문 이렇게 써있으면 이게 대체 뭔 요리인지 내가 어떻게 아누???


하지만 내가 먹는 거 앞에서 이 따위에 굴할 여인이 아니다. 이미 이 집 홈페이지를 통해 메뉴판을 번역기로 돌리고(생각해 보니 번역기를 돌린다한들 별 의미 없는 작업이었지만 하여튼) 구글링을 통해 하나씩 이미지를 보아뒀지 와하하. 이미 맘 속에 정해온 메뉴는 세가지. 메뉴판을 열심히 보는 척 하다가 결국 아저씨한테 로마자로 적어온(그렇다, 난 적어오기까지 했다. 심지어 가격도 적어왔는데 가격은 몇 백원씩 올랐더라) 메뉴를 더듬더듬 읽었는데 아저씨가 (당근) 너무 잘 알아 들어 ㅋㅋㅋ 그렇게 주문 완료. 


이 집의 미덕 중 하나는 바로 니슈 요새 벽(바깥쪽)과 면하고 있다는 것. 김원장하고 여기가 서유럽이라고 생각해 봐 캬캬캬 하면서 좋아함

(김원장 뒷배경이 바로 성벽인거죠)

(나는야 와인 Vranac. 김기사는 콜라. 

와인 선정에는 오늘도 밀러 선생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전문가의 고견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m_.._m)

다행히 와인 이름은 몇 글자 안 되어서 메뉴판에서 Вранац 찾아 손가락으로 콕 찍었습니다 ㅋㅋㅋ

주문은 원했던 그대로 성공. 분위기와 양도 성공. 맛은 치즈 튀김 빼고 성공(이 동네 치즈말고 촌스럽지만 모짜렐라를 달라고!) 

가격은 이렇게 먹고 우리돈 11,000원에 지나지 않아! 기분 좋게 팁까지 막 날려! 이 뿌듯한 기분! 여기 살아야 되나


니샤바 강변을 좀 걷다가 숙소로 귀환


낮에는 땡볕이라 저녁 수영을 시도했으나

(김원장 왈 물이 다소 차갑다고. 역시 야외수영은 언제나 후덥지근한 동남아에서 하는 걸로) 

(13년 전 쓸쓸하고 우중충하기만 했던 그 밤이 업데이트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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