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우르릉 쾅쾅 큰 비가 쏟아졌다. 천둥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그 때문에 깼을 정도니까(작은 소음에 민감하게 구는 김원장이 정작 천둥 소리 하나 못 듣고 잘 잤다는게 아이러니). 오늘은 전 일정에 있어 거의 유일무이하다시피한 국립공원을 가는 날인데 하필 ㅜㅠ


우산을 쓴 동네 사람들이 두툼한 잠바를 챙겨 입고 축축한 즐라티보르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비가 계속 내린다면 어쩔 수 없이 대신 시로고이노(Sirogojno)로 가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생각했다.  


시로고이노 여행 정보 http://www.sirogojno.rs/en


 <출처 http://www.dgt.uns.ac.rs/itut/etnosela/etnosela.html>


그런데 다행히도 김원장이 일어나자 비는 그쳐 버렸다 ㅎ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인 하늘. 그렇다면 예정대로 고고씽 해보는거다. 못 먹어도 타라 국립공원으로 고!   



<출처 http://www.nptara.rs/en/images/download/Prospekat%20Tara%20NEW%20DESIGN%20ENG.pdf>



계획해 왔던 하이킹은 두 개, Banjska stena Crnjeskovo viewpoint로 둘 다 뷰포인트까지 다녀오는 왕복 코스였다. 지도를 놓고 설명하면


 

일단 그냥 숙소를 지나쳐 먼저 타라 국립공원의 중심부라고 할 만한 미트로박(Mitrovac)까지 곧장 들어가서 Banjska stena 하이킹(주차장에서 약 편도 4~6Km)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고 휴식을 취하다가,  

느지막히 다시 숙소에서 가까운 Crnjeskovo viewpoint 로 가서 하이킹(주차장?에서 편도 약 15분 소요)를 하는게 오늘의 일정이었다.


그런데, 미트로박을 가기 위해 (당근 지도를 살펴 보고) 숙소를 지나쳐 403번 노란 길로 접어 들었는데... 길이 너무 안 좋은 거다. 분명 국립 공원 내부 도로가 포장 도로임을 확인하고 왔는데 어떻게 된거지? 대체 얼마나 이대로 계속 가야하냐 이렇게는 도저히 못 간다 하는 김원장을 살살 꼬셔서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를 야금야금 달려 겨우 차를 세운 곳이 바로 Crnjeskovo viewpoint 입구 주차 공간.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것, Crnjeskovo viewpoint 먼저 가보자. 오늘도 이렇게 계획이 틀어지고 ㅋㅋㅋ


생긴건 딱 길 안내판 같은데(두번째 글자판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 같은데... 장난하나)


Crnjeskovo viewpoint

(더하기 김원장 컷)


빠꾸(주차장에서 뷰포인트까지 내리막, 돌아오는 길이 오르막)


주차장 근처의 Raca Monastery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울퉁불퉁 길을 달려


겨우 포장이 된 대로(?)에 무사히 다시 도착했다. 지도를 가만 들여다 보노라니, 아까 즐라티보르에서 숙소로 오는 길에, 숙소 조금 못 미쳐 미트로박, 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을 본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바로 상기 첨부한 지도상 초록색 박스 내 하얀색 도로의 입구였다. 혹 그렇다면 그 하얀색 도로가 메인???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산으로 하얀색 도로 입구까지 가보기로 했는데... 어머나 세상에, 이 도로가 (나름) 포장이네. 구글맵이 오늘도 나를 O먹이는구나. 뒤늦게 제 길 찾아 미트로박을 향해 달린다.


새들이 엄청 크게 울고 꽃향기가 가득한 꼬불꼬불 산길이었다. 갑자기 김원장이 외국인 신분으로 세르비아에 땅을 살 수 있냐고, 살 수 있으면 여기 땅 좀 사두고 싶다고 ㅋㅋㅋ 하더라. 얼마나 들어왔을까, 갑자기 엄청난 차들이 도로변에 줄줄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얘네들은 다 뭐야... 수신호를 받아가며 좁은 도로를 지나다 보니 한 구석에 뜬금 없이 일본의 옛 가옥이 한 채 서 있다. 일본어 간판도 달려 있고. 엥? 이게 뭐야. 여기서 영화 찍나보다. 뭐 이리 멀리까지 와서 찍나. 차라리 CG가 돈 덜 들겠... 하여간 한참을 달려 드디어 미트로박 도착. 세상 아무도 없을 것만 같은 입지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더라. 


비록 이미 체력 배분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Banjska stena viewpoint를 향하여! 물론 가는 데까지만! 우리는 욜라 욕심 없는 여행자 ㅋㅋㅋ


(됐고, 그래서 곰이 나온다는거야 안 나온다는거야)


둘이서만 이 길을 걷고 있노라니 어쩐지 불가리아의 코프리브쉿차가 떠오르더라(http://blog.daum.net/worldtravel/13689588) 

(아, 나오는 모양이구나)




차에서 내려 한 40 여분 걸었나, 로커스맵 상으로는 대략 3/5 쯤? 온 것 같다. 정보를 모을 때 누구는 편도 1시간, 누구는 1시간 30분, 누구는 2시간이라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대충 가자 하고 왔는데, 우리처럼 아래쪽에 차를 세우고 올라온다면 최소 편도 1시간 30분은 잡아야 할 듯(길 상황이 차를 끌고도 꽤 들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김원장왈 오늘 끝까지 갔다온다면 분명 완전 뻗어버릴 것이라며 그만 돌아가자고. 그래, 그럼 그러자. 쿨남쿨녀. 


(미트로박 내에도 숙소가 제법 있어 보였다. 김원장이 탐냈다)


아까 들어올 때 벌목하는 팀이 몇 있었는데 (국립공원 내에서 벌목 이렇게 막 해도 되는거야? 정식 벌목권 가진 업체들 맞아? 그러면서 지나왔는데 ㅋㅋㅋ) 그 중 한 팀이 아마도 실수인 듯 도로로 큰 나무 한 그루를 쓰러뜨렸다. 서둘러 해당 부위를 톱으로 절단하고 영차영차 굴려서 겨우 차 한 대 지나갈 공간을 만들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오늘의 숙소 도착. 



Suites Tara Exclussive (s를 두개 쓰는듯)


@ 예약 : 부킹닷컴

@ 방 : Suite with Twin Beds and Terrace

@ 가격 : 조식포함 41유로+택스 1인당 1유로씩 추가= 총 43유로 지불(여권을 꽤 오래 ㅋㅋㅋ 가져갔었다. 위조라도 하는 줄 알았다). 

@ 장점

- 깨끗한 새 집. 환영 과일도 있었다

- 가족 모두 친절하다

- 국립공원다운 뷰가 나온다. 물론 조용하다

- 부킹닷컴 후기를 통해 이 집에 대한 안 좋은 평으로 내가 신경썼던 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코딱지만한 수건이 달랑 한 장 제공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 연결 문제였다. 바뜨, F/U이 잘 되는지 수건 왕창 가져다 주고 인터넷도 문제 없이 잘 썼다 ㅎㅎㅎ (어쩜 인터넷은 다른 투숙객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 나름 맛집인 레스토랑(앞 건물)을 가족이 함께 운영한다(레스토랑 홈페이지 http://www.kurta-tara.com/restoran_kurta.html)

@ 단점

- 딱히 없었다

@ 기타 

- 이 집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하긴 간판도 없긴 하다. 그런데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바로 앞 건물 Kafana Kurta은 구글맵에도 잡히는 식당이다(참고로 '카파나'라는 단어는 종종 볼 수 있는데 비스트로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당신도 나처럼 그냥 식당으로 들어가면 아버지든 형이든 동생이든 하여간 그 누구든 (형제는 영어를 한다) 만날 것이다. 


(식당은 도로변에 있고 이렇게 생겼다)


-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었다. 혹 타라 국립공원내 촬영팀 아니냐면서(이미 꽤들 묵고 있는 모양이었다. 주연 여배우라고 할 것을 그랬나). 이 마을에 그 영화 촬영이 요즘 큰 이슈거리인가 보다(그건 그렇고 대체 뭔 영화일까)

- 오지라면 오지인 곳에, 이 집이 아파트도 아니었지만, 각종 먹거리를 쟁여 다니는데다 거실에는 단촐한 미니바도 있고 바로 앞이 식당이라 별 불편함은 없었다  







(가끔씩 멀리 달려가 사라져 버려서 주인 아저씨가 애타게 부르곤 하던 개 두 마리)


저녁은 숙소 앞 식당에서 시켜 먹었다. 옆 건물이고 나름 다른 업소인데 이걸 룸서비스라고 해야하나 딜리버리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식당에 갔는데, 영어 가능 브라더스는 안 보이고 형님댁(?)이 보였다. 이미 레스토랑 홈페이지와 맛집 기사(http://srbijanatanjiru.com/kafana-restoran-kurta-kaluderske-bare-tara/)를 번역기 돌려가며 읽었기 때문에 (맛난 식사를 위해서는 지구 끝까지도 가겠다는 이 열정을 보라. 이렇게 공부했어도 서울대는 못 갔겠지) 영어 한 마디 겨우 하는 아줌마와 영어 두 마디 겨우 하는 나 사이의 대화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메뉴판에서 이 집의 대표 메뉴이자 기사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은 Roast Veal을 찍고 자연스레 피보 pivo 섹션(맥주)으로 넘어갔다. 아줌마의 제스츄어로는 메뉴판의 맥주를 다 보유하고 있지는 않고 이거 이거 이거... 있다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맨 위의 맥주 하나를 찍으며 생맥주 받는 시늉을 하며 드래프트! 하시는게 아닌가. 


아싸, 그럼 바로 그걸 손가락으로 찍고 바로 손가락 한 개 펴 보이고 - 쌩맥으로 한 잔 주세요

아줌마도 엄지 척 - 탁월한 선택이야 

나는 이어 옆 건물을 가리켰고 - 저기로 가져다 주실 수 있을까요?

아줌마도 손가락 다섯개를 쫙 펴 보이는 것으로 - 그래, 너 5번 방 손님이지. 오케


우리의 조용하지만 완벽한 대화는 끝이 났다(아줌마라 썼지만 실상 나보다 어릴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고, 짜잔. 세상 어딜 가도 굶어죽진 않아! 퍼펙트! (850디나르가 나왔는데 900디나르 드렸다)

(맥주는 시원, 고기는 맛있고, 양은 많았다. 이 집 빵도 유명한데 따로 안 시켰는데 하나 같이 줘서 더 좋았다. 행복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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