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국경 검문소 입국 심사 담당 아저씨는 영어를 못 하시는 것 같았다. 여권, 차량 등록증, 그린카드, 허가증 등을 대충 눈치껏 제출한 뒤 잠시 후 돌려 받을 때 아저씨가 그랬다. 유 꼬레아? 사우스? 노스? 세계 어딜 가나 대한민국 이미지는 이게 제일 일등 같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 나라. 그리고 만만치 않게 알려진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여기저기서 100번도 넘게 사우스를 외치다 보면 한 번쯤 확 노스라고 그래보고 싶기도 하다 ㅋㅋㅋ


여권을 돌려받고 차를 진행시키려는데 바 bar 가 내려와 있다. 웬 아줌마가 다가와 뭐라뭐라 막 씨부리는데, 김원장왈 그 와중에 에꼬딱스, 가 들렸단다. 에꼬딱스? eco tax? 환경세를 내라는 이야기인가. 내라는대로 1유로를 지불했다(받은 영수증에는 100디나르라고 찍혀 있었다. 영수증 키릴 문자를 더듬더듬 읽어보니 Park Prirode - 영어로 하면 nature park - 어쩌구인 것으로 보아 도로가 공원 구역을 지나는 듯 했다. 아님 말고 ㅋ 참고로 세르비아는 디나르를 쓰고 1유로=120디나르 정도로 통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디나르에 0 하나만 더 붙이면 얼추 한국 원화 가치가 된다. 결론 : 나 20디나르=200원 더 냈으) 


세르비아 입국!!!



Apartment Vila Zilovic


@ 예약 : 부킹닷컴

@ 방 : 투 베드룸 아파트먼트 with 테라스

@ 가격 : 47유로+도시세 1인당 1유로씩 추가= 49유로 지불(여권을 잠시 가져갔었다). 

@ 장점

- 무척 크다(투 베드룸이니까 실제로는 4인이 사용 가능) 

- 주인 언냐(이 집 딸)가 매우 친절하다. 모토가 아낌없이 주련다,쯤 되는 듯

- 센터/호수까지 도보로 약 10~15분 거리

- 인터넷 속도 좋다

- 바로 옆 집이 작은 마트다(큰 마트는 센터에)

@ 단점

- 3층짜리 저택을 1층은 주인집이, 2층과 3층은 손님이 쓰는 듯 하다. 3층엔 기존 손님이 묵고 있었고, 우리는 2층을 썼는데 2층과 3층의 메인 출입구는 같고 2층은 들어오자마자 왼편 문을 열어야, 3층은 작은 공용 공간에 있는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가장 크게 불편했던 점은 우리 층의 화장실이 바로 그 공용 공간에 있었다는 것. 실내에서 느끼기엔 문 밖과 다름 없는 공간이라 - 그럴 확률은 드물었지만 - 3층 손님들과 만날 때를 대비한 복장으로 화장실에 갈 수 밖에 없었다(물론 몇 시간만에 에라 모르겠다, 한 번 보고 말 사이에 버전으로 댕기긴 했지만)  

- 투 베드룸 중 하나는 메인 공간에, 다른 하나는 공용 공간으로 나가 접근해야 했다. 어차피 메인 공간에서 잘 거라 다른 방은 있거나 말거나로 지냈는데 안방 침대 매트리스 가운데가 다소 꺼진 것 같다는 김원장의 지적 아래, 잠은 결국 다른 방으로 가서 잤다.

- 분명 주택가이긴 한데, 즐라티보르 자체가 휴양지라서 그런가, 가끔 집 앞으로 레저용으로 보이는 쿼드바이크 같은 것들이 지나갔다. 김원장이 때마다 시끄럽다고 짜증냈다. 

- 윗층에서 물을 쓴다거나 물을 내린다거나 할 때 층간 생활 소음이 살짝 있는 듯.

@ 기타 

- 언냐가 최근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다며 건네준 명함에는 +381 (063) 459-760 이라고 적혀 있었다.  

투숙 전 숙소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언제쯤 도착할 건지 상황 봐서 전화나 문자로 미리 연락 달라는 거였다. 1시쯤 도착할 것 같다고 그 때 만나자고 이메일을 보냈고 숙소측에서도 알겠다, 기다리고 있을께 했다. 대략 소요 시간 계산, 출발했는데 얼추 시간 맞춰 잘 도착했다. 

- 구글맵이 시키는 대로 즐라티보르 마을에 진입했는데, 내가 미처 확인하기도 전에 김원장이 다른 방향 골목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마을 안에서 좀 돌았다. 마을 내 도로망이 워낙 지랄 같아서 묘한 디자인이라... 아래 첨부한 지도의 파란 길이 대로에서 숙소까지 가장 좋은 접근로이다. 집에 간판 같은게 따로 달려 있는 건 아니지만 부킹닷컴에서 본 사진과 똑같은 집이 나타나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언냐는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음료가 몇 가지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레모네이드! 에서 멈췄는데, 레몬 조각에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가져다 주었다. 김원장 레몬을 지금 막 짜서 가져다 준 것 같다고 했는데 달지 않아서 정작 맛은 별로 없었다 ㅋㅋ 


결혼 기념일도 아닌데 -_-; 바구니에 과일도 한 가득이었다. 즐라티보르를 찾는 세르비아 내국인들의 경우 보통 일주일은 기본으로 머무른다고 한 것 같아 달랑 1박 게스트일 뿐인 우리는 양심상 다 먹지 않았다 ㅋㅋㅋ




언냐는 혹 슈냅스(schnapps)를 좋아하냐 물으며 부엌 소개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직접 담근 술이라며 원한다면 한 병을 다 마셔도 된다고 했다.

아마 알아듣기 쉽게 슈냅스(과실 증류주)라고 했지만, 아마 이 술이 이 동네에서 주로 마신다는 라이카(https://en.wikipedia.org/wiki/Rakia)이지 않을까 싶다. 일단 공짜라니까 김원장과 한 잔씩 털어 넣었는데 으쓰... 확 올라오누나. 루마니아 가정집에서 내오던 쭈이꺼 생각이 절로 났다(당시 여행기 http://blog.daum.net/worldtravel/13689611). 이걸 한 병을 다 마셔도 된다니, 여기서 개가 인사불성 되란 말인가. 


(메인 공간에 붙은 침실)



(메인과 떨어져 있는 침실. 여기서 잤다)




언냐가 직접 만든 것 같은 안내판을 들고 동네 마실을 나갔다. 사실 내가 즐라티보르에 머물면서 하고자 한 액티비티는 하이킹이었으나, 


<출처 http://www.zlatibor.org.rs/sites/default/files/strane/kartacentar.jpg>


김원장이 이 날씨에 이 풍경 아래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모스타르까지는 다소 더웠고, 사라예보 날씨가 딱이었다면, 즐라티보르는 추웠다(그런데 햇볕은 쨍쨍이라 뭔가 어색한 날씨였다). 그래서 그냥 김원장 의견을 따라 가벼운 동네 한 바퀴로 만족하기로 했다(만족 안 하면 어쩔껴. 이 상황에서 갈라서기라도 할껴?). 즐라티보르는 굳이 가져다 붙이자면 한 여름 용평 분위기였달까. 온갖 간이 놀이 시설이란 시설은 다 설치되어 있었고 어린 아이들은 즐거움에 겨워 꺅깍거렸다. 공놀이를 하거나 말을 타거나 호수에서 오리배를 몰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뛰거나 우리처럼 산책을 하거나...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자 혹은 휴양 개념으로 찾아온 관광객들이 대부분 같았다. 하지만 어쩐지 메인 시즌은 스키를 타는 겨울인듯?  


즐라티보르 여행 정보 http://www.zlatibor.org.rs/en




환전도 했다. 보스니아에서 동전은 다 털었지만 채 못 쓰고 남겨온 지폐 마르카가 있었다. 환율은 역시나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 말고 베오그라드에 가서 시도해 볼까 하다가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 그냥 여기서 하기로 했다. 솔까말 김원장은 비세그라드에서 주유를 하자는 내 말을 왜 안 들었을까...그런 생각이 0.78초간 들기는 했다.


즉석에서 구워 주는 햄버거도 하나 먹었다. 햄버거 햄버거 햄버거 내 말을 계속 못 알아 듣더니 나중에 아하, 함부르게르던가, 뭐 그런 발음을 하더라. 맛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혹 이상한 향이라도 나면 어쩌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너무 커서 둘이 하나를 다 못 먹었다(200디나르).  


나름 심혈을 기울여 계획해 온 숙박지였는데 오늘따라 김원장이 영 심드렁해 해서 날씨 탓인가, 탱크 게임이 잘 안 풀리나... 갸우뚱 하다가 문득 여행을 시작한지 만 3주째 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 오늘이 그 날이구나 ㅋㅋㅋ

(520이 해외 인증을 위해 길거리 간판도 좀 찍으라고 해서... 몇 안 되는 독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 이제 좀 외국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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