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타르를 떠나기 전 모닝 산책 한 번 더.


비교적 이른 시각이라 그런가, 어제의 부산스러움 없이 고요하기만한 아침이다. 모스타르 이미지에 걸맞는 시간.





그리고 사라예보를 향해 출발


발칸 반도를 여행하다보면 (특히 아드리아 해 연안) 우리 눈길을 사로 잡는 산들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이를 (영어로) 디나릭 알프스(Dinaric Alps) 산맥이라고 부른다. 이름에 알프스가 들어가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방문하는 서유럽 알프스의 풍경과는 좀 다르다(크로아티아 해안가를 여행하다 보면 접하게 되는 달마시안 코스트의 그것과 비슷하다). 모스타르에서 사라예보로 넘어가다 보면 Prirode Blidinje 공원을 지나게 되는데, 잘은 몰라도 이 아이 역시 그 산맥을 걸치고 있나보다. 그 풍경이 상당하다. 



좋구나! 정신줄을 잠시 놓았다 문득 앞을 보니 어라, 이게 웬 고속도로 톨게이트? 졸지에 A1 고속도로를 타고야 말았다. 내비 없이 다니다보니 방심하면 바로 ㅎㅎㅎ

  

사실 고속도로 타는 거야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빨리 가면 좋지 뭐, 그랬다. 다만 수중에 마르카 땡전 한닢이 없다는게 문제였다. 어제 보스니아로 입국하긴 했지만 모스타르에서는 유로를 그냥 다 받아주길래 에라 귀찮다 사라예보에 도착하면 찾자, 하고 있었거들랑.  

(하얀건 종이 까만건 글씨인데... 보스니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뽑은 카드)


그런데 얼떨결에 고속도로를 타버리고 말았으니... 깐깐한 수금원을 만날까 걱정이 되었다. 여차하면 삥 뜯기기 딱 좋아... 불길해... 하면서.

저 멀리 톨게이트가 보이자 김원장이 얼추 주행거리와 GDP(둘이 무슨 상관 관계가...) 등을 계산해 보더니 3마르카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했다. 3마르카라면... 수중에 있던 2유로 동전을 챙겼다. 더 나오면 몰라도 2유로 이내로 나오면 이거 밖에 없다고 해야지. 내심 그렇게 작전을 짜고 톨게이트 도착. 아저씨에게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미안미안, 나 지금 유로 밖에 없는데 이걸로 대신 지불할 수 있을까? 하면서 2유로를 내밀어 보았다. 그러나 나의 어설픈 연기가 무색하게도 아저씨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톤으로 동전은 안 되고 지폐만 돼, 하더라 ㅎ 뭐야, 원래 되는거야? 얼른 5유로 짜리 지폐를 내밀었더니 영수증과 함께 7마르카를 거슬러 주었다. 영수증에는 1.32유로가 찍혀 있었다(이럴 때 보면 김원장이 무섭...) 참, 고속도로는 짧아서 그렇지, 무척 잘 만들어 놓았더라. 발칸 렌트카 여행 시작하고 처음 만나는 수준의 대로였다. 이용하는 차는 거의 없었다.


잠시 긴장 탔던 고속도로를 벗어나 드디어 사라예보에 진입. 우와, 상상 밖의 대도시였다. 트램도 상당히 다니더라.

예상보다 차까지 많이 막혀... 이 곳이 정녕 상상해왔던 사라예보란 말인가


Apartment Saraj


@ 예약 : 부킹닷컴

@ 방 : 원 베드룸 아파트먼트

@ 가격 : 43유로+도시세 1인당 1유로씩 추가= 45유로 지불(여권은 사진만 찍어갔다). 

@ 장점

- 조용하다

- 뷰가 좋다

올드타운까지 도보로 약 10분 거리

- 인터넷 속도 좋다

- 세탁기가 있다 

@ 단점

- 화장실 하수구에서 간혹 냄새가 올라온다(이 집 방향제로 해결)

- 에어 매트리스 느낌? 약간 배긴다. 

- 쓸고 닦고를 아주 깔끔하게는 안 하는 듯. 관리면에서 좀 떨어진다(주인이 남자인게야) 

@ 기타 

- 내가 기술한 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김원장에게는 최고점을 받았다. 다음에 이 집 길게 빌려 사라예보에 좀 머물러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 투숙 전 숙소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친구를 대신 보낼테니 도착 30분 전에 문자로 연락 달라는 거였다. 일단 12시쯤 도착할 것 같다고 그 때 만나자고 이메일을 보내놓고 소요 시간 계산, 모스타르에서 맞춰 출발했는데... 중간에 고속도로도 조금 탔는데도, 사라예보 서쪽 끝으로 들어와 동쪽 끝에 있는 숙소까지 가자니 고스란히 시내를 관통해야 하는거라... 차가 막혀 시간이 계속 지체되니 은근 걱정이 되더라. 

11시 45분에 30분 있다가 도착할 것 같아, 보냈다가 결국 12시 15분에 미안 지금 완전 꽉 막혀서 늦네, 거의 다왔어. 문자 보내야만 했다는(정작 문자 잘 받았는지 이번에도 확인을 못 해봤어 ㅋㅋㅋ).  

- 예약 당시 차를 가지고 간다고 하니까 아래와 같은 지도를 보내줬다.

오늘은 골목이 작아보여도 어제의 경험과 이 지도를 믿고 쭉쭉 들어갔다(어제보다 큰 골목이기도 했고). 부킹닷컴 상의 위치도 맞다.   

- 체크아웃시 키는 그냥 우편함에 넣고 떠나면 된다고 했다.


(우리 집은 이 건물의 꼭대기층인 4층. 진짜 사라예보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김원장이 사랑했던 뷰)


짐을 대충 부려놓고 점심부터 먹으러 갔다. 사라예보에 왔으니까 오늘의 메뉴는 '뷰렉'이다. 아, 그 전에 환전 먼저 했다 ㅎㅎㅎ 뷰렉이고 뭐고 돈이 있어야 먹지. 드디어 수중에 마르카가 들어왔다. 너무 정신없이 나라를 옮겨 다니니까 고맙습니다 한 마디 배우는 것도, 각국의 화폐 가치도 막 헛갈리...  




속은 만만한 고기가 들어간 것으로 주문했다. 치즈니 시금치니 영... 이 집은 완전 뷰렉 전문집이라 메뉴판에는 킬로당 얼마, 이렇게 쓰여있다 ㅋ 

우리는 반 킬로만 주문. 음료와 합쳐 토탈 11마르카. 뭘 먹어도 가격은 착하도다. 착한 발칸.

뷰렉과 가장 비슷한 우리네 음식을 굳이 꼽으라면... 군만두??? 뷰렉을 꾸역꾸역 먹다보니 올드보이 생각이 났다


밥 먹고 장 보고 일단 숙소로 후퇴해 잠시 쉬다가 다시 나왔다. 모스타르까지는 더웠는데 사라예보에 오니 돌아다니기 딱 좋다. 


오후에는 아래와 같은 지도(출처 http://www.sarajevoinsider.com/tours/sarajevo-walking-tour.html)를 보면서 돌아다녔다

(참고로 우리 숙소는 1번 까망 별표) 

처음 출발할 때 김원장이 40개를 다 찍어주겠으! 하더니 반 남짓 본 듯 ㅋㅋㅋ



막연히 모스타르가 더 그렇지 않을까 상상했었지만, 실상 사라예보가 훨씬 무슬림이 많은 것 같았다. 히잡을 두른 젊은 여성이 상당히 많아 이색적이었다. 숙소에서는 때마다 아득하게 울려 퍼지는 아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올드 타운 자체도 분위기가 그러했다. 앞으로 남은 여정에 사라예보 이상 이런 분위기를 접할 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마케도니아의 스코피예는 어떨라나?



돌아다니는 중간 당연히 바클라바도 챙겨 먹었다. 사라예보가 발칸 반도 최대의 이슬람 도시답게 바클라바도 잘 만든다고 들었기 때문인데,

 

우리가 찾아간 바클라바 전문점 http://www.sarajbosna.co.ba/

(아무 생각 없이 룰루랄라 걷고 있는데 김원장이 발견해서 깜짝 놀랐다. 언제 바클라바 집 이름과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어?)


(남자 직원이 참 친절했다. 내게는 별 차이도 크게 없는 바클라바 종류를 하나하나 다 설명해 주더라. 너무 조금 시킨 것 같아 미안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오지게 달았다(옛날에 바클라바 원조집 갔던 사연 http://blog.daum.net/worldtravel/13689571)

하나 먹었는데 막 어지러워 ㅋㅋㅋ 남들은 박스로 사가는데 우리는 겨우 각자 하나씩 세 종류, 6개 먹기를 결국 3개만 먹고 3개는 싸와야 했다.


 

단거 먹고 또 구경



(이 동네 흔하디 흔한 메뉴. 나로서는 숫자를 반을 나누고 유로를 붙이면 그게 좀 더 빨리 와닿는 가격이다)


사라예보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 학교 다닐 때 교과서 소제목으로 붙여져 평생 잊혀지지 않는 발칸반도 / 화약고 / 사라예보

1914년 이 자리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대공이 암살당했고 그 결과 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다.

(사라예보 사건 http://ko.wikipedia.org/wiki/%EC%82%AC%EB%9D%BC%EC%98%88%EB%B3%B4_%EC%82%AC%EA%B1%B4)




그리고 보고 싶기도, 보고 싶지 않기도 했던 사라예보의 장미(http://en.wikipedia.org/wiki/Sarajevo_Rose)



갈까말까 망설였던 갤러리 http://galerija110795.ba/en/

김앤리님의 사라예보 Top 9 http://blog.daum.net/freeleeandkim/1367

두루가이드님의 사라예보 http://thruguide.tistory.co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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