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문제는 그린카드(국제자동차보험카드)였다. 


우리가 알바니아에서 빌린 렌트카를 다른 나라로 가지고 나가려면 두 가지 서류가 추가로 필요한데,

하나는 렌트카 회사 발급의 "이 차를 가지고 다른 나라로 나가도 됩니다" 허가 서류 (Written Authorization),

다른 하나는 자동차 보험 회사 발급의 "나 타국에서의 운전 보험도 들었소" 그린 카드(Green Card).


한국에서 렌트카 회사와 미리 접촉한 바, 허가 서류는 준비해 놓을테니 렌트시 20유로(+택스)만 지불하시라 했고 - 24유로 결제. 

그린카드는 국경에서 유효기간 최소 옵션으로 구입하면 된다고 했다(14일에 40유로라고).


국경에 도착해 보니, 국경을 넘기 직전, 남아프리카 국가들 국경 넘나들 때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몇 보험 회사들이 부스를 줄줄이 설치해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가 커다란 나무 밑에 데스크 하나 달랑, 종이 서류 뭉테기로 놓고 수작업으로 일을 한다면, 여기는 그래도 어설픈 박스 형태는 갖추고 컴 한 대, 프린터 한 대 놓고 영업하는 정도의 차이.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하나 같이 부스 자리를 비운 가운데, 저~쪽에서 한 아저씨가 열심히 우리에게 손짓을 하길래 거기까지 갔다. 

아저씨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했고, 우리는 알바니아어 내지는 이탈리아어를 한 마디도 못했지만, 그린 카드 단어 하나로 모든 의사 소통은 끝이 났다. 실상 더 필요할 것도 없었고. 


그런데, 아저씨가 몇 번이나 차량 등록증과 김원장의 국제 운전면허증을 들고 입력을 시도했으나 계속 오류가 나는 것이다. 진행이 안 되니 어딘가로(본사?) 계속 통화하던 아저씨는 점점 혈압이 오르는 모양새였는데... 처음에는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아저씨의 바디랭귀지를 가만 보아하니 짚이는 바가 있었다. 어제 티라나 공항에서 차를 받을 때, 우리가 익일 몬테네그로로 넘어갈 거라고 하니까 직원이 이 차량에 이미 그린카드가 발급된 게 있는데 그걸 사겠느냐, 뭐 그랬던 기억이 났다. 그 카드의 날짜를 보아하니 우리와 안 맞아서(이전 사용자가 발급 받은 거라 우리 일정보다 며칠 빨리 유효기간이 끝나버리는 카드였다) 거절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새로 발급 받기로 했는데... 아마도 그게 문제인 듯 했다. 


렌트카 회사 측에서 그 그린카드를 무효화 시키고 우리에게 새로 차량을 넘겼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싶지만, 아시다시피 어제, 예약과는 달리 자동이 아닌 수동 차량이 나오는 바람에 문제가 있었고, 이후 서로 정신 없이 자동 차량을 주고 받았고(허겁지겁 가져오느라 기름조차 20칸이 만땅인데 지금 12칸 채워져 있어, 해가며 받았으니까), 그렇다 보니 우리가 국경에 도착한 그 순간까지 그 전 그린카드는 유효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아저씨가 새로 발급할 수가 없었던 모양. 


아저씨는 본사와 여러번 통화를 하는 듯 했고, 결국 우리 렌트카 회사와도 통화를 해야만 했고, 어느 순간에는 나도 수화기를 전달 받았는데(날 왜 바꿔주는거야), 놀랍게도 우리가 바디랭귀지로만 예측했던 것과 같이, 그 상황이 맞다고 하더라. 작두 탔네. 렌트카 상담 직원왈, 기존 카드가 유효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일단 그 카드를 발급한 보험 회사 사무실로 가셔서 기존 카드를 재발급(복사?) 받아 넘어가셔야 할 것 같다고. 아니면 일단 몬테네그로까지는 그린카드 없으셔도 문제 없으신데 블라블라블라... 헐. 장난하나. 몬테네그로 다음엔 어쩌라고. 

대체 여기 가까이 그 사무실이 어딘데? 하니까 (물으면서도 순간 아차, 했다. 그냥 화내면서 배째라, 니들 잘못이다, 어떻게든 알아서 해결해라 그럴 것을) 그건 자기도 당장엔 모르겠다고 (휴 다행), 일단 아저씨 다시 바꿔달라고. 


티라나는 말도 안 되고 쉬코드라에 지사가 있다고 하면 다시 되돌아 가야하나 어째야 하나(되돌아 가자고 하면 김원장 폭발은 불 보듯 뻔한데), 옆 부스들 중에선 어찌 해결이 안 되려나... 고민하고 있는데, 울 아저씨 끊임 없이 여기저기 막 언성 높여가면서 전화하고 숫자 부르고... 대체 뭘 하시려는건지 싶더만, 결국 몇 번의 재시도 끝에 ;

우리가 원했던 김원장 이름 하에 14일 40유로 짜리 그린 카드 말고

기존 발급되어 있는 그린 카드에서 명의만 김원장으로 바꾸는데 성공(?).  


아휴, 이렇게라도 일단 그린카드 양식에 우리 차 번호, 김원장 이름 들어갔으니 절반은 해결이네. 비록 날짜는 안 맞지만 그건 나중(?)에 해결하도록 하고,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만 하고 얼른 국경 넘어가자. 날은 너무 덥고, 집시로 추정되는 여러 부녀자와 아이들은 딱 달라 붙어 절대 안 떨어지고... 힘들도다. 


아저씨는 이름만 바꾼거니 (정가 40유로가 아닌) 20유로만 달라는 시늉인데 50유로를 내니까 거스름돈으로 20유로 짜리 두 장 밖에 없다고. 

어쩔 수 없이 50유로 내고, 40유로 받고, 더 내야하는 10유로는 알바니아 레크로 내기로 쇼부를 봐서 그냥 1600레크(엄격히 하면 1500레크 미만이겠지만) 추가 지불.

눈치로 보기에 아저씨가 일을 썩 잘 하시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열심히는 하셨음을 인정. 쾅.  


그리하여 국경에 도착한지 40분인가 50분 만에 그 놈의 그린카드를 손에 쥐고 다시 검문소로 차를 몰아 알바니아 출국. 

(그런데 정말 여권만 보지, 서류 보자는 소리를 않네. 기껏 힘들게 받았더니만)


와하하 와하하

비록 절반의 성공이지만 여하튼 알바니아에서 빌린 렌트카를 몰고 (그린 카드도 받고) 국경을 넘어 몬테네그로로 들어왔어!!!

(국경을 넘은 뒤 10여 킬로 달리다 보면 길은 양 갈래로 갈라지는데 좌회전하여 울치니 방면을 택하면 급 이 길이 맞는가 싶게 변한다) 


울치니 도착! 오늘의 마지막 과제는 숙소를 잘 찾는 것.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주택가에 박혀 있는 스튜디오/아파트 살이가 시작되기 때문. 힐튼아 메리어트야 이젠 안녕!





Guest House Anchor


@ 예약 : 부킹닷컴

@ 방 : 바다 전망 스튜디오

@ 가격 : 35유로 (도시세 1인당 1유로씩 추가로 있다고 했는데... 불법? 숙소라 그런가, 안 받는다더라)

@ 장점

- 조용하다(김원장 좋아라했다). 아늑하다

- 아드리아해 뷰가 나온다. 좋다 ㅎ

@ 단점

- 좀 낡았다(뭘 만지기만 하면 부서지...). 매일 쓸고 닦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 우리로서는 전혀 상관 없었지만 TV 가 없다

- 인터넷 속도가 들쭉날쭉 그닥이었다 (김원장 짜증냈다)

- 찾기 쉽지 않을 듯. 간판이나 표지판도 없고(왜 안 만들었을까. 못 만든다에 한 표). 참고로 부킹닷컴 지도 상의 위치는 맞다. 

우리의 경우 일단 비슷한 위치에 차를 세우고 왔다리 갔다리 하다 만난 동네 아주머니한테 물어 봤는데 모른단다. 차로 돌아와 근처에 있던 작은 수퍼에 들어가 물어봤더니, 내 발음이 후졌는지 주인 아저씨는 모르고 주인 아주머니가 알아 들으시고 바로 옆 골목으로 올라가 왼편으로 세번째 집이라고 했던가, 하여간 그렇게 알려주셨다. 우리처럼 차를 가져간다면 아래와 같은 루트를 이용하길 권한다(길이 좁아 진입시 다른 방향을 택한 걸 후회했다). 주차는 그냥 우리가 세워둔 골목에 해도 된다고. 

@ 기타

- 친절한 주인 청년은 러시아가 고향(?)인 알렉세이(?).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이웃 나라(?)라며 환영해줬다. 이웃은 이웃이지.

알렉세이는 아랫층에 산다. 

- 숙소에서 1분 거리에 작은 점방이 있다. 반기문 아는 친절한 아저씨가 주인이시다(혹 김정은도 아신다면 그건 내가 가르쳐 드린거다). 

- 올드 타운 진입로까지는 대략 도보로 10분 거리. 갈 때는 내리막이지만 숙소로 돌아올 때는 아니란다 ㅋㅋㅋ 


(사진은 일찍일찍 찍자)

(아침도 여기서 먹었다. 그냥 좋더라)


(가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대신 휴대용 전기 렌지를 받았다)


느지막히 올드 타운 구경

(오늘도 무슨 날인지 엄청 사람이 몰렸다. 방송국 카메라까지)


얼른 사람 없는 곳으로. 김원장왈 울치니는 좀 더 시골틱하기를 바랬다고. 


저녁은 라 타볼라(http://www.tripadvisor.co.uk/Restaurant_Review-g652061-d5502545-Reviews-La_Tavola-Ulcinj_Ulcinj_Municipality.html)에서

바다 건너가 이탈리아니 이탈리아식으로 먹는게 남는 거다

만만한 볼로네이즈 스파게티와 마르게리타 피자. 피자는 좀 짰으나 둘 다 괜찮은 편이었다. 

아저씨는 친절했고 양은 무척 많았다. 피자는 태반을 싸왔다. 팁까지 12유로 지불


다음날 아침, 아드리아해와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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