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트빌리시 이틀 간의 계획은 첫날은 시내 워킹 투어, 둘째날은 다비드가레자 다녀오기, 였지만

김원장과 살다보니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어디 한 둘인가. 게다가 그 놈의 김원장이 늙기까지 했어. 몇 시간 이동 한 번 하면 그냥 들어가 쉬겠데 ㅋㅋㅋ (아 지금은 울어야 하는 타이밍인가) 그래서 첫 날 액티비티는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게 다였다. 김원장이 중식 먹고 싶다길래 트빌리시 중국집 급 검색. 몇 집 검색 중 메뉴판이 오픈된 곳을 발견, 자고로 가격 밝히는 곳이 경쟁력 있는 법, 그리로 가자 했다. 



(바쿠와) 트빌리시는 구글링으로도 대중교통편이 꽤 정확하게 잡히는지라 숙소 앞에서 바로 버스 타고 가기로. 


(버스 정류장에 몇 번이 몇 분 뒤에 오는지 뜬다)

버스에 올라탄 뒤 교통 카드를 찍고 돌아섰는데 예쁜 처자 하나가 나를 불러 챙겨준 티켓. 아, 이게 찍는다고 끝이 아니구나. 카드를 찍으면 이런 종이가 출력되는 듯. 내가 읽을(=추정할) 수 있는 건 오직 숫자뿐. 탑승 시각, 버스 번호 140번, 요금 50 테트리. 카드에 남아 있는 돈이 6.5라리란 소리인가? 버스 타고 한창 가고 있는데 정말 중간에 검표원이 탔다. 물론 우리까진 검사 안 하고 대충 몇 명만 보고 내리두만.   


김원장과 숙소를 나선 뒤 알아서 버스 정류장 찾아가, 버스 알아서 타고, 알아서 내리고, 알아서 식당 찾아가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 그랬다.

예전 같으면 숙소에 중국집 비슷한 것이 혹 있는지 묻고, 주소와 더불어 약도 같은 것도 그려달라고 하고, 택시 잡아타고, 택시 아저씨는 또 그 주소 들고 근처까지 가서 주변 사람들한테 묻고, 식당까지 겨우 찾아가고, 택시비 바가지 쓰고... 그런 일들의 반복이었는데, 이제는 인터넷으로 어디에 중국집이 있는지, 메뉴판까지 미리 확인해 보고, 계산기도 한 번 두들겨 보고, 구글과 로커스 조합으로 바로 찾아가니... 현지인들과 말 섞을 일이, 사건 사고가, 추억이... 점점 줄어드네.     


마치 다니던 집처럼 쑥 들어서니 바쿠에서 먹었던 중국집과 달리 상당히 고급지다. 

(미리 뭘 먹을지 대충 생각해 왔지만 ㅋㅋㅋ)

(여기는 조지아니까 중국집이든 뭐든 닥치고 와인 시켜야지)

(안주는 마파두부와 탕슉. 마파두부에 밥 비벼먹기. 맛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버스를 타고 수퍼에 들러 장까지 보고 귀가. 푹 쉬기. 내 뱃살은 소중한 것이야.


(우리 집 앞 풍경)


다음 날은 시내 구경. 


준비할 때 가장 참고를 많이 한 투어리스트 루트 http://tbilisiguide.ge/w/tourist_routes.php

그 밖에 톰톰님의 트빌리시 워킹 투어 이야기 

http://blog.naver.com/tomtomkor/60196151200

http://blog.naver.com/tomtomkor/60196226839


상기 투어리스트 루트 링크를 보고 직접 대충 만들어 본 지도. 참고로 우리 숙소는 유러피안 시티 한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원하지 않아도 그 구역은 저절로 보게 된다. 우리 수준에 무리하지 말고 딱 두 개만 더 찍자, 해서 심벌스 오브 조지안 임모탈리티 & 펄 오브 올드 타운 당첨.



참고) 론리플래닛 버전의 워킹 코스


(론리상 5번. 우리 숙소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교회. 일요일이라 그런가 신도들이 바글바글했다)

(론리상 6번)


(론리상 8번)


리버티 스퀘어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가 그랬다. 지하철 역에 영어 간판 좀 달지. 김원장이 답했다. 있잖아 M)

(밀러샘께서 이대입구 말씀하셨다던데 삼대입구래도 충분히 넘습니다)


아블라바리 역에서 내려 트빌리시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으로(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들의 짜집기).

지도를 볼 것도 없이 꽃들고 초들고 올라가는 사람들만 졸졸 따라가면 오케이

가는 날이 장 날이라고 일요일 예배 드리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 성당 안에 발 디딜 틈이 없더라. 종교가 살아 숨쉬고 있던 조지아

둘러보고 하산


이제 리케 공원으로 가서 케이블카 타야지. 목표는 조지아 어머니상. 잘 안 보인다고?

그럼 살짝 확대.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계심.

적에게는 칼을, 손님에게는 와인을. 엄마 최고.



몰랐는데 케이블카는 11시부터 시작한다고. 일찍부터 싸돌아 다닌 탓에 한 10 여 분간 기다리다 탑승. 편도 2라리/인. 교통카드로도 결제 가능.


쒸웅 올라간다!

텔레비전을 통해 보던 트빌리시의 그 풍경 그대로. 걸어서 세계속으로 주제가가 귓전에 울려 퍼지는 환청.

드디어 꼭대기 도착. 야호



일단 엄마한테 먼저 갔다가




엄마의 발밑에서 좀 쉬다가(상당히 젊어 보이고 늘씬하신 9등신 엄마임) 나리칼라 요새까지 보고


날이 더우니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다. 나 돌아갈래~


공원 분수대엔 물이 솟고 아이들은 즐겁고


우리는 평화의 다리를 건너 올드타운으로

(돈은 좀 들인 것 같다만 어딘가 살짝 뜬금포 디자인. 이 길이 정녕 트빌리시 올드타운과 이어진단 말인가? 세종시가 아니고?)


올드타운을 샅샅이 훑기에는 날이 더워서 이따가 선선해지면 다시 나오기로 하고 일단 미련없이 관통. 다시 리버티 스퀘어 도착.

(앞길은 조지아 최고의 번화가 대로지만 뒷길은 이렇다)


('4월 9일 공원'을 지나)


집에 도착. 남들이 맛있다는 건 나도 먹어봐야해. 진짜 맛이 괜찮아서 나중에 또 사먹기도 한 배맛 사이다(?). 이름 그대로 레모네이드라 하기엔.


저녁땐 올드 타운을 다시 나가서 골목길을 걷다가


스테이크를 먹었다.



(부어라 마셔라. pheasant’s tears 를 한 번 마시고 가줘야 할 것 같아서 주문했는데 마침 똑 떨어졌다고. 대신 추천 받은 cabernet-saperavi)

(도쿄 근처에서 왔고 이제 리가까지 가야 하는데...)

야외석 분위기가 좋았지만 쌀쌀해져서 안으로 이동

(뭘 보는 척 하는거지)

(나는 안심, 김원장은 뉴욕. 내꺼 미디움으로 시킬 것을. 김원장꺼가 더 맛났다)


어지간하면 스테이크로만 배 채우기는 쉽지 않은데 ㅋㅋㅋ 배 두들기며 다시 올드타운을 지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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