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발코니로 나가면 밸리 맞은 편 (뒷 배경 카즈베기가 워낙 높아 그에 비하면 언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산정에 교회가 보인다. 

숙소가 위치한 마을 이름은 스테판츠민다, 건너편 마을 이름은 게르게티. 저 교회의 이름은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츠민다=Saint 사메바=Trinity 뜻이라고 하니까 우리 말로 하면 게르게티 마을의 성 삼위일체 교회쯤 ?('츠민다'나 '사메바'나 십자가를 뜻하는 '즈바리'나... 조지아에선 자주 듣게 되는 단어이다. 나로서는 발음도 잘 안 되는 이름들이 게다가 비슷비슷하기까지해서 헛갈릴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우리 마을 이름에도 츠민다가 들어가지 않는가. 성 스테판의 도시란다. 그건 그렇고 트리니티 하니까 네오 생각 나네. 


스테판츠민다 관련 여행 정보(영문) http://wikitravel.org/en/Stepantsminda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카즈베기를 찾는 여행자라면 십중팔구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에 오른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를 직접 만나기 위해 카즈베기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뭐가 됐든 우리도 가본다. 자고로 남들이 그러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침 먹고 숙소 문을 나선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좋다. 오늘도 어제 같은 날씨였다면 으흐... 생각만 해도 싫다. 


룸스호텔 카즈베기는 스테판츠민다 마을만 놓고 보면 마을의 거의 꼭대기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떠나오기 전에 동그리님 후기를 미리 읽었는데, 버스가 서는 광장에서 룸스호텔까지 배낭 메고 걸어 올라오다 후회하셨다 했다. 그 문장을 읽고 나는 바로 결정했다. 배낭 메고 올라갈 때는 택시를 타야겠구나. 그리고 그렇게 했다(한 대 5라리). 거리에 비해 비싼 가격이지만 잘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짐 없이 스테판츠민다 마을을 걸어 내려가는 일은 하등 힘이 들 이유가 없이 즐겁다.   


두 마을을 가로 지르는 작은 강을 건넌다. 목적지로 삼은 게르게티 트리니티까지는 6.4킬로. 차로 갈 때 그렇다는 얘기다.

국내 여행을 하다보면 동네 초입마다 현수막 줄줄이 내거는 광고판 같은 걸 만나기 마련이다. 보통 5개쯤 걸려 있으면 3개 이상이 병의원 광고여서 마치 그를 통해 의료계의 어려운 현 상황을 보는 것만 같아 김원장과 종종 이야기 나누곤 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병원 광고를 보다니. 여기가 대체 어디란 말이냐 ㅠㅜ 


(조지아 깃발은 붉은색 십자가 5개로 이루어져 있다)


(게르게티 마을쪽으로 들어오다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나지 게스트하우스 표지판을 보았다. 

앞에 호텔스러운 건물이 신축 중이던데 설마 나지 게스트하우스가 돈 많이 벌어서 짓고 있는 건 아니겠...)


(교회가 조금은 가까워졌다. 아주 조금)


올라갈 때는 가파른 길을 질러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찻길로 돌아 내려 오기로 했다(내가 가파른 내리막길엔 쥐약이라)


게르게티 마을 끝에서 가파른 길로 진입.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 시작.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경사가 상당히 가파를 땐 한 두 번 지그재그 자동차길을 대신 이용하기도 했다) 

(김원장이 들은 말이라며 알려줬다. 산을 오를 땐 심장으로 오르고, 산을 내려올 땐 무릎으로 내려오는 거라고)

헉헉헉 이제 다 와간다


(화장실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니여서 좀 찝찝했지만... 벌컥벌컥 마셨는데 탈 안 났다)

(이럴땐 교인이었으면 좋겠다. 느끼는 바가 완전 다를텐데)

(우리 방이 저 멀리 보인다. 정말 내가 발코니에서 보던 교회에 직접 올라왔구나)

(옆에서 천을 빌려 랩스커트 마냥 바지 위에 두르고, 스카프도 뒤집어 쓰고 안에 들어가 잠시 교인인척 기도)


하산 시작. 김원장은 빨리 내려가고 싶다며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자 주장했지만 ㅋㅋㅋ 나는 댁같은 고급 등산화가 무릎이 아니유.  

원안대로 차로를 이용해서 편히 내려가자스라.

(길은 비록 돌지만 성 삼위일체 교회의 다른 이미지샷을 볼 수 있다는 면에서는 탁월한 선택 같다. 게다가 그마저 멋지잖아)

(초반부야 룰루랄라 잘 내려왔는데 중간중간 차들이 올라오는 바람에 김원장 짜증 지수가 좀 올라갔다)


드디어 집에 도착


(질러) 올라갈 때 1시간 30분, (돌아) 내려올 때 1시간 30분 걸렸다.


올라갈 때는 덥고 숨차고 물을 많이 먹었다.

정상부 근처부터 정상부 찍고 내려올 때는 춥다가 딱 좋다가 막판에 숙소 오르막길을 만나며 다시 더워졌고, 다리가 아팠다.


그럼에도 퐁퐁 솟은 엔도르핀 덕분에 뿌듯하고 즐거운 나들이였다. 

드디어,

처음 항공편 견적을 받아본지 10년 만에

진짜 코카서스 카즈베기에 와서 내 두 발로 Gergeti Tsminda Sameba Church에 가 보다니. 엉엉. 감격의 눈물.  


이제 한국 집에 돌아가도 될 것 같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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