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하게 말하자면 오늘의 이동 구간은 아래와 같이 세번.


1. 바쿠 숙소 - 바쿠 버스터미널(압또바그잘) : 택시 한 대 7마낫

2. 바쿠 버스터미널 - 쉐키 버스터미널 : 마슈르카 1인당 7마낫

3. 쉐키 버스터미널 - 쉐키 숙소 : 마을버스 1인당 0.2마낫(20게픽)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온 1구간 계획은, 버스+버스(구글링으로 알 수 있다) 혹은 동그리님께서 알려주신 지하철+버스 조합이었더랬다(http://blog.naver.com/catalunya/220270569056). 그러나 김원장이 내게 아제르바이잔 콜택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니 콜택시 한 번 알아보라고 하더라. 


아제르바이잔 바쿠 콜택시 어플리케이션 몇 업체중 실제로 깔아본 적도 있고 영어 채팅이 가능했던 "택시 탭"을 떠올리고 바로 접속 (http://www.taxitap.az/en/) 채팅으로도 예약 받아주는지 물었더니 그렇다고(어플 상에서는 연락 가능한 전화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로밍폰이라 번거로웠다)내일 아침 8시 힐튼에서 압또바그잘까지 두 명 타면 얼마냐고 물으니까 잠시 계산후 6.41마낫이 나온다고 알려주었다. 오, 그 정도 가격이면 가격 맘에 들어. 바로 예약을 하고,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직원이 보내준 6.41마낫 가격 부분 캡쳐도 해놓았다. 


오전 7시 55분쯤 호텔 입구에 서니 50미터쯤 떨어진 숙소 주차장에 택시가 두 대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어맨이 우리 행선지를 듣고 불러준 앞 택시를, 우리는 이미 예약한 택시가 있다고 거절한다 했더니 이런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택시가 바로 휘리릭 우리 앞에 와섰다. 오, 진짜 이 택시에 택시 탭이라고 써 있네. 타기 전에 6.41마낫 화면 보여주며 재차 확인 받고 탑승. 와하하, 나 바쿠에서 콜택시 불러 탔으. 


버스+버스 조합시 월요일 출근시간과 겹칠까 좀 걱정을 했었는데, 콜택시의 경우 미리 요금 쇼부를 보고 탔으니 설령 길이 막혀도 이제 남 일 ㅋ 물론 압또바그잘은 꽤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지라,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의 정체는 어마어마했어도 우리처럼 반대로 나가는 경우는 거의 막히지 않았다. 

문제 없이 우리를 데려다 준 택시 아저씨에게 7마낫 지불(사실 10마낫 냈는데 알아서 3마낫만 거슬러 주더라).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버스/지하철 환승에 비해 열라 편하고 빠르게는 왔다. 한 20여분 걸린 듯.


듣던대로 압또바그잘은 외관은 그럴싸하나 내부는 망해가는 세운상가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 일단 일층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이층에선 짐 든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눈치껏 따라따라 다시 계단을 올라 3층으로 올라서니 비로소 터미널 주차장 같은게 나타났다. 오른편에 바로 커다란 쉐키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으나(아마도 8시 50분 차?)


이쯤에서 붙여보는 바쿠 터미널 시간표 http://www.mtrans.az/index.php/eng/table-of-trips/inter-city#sheki

Baku-Shaki    Fare: 5.72
The model of the bus
Value of seats
from Baku
to Baku
Departure time
Achieve time
Departure time
Achieve time
1
HYUNDAİ EXPRESS
43
08:10
15:30
16:00
23:00
2
DAEWOO BH-117
45
08:50
16:00
17:00
23:45
3
MERSEDES BENZ
45
09:50
17:35
18:15
01:00
4
MERSEDES BENZ
40
11:00
19:05
11:00
18:45
5
DAEWOO
45
12:20
20:30
12:00
20:10
6
MERSEDES O403
45
14:00
21:45
13:45
21:30
7
MERSEDES O403
40
16:30
00:00
08:00
16:00
8
DAEWOO BH-117
45
17:00
00:45
08:30
16:40
9
DAEWOO BH-117
45
17:30
01:00
09:30
17:10
Note: Bu marşrutda qeyri-müntəzəm reyslər olaraq kiçik tutumlu mikroavtobuslar da fəaliyyət göstərir.


우리는 보다 빠르다는 마슈레카를 탈 계획이었기 때문에 두리번 두리번. 버스 건너편인, 즉 내 기준으로는 왼편에 마슈르카들이 쭉 있고 그 중 쉐키(비슷하게 쓰여진) 글자가 바로 보여 그리로 갔다. 마슈르카는 거의 비어 있었는데 돈을 받는 차장(?) 아저씨에게 차량 맨 앞 자리에 앉고 싶다고 하니까 잠시 갈등하는 눈치더니 그래라, 내가 이번은 인심 썼다, 하는 액션을 취하며 자리를 내주었다. 7마낫/인.


(쉐키행 마슈르카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다른 손님들이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중)

(성과 속이 함께 하는 공간)


한 30분 이상 기다렸나. 승객이 다 차자 드디어 9시 15분, 바쿠발 쉐키행 마슈르카 출발.

터미널 도착하기도 전부터 슬슬 낌새가 있었지만, 바쿠 바깥은 다른 세상이었다. 바쿠에만 있다 갔으면 보다 왜곡된 이미지를 가졌을 듯 

가만히 있어도 웃고 있는 듯한 운전사 아저씨는 어딘가 모르게 동물을 닮은 인상이었다. 김원장 표현에 의하면 남미에 사는 캐피바라와 가장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놀랍게도 운전 내내 아저씨는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질 못 했다. 이런 아저씨는 또 처음이었다. 캇 씹으면서 운전하던 예멘의 운전사보다도 더 위험천만해 보였다. 먹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통화하고 음악 듣고 수다 떨고... 좀 있으면 엽서라도 한 장 충분히 쓰고도 남을 것 같은 기세였다. 경찰이 있는 구간이 가까워질때면 기가 막히게 속도를 줄였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엄청 밟았다. 김원장은 불안감에 휩싸여 괜히 앞자리에 앉는다고 했나, 이러다가 사고 나면 이 자리는 흔적도 없이 즉사다, 그런 말을 했다. 나는 답했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이지. 나중엔 내가 아저씨 물티슈도 까서 뽑아주고 아저씨가 전화를 받을 때면 알아서 차내 음악 볼륨도 줄여주고 그랬다 ㅎ


경찰은 진짜 심심하면 나타났다. 주로 다른 운전자들에게서 삥을 뜯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열심히들 용돈벌이 일을 하다니 아제르바이잔의 미래는 밝을지도 모르겠... 참고로 모스크바에선 경찰들이 벤츠만 타고 다녀서 혀를 찼는데, 여기 오니 경찰들이 BMW를 타고 다니더라. 

10시, 갑자기 문자가 왔다. 열어보니 진작 왔어야 하는 택시 탭 회사의 문자가 이제야 왔더라 ㅋ 배정된 차종(대우 젠트라), 차량 번호, 가격, 운전사 아저씨 휴대폰 번호 등의 정보가 들어 있었다. 어제 채팅할 때 끝내 내 번호 따가길래 뭔가 했더니... 문자가 지구 한 바퀴 돌아오느라 늦게 온 모양이다. 


11시, 분위기 괜찮은 식당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보아하니 차장 같은 아저씨가 밥을 시켜 먹길래 생각보다 좀 머물겠구나 싶어 


우리도 차를 마시기로 했다. 넘치도록 채워온 주전자하며 각설탕까지 일명 중동 여행중 자주 먹던 차 맛이었다. 


11시 25분, 차는 다시 출발했다. 가끔 설산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물론 관심이 있었으나

- (추정) 아제르바이잔 말 할 줄 알아요?

- (그럴리가요) 아니요

- (추정) 러시아어는 혹 할 줄 알아요?

- (안타깝지만) 아니요

- (추정) 그럼 터키어는요?

- (헐 대단) 아니요

아니요 세번 하니까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우리의 마슈르카는 1시 50분이 되어서야 쉐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중간 쉬는 시간 30분 포함 대략 4시간 30분 소요된 셈.


터미널에 내리자 택시 아저씨들이 다가와 칸 사라이를 가네 카라반 사라이를 가네 하면서 막 꼬셨다. 그들을 뒤로 하고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쉐키 버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는 워낙 걸어갈 생각이었다. 한 15분 남짓 걸으면 될 듯한 거리였는데... 방향 잡고 바라보니 오르막이었고 김원장은 지쳐 있었다. 안 되겠군. 바로 마을 버스를 타야겠다 싶었는데... 드라이버 아저씨들에게 숙소 이름을 대자 다들 뭐라뭐라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일단 그냥 아무 거나 탔다. 반쯤 맞게 올라가고는 방향을 틀더라. 1인당 20게픽씩 내고 얼른 내렸다. 나머지는 걸었다. 김원장은 투덜댔다. 처음부터 택시 탈 것을 해가면서(2마낫 부르던 아저씨가 있긴 했는데, 거리에 비해 비싼 것 같아 거절했었다). 에이, 이제 이 정도도 안 걸으려고 하면 어떡하나. 10분도 안 되는 거리를.


(나중에야 알았다. 이 날이 쉐키 이벤트 데이라 마을버스들 노선이 다 뒤죽박죽 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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