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말해, 교통수단은 총 다섯번을 이용했고 아제르바이잔-조지아 국경은 걸어서 건넜다.  

(참고로 아제르바이잔 1마낫=약 1000원, 조지아 1라리=약 500원)


1. 쉐키 숙소 - 쉐키 압또바그잘 (버스 터미널) : 마을버스. 1인당 20게픽(0.2마낫) 

2. 쉐키 압또바그잘 - 자카탈라 압또바그잘 : 마슈레카. 1인당 2.5마낫 

3. 자카탈라 압또바그잘 - 발라칸 시내 : 마슈레카. 1인당 60게픽(0.6마낫)

4. 발라칸 시내 - 아제르바이잔측 국경 : 택시. 3마낫 

5. 조지아측 국경 - 시그나기 : 택시. 37라리



(쉐키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기다리고 있는 김원장)


풀어쓰면 


1. 쉐키 숙소 - 쉐키 압또바그잘 (버스 터미널) : 마을버스. 1인당 20게픽(0.2마낫) / 약 5분 소요


전날 바쿠에서 쉐키에 도착 하자마자 까사(매표소)로 가서 익일 발라칸 행 버스표를 예매할 수 있는지부터 물어 보았다. 

친절한 매표소 아저씨 왈, 예매는 안 되고 내일 드라이버에게 직접 돈을 지불하라고 하더라. 




발라칸행 시간표를 보니 오전 10시 10분 차가 첫 차인 듯.

오전 9시 45분쯤 숙소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서 압또바그잘이라고 써 있는 마을 버스를 타고 터미널 건너편에 우아하게 내렸다. 



2. 쉐키 압또바그잘 - 자카탈라 압또바그잘 : 마슈레카. 1인당 2.5마낫 / 약 2시간 소요




압또바그잘 승강장을 쭈욱 보니 4번 승강장에 발라칸이라고 쓰여 있는게 보였다. 마슈레카는 만석도 모자라 몇 명은 서서 탔다. 김원장 말 듣고 5분이라도 일찍 나온 건 참 잘한 일 같다. 진작부터 승객은 가득차 있었지만, 아저씨는 10시 10분 정각에 차를 출발시켰다. 한 번에 쉐키에서 발라칸까지 직통으로 가는 노선인줄 알았는데 수시로 승객을 내리고 태웠다. 30분쯤 지나자 다들 앉아갈 수 있었다. 




자카탈라에는 12시 6분에 도착했는데 우리 둘을 제외한 모든 승객이 다 내려 버렸다. 이대로 우리 둘만 태우고 발라칸까지 가나보다 했는데, 아저씨는 차를 자카탈라 압또바그잘에 입고 시키더니 맞은 편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던 발라칸행 마슈레카로 우리를 토스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급 차를 갈아타게 된 우리. 대략 5마낫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 5마낫을 들고 아저씨에게 내미니 바로 오케이 하더라. 혹 좀 더 낸건가 ㅎ 







3. 자카탈라 압또바그잘 - 발라칸 시내 : 마슈레카. 1인당 60게픽(0.6마낫) / 약 30분 소요


자카탈라 발 발라칸 행 마슈레카에는 이미 승객이 거의 다 차 있었다. 우리 둘이 옮겨오자마자 바로 출발하다시피 했다. 12시 11분.

즉 자카탈라에 도착하고 5분만에 발라칸행 마슈레카로 스무스하게 옮겨 탄 셈이다. 


12시 34분, 마슈레카는 발라칸 압또바그잘 건너편에 잠시 섰다. 모두들 여기서 내리겠지 했는데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라, 그럼 나도 좀 더 가봐야겠다 싶었다. 어차피 국경까지 진행 방향이 같으니까. 5분 정도 더 달리자 차는 발라칸 시내로 진입했다. 이쯤에서 앞 사람에게 국경으로 가고 싶다고 말을 시켜보니 여기서 내려서 택시 잡으라고 하더라. 얼른 내린 뒤 운전사 아저씨에게 2마낫을 내밀어 보았다. 아저씨가 80게픽을 거슬러 주었다.   

 

4. 발라칸 시내 - 아제르바이잔측 국경 : 택시. 한 대 3마낫 / 약 10분 소요


마슈레카 아저씨에게 돈을 내고 거스름돈 받고 하는 와중에 벌써 택시 아저씨 하나가 우리 옆에 와 섰다. 국경까지 쇼부 목표가는 최대 5마낫. 영어가 통하지 않아 1마낫 짜리를 한 장씩 세어 보이니 3마낫에서 멈췄다. 오케이. 12시 39분, 택시 탑승. 


(아저씨 차 안에도 짜가 돈이 걸려 있었다)


10분 여 달리자 앞에 아제르바이잔측 국경이 보였다. 12시 50분 국경 도착. 쉐키 숙소를 나선지 대략 3시간 만의 일이다. 


4.5 아제르바이잔 - 조지아 국경 넘기 : 기다림 + 도보 / 약 1시간 10분 소요 


아제르바이잔 국경에 도착하면 왼편과 같은 계단을 오르게 되는데 이 계단은 세관(?)과 바로 이어진다.


건물 내로 들어가니 왼편엔 짐 검색 기기가, 가운데엔 사람 검색 기기가, 오른편엔 담당 직원이 앉아있었다.


가방 통과를 시키려니 지금 앞쪽에 사람이 많이 밀려있으니 좀 기다려 달라고 했다. 보아하니 앞쪽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패키지팀이 서 있었다(나중에 홍콩인들로 판명 났다). 안경 쓴 같은 아시안이라 그런지 괜히 반가웠다.


이유는 모르지만 - 김원장왈 직원들 점심 먹으러 간 것 아니냐고 - 수속은 과연 진행되고 있는가 싶게 느렸다. 그러다 안쪽에서 웬 제복 아저씨가 나타나 우리 국적을 물었다. 한국인이라 답하니 조지아 비자 유무를 묻더라(통역은 세관 담당 직원이 했다). 한국인은 조지아 비자 필요 없어. 우리 무비자 입국 가능해, 라고 답했는데 뭔가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 파악이 안 되고 무작정 대기 타고 있을 때, 어디론가 사라졌던 아저씨가 다시 나타나 우리 둘 중 하나가 본인과 함께 조지아에 잠시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김원장이 남아 짐을 지키기로 하고, 나는 우리 둘의 여권을 들고 아저씨를 따라, 세관도 그냥 통과, 출국 심사도 그냥 통과, 아저씨 덕분에 뭔 차까지 얻어타고 조지아측 입국 심사대로 함께 갔다. 동행하면서 아저씨는 내게 러시아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는데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어만 잘하기 때문에 더이상 대화는 이어질 수 없었다. 우리 아제르바이잔 출입국 담당 아저씨와 조지아 출입국 담당 아저씨들 여럿이 모여 우리 여권을 들고 뭐라뭐라(양국간 대화는 러시아어로 무리없이 이뤄지는 듯 했다) 한참 떠들었는데, 들리는 단어를 주섬주섬 연결시켜 볼 때 아제르바이잔측 심사대에선 조지아를 무비자로 들여보낼 수 있는 국가가 캐나다 러시아 어디어디 해서 겨우 6개국? 하여간 한국은 그들의 출국 전산 시스템 상에 안 뜨는 것 같았다.   

조지아측 아저씨들이 사우스 코리아는 무비자 맞다 어쩌구 하는 듯 했고, 한 아저씨가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몇 분 지나 뭔 코드 같은 걸 출력해서 나왔다. 그 종이를 우리 아제리 아저씨가 조심스레 받아 들었고 이제 나보고 아제르바이잔으로 돌아가자고 해서 다시 아저씨와 함께 아제르바이잔으로 돌아왔다. 계속 같이 있긴 했지만 난 한 마디 말할 기회도 없었는데 왜 같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코드를 받아든 아저씨가 내게 양손을 좌우로 흔들며 쁘레블럼 노, 하는 걸로 보아 그 놈의 문제는 해결된 듯 했고, 아저씨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김일숑, 피용양, 쇠애울 아는 단어 죄다 방출하더라(그래봐야 딱 세개). 생각보다 지체된 시간에 김원장은 나름 걱정을 했던 모양인데, 하여간 이산 가족 상봉을 무사히 마칠 때까지 웃기게도 홍콩 패키지팀 출국 심사가 채 다 끝나지 않았더라. 굼벵이를 삶아 먹었나. 곧 우리 차례가 왔고, 코드는 우리 아저씨로부터 담당 아저씨께로 무사히 넘겨졌고, 마침내 나는 아제르바이잔 출국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들어올땐 뱅기 도장 찍어주고, 나갈때는 당근 자동차 도장 받았다. 이 비자 종이 수거해가는 줄 알았는데 그냥 나 돌려주더라)


그리고 이번엔 아까 그 길을 김원장과 함께 걸어서 조지아 입국 심사대로 



나 조지아 두 번째야, 김원장한테 자랑하고

역시 국경은 육로가 제 맛이야, 사건 사고 생기는 것 좀 봐, 서로 낄낄거리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떠나온 아제르바이잔측 출입국 사무소. 아제르바이잔 이제 안녕~ 다시 만날 일은 아마도 없겠지... 



아까 봤던 조지아 아저씨들과 다시 만나고, 웰컴 투 조지아 소리도 듣고 바로 입국 도장 받고 조지아로 들어온 시각은 거의 2시 직전(양국간 시차 때문에 조지아 시간으로는 1시).  



5. 조지아측 국경 - 시그나기 : 택시. 한 대 37라리 / 약 55분 소요. 아무 일 없이 곧장 온다면 40분 정도 걸릴 듯.


시그나기까지 택시 쇼부 목표가는 최대 35라리.

조지아 입국 심사대 직전, 간이 은행 창구에서 주머니에 남아있던 10마낫 주고 17.1라리 획득, 조지아 영토로 들어와서 몇 십미터 전방에 바로 보이는 간이 사설 환전소에서 10불 주고 22.5라리 획득, 이렇게 총 39.6라리를 손에 쥐었다. 이 돈 내에서 해결해야지.  



참고로 역시 국경에서의 환전은 뽕이다. 특히 이런데 은행은 완전 도둑놈들이야 ㅋ 내 국경에서 기다리는 과정이 지겹지만 않았어도...

같은 1마낫이 국경과 국경 사이 은행에서는 1.71라리(환율이 잘 보였으면 여기서 안 했을텐데 전광판을 어두운 뒷벽에 걸어놔서 도무지 잘 보이질 않으), 100m 전방 조지아 영토 내 첫 환전소에서는 2.1라리로 2015년 5월 26일 기준 마낫당 190원이나 차이가 난다 ㅜㅠ 


국경에서 시그나기까지의 택시비 흥정으로 말하자면... 아저씨의 50 선빵, 나의 30, 아저씨의 40, 나의 35... 끝에 37로 최종 낙찰 되었다(결국 이럴 것을 왜 처음에 50을 부르셔서... ㅋㅋ) 말로는 기름값이 올랐다고 뭐라뭐라 그러는 것 같았다(당근 조지아어이므로 '벤진' 말고는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


(오늘도 벤츠. 나는야 벤츠만 타는 녀자. 아니 근데 왜 벤츠 안에 스패너들이 굴러댕기지)


(뭔가 허전한 문짝)


2시 5분(조지아 시간으로는 1시 5분) 시그나기행 택시 출발. 아저씨는 중간에 주유소 들러 기름 넣고 + 우물가 들러 마실 물 채우고 + 엄청난 양떼와 씨름하면서 우리를 시그나기 숙소까지 데려다 주셨다. 호텔 문 열고 들어오니 정확히 3시(조지아 시간으로는 2시. 꼭 밖에서 체크인 시간 기다리다 딱 맞춰 들어온 투숙객 마냥). 




아제르바이잔 쉐키 숙소 to 조지아 시그나기 숙소 총 5시간 15분 소요.


이 자리를 빌어 동그리님께 다시금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코카서스 3국 중 한국어 여행 정보가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조지아이다. 다음이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은 그 넘의 비자 정책 때문에 - 일종의 쇄국 정책처럼 보이는 -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니 정보도 당근 적다. 아니, 다른 두 나라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와중에 동그리님의 귀한 정보는 하늘에서 내려온 굵은 동앗줄이나 다름 없었다 :) 이번 유러피안 게임을 계기로 아제르바이잔에 보다 바람직한 변화가 생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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