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계획은 항상 그렇듯 야심차게 한때 밑줄 쫙 문학청년이었던 김원장을 위해 

고리끼-체호프-톨스토이-푸쉬킨 순으로 대작가들의 발자취를 느껴보는 맞춤형 일정이었으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프다고 응애응애 대는 바람에 우선 아르바트 거리로 가서 밥부터 먹이기로 했다. 

메뉴는 뉴욕 / 미동부 최고의 햄버거로 알려진 쉑쉑 버거(https://www.shakeshack.com/)

러시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굳이 미국 뉴욕 버거를 먹는 나는야 글로벌 아줌마. 


(나를 보고 뛰어오는 곰돌이. 그런 그를 보고 도망가는 나)


(뉘신지...)


쉑쉑 도착. 남들이 추천하는건 먹어봐야겠다 싶어 더블쉑버거, 치즈프라이, 밀크쉐이크 주문. 


여기는 유럽이니까 밖에서 먹어야지



처음 한 입은 정말 끝내줬다. 이건 햄버거가 아닌데? 과연 현존하는 햄버거 중 최상급이라 하겠어! 

바뜨 그러나 뒤로 갈수록 엄청난 칼로리 압박이 밀려온다. 어쩐지 더 먹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아니 더 이상 못 먹을 것만 같은 느낌.

 인앳아웃 버거는 다시 먹을 것 같은데 쉑쉑은 다시 안/못 먹을 것 같다. 쉐이크랑 같이 먹어서 그런가 느끼함이 마구 올라와.  



여하튼 당이 돌아 정신을 차린 김원장을 데리고 속도를 늦춰 아르바트 걷기.


밝히자면, 아나톨리 리바코프의 '아르바트의 아이들'은 나와 김원장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책이다. 지금 이렇게 둘이 같이 살면서 여행을 다니게 되는데 일조한 몇 권의 책 중 하나. 이십 몇 년만에 바로 그 아.르.바.트.에 나란히 섰으나... 로맨틱은 어디가고 시니컬만 남았는고. 오호 통재라.


(러시아 음유시인 불라트 오쿠자바의 동상...

...보다 사실 김원장만 아니었음 바로 저 옆 집 무무 레스토랑에서 러시안 음식을 먹어보는데 관심이 더 있었는데)


우리나라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로 유명한 푸쉬킨 박물관. 입장료 150루블/인. 사진 찍으려면 돈 더 내라고 해서 사진은 안 찍기로 ㅋㅋㅋ

(참고로 푸쉬킨의 저 시는 내가 블로그질하면서 벌써 몇 번은 써 먹은 듯 하다. 예를 들어 http://blog.daum.net/worldtravel/1009755)

명문 귀족가 자제답게 200년이 지난 지금 기준으로도 부잣집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자기가 석가야, 왜 이런데서 태어나놓고 그런 시를 썼어, 했으니.

참고 https://mirror.enha.kr/wiki/%EC%95%8C%EB%A0%89%EC%82%B0%EB%93%9C%EB%A5%B4%20%ED%91%B8%EC%8B%9C%ED%82%A8 

여담으로 김원장이 여기 와서 보고 어라, 푸쉬킨이 곱슬머리였네! 했는데 지금에서야 알았네. 증조 할아버지가 흑인이었다는 걸.


(이렇게 봐선 마누라 예쁜줄 모르겠는데)


여하튼, 허기로 인해 이미 동선도 꼬였거니와 결정적으로 영문 설명에 매우매우 인색한 푸쉬킨 박물관을 한바퀴 돌고나니

남아있는 고리끼, 체호프, 톨스토이 박물관을 간다한들 우리 수준엔 거기서 거기, 어딘가 어딘지 모를 것 같더라.

이럴 때면 우리(라고 쓰고 김원장이라고 읽는다)는 매우 쿨하게 포기를 하곤 한다 ㅋㅋㅋㅋㅋ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정보를 모아 왔는가)  


참고로 상기 네 작가의 박물관(물론 이외 도스토옙스키 등등)의 휴관일, 개관시간, 입장료 등은 모두 다르며

비슷한 이름의 박물관이 몇 있어서 내가 찾는 곳이 정확히 어딘지도 헛갈리는데 이 와중에 홈페이지 같은건 영 맘에 안 들고...  


그리고 한국에서 미리 현지 쇼핑용으로 찾아온 아르바트 거리 끝에 위치한 수퍼마켓에 잠시 들러 이것저것 사고(http://corporate.7cont.ru/) 턴. 


빅토르 최 추모의 벽



오후에는 붉은 광장의 테트리스 성 바실리 성당(http://www.saintbasil.ru/en/index.html)을 보러갔다.



색감 좋고


(국립 역사 박물관)


(붉은 광장과 굼 백화점)


(내일 들어갈 크레믈/크레믈린/크렘린)



(레닌 묘역)


그리고 이번 여행 통틀어 관광 스팟으로는 최고의 하이라이트라할 양파 성 바실리 성당, 짜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이쁘다. 

(이쁘다고만 했지 입장한다고는 안했다 ㅋㅋㅋ 들어갈 생각도 없었지만 실상 너무 늦게 가서 관람 시간 다 지났다는)


김원장 합성 시도


성 바실리 성당을 한바퀴 돌며 몇 달전 넴초프가 총격으로 사망한 다리도 한 번 봐주고

(봤다고만 했지 사진 찍었다고는 안 했다)

귀가 아니, 귀숙소. 실제로 김원장은 성 바실리 봤으니 이제 당장 한국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하던데.


아아 여기는 유럽이고 지금은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한창이더라.


젊은 것들도 물고 빨고 한창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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