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우스 다코타 주의 상징을 넘어 미국의 상징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큰바위 얼굴, 즉 마운트 러시모어와, 유료로 동굴 따위를 방문할 계획은 전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찍고 갈 바람 동굴 국립공원을 지나는 날이다.


그런데... 어제 주행 중 갑자기 우리 차에 Maintenance Required 빨간 불이 들어왔더랬다. 김원장이 대충 주행거리를 계산해 보더니 엔진 오일 교환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오늘은 이것부터 해결하고 가야겠구나. 근처 알라모 렌트카 사무실이 어디 있나 검색해 보니 루트상 지나갈 Rapid City의 공항에 하나 있다고 한다. 오케이, 거기부터 가보자. 


사실 개인적으론 듣보잡 래피드 시티 공항에 비행기가 몇 대 뜨기나 하겠어? 알라모가 있다고는 했지만 근무 안 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국내선 비행편이 제법 존재하고 렌트카 사무실도 여럿, 규모도 제법 크게 잘 갖춰진 곳이었다(나만 몰랐지 실제로 래피드 시티는 사우스 다코타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여차하면 겸사겸사 이번 기회에 다시 차를 바꿔봐? 하던 김원장이었기에 -_-; 주차되어 있던 차들부터 이리저리 둘러봤는데 현재 원하는 사양의 차는 없다고(다행이다. 일거리 하나 줄었네 ㅋㅋㅋ). 


데스크에 가서 버벅버벅 상황 설명을 하니 웬 명함을 주며 래피드 시티 다운타운 내 이 업소를 찾아가라고, 거기서 엔진 오일을 무료로 교환해 줄거라고 하네. (김원장은 오래 걸릴거라고 했는데 뜻밖에) 교환은 15분 내로 끝난다면서. 역시 엔진 오일 문제였구나. 나 GPS 없다고(스맛폰 데이터 안 쓰는 알뜰한 녀자) 지도로 알려 달라고 해서 간이 지도에 대략 업소 위치 표기 받고 다운타운으로 출발. 


<기찻길에 딱 걸려서 큰일났다. 여기 기차 무지 긴데 언제나 지나갈꼬... 했는데 기차가 후진(?)하면서 바로 파란불 ㅋ>


네, 다행히도 바로 찾았습니다. 명함에 박힌 그 이름 Super Lube. 나같은 사람을 위해 오일 체인지라고 크게 써있군. 


줄 맞춰 주차를 하니 직원이 식당도 아닌데 웬 메뉴판 같은 것을 사뿐사뿐 들고와 마구 설명을 쏟아내면서 이 중 뭘 할래? 묻는 것 같다. 쏼라쏼라 어려운 영어 따위 생까고(나는야 어디까지나 숙소 전용으로 특화된 영어 실력을 갖춘 녀자) 알라모에서 받아온 명함을 내밀며 여기 오면 공짜로 엔진 오일 교환해 준다던데? 하니까 직원이 알아들었는지 바로 오케이, 하더니 지금 앞 차 교환 중이니 10-15분 정도 기다리라고. 



고객 휴게실 같은데 들어와 아까 그 메뉴판 같은 것을 자세히 보니 아마 우리는 가장 저렴한 사양인 29.95불 짜리 인 앤 아웃 베이직 서비스를 받게 되는 듯. 어쩐지 남들은 세차도 막 해주고 그러길래 내가 왜 우리 차는 세차 안 해줄까? 제휴된 렌트카라 그런가? 하니까 김원장 왈, 저게 공짜겠냐, 다 돈 내고 받는거지 했는데... 역시 자본주의 이론가 김원장이 맞았어(김원장 왈, 돈 안 받고는 절대 저렇게 해줄 애들이 아니라나 ㅋ)


하여간 절대 바라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미국에서 엔진 오일 교환도 다 해보고,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근처 수퍼마켓에서 신나게 장도 보고 마운트 러시모어를 향해 출발.  


산중에 있다고 하기엔 꽤 번화했던 Keystone 마을을 지나자 바로 보이는 큰바위 얼굴.



문제는 여기 주차비가 자그마치 11불이었다는 것(물론 올 연말까지 쓸 수 있는 연간 주차권이긴 한데 내가 여길 언제 또 온다고. 게다가 차 번호까지 찍혀 있구만). 입구에서 그 사실을 알았지만 차를 돌리기엔 너무 애매모호+와방 쪽팔린 시점이라 그냥 11불을 내고 입장했다. 어쩐지 대박 삥 뜯긴 느낌. 이미 오면서 멀리서 보긴 봤는데 ㅠㅠ 어제 숙소에서 인터넷만 좀 잘 되었어도 미리 알아보고 오는 건데 ㅠㅠ 어쩌구저쩌구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 했지만 어쩌랴. 이미 피같은 11불은 내 손을 떠났다(그동안 국립공원 연간 패스로 뽕 뽑은 생각은 안 하고).  


<문제의 주차권>


그 놈의 11불짜리 링컨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주차장이 크게 두 개의 윙인데 주차장 이름조차 하나는 워싱턴, 다른 하나는 링컨이다) 마치 미국이란 남의 나라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양(실상은 돈이 아까워서 -_-;) 큰바위 얼굴을 향하여 열심히 걷기 시작. 흠... 관광객이 꽤나 많네. 우리나라 류관순 기념관에는 참배객이 많을까. 


<Avenue of Flags>

<Grand View Terrace>

<하도 큰바위 얼굴 큰바위 얼굴 그래서 내 얼굴만큼 대빵 클 줄 알았더니 예상했던 것보다는 안 크다>


비지터 센터에 들렀다가 본전 생각에 -_-; 마지막으로 Presidential Trail 이라도 하고 갈까 했더니 김원장이 땡볕에 다른 국립공원 트레일도 아니고 바위 조각상일 뿐인 큰 바위 얼굴 밑에서 무슨 짓이냐고(김원장은 돈 많고 쿨한 남자 ㅎ 그런 남자가 왜 계속 속았다 삥 뜯겼다 투덜거려그래서 그냥 Borglum View Terrace에 갔다가 Nature Trail 통해 주차장으로.  



다음 나의 계획은 Sylvan Lake를 거쳐 Needles Hwy를 지나는 거였는데, 진작부터 김원장이 본인은 이제 어지간한 Scenic way는 눈에 안 들어온다며 보다 운전이 편한 길로 바람 동굴 국립공원까지 직접 갈 것처럼 말하더니, 마운트 러시모어에서의 충격이 컸는지 원안대로 Needles Hwy 가겠다고. 그래서 옳다쿠나 좋구나 하면서 그리로 길을 안내했는데, 막상 진입로 앞 삼거리에 서더니 꼬불꼬불해 보이는 Needle Hwy가 영 마음에 안 들었는지 또 바로 좌회전 안 하고 직진하겠다고 ㅋ 그럼 그렇지.



그래서 얼결에 Crazy Horse Memorial이 있는 385번 도로에 접어 들었지만, 김원장은 미국 대통령들한테도 뜯겼는데 인디언들한테마저 뜯길 수 없다며 제끼고 ㅋㅋㅋ 그래서 이후 커스터(Custer City)에서 16번을 타고 Custer State Park를 지나 드디어 바람 동굴 국립 공원에 도착. 


홈페이지 http://www.nps.gov/wica/index.htm

한글 정보 (배드랜즈 아래) http://usacartrip.com/xe/8768


바람 동굴 국립공원에 왔지만 바람 동굴을 안 볼 계획인 우리로서는 이대로 그냥 지나가면 양심에 털나고+너무나도 앙꼬 없는 찐빵꼴 날 것 같아 아무거나 적당한 트레일 하나라도 하고 가기로. 


버팔로가 안내해 주는 Rankin Ridge Trail 하고 가자!




여기도 방울뱀이 나온데서 김원장 앞세워 보내고 ㅋㅋㅋ 난 소중하니까



능선에 올라



조망



맑은 날엔 배드랜즈 국립공원까지 보인다고. 그래? 어라, 진짜 보이네? 어제 갔던 곳인데 눈에 보일 정도로 인제 겨우 여기 왔음? 



트레일을 끝내고 다시 하산

숨은 그림 찾기 : 죽은 척 하는 버팔로 

찾았다!


와이오밍 주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예상하기를, 버팔로는 노스 다코타 주의 띠어도어 루스벨트 국립공원에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리고 실제로 거기서 제법 보긴 봤지만, 버팔로 개체수만 놓고 보면 단연 사우스 다코타 주의 Wind Cave 국립공원이 최고다. 김원장과 버팔로 육포와 버팔로 스테이크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며 국립공원 탈출.


Hills Inn 


@ 홈페이지 : http://www.budgethosthillsinn.com/

@ 예약 : 홈페이지 통해 103.99불 예약  

@ 투숙일 : 6월 20일(금)  

@ 룸 타입 : 2 Queen Beds

@ 특이사항 : 미리 예약을 하면서 부탁해 놓은 대로 이 집에서 가장 조용할 2층 끝방을 받았다. 메일상으로는 체크인시 AAA 카드를 제시하면 좀 더 할인해 주겠다고 했는데 (AAA와 제휴된) KAA 카드를 보여주니 무지 신기해만 하고 정작 할인은 안 해준 듯? 

우리 방은 다소 신기한 구조로 앞 뒤로 문이 있었는데 뒷쪽이 언덕이라 뒷문 앞에 차를 세우고 방에 들어가면 마치 단층, 1층처럼 보이지만, 앞문 쪽에서는 확실히 2층 방. 방은 널찍하고 (우리 방쪽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만 없으면) 조용하고 인터넷 속도도 제법 괜찮았다. 

수영장은 야외에 있었는데 낮에는 너무 쨍하고 밤에는 쌀쌀해서 이용 안 했고, 이외 미니 골프장 같은 것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어제와 같은 가족 운영 숙소임을 고려해 볼 때 전체적으로 이 집이 어제보다는 마음에 드는데(물론 그만큼 비싸다만) 헤어 드라이어를 안 빌려준다는 점은 김원장에게 있어 마이너스. 참, 드라이기 빌리러 갔다가 주인 아저씨가 정말 한국에서 온 거냐며, 어디, 서울? 막 그러더니 딸이 공군이라 한동안 한국에 있었다고 한다(지금은 괌에 있다고). 립 서비스인지 몰라도 덕분에 한국 얘기로 친근감 형성 시간이었음(심지어 다음날 조식 가지러 갔을 때는 딸이 기념품으로 선물해 준거라며 태극기와 JSA 박힌 모자도 얼른 가져와 보여주셨다는 ㅎㅎ)

조식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로비/바로 옆 아주 작은 식당에서 빵, 커피, 시리얼 등 간단하게 제공. 조식 수준 또한 어제보다는 좀 낫다.  


<언젠가부터 미친 듯 각종 메론을 먹고대고 있다. 뭔 메론 종류가 이리 많은지>

<네. 방에 들어오자마자 찍는 걸 까먹으면 이런 폭탄 맞은 사진들이 나옵니다>


<이 날 간식 라면은 래피드 시티의 Safeway 수퍼마켓에서 사온 김치와 함께. 국적 불명이라 맛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김치가 맛있어!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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