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미국의 몇 국립공원들을 돌아보면서 인상 깊게 느낀 점 중 하나는, 각 국립공원 근처 숙소마다 객실 침대맡에 그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액자로 걸어두었다는 것이었다. 하여 어떤 특정 국립공원 방문 전에 근처 숙소에 묵게 되면 내일 내가 가서 볼 것이 바로 저 것이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었고, 국립공원 방문 후에 묵게 되면 조금 전 내가 다녀온 곳이 바로 저기였지, 하면서 새삼 감회에 젖곤 했었다. 


알래스카에 와서도 그 법칙(?)은 적용되리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는데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내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묵는 숙소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알래스카 자연 그대로를, 특히 야생동물 그림들을 줄줄이 비엔나로 걸어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북극곰, 그리즐리, 흑곰(보통 새끼곰을 꼭 끼워서) 같은 곰돌이 시리즈, 웃긴 생김새의 무스나 카리부 시리즈, 대머리수리로 시작하는 각종 조류 시리즈, 고래도 큰놈 작은놈 종류별로... 그러다 보니 동물의 왕국 알래스카 숙소의 그림들은 이내 내 흥미에서 벗어나 버렸는데... 드날리 국립공원 근처 힐리(Healy) 숙소에 들어서니 어라, 이 집은 어딜가나 썰매개 그림이 한 가득이다. 오라, 이 동네는 개썰매 좀 타는 곳이구나.  


<페어뱅크스를 떠난 뒤 찾아간 첫번째 뷰 포인트. 날이 좋으면 여기서 드날리도 보인다고 해서 저 중 하나겠지 싶어 일단 찍고 봤다(나중에야 드날리 얼굴을 알고 보니 이 사진엔 드날리 없다 ㅋㅋㅋ 드날리가 그렇게 비싸게 구는 애인 줄 몰랐다)>


<가끔씩 공사 현장을 만난다. 한 번은 stop 표지판을 들고 있던 아저씨가 우리에게 '이 자리에서 좀 기다리면 파일럿 카가 올거야. 그럼 그 차 뒤를 따라가' 라고 했는데 파일럿 카가 도통 뭔지 알아야 말이지. 멍하게 있으려니 반대편에서 경광등을 단 자동차가 꽁무니에 PILOT CAR라고 쓰고 반대편 차선 아이들을 한 줄로 줄줄이 선도하여 데리고 오고는, 다시 유턴하여 이번엔 우리쪽 차선 아이들을 줄줄이 안내하여 끌고 가더라. 공사 구간이 길고 험할 때 일견 유용해 보이는 시스템> 


<다시 나타난 멋진 설산이 드날리 국립공원이 지척임을 알려주고 있다>



Motel Nord Haven


홈페이지 http://www.motelnordhaven.com/

예약 : 홈페이지 통해 박당 115불

투숙일 : 5월 14, 15일(수, 목) 2박

룸 타입 : 2 Queen 


2층짜리 건물의 2층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방이 진짜 큼지막했다. 이건 뭐 라스베가스에서 스윗룸을 빌린 것도 아닌데 아무리 여기가 미국, 그것도 알래스카라지만 이렇게 커도 되는건가, 이건 좀 너무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원장은 본토 들어가면 절대 이 정도 크기 못 누릴테니 여기서 마지막 널럴함을 즐기라고 했다.   

수영장도 없고(아아 여기는 알래스카) 조식도 성수기부터 서빙되고 인터넷 속도도 아주 좋은 편이 아니고 창문을 열면 도로변에서 차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숙소가 뭔가 만족스럽다 느껴진데는 아무래도 그 크기에서 오는 여유로움덕이 아니었을까(아니면 밀러 선생님 여행 미리 구경한답시고 유럽의 작은 방들 사진을 너무 많이 본 건가 ㅋㅋㅋ) 



Taiga Trail & Horseshoe Lake Trail


첫 날은 드날리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 근처 두 개의 트레일을 연결해서 한꺼번에 했다. 



<두 명의 건장한 국립공원 관리직 청년들이 우리가 건너갈 나무 다리에 두껍게 낀 얼음을 부수기 위해 왔다. 나 손 잡아줬어 홍홍홍>



<여기가 타이가 지대라 타이가 트레일인걸까. 타이가 트레일은 이런 숲길을 따라 걷는다. 김원장이 좋아라 했다>


<타이가 트레일에서 철길을 건너면 말발굽(편자?) 호수 트레일을 이어 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어설픈 편자 U자 모양의 호수. 저 호수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트레일>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아까 건너온 기찻길로 기차가 지나가는 바람에 미친년처럼 손 흔들어 댔다>



# 오늘의 보너스샷 : 드날리 국립공원과 숙소 사이를 오가는 길의 풍경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