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을 떠나며/톡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캐나다, 좌회전하면 페어뱅크스>


<톡에서 델타정션까지는 정말 잊혀지거나 버려졌다는 느낌이 드는 도로를 달리게 된다>


<그래서 정말이지 이 땅이 last frontier라는데 이견을 달 수 없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 사진은 흔들렸지만, 김원장의 차선 이탈 증거샷이라 올려둔다. 오가는 차가 없으니 이런 짓을>


<이런 다리도 몇 개 지나고>


<델타 정션에서 잠시 쉬다 나랑 눈 맞은 아이>


<그리고 발데즈에서 보았던 송유관을 또 만나고>


<세상에서 제일 큰(그러나 좀 허접해 보이는) 산타할아버지라나 뭐라나 하여간 North Pole이란 재미난 이름을 가진 마을도 지나면>


<드디어 알래스카 제 2의 도시, 페어뱅크스 도착>


나쁜 소식


1. 페어뱅크스를 향해 출발하기 전에 병원 직원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 직원은 에어백 덕분에 다치지 않았고 병원 검사에서도 이상은 없다고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백이 터질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는데 온 몸과 맘이 여기저기 아픈 것은 당연지사. 어쩔 수 없이 입원을 해야겠다고. 

이럴 경우 내가 한국에 있으면 해당 직원이 쾌유되는 동안 자연스레 땜빵이 가능한데, 지금은 한국을 떠나 있으니 내가 당장 뛰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김원장 대신 모셔둔 선생님이나 혼자 남은 직원에게도 죄송하고. 이래저래 참으로 난감한 상황인거다. 일단 다행히 환자는 많지 않으니 -_-; 선생님과 혼자 남은 직원 둘이서 어떻게든 일주일 정도는 해보겠다고 하셨는데 대체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2. 페어뱅크스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쯤 되었던가? 얼리체크인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니 내 예약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체크인은 4시부터 가능하다며 짤없는거라. 이게 아무리 남의 나라 말이라도 얼굴 표정이며 뉘앙스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라는게 있는데 이런 대접은 작년에 요세미티 앞에서 한 번 당해본 이후로 처음인 듯. 우리는 혹시 이게 인종차별은 아닐까 -_-;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물론 이는 나중에 오후 3시 30분쯤 다시 갔더니 새로운 얼굴의 오후반 직원(여기는 정말 칼같이 8시간 근무를 하는건지 가족 운영 호텔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체크인/체크아웃 담당이 매번 다르다) 반응으로 오해가 풀렸다. 그녀 또한 체크인하러 왔어,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시계를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눈은 시계를 보며 동시에 입으론 체크인은 4시부터야, 라고 말했는데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 아니다. 지금 체크인 가능하도록 해줄께, 라며 일을 처리해 주었기 때문. 그래서 우리는 이 숙소의 방침이 공실 여부와 상관 없이 오후 4시부터 체크인을 시키는 것인가 보다라고 일차 심증을 가졌는데, 이 가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몰라도 현재 관광 시즌 초입에 막 들어선 이 숙소는 인력 부족으로 고생하는게 눈에 보였다(물론 이 집만 그런 것은 아니다. 5월, 알래스카를 여행하다보니 업종을 막론하고 내가 이용한 거의 모든 가게에서 구인중이었으니까. 그리고 여행 중 이 곳에서 내가 만나는 직원들 상당수조차 이미 본토의 각 주에서 여름 한 철 일하러 날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 집의 공식적인 체크인 시각은 4시였지만 4시가 넘어도 옆 객실들 청소는 미처 끝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조식 담당 언니 또한 혼자였는데 하필 투숙객들이 같은 시간대 몰려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미국 업무량 평균 기준(?)으로는 혼자 담당하기엔 조금 버거워 보이긴 했다. 얼마나 짜증 가득한 뚱한 표정으로 식당을 오가는지 우리는 '입 나온 언니'라고 부를 정도였으니까(알고보니 그녀 또한 버지니아에서 왔다더라). 


3. 바로 체크인을 못해서 두어시간 관광부터 하기로 했는데, 나도 김원장도 페어뱅크스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파이오니어 공원이었다. 게다가 페어뱅크스에서 가장 조용한 숙소를 골라야 한다는 신념에 가득차 심혈을 기울여 예약해 온 이 숙소는 파이오니어 공원을 걸어서! 그것도 조용한 보행자용 길로! 접근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더랬다. 룰루랄라 파이오니어 공원을 찾아갔는데..................


이건 뭐............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정말 이게 다야? 싶을 정도. 물론 아직 올해 시즌을 맞아 100%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한쪽에선 목하 보수 공사를 하고 있고 김원장이 원하는 비행기 전시장은 오픈 전이고 뭐 그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내서의 설명대로 여기가 페어뱅크스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라거나 "파이오니어 공원에서 금광 시대와 굴곡 많았던 도시 탄생의 현장을 탐험하시겠습니까?" 라기엔 뭔가 부족하다 못해 어쩐지 좀 속은 느낌??? 때문에 페어뱅크스에서 이틀간 머무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이 곳을 걸어서 즐겁게 산책할 수 있으리라는 나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즐겁게'란 단어만 빼면 나머지는 유효해서 그렇게 하긴 했다 -_-;)


이 쯤에서 붙이는 파이오니어 공원 사진 몇 장.






4. 드디어 체크인을 하고 김원장이 원하는대로 꼭대기 3층의 북향, 그것도 복도 끝쪽 가까이 방을 잘 받았는데(건물을 한 바퀴 돌아본 김원장 말로는 남향보다는 북향이 더 조용할 것이라고 하여), 엉엉엉, 이 방 근처인 복도 끝으로 건물 전체의 환기 시스템과 관련한 뭔 커다란 기계와 추가로 제빙기가 있었고 걔네들이 끊이지 않는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방을 다시 바꿔 받기로 했는데, 체크인 담당 언니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같은 3층의 복도 중간, 그러나 맞은편 즉 남향 방을 내주었다. 사실 남향이라고 해도 건물과 면한 도로 자체가 거의 숙소 전용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 차량 소음은 매우 적은 편이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문제라면 이 방은 커넥트룸이었고, 저녁때 체크인한 옆 방 손님들이 좀 떠들었는데 연결된 문(그리고 벽?)을 통해 전해지는 그 소리가 잦아들기 전까지 김원장은 짜증을 냈다는 것.


5. 다음날 아침 관광을 나가며 김원장이 방 청소 부탁합니다~하고 나갔는데 오후 1시쯤인가 잠시 들어왔을 때도 청소가 아직 안 되어 있고, 다시 나갔다가 오후 3시 넘어 들어왔는데도 그 때까지 청소가 안 되어 있었다. 이 상황 역시 김원장 심기를 불편케 했고 결국 김원장은 앞으로 남은 두 달 남짓 여정 또한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 같으면 차라리 한국 집이 편하겠다며 한국에서 한 달 쉬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자고 했다. 그러더니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바로 시애틀발 한국행 왕복 항공권을 알아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며칠 잠잠하다 싶더니 혹시 생리라도 하는건가? 하여간 곧 김원장은 익스피디아에서 우리가 알래스카 여행을 마치고 시애틀로 돌아가는 다음날 바로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는 1인당 약 100만원짜리 왕복 항공권을 찾아냈고(뉘 집 남편인지 참으로 신속 정확한 결단력을 가졌소!) 나보고 재검토 및 결제하라고 했다. 확인해 보니 아시아나 항공편이었고 아시아나 홈페이지에서도 거의 같은 가격이길래 그럼 아시아나에서 지를께, 했는데 김원장왈 익스피디아는 24시간 내 취소가 가능하다니(아시아나 사이트도 그렇지 않을까?) 가격차가 없으면 일단 본인이 찾아낸 항공편으로 "빨리" 결제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그렇다. 질렀.....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뱅기표를!!!


이 쯤에서 소개하는 페어뱅크스의 울 숙소            


BEST WESTERN PLUS Pioneer Park Inn


홈페이지 http://bestwesternalaska.com/hotels/best-western-plus-pioneer-park-inn

             http://book.bestwestern.com/bestwestern/US/AK/Fairbanks-hotels/BEST-WESTERN-PLUS-Pioneer-Park-Inn/Hotel-Overview.do?propertyCode=02018

예약 : 홈페이지 2박 연박 특가로 박당 69.11불

투숙일 : 5월 12, 13일(월, 화) 

룸 타입 : 2 Queen beds




<70불에 밥도 주고 수영장도 있단 말이다. 근데 왜 즐기지를 못 해 이 양반아(즐기는 것처럼 보이거늘)>



<조식당의 풍경. 나름 외국 같지?>


좋은 소식


1. 드디어 아바이가 퇴원하신다는 문자를 받았다. 4월 23일 수요일 아침 출근길에 엄마로부터 아빠 소식을 전해 들었고 바로 119로 근처 병원으로 모시고 가라고 일렀는데 5월 13일에야 퇴원하신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만 3주간 입원하신 셈이다. 아빠가 입원해 계신 상황에서 여행을 가려니 이건 뭐 말해 무엇하리. 참으로 심란하다고 밖에는. 퇴원하신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원하시는게 어딘가!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    


2. 알래스카에 도착한 첫 날부터 숙소가 마음에 드네 안 드네 해가며 변덕 죽 끓던 김원장이 결국 2주만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귀국표를 구입했는데, 그 김원장의 내적 갈등(이라고 쓰고 '꼴'이라고 읽는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ㅎㅎ 결제 버튼을 클릭하고 나자 한편으로는 속시원하더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80일간의 여정을 (1000개의 숙소 리뷰를 읽었 ㅠㅠ) 준비한 내 입장에서는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나머지 일정을 언제 또 다 취소하나 함시롱) 다음날 아침, 만 하루만에 김원장이 드라마틱하게도 다시 마음을 바꿨다. 어제 결제한 표를 취소하라고. 


그런데 다시 돌아온 나쁜 소식


분명 김원장이 익스피디아에서 구매한 표는 24시간 이내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 했는데, 각자 노트북 두 대 켜고 아무리 사이트를 뒤져봐도 취소 버튼을 못 찾겠는거다. 그렇담 결론은 하나, 전화로 취소하는 것(아니면 취소를 포기하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던가 ㅋㅋㅋ).

서로 니가 해라 아니다 니가 해라 하다가 결국 밀려서 내가 하기로 했다. 로밍폰의 무지막지한 통화 요금이 두려워서 일단 숙소폰을 사용하기로. 네 아무리 통화 요금을 많이 부과해도 로밍폰만 하랴. 

큰 맘 먹고 첫번째 통화. 다행히(?) 자동 응답기가 돌아간다. 대충 듣고 해당 버튼 몇 번 누르고 나니 끝. 아니 이렇게 쉬울수가! 김원장한테 취소가 된 것 같다고 떠벌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5분이 지나도 내 예약은 그대로 살아있네? 아무래도 이상해서 두번째 시도. 이번엔 김원장에게 해보라했는데 수화기를 들고 있던 김원장. 자동 응답기가 뭐라고 떠드는지 잘 못 알아듣겠다며 다시 얌전히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세번째 시도. 이번엔 스피커폰으로 함께 들어보기로 했다. 다시 들으니 앗, 아까 내가 잘못했구나. 해당 버튼을 누른 뒤 상담원과 연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전화 요금이 무섭지만 기다린다. 2분 정도 기다리자 웬 여자가 받는다. 이 와중에 하우아유는 짜증나는데 미쳤는지 저절로 내 입에서 아임파인땡큐앤유?가 나온다. 내가 지금 얘랑 이럴 때가 아닌데.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 취소를 신청한다. 이것저것 물어본다. 겨우 답한다. 드디어 기나긴 오랄 테스트 끝에 오케이 어쩌구 하는데 전화가 갑자기 끊어진다. 헬로 헬로 미스터 멍키 뚜뚜뚜.... 아아아아아악. 전화를 처음부터 또 다시 해야해! 네번째 시도. 이번엔 남자가 받는다. 처음부터 설명한다. 이러저러해서 취소 진행 중이었는데 전화가 갑자기 끊어졌다고. 그러니 취소해 달라고. 나는 마음이 급한데 이 남자, 우리나라 상담원들하고 똑같다. 어머 그러셨습니까 고객님. 전화가 갑자기 끊어져서 죄송합니다 고객님. 그리고 기나긴 재확인 절차. 이번에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취소 컨펌 메일을 보내달라 요청한다. 그러니 내 이메일 발음 욜라 웃기게 한다(처음엔 뭔 소리를 하나 싶었다). 그래 그래, 그리로 보내면 돼. 그러겠단다. 이제 됐지 싶어 끊으려는데 계속 뭐라뭐라 한다. 통화가 길어지니 리스닝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쏘리? 하고 귀 쫑긋 세워 들어보니... 에잉, 짜증이다. 우리나라랑 진짜 똑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 재확인 한 번 또 하고 더 필요한 건 없느냐. 어플리케이션도 있으니 많이 이용해달라. 뭐 이런저런 취소와는 상관없는 ㅠㅠ 하여간 그래 너도 해브어굿데이까지 하고 끊었다. 


그리고 받은 좋은 소식     


1. 너무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지 전화를 끊자 잠시 멍한 상태 ㅎㅎㅎ 하여간 정말 10분 정도 지나자 취소 컨펌 메일이 도착했다. 여보! 취소가 컨펌됐어!(응?) 내가 그 기나긴 통화에서 살아남았다고! 뱅기 예약 컨펌보다 어째 취소 컨펌이 더 기쁘다.      


2. 체크아웃을 하면서 영수증을 받았다. 통화료가 빠졌다. 사실대로 불었다. 나 본토에 전화 몇 통 했다고. 됐단다. 그냥 가란다. 음하하하하하. 돈 굳었어!!!




말이 많았다. 다음은 페어뱅크스에서 돌아다닌 증거샷 몇 장


Morris Thompson Cultural and Visitors Center (홈페이지 http://www.morristhompsoncenter.org/)







Creamer's Field — Migratory Waterfowl Refuge

바람이 너무 불어서 금방 돌아왔다


KFC 

세 조각을 시킬까 여섯 조각을 시킬까 고민하다가 세 조각을 시켰는데 여섯 조각이 나왔어!!! 물론 돈도 그만큼 더 나왔어!!! ㅋㅋㅋㅋㅋㅋ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내 무의식이 쓰리를 식스라고 한 것인가. KFC 주문은 맥도널드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걸 처음 알게 된 날) 


오늘의 보너스샷.

김원장이 을매나 까칠한 남자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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