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들어왔던 길을 다시 고대로 되짚어 오늘은 Tok으로 간다. 5시간은 걸리는 긴 여정이다.





톰슨 패스를 잔차 타고 오르는 사람을 발견했다. 돈주고 고생을 사서 대단하다! 


오늘을 위해 어제 미뤄뒀던 Worthington Glacier Trail을 하기 위해 톰슨 패스 넘어 워딩턴 빙하 앞에 차를 잠시 세운다. 

헉, 그런데 트레일 위에 엄청난 눈이... 녹으려면 한참 더 있어야겠다 ㅎㅎㅎ 어쩔 수 없다. 너무 일찍 알래스카에 온 우리가 죄지. 여기도 통과!








미국 국립공원 중 제일 큰, (그 놈의) 스위스라는 한 국가보다도 큰, Wrangell-St. Elias 국립공원의 포스. 아마 이 날 드라이빙의 반은 이 국립공원 부지를 끼고 계속 달린 듯 싶다 ㅎㅎ 말로는 이 산맥 정상의 얼음들이 시카고와 중부 대평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한랭기류의 원인이라는데 여기서 거기가 어딘데 어쩐지 믿거나 말거나처럼 들린다. 


글렌알렌 삼거리에서 전에 달려왔던 앵커리지행이 아닌, 이번엔 페어뱅크스/캐나다 국경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제부터 경치는 전보다는 심심해진다. 이쯤에서 한국에서 취급하는 4박 6일짜리 알래스카 여행 상품을 찾아보니(예를 들자면 여기) 앵커리지에서 2박 그리고 우리가 잤던 알리에스카 리조트에서 2박 재우면서, 우리가 탔던 크루즈 타고, 우리가 지났던 마타누스카 빙하 구경하고, 타면 좋을 것 같은 슈어드행 기차 한 번 태워주고, 우리가 했던 (슈어드) 엑시트 빙하 트레일 하고, 맥킨리산 뱅기 타는 옵션 있고, 야생 동물 좀 보여주는 내용인데... 1인당 오백만원에 달하더라. 뭐야 그럼 4박 6일 둘이 하면 천만원이야??? 헉.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급 돈 번 뭔가 묘한 느낌에 휩싸인다. 




쉬어갈겸 가코나(Gakona)라는 코딱지만한 마을(도 아니고 실제로는 가코나 롯지 부지 앞에)에 잠시 차를 세웠다. 우리를 발견한 현지 청년(이라고는 썼지만 실제로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세 아이의 아빠)이 바로 인사를 건네며 (이런 곳에 어쩐 일이니) 뭘 좀 도와줄까? 했다. 아니야 괜찮아 그저 잠시 쉬러 들렀다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말을 섞게 되었는데, 우리가 코리안이라고 답했더니 바로 "오오! 한쿡 살람" 하더라(그렇다. 한국 말로). 우리가 깜짝 놀랐더니 제일 큰 아이를 가리키며 "He is Half Korean"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그 쪽을 봤더니 어라, 정말 까만 머리 동양인의 얼굴이 묻어나는 잘생긴 아이가 서 있었다. 그런데 가만있자, 아저씨도 금발이고 갓난아기 포함 나머지 두 아이도 금발인데 쟤는?


어디까지나 나의 소설이지만 이 아이의 엄마가 한국 남자와 아이를 낳고 살다가 헤어지고 지금 이 청년과 재혼하여 아이 둘을 더 낳은게 아닌가 싶다(오지라퍼 제대로 발동 걸림). 어쨌든 청년이 계속 그 아이에게 우리와의 접촉을 권했지만 그럴 나이인건지/나름 사연이 있는건지/우리가 맘에 안 들었는지 아이는 계속 혼자 따로 놀았다. 내가 큰 맘 먹고 안 되는 영어로 몇 마디 말을 건네도 모른척 쌩까는게(아님 정말 내 발음이 그지 같았...) 어쩐지 마음 한켠이 서늘해지더라. 너 괜찮은거니? 혹시 슬픈건 아니지? 하필 우리가 한국 사람이어서 뭔가 안 좋은 기억을 건드린 건 아닌지 ㅠㅠ  


잊혀지지 않는 아이의 얼굴을 뒤로 하고 다시 출발. 도로 노면 상태가 부쩍 안 좋아졌다. 구간구간 포장이 벗겨진 구간이 잦다. 



그래도 차가 워낙 안 다녀서 끼이익 급 정거하고 무스 사진 찍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다. 마치 아프리카 나미비아나 보츠와나 같네. 








참, 여기 와서야 새삼 깨닫게 된 점이라면, 알래스카도 아프리카처럼(버스 옆에 얼룩말떼가 함께 달리고 운이 좋으면 길 위에서 기린도 보고 코끼리 가족도 만나듯) 초식 야생동물을 쉽게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나마 무스 정도만 겨우 보이고 그 수도 지금까지 10마리가 채 안 된다. 그리고 무스도 다른 초식 동물들처럼 군집 생활을 할 거라 여겼는데 어찌된 일인지 얘네는 한 번에 두 마리 이상 보기 어려운 것이, 혹 단독 생활을 하는가??? 


참고로 나로서는 잘 구분이 안 되는 세 아이의 자태 비교.  

<출처 https://deepfriedhoodsiecups.wordpress.com/page/65/>



Caribou Cabins (그렇다. 저 위 그림 속의 그 '카리부')


홈페이지 : http://www.cariboucabins.info/

예약 : 홈페이지 인터넷 예약시 할인가로 109불

투숙일 : 5월 11일 일요일 1박

룸 타입 : 드날리 캐빈 한 채


이 날 운전이 긴 것을 고려하여 수영을 좋아하는 김원장에게 깜짝 꿩대신닭 선물을 주고자 자쿠지가 딸린 캐빈을 예약해 왔다. 이 숙소가 가진 몇 종류의 캐빈들 중 가장 높은 등급이 자쿠지가 있는 드날리 캐빈이었는데, 이 집에 드날리 캐빈은 총 4채가 있더라. 우리는 2번 캐빈을 받았다(이 날 투숙객은 우리와 옆 1번 드날리 캐빈 뿐이었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면,


보시다시피 1층 현관 들어오자마자 왼편으로는 냉장고와 전자렌지, 오른편으론 침대가 그 앞으로 식탁과 TV, 그 너머로 욕실과 자쿠지가 있는 구조. 



그리고 언제나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2층. 여기에는 침대가 두 개나 더 있다(이 날 나는 1층에서, 김원장은 2층에서 서로 최대한 멀리 잤다 ㅋ) 


2층에서 내려다보면


엇, 그리고 보니 TV속 저 선전은 어쩐지 시알리스 화면스러운데? 신기하게 여기와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선전 자주 본 것 같다. 김원장은 미국 방송이 볼 만하면 광고가 나오고 또 볼 만하면 광고가 나오는지라 매우 짜증 ㅎㅎ 광고는 또 좀 긴가.   


먼 길 김기사 노릇 하느라 고생했으니 자쿠지에 몸 좀 담그라고 했더니 어느 세월에 물 받느냐고 안 하겠다고 하더라. 괜히 돈 더 주고 예약한건가 싶어 뽕을 빼기 위해 "또 알아? 자쿠지에 누워 창문 내다보고 있으면 카리부라도 지나갈지!" 했더니 주변에 카리부가 좋아할 하고많은 숲이 널렸는데 걔가 미쳤다고 굳이 우리 캐빈 앞까지 와서 얼굴 보여주겠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더라 -_-;;; 아 김원장은 너무 이기이지적이야.


이 집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애아빠가 주인처럼 보였는데 뭐랄까 이런 숙박업을 하기엔 좀 내성적인 사람 같았다(아니 어쩜 그래서 이런 숲속에 들어와 집 짓고 사는 걸지도). 미국 여행 중 이용하는 숙소들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의 소심남이랄까 ㅎ 그리고 이 집 와이파이 암호가 tundra moss였는데 그것도 기억에 남네. 


어쩐지 나는 이 집이 조식 제공 안 하는 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전날 정확한 위치를 찾느라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숙박업소 분류가 B&B라면서 조식을 준다네? 이런 땡잡을 일이 ㅎㅎㅎ 그럼에도 어쩐지 초간단 분위기가 흘러 조식에 대한 기대는 전혀 안 하고 왔는데 뜻밖에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의 조식이 제공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