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라스베가스에서의 첫 집, Vdara의 딜럭스 스윗. 1박에 약 150불. 말로만 듣던 라스베가스의 호텔 스윗룸에 들어와서 와, 진짜 넓다 하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뷰도 진짜 좋았는데 저기 보이는 고속도로에서 소음 생겨난다고 김원장은 싫어했던 두 집 중 하나다. 자동 커튼/블라인드 그런 시스템 신기해서 괜시리 스위치 올려보고 내려보고 그랬음.

 


 

평면 TV가 거실과 침실을 가르는 칸막이 앞 뒤로 두 대가 붙어 있었는데 그렇다고 서로 다른 채널을 보기엔 교차 소음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야 어차피 영어를 모르는 관계로 볼 수 있는 만한 프로그램은... 하지만 김원장이 white noise 만든다고 종종 스포츠 채널 켜놓음. 


 

부엌은 제법 하드웨어 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나 식기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거나 내 식기가 없는 한 이용해 먹기는 그림의 떡.  



한 번은 이 집에서 들락날락하다가 우리 방을 청소해주는 아주머니와 딱 마주쳤다. 정확히는 우연히 마주쳤다기보다는, 방 청소해달라고 진작 요청했지만 제대로 안 되고 있다가, 지금쯤이면 되고도 남았겠지, 하며 느긋하게 돌아왔는데 그제서야 청소하고 있던 것. 방 문이 열려있었기에 안녕~하고 여기가 우리 방인데 청소 아직 멀었니? 하면서 들어섰는데, 긴장을 풀지 않은 아줌마 왈, 일단 네가 가진 방 키로 방문 인식부터 한 번 해 볼래? 하는게 아닌가? 아니, 방문 버젓이 열려있는데 뭘 또 인식? 김원장 말로는 우리가 이 방 투숙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그 말 듣고 키를 꺼내 제대로 문 개폐되는 것 보여주니 그 때서야 아주머니, 미소를 날려준다. 물도 더 챙겨주시고 나가셨음. 우리의 경우 미국 서부를 여행 하다보니, 뉴스에서 접하던 "자기들끼리 총질하는 바람에 위험해서 영 못 살 나라" 이미지는 완전히 잊고 "이건 뭐 마주치는 사람이 반가운 너무 평온한 나라"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는데, 잠시 번뜩,해졌음. 

 

다음 집은 내가 김원장에게 깜놀 선물(?)로 예약해 간, MGM signature의 원베드룸 발코니 스윗. 특가가 아니었으면 선물이고 뭐고 짤없

홈페이지 http://www.signaturemgmgrand.com/

당장 기억하기론 우리가 묵어본 숙소 중 최대 크기일 듯. 우와~ 화장실도 두 개야. 냉장고도 가정용(?)으로 터무니없이 크고. 그야말로 그냥 집 한 채 같음. 


아니 왜 실내에서 선글을...





부엌은 앞 집보다 더 좋은데 마찬가지로 식기는 구비되어 있지 않음. 우리는 우리 그릇으로 고기 궈먹음 ㅎㅎ


이 집에서 묵는 양일 저녁 매번 룸서비스를 시켰는데, 메뉴판을 살펴보던 김원장이 뭔 샌드위치를 먹겠다고 해서 그대로 이름을 불렀더랬다.  그랬더니 전화 받는 여인네가 빵은 어떻게 해줄까, 치즈는 넣을까 말까, 소스도 원하는 걸 말해보렴 등등 마치 '서브웨이'처럼 상세하게 물어보는게 아닌가? 주문 메뉴만 불러주고 얼른 끊어야지, 했는데 T_T 내가 영어 못 하는 걸 알면서도 상대방 무지 꿋꿋 상냥하고... 더 웃긴 건 내가 버벅거리면서 답변할 때마다 매번 매우 나를 격려(배려?)하는 바람에,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식.


"빵은 햄버거 빵으로 줄까, 일반 식빵으로 줄까?"

"식빵으로 줘"

"Oh~ Very Good. 그럼 식빵을 살짝 구워줄까 그냥 줄까?"

"구워줘"

"Oh~ Wonderful. 햄은 A햄으로 넣어줄까 B햄으로 넣어줄까 C햄으로 넣어줄까?"

"B햄으로 넣어줘"

"Oh~ Fantastic. 사이드는 뭐로 할래?"

"감자튀김"

"Oh~ Lovely. 블라블라"


뭐 이런 식으로 힘내! 화이팅! 넌 주문을 할 수 있어! 너라면 할 수 있을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고나 할까. 한편으로는 참 고마웠는데 듣다듣다 환타스틱, 러블리~ 하는데서는 혼자 빵 터졌음. 뭔 놈의 추임새가 이리도 다양해. 결론 : 미국은 밥 한 번 먹으려고 해도 주문이 너무 어려워. 내가 이래서 식당을 못 가 흑흑 T_T   


다음은 자이언 캐년 앞 동네 스프링데일의(springdale) 라 퀸타. 홈페이지 http://laquintazionparkspringdale.com/ 

화려했던 라스베가스를 뒤로 하고 다시 원래의 모텔 신세로 접어드는데다 라 퀸타 체인이 모텔 체인들 중에서도 좀 처진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했는데 이게 웬걸, 아주 마음에 들었음. 방 자체는 특이할 것 없이 평범했지만(방 사진 한 장 안 찍었네) 체크인할 때 조용한 방 달라고 했더니 최선을 다해 맞춰주려는 태도도 좋았고 무엇보다 이 집만큼 들어앉은 자리가 멋졌던 집도 없었던 듯. 



아침도 무료 제공해 주는 집이었는데 가짓수는 얼마 안 되지만 이상하게 하나하나 마음에 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집은 와플을 직원이 구워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와플 발음 못 알아들어서 대체 뭘 해주겠다는건가 잠시 헤맸던 기억 ㅎ (김원장은 살짝 자책까지 하는 듯 보였음)


  싸랑한다. 잉글리쉬 머핀.

 

 

다음 집은 브라이스 캐년의 베스트웨스턴(정식 명칭은 베스트 웨스턴 브라이스 캐년 그랜드 호텔). http://www.brycecanyongrand.com/

홈페이지 사진보고는 무지 큰 호텔인 줄 알았는데, 막상 상상했던 것보다는 작았던. 갑자기 확 추워진 날씨 탓에 몇 개 없는 엘레베이터에서 매번 만날 수 밖에 없었던 다른 투숙객들과 날씨 관련 이야기만 주고 받았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보니 이 집에 세탁방 있어서 밀린 빨래 하러 있는 옷 없는 옷 다 싸들고 남아 있던 반바지 입고 갔다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보고 춥지 않냐고 인사 건네는 바람에 난감했던 기억 하나, 그리고 세탁방에서 심혈을 기울여 자판기에서 뽑아낸 물건이 내가 원하던 세제가 아니라 섬유유연제여서 황당했던 기억 둘, 그래, 그럼 세제를 다시 뽑으면 되지, 했는데 때마침 그 섬유유연제에 써버린 동전이 내가 가진 돈의 전부여서 다시 방까지 먼 길을 가야했기에(우리방과 빨래방이 극과 극이었음) 짜증났던 기억 셋.    


그리고 이 집의 아침 식사. 빵들은 그닥...이었지만 처음으로 베이컨+소시지 나와서 열광했음. 고기라네 고기라네~


김원장 외국 증명사. 오오 정말 외국 같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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