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장

 

먼저 이 리조트의 전체 구조부터 밝혀야 할 것 같다(열심히 그린 다음 김원장한테 자랑했는데... 잘 못 알아보겠다고 한다. 헐).   

 

 

 

내 그림 실력이 이 모양이라 어쩔 수 없이 글로 설명하자면, 안다만을 면하면서 바다를 ㄷ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로비와 레스토랑 등이 몰려있는 객실동은 구관이고, 내륙쪽으로 작은 도로를 하나 건너 ㅠ자 비슷하게 풀억세스 객실들을 배치한 객실동은 (나름) 신축이다(그러니까 신관은 바다가 전혀 안 보이는 구조다).

우리는 조용한 방으로 달라고 해서 그런지 신관 중에서 푸켓-카오락간 메인도로와는 거리가 가장 멀다고 할 수 있는, 514호를 배정 받았다.

신관의 경우 대부분 2층 짜리 건물로 1층의 풀억세스룸과 2층의 풀뷰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방의 경우는 단층이었다. 하여 우리 방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으면 대략 아래처럼 보인다.

 

 

 

상기 첨부한 그림의 노란별표에 서서 우리 방쪽을 바라보고 찍으면

 

뒤돌아서서 찍으면 풀바 Hunsa(현재 투숙객이 거의 없어 휴업 중)와 또 다른 수영장이 보인다.

 

우리의 투숙 기간 동안 신관에는 우리 말고 두세 팀(이 기본에 추가로 들고나는 패키지 몇 팀이 머물렀는데 이들은 말펑션이라) 정도가 머무르고 있었는데, 한 팀은 연금 받아가며 장기체류 중인 유러피안 노부부로 보였고 또 다른 한 팀은 백인 노인+타이 아가씨 조합이었던지라 어차피 여기서 물놀이할 인간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었다(수영장은 기대했던 것보다 매우 크고 아름다 ㅎㅎ 웠는데, 결정적으로 직원에게 문의해 봐도 정확한 길이나 깊이를 아는 인간이 없... 하여간 길이는 대략 6-70m 이상? 깊이는 균일하게 130cm? 140cm 정도?) 그래서 모닝 수영, 황제 수영, 음주 수영, 전세 수영, 야간 수영, 퇴폐 수영 등등 생각나는 건 대략 다 해 볼 수 있었다.    

 

 

아래는 밤새 고요함을 겨우 되찾은 수영장에 다시 편지풍파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김원장(자세히 보면 김원장 앞으로는 아직 잔잔하다).

 

전체적인 규모가 아주 큰 대형 리조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관에 (유아용풀까지) 셋, 구관에 둘, 해서 총 5개의 수영장이 아낌없이 있었다. 아래는 구관의 메인 수영장.

 

우리가 다시 온다면 개인적으로 씨뷰 따위에 굶주려 있지 않으므로 당근 다시 신관의 풀억세스, 그것도 우리 방이었던 514호를 지정해서 갈 듯. 참고로 신관 객실은 모두 500번대로 풀억세스는 501호부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 501호부터 512호까지의 (513호는 존재하지 않더라. 상기 첨부한 그림상 빨간 별이 그려진 동 1층 라인 전체) 풀억세스룸은 올린 사진에서도 살짝 확인이 가능하듯 테라스 부분이 수영장 수면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뭔가 어색. 그 쪽 줄 룸에 묵으면 풀에 퐁당 뛰어들어간다기 보다는 풀에 영차, 하고 다리를 들어 넘어간다고 해야하나. 그 점 상기하시길.

 

@ 저녁식사

예약해 온 숙박 상품이 Deluxe with pool access - upgrade offer,free 1thai set dinner for2였기 때문에 2박을 하는 동안 무료 타이 세트 디너를 한 번 먹을 수 있었다(그렇다. 너무나 기특하게도 62000원에 아침은 뷔페로 먹여주고 전용 수영장 딸린 방에서 재워주며 심지어 저녁 식사까지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다!). 체크인하면서 김원장에게 오늘 챙겨 먹을까 내일 챙겨 먹을까를 묻고 있는데, 언니가 알아서 다음과 같은 쿠폰을 봉투에 담아와 보여 주었다. 내일 저녁 7시 괜찮겠니? 하면서. 딱히 정해둔 바가 없어서 오케이, 하고 받아왔다.

 

내가 예약해 온 사이트는 익스피디아가 아니었고 저녁 식사 장소 역시 현재 가동율 8% 정도에 불과한 해변가의 마야 레스토랑에서가 아니라, 아침 먹던 바로 그 P 모 식당이긴 했다만, 하여간 공짜라고 하니까 나는 오후 7시가 되기 20 여 분 전부터 은근 들뜨기 시작했다. 타이 세트 디너라니 과연 뭐가 나올 것인가. 내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또 먹어보게 되네, 하면서. 룰루랄라거리는 나를 보며 김원장은 기대하지 마라, 입맛에 영 안 맞을 가능성이 있어, 하며 초를 쳐댔다. 그래도 공짜라는 기쁨은 여간해선 가시지 않는 걸 ㅎㅎㅎ

 

 

식당에 들어서자 매우 다소곳한 젊은 남성이 내게 위와 같은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메인 셋 중에 고르라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김원장이 아니라고, 이게 다 나올거라고 했다. 확인해 보니 김원장이 맞았다. 이걸 다 준다고? 급 기분이 더 업된 내가 그렇다면 이건 이 집에서 공짜로만 얻어 처먹지 말고 술 같은 것도 좀 마셔주라는 알라의 게시가 아닌가 싶어 얼른 맥주를 주문했다. 눈치는 살아있...

 

 

잠시 기다리자 춘권부터 서빙되었다. 예상외로 훌륭한 데코였다(아마 이 때도 62000원의 선입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던 듯). 더 놀라운 사실은 맛마저 괜찮았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맛이 있네? (뭐 사실 깊이 따지고 들면 춘권 맛이 세상 어디서 먹는다고 하여도 특별히 이상할 이유 따위 없지만) 맥주 안주 삼아 냠냠 먹어치우고 나니 닭완자 국과 밥이 나왔다.  

 

 

밥이 나올 줄 알았으면 방에서 고추장을 들고 나오는건데... 하는 아쉬움과 닭완자 국에서 묘한 냄새가 나 역시 춘권에서 우리의 행운은 바로 끝이 나고 나머지는 이렇게 예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는가... 했는데, 뜻밖에 냄새와는 달리 한 숟갈 뜬 국이 맛있었다. 어? 이것도 괜찮네???

 

 

 

 

연이어 메인요리들이 등장했는데, 저 캐슈넛과 함께 볶은 닭고기 요리는 완전 일요일 저녁마다 시켜먹는 구워 매운 닭이던가, 그런 비슷한 이름의 바로 그 맛과 흡사했다. 오오, 대박! 매콤 달콤한 맛이 내 입맛에 기가 막히게 딱 맞았다(한국에서 내가 레시피 펼쳐놓고 만들어도 이 맛 만들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싶다). 밥 반찬으로도 술 안주로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기대했던 야채볶음이 별로였다.   

 

 

마지막 코스인 후식 과일까지 모조리 배부르게 잘 먹었다. 식당 안쪽으로 마침 저녁 식사를 먹으러 온 중국 패키지팀과 아침 저녁으로 여기 앉기만 하면 나를 공격해대는 모기들만 아니었으면 더욱 더 행복한 저녁 식사가 될 뻔했다.

(사족으로, 나중에 방으로 돌아와 오늘 나온 요리들을 방에서 시켜 먹으면 대략 얼마나 나올라나... 룸 서비스 메뉴판 들고 계산해 보니까 대충 헤아려봐도 1000밧이 훌쩍 넘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괜히 조금 더 뿌듯해졌...)  

 

@ 체크아웃

12시 체크아웃 시각을 10 여분 남겨두고 하우스키핑 언니가 문을 두드렸다. 아마 체크아웃 대비 미니바라도 확인하러 온 모양. 언니만 방에 남겨두고 우리는 나왔다. 로비에 도착하니 어제 해변가에서 시켜 먹은 음료수며 저녁때 마신 술값 등등해서 250밧이 나왔다고 알려주더라(내가 계산했던 것보다 20밧이 덜 나왔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현금으로 지불한 후, 처음 체크인할 때 신용카드를 오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수증도 달라고 했다. 대답은 금방 예, 했는데 컴의 문제인지 하여간 영수증 출력까지는 우왕좌왕 2~3분이 걸렸다.  

 

@ 총평

현재 신관 풀억세스룸의 가성비는 매우 훌륭하다(개인적으로 구관은 이 동네에선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수준이다). 깔끔한 방도 방이지만 수영장, 하면 떠오르는 카오락의 JW 메리어트보다도, 가장 좋아하는 르메르디앙의 스파풀보다도 브리자 리조트의 수영장은 요즘 수영에 꽂혀 있는 김원장에게 있어 최고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깊이가 코딱지만큼 아쉬워서 그렇지 길이만큼은 완전 랩풀 뺨치는 수준인지라(수질 관리도 잘 되고 있는 듯 보였다).   

직원들은 일단 잘 보이지를 않고(ㅋㅋ 그래도 투숙객보다는 많았다) 보인다해도 세련되었다기 보다는 소박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쪽에 훨씬 가깝다. 영어울렁증이 있는 우리로서는 그 점이 오히려 편했지만.

리조트의 입지도 아주 나쁘지 않다. 푸켓에서 온다면 카오락 초입이고(굳이 센터를 원한다면 150밧 정도에 택시 타고 구경갈 수 있다), 주변에 다이아몬드, 머린, 에메랄드던가 몇 개의 리조트가 더 있어서 나름의 상가 단지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형성, 여러 모로 편리한 구석이 있다.

단점이라면 무엇보다도 패키지팀이 보인다는 것. 그것도 하필 목청 좋은 중국인이라는 점. 아무리 잠만 자고 나가는 그들이라고 해도 그 점은 분명 마이너스에 가깝다(음... 어찌 생각하면 한국인 패키지팀보다는 나을 것도 같다). 나중에 좀 더 기술할 기회가 있겠지만 리조트가 위치해 있는 카오락 비치 자체 또한 보다 북쪽의 비치에 비하면 아무래도 좀 떨어지는 편이다. 

 

다시 올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 본다면,

투숙객이 지금만큼 없고 514호에 머물 수 있다면... 중국인 패키지를 고려한다고 해도 분명 긍정적이긴 하다.

514호라면, 브리자 리조트 신관 자체가 메인도로와 멀지 않아 차량 소음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지적 한계에서도 가장 벗어나 있으므로. 

다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이긴 한데, 첫날 입실과 동시에 이 방에 열광하던 김원장이 몇 시간 만에 밖에 지나다니는 현지인들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며 투덜(그러니까 대로변 소음이 아닌 로컬내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소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내내 틀어놓고 그 소리를 상쇄시켜야 했는데, 상쇄가 될만큼 에어컨 소음도 은근 존재했었다는 점(예전 JW 메리어트에서는 에어컨 소리난다고 방 바꾼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고로 김원장의 컨디션부터 살펴보고 재투숙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 때도 카오락엔 여전히 또 다른 멋진 대안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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