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 했다.

 

숙소(프라임 게스트하우스) 앞에서(정확히는 대각선 건너편) 오전 6시 42분발 인천 공항행 무료 셔틀을 타기 위해 6시 5분 알람을 맞춰두었다. 처음 세팅해 보는 스마트폰 알람이었던지라(이젠 태국에서 2G폰 자동 로밍 서비스가 불가능 하다길래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새 스마트폰만을 덜렁 들고 왔음) 과연 제대로 울릴 것인가, 만에 하나 울리지 않아/혹은 들리지 않아 늦게 일어나면 어쩌지(김원장이 무심코 TV를 틀었다가 '안지오의 영웅들'이라는 영화를 너무 반가워하며 보는 바람에 평소보다 2시간이나 늦게 잠을 청했다. 대빵 젊은 콜롬보 아저씨 나옴) 잠시 그런 생각도 했으나 사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알아서 일어났다(첫번째 고비 무사 패스).

 

평소처럼 대충 번갈아 씻고 그 시간 대에는 다소 요란하게 느껴지던 트렁크 바퀴 소리를 동반자 삼아 시간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대략 10분 간격으로 배치된 버스였는데 2~3분 여유있게 나섰다고 생각했지만 두 개의 횡단보도를 간과한 탓에 한 30초 정도 여유 두고 탑승한 것 같다(두번째 고비 영차 패스). 방 안에서 정류장을 내다봤을 때는 주로 그 자리에 여행자들이 서있곤 했는데 우리가 나간 시간대에는 인천공항으로 출근하려는 젊은 처자들이 가득했다. 우리 역시 마치 출근하듯 그들과 함께 무료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타이항공 카운터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내리겠다고 잔머리를 굴린 탓에 버스 창을 통해 공항 출국장 1번 게이트부터 안쪽 상황을 쭉 지켜볼 수 있었는데 오전 7시가 안 된 시각인데도 공항 안에 떠나려는 사람이 무지 많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사실 그 동안 이렇게 이른 시각에 공항에 와 본 적이 거의 없었던지라 잠이 덜 깨 다소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정말 잘 사는 나라구나. 아직 휴가철이 끝나지 않았나보다 등등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인천발 푸켓행 타이항공 체크인 카운터 역시 엄청난 줄이 늘어서 있었다(어쩐지 하루 전에 좌석 상황을 확인해 봤을 때 거의 만석이더니만). 하지만 우리는 출발 24시간 전에 미리 인터넷 체크인을 해두었기에(타이항공의 인터넷 체크인을 하면 출발 1시간 전에만 수속을 마치면 된다. 우리의 경우 8시 15분 발 비행기라 7시 15분까지만 수속을 마치면 오케이) 어리바리 우아하게 인터넷 체크인 전용 카운터를 찾아 갔다(비즈니스와 이코노미 사이에 위치한 카운터였다). 역시 우리 앞으로는 겨우 한 사람 뿐(세번째 고비 아싸 패스). 바로 옆 이코노미 줄에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어느 순간 인터넷 체크인이 대세가 될텐데 그 때는 지금보다 오래 기다려야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곧이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여권 내밀고 특별 기내식 신청하셨죠? 예. 짐 부치고 스프레이 라이터 없으시죠? 예. 뭐 그런 일련의 뻔한 몇 마디의 대화가 오고간 후 수속을 마무리지으며 언니가 한 말은, 마지막으로 결제하신 신용카드 좀 보여주시겠어요? 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갑에서 평소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꺼내어 내밀었다. 그런데 그 카드를 받아든 언니가 어, 이게 아니신데요, 하더라. 응?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번째 카드를 내밀었다. 어, 이것도 아니신데요? 무어라? 나는 마지막으로 지갑 속에 남아있던 세번째 카드를 내밀었다. 그럼 혹시 이건가요? 하면서(어쩐지 이걸로는 결제 안 한 것 같지만 앞의 두 개가 아니라니 그렇다면 이거였단 말인가 갸웃하면서). 그런데 황망하게도 그 언니의 대답은, 아니요. 이것도 아니세요, 였다. 어라??? 이게 어찌된 일이지???

 

내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는 오직 그 세 장 뿐이었다. 언니가 다른 분 카드로 결제한 건 아니냐, 집에 두고 오신건 아니냐 연달아 질문들을 쏟아냈지만, 나는 좀 전과는 달리 계속해서 아니오, 만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항공사나 신용카드사의 시스템에 오류가 난 건 아닐까? 설마 그럴리가. 그럼 나는 대체 무슨 카드로 항공권을 산거지? 평소 남몰래 나를 사모하던 남자가 이 항공권 선물을 했었던가?

 

옆에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김원장이 한 마디 했다. 혹시 너 전에 없애버린 카드로 결제한 것 아니냐?

 

아! (이것은 단발마의 비명. 소리없는 아우성)

 

몇 달 전엔가 새 신용카드를 만들면서 구 신용카드를 정리했는데, 아마도 그렇다면 내가 그 없앤 카드로 이 항공권을 결제했었다는 말인가? 그럴리가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언니는,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결제 당시 문자라도 받으신 것 있으시면 그걸 대신 보여주세요, 하며 큰 인심을 썼다.

아, 그래. 얼른 그걸 보여 드려야지. 고맙습니다. 히히. 그러면 되겠구나. 휴, 정말 다행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일단 우리의 2G 휴대폰은 모두 집에 두고 왔...

게다가 나는 어지간한 결제 문자 따위 달마다 정리해서 싹 지워 버리므로 그런게 남아있을리 없...

엇! 그럼 어떡하죠? (이 때쯤 나의 당황도 게이지는 거의 70% 정도에 다달)

 

그러자 우리 수속을 담당하던 언니의 얼굴에서 신용 카드 달라고 괜히 요구했네 내지는 얘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정 그러시다면 저희는 댁들의 항공편 탑승을 거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할까 말까... 류의 갈등하는 표정이 떠오르는 듯 했는데... 그 표정을 보자 퍼뜩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아, 그래. 신용카드 결제를 하면 보통 이메일로도 동시에 날아오지!!!!!!!!!!!!!!!!!!!!!!!!!!!!!!!!!!!!!!!! 그리고 그건 나 안 지우지!!!!!!!!!!!!!!!!!!!!!!!!!!!!!!!!!!!! 내 그걸 대신 보여 드리리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음하하 하며 자신있게 외쳤지만, 사실 나의 스마트폰 다루는 실력은 보잘 것 없었고(다시금 밝히지만 나는야 스마트폰 왕초보. 그래도 왕년 20대 시절엔 사내 최고의 얼리어답터였는데 흑흑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당황하니까 안 그래도 오타 작렬 타이핑은 계속 됐고(쓰봉 내 손가락은 왜 이리 굵은거야) 모바일 전용 화면은 PC 모드로 잘 바뀌지도 않고... 보다 못한 언니가 우리 수속은 일단 중단하고 짐은 여기 잠시 보관하고 있을테니 저 쪽에서 편히 앉아 찾아보시고 찾으면 알려주세요, 하며 우리를 밀쳐냈 밀어냈다. 언니의 조언에 따라 일단 언니가 잘 보이는(혹은 언니에게 내가 잘 보이는) 앞쪽 좌석에 자리 잡고 앉긴 했는데 서있다가 앉는다고 해서 스마트폰 다루는 실력이 확 좋아질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그 와중에 와이파이 연결은 계속 끊어지고(LTE 데이터 연결 따위 이미 당황 게이지 90% 상황에서 전혀 생각나지 않음) 잡히는 와이파이 족족 암호를 넣어야 한다고 하질 않나, 어찌어찌 겨우 연결해서 이메일 계정 들어가는데까지는 성공! 이제야 일이 풀리려나보다 했지만... 노안이 올 나이에 그 작은 휴대폰 화면 속에 들어찬 수 백 수 천개의 이메일 중에 그 메일을 척, 하고 몇 번의 클릭+검색 신공으로 찾아낸다는게... 새삼 또다른 킬리만자로급 고비로 다가왔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다다른 순간, 또 한 번, 아!!! 내 배낭 속에 화면이 대따 큰 노트북(마찬가지로 이번에 새로 샀다는 것이 백록담급 함정...이었지만 이 때는 그저 큰 화면으로 보고 제대로 된 자판으로 타이핑 할 수 있는 또 다른 물건이 있다는게 그저 반갑기만 했다)이 있었지! 그리고 연타석 홈런, 그래!!! 항공권 결제월을 알아내서 그에 해당하는 월 사용대금 명세서를 찾으면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막연한 생각이 번쩍, 하고 났다. 오호호 나는 천재(응?)인가봐. 그 와중에 잠시 이런 미친 생각도 하고(아마도 진작부터 김원장이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심히 심란할 것 같아 눈을 마주치질 않았던지라 김원장한테 자랑까진 못 했다). 하여간 그래서 하마터면 던지거나 밟아버릴 뻔한(만약 그랬으면 나중에 분명 땅을 치고 후회했을텐데) 휴대폰을 얼른 내려놓고 신속하게 노트북을 꺼냈다. 비싼 새 컴퓨터답게 부팅이 바로 되는 것까진 좋았는데 여전히 와이파이 연결은 헤매더라. 하지만 다행히도 이럴 땐 테더링인지 휴대용 핫스팟인지 그걸 하면 된다는 게 바로 떠올랐다. 다시 휴대폰을 집어들고 잘 모르는 단어들 속에서 이런저런 세팅을 한 끝에 드디어 무사히 휴대폰을 통한 노트북의 인터넷 접속 성공!!!!!!!!!!!!!!

 

여기까지 했는데 언니가 보고라도 올렸는지 타이항공측의 다소 높아 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혹시 찾으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아니요, 아직이요. 이러다 탑승 수속 마감될까봐 걱정이네요, 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시계를 한 번 들여다보시고는, 7시 30분까지는 체크인 데스크를 닫지 않으니 아직 조금 여유는 있어요, 하시며 사라지셨다.

 

지금 몇 시길래? 하며 시계를 확인해 보니 7시 18분. 으악 이거야 원. 똥줄이 바짝바짝 타네.

 

서둘러 내 블로그부터 접속해서 항공권을 지르다 어쩌구 저쩌구 포스팅을 확인하여 항공권 결제 시기가 4월 말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이메일 계정으로 가 김원장 명의의 옛 신용카드 6월 명세서를(4월 말이라 5월 명세서일 줄 알았는데 3,4,5월 명세서는 아예 존재하질 않는 것으로 보아 당시 이미 다른 신용카드를 주력으로 쓰고 있었음은 확실했다) 찾아내 김원장 주민등록번호 뒷 7자리를 넣었는데... 주민등록번호가 틀렸데. 허허허. 초침은 계속 돌아가고 마음이 급하니 잘 못 타이핑한 듯. 그래서 보다 천천히 입력했지. 그런데 이게 뭐야. 또 틀렸데. 아, 내가 얼마나 당황했으면 김원장 주민등록번호를 다 까먹나. 내 무의식이 웬 외간남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금 내 머릿속에 김원장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처음부터 되새겨 본 뒤 이번엔 정말 천천히 하나씩 입력했다.

 

...

 

드디어 짠, 하고 메시지가 떴다. 됐구나!!! 그런데... 이건... 3회 연속 비밀번호 틀려서 안 열어주지롱, 약오르지 메롱! 하는 메시지?????????????????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정말이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오오,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나. 완전 하얘. 아다다로 급 대변신.

 

잠시 미치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죽은 자식 거기 만지는 심정이었는지 4월에 결제했는데 2월 명세서를, 이번에는 아예 첨부파일 다운로드를 받아보기도 했는데 하하하(절대 좋아서 웃는 것 아님), 이번에는 그 다운로드 파일이 지원하지 않는 형식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아예 열리지를 않네(이 때야 새삼 깨달았다. 그래, 이 컴퓨터가 나와 거의 초면인 새 컴퓨터였지 ㅋㅋㅋ) 그래, 네가 그런 식으로 재수 없게 나온다면 아예 신용카드 사이트로 직접 가보는 거야. 내 이럴 줄 알고 공인인증서를 다운 받아 오길 정말 정말 정말 잘했지! 암, 그렇고 말고!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쇼로 미루어 볼 때(김원준이 불렀다. 쇼! 끝은 없는거야~♪) 이미 탈회한 카드 기록이 남아있을까 싶기도 하면서, 이마저 안 되면 끝이다. 정말 끝이야... 하는데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그러자 갑자기 오히려 언빌리버블 놀랍게도 마음 한 구석 깊은 곳에서 뭐 끝이라고 해봐야 이 비행기 못 타는 것 말고 별 큰 일(얘야, 이게 정말 큰 일이야. 정신 차려) 나겠어? 미리 예약해 둔 택시야 전화나 이메일로 취소하면 되고 숙소야 정 안 되면 하룻밤 날리면 되는 거고 오늘 밤 편 비행기 타거나 그게 행여 자리가 없다면 내일 가면 되는거지... 이런 생각들이 마구 들면서 아저씨가 다녀간 뒤 남아있는 시간의 촉박함 때문에 터질 듯 마구 두근거리던 심장이 조금씩 가라앉음을 느낄 수 있었다(아마 나의 뇌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자구책으로 엔돌핀인지 세로토닌인지 그런 걸 마구 뿜어낸 것은 아닐까).

 

그 와중에 이것저것 깔고 나서야 겨우 접속이 된 신용카드 사이트에서 확인해보니 김원장의 명세서에는 아무리 뒤져봐도 타이항공 결제 내역이 없었다. 분명 여기, 이 안에 있어야 되는데 없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이제 정말 내게 남은 거라곤 떠나버릴 비행기와 김원장의 타박 뿐이겠구나.

 

...

 

했는데, 정말 또 한 번 문득, 아니 그런데 비행기야 못 타면 못 타는 거고(막 나가는 현실 부정 단계) 대체 왜 결제 내역이 없는거지????????????????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거지???????????????? (몰라 알수가 없어~♬)

그렇다면...

 

 혹시 내 명의??????????????????????????????        

 

...

 

하여 내 명의의 6월 명세서를 열어보니...

 

거기 그게 있었다.

 

(그러니까 아까 철떡같이 김원장의 6월 명세서라 믿었던 것이 사실은 내 명의의 6월 명세서였던 것. 주민등록번호가 그래서 틀렸...T_T)

 

나는 바로 노트북을 들고 안 그래도 여전히 걱정스런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아저씨에게 달려갔고 아저씨는 솔직히 확인을 하는 둥 마는 둥 하시더니(이미 87% 가량은 결제 증거를 찾든 못 찾든 저 불쌍한 인간 그냥 내 재량으로 태워줘? 그런 얼굴이시긴 했는데) 다행이네요! 하시곤 바로 수속을 마칠 수 있게 해주셨다(히말라야급 고비 고산병 몇 번이나 맞고 산소통 동원하여 겨우 패스).

 

파란만장+우여곡절 끝에 보딩패스를 받아 들고 검색대 줄에 선 다음에야 비로소 다소 편해진 마음으로 시계를 확인해 보니 7시 35분이더라. 타이항공은 여객터미널이 아닌 탑승동에서 타야하고 보딩은 7시 45분인데 이제 겨우 10분 남았... 아아, 역시 아직 다 끝난 게 아니구나(물론 체크인은 했으니 우리가 늦으면 아름다운 목소리로 공항 가득 우리 이름을 불러주겠지만, 이런 공항내 방송 출연 경험은 예전 한 번으로 족하다). 역시나 머피의 법칙대로 (하필 빼도 박도 못 하는) 우리 줄이 제일 느려서 괜시리 문제를 일으킨 앞 사람 욕을 해대다가 어찌어찌 겨우겨우 아슬아슬 그럴싸한 시간에 통과를 하고 바람 같이 자동출입국 검사를 마친 뒤 발걸음을 빠르게 놀려 막 도착하는 셔틀에 올라 타고 탑승동으로 쓩 이동하여 정해진 게이트 앞까지 다소 헉헉 숨차게 몸을 옮기니 시각은 8시요, 보딩은 후반부에 이르고 있었다(사실 평소 제 시간에 멀쩡히 잘 와도 보딩은 거의 마지막에 하는 우리지만, 이번엔 느낌이 180도 다르더라).

 

어쨌거나 이 매머드급 바람에 한참 전부터 쓸데없이 계획했던 라운지에서의 우아하고 거나한 아침 식사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지만, 

그래도 비행기에는(아아 사랑스런 내 원래 비행기) 올라탈 수 있었고

기내식도 먹을 수 있었고 

 

 

심지어 간식까지도 먹을 수 있었잖아.

비록 타이항공이 김원장용 Seafood 특별 기내식만 챙겨주고 내꺼인 어린이식(?)은 안 챙겨줬지만 지금 이 상황에 그런게 대수겠어?

 

 

자기는 나보다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잘 못 다루면서 그저 나의 동반 탑승객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내가 당황한 것 만큼이나 짜증인지 화인지 애매모호+복잡다난한 감정선 사이에서 조용히 혼자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김원장이 비행기가 이륙한 후 내게 한 말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구나 

 

였다. 그런데 김원장, 혹시 그거 알아?

이건 원숭이가 깝죽대다 나무에서 떨어진, 그런 사건이라기 보다는...

나는 정말 120%, 내가 가지고 온 신용카드로 이 항공권을 결제한 줄 알았어.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고!

그러니까 이건 말이지...

말하자면 말이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지...

 

원숭이가 깜박깜박 하는거야 엉엉엉. 원숭이가 늙고 있다고!

 

참고로 아시다시피 여느 항공사들은 다음과 같은 비슷비슷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

 

@ 항공권을 신용 카드로 구매하신 경우에는 공항 카운터에서 결제 카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오니 반드시 결제시 사용한 신용카드를 소지하시기 바랍니다.  

@ 승객 본인카드 사용시에는 카드를 반드시 소지하시어 공항체크인 본인확인시에 해당카드를 제시하셔야 합니다. 해당카드를 미지참하시거나 본인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항공권의 사용은 거절되며, 새 항공권을 구매하셔야 합니다. 신용카드를 제시하지 못할경우 공항에서 탑승이 거절 될 수 있습니다. 

@ 체크인 전에 신용/직불 카드의 소유주는 반드시 체크인 카운터에 정부 발급 신분증(여권,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과 함께 항공권 구매시 사용한 신용/직불 카드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요건은 신용/직불 카드의 소유주가 실질적인 항공기 탑승자인지 아닌지 여부에 상관없이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만일 필요한 신용/직불 카드 증명이 안 될 경우 해당 신용/직불 카드로 구매한 탑승객의 항공권은 고유 재량으로 체크인과 탑승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여기는 제 시간에 도착한 카오락이라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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