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츠미 스시의 경우 다녀오자마자 실시간으로 이미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타츠미 스시 http://www.tatsumi-sushi.com/ 

후쿠오카 본점은 오전 11시에 오픈한다고 하여 그 시간 카운터석 예약을 하고 싶었다. 

참고로 타츠미 스시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주소는 못 찾겠지, 영어는 꽝인데 일어는 더 꽝인지라 행여 필요 이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국제전화비나 팩스비가 아까워서  마침 발급받은 비자 시그니처 카드의 컨시어지에 부탁해 보았다.

https://www.visa-asia.com/premium/Profile/login.jsp?ws=kr&sitecat=signature

처음 해 본 짓인데 우와 놀라워라, 아래와 같은 멋진 답변을 겨우 24시간내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서비스도 애용해줘야겠다. 클릭품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듯.

 

요청하신대로 예약을 다음과 같이 완료 하였습니다.

  • 날짜: 2013년 6월16일(일)
  • 시간: 오전 11시 (점심)
  • 인원: 성인 2명
  • 예약명: Mrs. ****
  • 좌석: 카운터석
  • 전화번호 : +81-92-263-1661
  • 홈페이지 : http://www.tatsumi-sushi.com/shop
  • 주소 : 福岡県福岡市博多区下川端町8-5

마츠하타라는 직원이 예약을 확정하였으며 취소를 원하실 경우 꼭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자이후에 다녀와서 샤워하고 좀 자빠져 있는 바람에 예약 시간에 늦을까봐 허겁지겁 나왔다. 김원장이 그냥 지하철 타고 가자! 그랬는데 내가 지하철 타봐야 겨우 한 정거장이라 이래저래 시간은 비슷하게 걸릴 것 같아, 꼬셔서 걷기 시작했다(하지만 만약 우리에게 지하철 패스라도 있었다면? 그럼 나도 당근 지하철 타러 갔을 듯 ㅋㅋ 400엔 아끼기 어렵다). 숙소에서부터 약 15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지하철의 경우 나카스카와바타역 7번 출구로 나와 좌회전하면 된다고 했는데, 걸어가다보니 7번 숫자는 못 본 것 같다만 여하튼 지도 보고 쉽게 찾았다. 


타츠미 스시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김원장은 고민이 많았더랬다. 과연 얼마짜리를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까가 그 주제. 김원장의 이론에 따르면 사실 우리 입맛은 100엔짜리 회전 초밥 집에 가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인데 굳이 벌써 높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그렇다면 가장 저렴한 메뉴부터 시작, 천천히 올리는 것이 맞지 않나(그렇게 말하는 자네, 낼모레가 오십일세. 그걸 잊었나?). 게다가 처음 도전해 보는 일본 본토 창작 스시인데 행여 입맛에 안 맞기라도 하면 돈이 아까울테니 일단 오늘은 가장 저렴한 것으로 트라이하고 입맛에 맞으면 내일 야마나카 스시에서 좋은 것으로 먹자는 주장 등등. 혼자 합리성으로 똘똘 무장한 채 온갖 이유를 다 대던 김원장에게(계속 듣다보면 어쩐지 홀라당 그 의견에 넘어갈 것 같아) 하나 물었다.


"만약 내가 사주는 거라면 얼마짜리 먹을건데?"

"음... 그럼 제일 비싼 것" ㅋㅋㅋ 뭐야 그게. 


그래서 내가 쏘기로 했다. 월급인지 용돈인지 불분명하지만 하여간 얼마 전부터 받기 시작한 내 돈에서 오늘 내일 두 끼 쿨하게 까기로(주머니돈이 쌈짓돈 이런 말은 잠시 덮어두는 것으로. 정작 김원장에게 필요했던 건 rationale가 아니라 남?이 사준다는 명분이었을런지도 ㅋㅋㅋ).


11시 2분인가 3분쯤 도착해 타츠미 스시에 들어가니 우리가 일등 손님이었다. 안내 아주머니가 예약자 확인 후 가장 안쪽 카운터석으로 안내해 주시곤 오차 드릴까요? 하길래 어디서 줏어들은대로 나마비루 주세요, 그랬다(대부분의 안내가 일본어로 이루어졌지만 별 문제 없었음). 이미 메뉴 선정은 하고 왔지만 그래도 잉글리쉬 메뉴판을 들고 살펴보는 척 하다가 1인당 5000엔 짜리 런치 메뉴 주문을 하고 나니(아마도 런치 메뉴의 대표 상품은 3700엔 짜리인 듯) 곧 우리 옆으로 손님이 하나 둘씩 차기 시작했다. 모두 다 스시 쉐프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리모를 쓴 남성들만 해도 열 명 정도나 있었고 그들 모두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우렁(?)차게 인사들 하고 그러셔서 한국 일식집의 방에서 조용히 먹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우리를 담당해 주신 분은 생선명만큼은 한국어가 가능하셔서 일본어로 한 번, 발음 안 되는 한국어로 한 두 번씩 열심히 설명해 주셨기에 내 앞에 놓인 이 아이의 정체가 뭔지 파악하긴 어렵지 않았다.     


다음은 옆 사람에게 최대한 실례를 피하고자 소심하게 찍은 코스 샷. 나마비루부터 일단 마시고(김원장이 그랬지. 발음이 비루가 뭐야 비루가)


일식 계란찜, 자완무시


내 막눈에도 가츠오부시가 뿌려진 것처럼 보이던 샐러드. 


그리고 도미로 본격적인 코스 스타트


이카, 라고 하셨는데 이것이 정확히 오징어인가 한치인가. 저런 칼집은 누가 다 냈을까.


아나고, 붕장어


방어


계속 벤자리라고 하셔서 이건 한국어로 모르시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어로 이사키, 한국어로 벤자리였어. 으흐흐. 


매우 오도독오도독 꼬들꼬들했던 소라


보리새우


전갱이


옥돔(우리가 제대로 알아들을 때까지 계속 오크돔 오크돔 그러심)


드디어 자주 들어본 바 있는 도로


고등어


이건 척보면 압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유부초밥


성게알+연어알 덮밥


달달한 디저트로 마무리


김원장이야 스시를 좋아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식으로 튜닝된 일식에 한정된 경우라 말할 수 있고,

나로 말하자면, 따로 인식하려 애쓰지 않는 이상 소고기와 돼지고기 모두 그냥 다같은 고기로 여기는 부류인지라, 비록 미스터 초밥왕은 일독 했을지언정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생선으로 만들어지는 스시라면 그 맛 차이를 논할 자격조차 없다고 하겠다. 그런데 쇼타의 그 어마어마한 오버 표현은 둘째치고, 인터넷에서 수이 접할 수 있는 같은 동포의 멋진 표현 가득한 후기를 읽고 있노라면, 나는 절대 그렇게 표현해 낼 자신이 없고 그저,


내 입맛에도 맛있었다. 먹어본 초밥 중엔 분명 최고다(참고로 난 이렇게 초밥만 따로 먹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함정). 분명 생선인데 아부리 불맛 때문인지 신기하게도 고기맛이 나는 애들이 있다. 연어알은 짰다. 한국인에겐 비릴 수 있다는 고등어 초밥도 나름 익숙하게 괜찮은 맛이었다. 도로는 정말 입에서 녹는구나(이게 꼭 맛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물론 맛없다는 소리도 아니지만 하여간 여기선 말 그대로 안 녹을 것 같은 형상인데 녹는다는 의미). 기대가 컸었는지 나마비루 맛은 쏘쏘하며(평소 집에서 마시는 맥주가 아사히였기 때문일지도) 뜻밖에 배가 불러온다는 단점(그래도 김원장 남긴 거까지 내가 다 마심 ㅋㅋ), 한국의 가리(생강)는 왜 이 맛이 안 나지.


뭐 이 정도. 


계산할 때 보니 나마비루는 잔당 600엔씩 계산되어 총 11200엔이 나왔다. 우리 돈으로 치면 1인당 6만원 짜리 코스에 7000원 짜리 생맥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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