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다라 비치 빌라&스파 리조트가 위치한 카오락의 방니앙 비치는 2004년 말 그 끔찍했던 태국 쓰나미때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우리를 묵다라까지 태워다 주신 택시 업체 사장님 말씀으로는, 보시다시피 묵다라의 로비가 약간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도 당시 그 이상 물이 들어왔었다고 하니...(실제 현재 묵다라 리조트 내&방니앙 비치 곳곳에서 다시 쓰나미가 올 경우를 대비한 대피로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묵다라 리조트의 경우 우리가 묵고 있는 건물의 3층이 1차 대피소인 모양. 우리는 2층 방을 배정 받았는데, 그 안내문 보고는 그렇담 3층으로 주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다. ^^; 만약 성수기때, 리조트 가든 내 빌라들에도 투숙객이 가득 찬 상태에서 쓰나미가 다시 온다면, 솔직히 그 빌라를 뛰쳐나와 우리가 묵고 있는 건물까지 무사히 대피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간 이 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분들은 지난한 세월을 보냈겠지만 단기 여행객인 나로서는 여기가 그저 평온해 보일 뿐.

 

 

우리가 묵고 있는 묵다라 리조트는 대로변에서 방니앙 비치로 이어지는 메인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상기 첨부한 지도로는 묵다라의 북쪽만 보이는데, 하여간 이 지도에서 보다시피 배낭족부터 트렁크족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숙소들이 주렁주렁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숙소가 많은 만큼 기타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

 

Bungalows in Bang Niang (21K) 

 <출처 http://www.khaolak.de/khaolakbeach/home.htm>

 

상기 지도는 묵다라를 중심으로(라기 보다는 묵다라가 중앙에 위치) 방니앙 비치의 주요 리조트를 표시한 것. 방니앙 비치에서 한국인에게 그래도 알려진 리조트라면 남쪽부터 라마다(Ramada), 라 플로라(La Flora), 묵다라(Mukdara), 총파(Chong Fah) 정도가 되겠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라마다 평이 워낙 좋아서, 가기 전엔 르 메르디앙이냐/라마다냐 가지고 상당히 고민을 했었더랬다. 그런데 방니앙 비치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카오락 주민인 택시 회사 사장님에게 방니앙 비치에선 어디가 제일 좋아요? 물어보니까 아저씨왈 라 플로라, 하시는 바람에 살짝 당황했다는 ㅎㅎㅎ 게다가 내가 자주 가는 아쿠아(www.aq.co.kr)에서는 총파 리조트 인기가 워낙 좋았던지라 이래저래 궁금한 점이 많았다. 그러니 방니앙을 거닐면서 리조트 구경은 자연스런 수순이었을런지도.

 

<방니앙 비치 자체는 깨끗하나 문제는 폭. 앞선 르 메르디앙이나 JW에 비하면 폭이 많이 좁아 밀물때는 비치가 사라지다시피 한다>

 

처음엔 리조트간에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몰라 마을 안 길로 돌아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라마다, 라 플로라, 묵다라는 정말 가까운 거리로 해변에 맞닿아 연이어 붙어 있다시피 했다. 나중엔 해변으로 왔다리갔다리.

 

# 문득 서로 이렇게 가까우니 A 숙소를 잡고 B, C 리조트의 수영장을 이용해도 모르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이 들었는데 ^^; 그래서 그런지 묵다라는 수영하실 때는 방 수건을 가지고 나와 사용하세요, 라고 안내하고 있다. 혹 다른 리조트들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을까??? 

 

우선 라마다(http://www.ramadakhaolak.com/kr/index.php)부터 소개해 보자면, 프론트 데스크에서 리조트 구경을 하겠다고 하니 공손하면서도 흔쾌히 OK하는 모습에 첫 인상부터 좋았다. 라마다 리조트는 수영장과 정원을 (빌라를 제외한) 객실들이 아래와 같이 둘러싼 모습을 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방안을 둘러본 김원장이 묵다라보다 훨씬 깔끔하고 현대적이라 좋다고, 여기에 묵을 것을 그랬다고 하는 바람에 조금 속상.

(나는 이번에 김원장이 그렇게까지 방에 대해 고급스런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처음 알았네. 그런데 왜 그동안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한 것이얌)

 

 

 

다행히(?) 수영장이 묵다라보다는 작아서 최소한의 자기 위안은 되더라는(게다가 묵다라보다 최소 600밧 이상 비싸잖아).  

아, 그리고 (비수기에는 이 동네 어느 호텔이나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일인지) 오션 프론트 빌라쪽이 공사 중이었던 점도 약간 위안.

 

그리고 옆 집 라 플로라(http://www.lafloraresort.com/index.html)를 봤는데, 택시 아저씨 말대로 시설은 남 부럽지 않아 보였다. 분위기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리조트 스타일이라 좋았고. 다만 아무래도 가격이... 그리고 아쿠아 운영자 찰리님 말씀에 따르면 시설에 비해 관리나 서비스면이 좀 떨어진다고(이제부턴 사진 따윈 없지 ㅎㅎ).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북진하면 바로 우리가 묵는 묵다라였고, 그로부터 몇 분 더 가야 총파(http://www.chongfahresort.com/).

사실 워낙 아쿠아에서의 평이 좋아서 기대하고 찾아갔는데, 음, 한 마디로 여기는 우리 스타일과는 안 맞았다. 일단 지나온 리조트들에 비하면 방 갯수나 부지가 매우 소규모였고, 그에 걸맞게 수영장 역시 한참 작았거들랑. 다만 소규모 리조트가 보통 그렇듯, 구석구석 예쁘다고 해야하나, 관리/유지가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소문처럼 가족적+프랜들리한 서비스가 가능해 보였다. 미혼인 여자 친구들끼리 오면 꺄아~ 할 분위기랄까.

 

아, 그리고 라마다보다 더 남쪽으로, 해변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카오락 리버사이드 리조트&스파(http://www.khaolakriverside.com/en/welcome.html). 비수기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인데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호평 일색으로 상위권을 차지한 곳이라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바로 여기 있더라(저 위 첨부한 지도상 라마다 리조트 남쪽의 강변에 위치). 비치에서 보이기는 하지만 해변을 직접 면하고 있지는 않고, 강이라 하기엔 약간 부실한 천을 끼고 있어 그런지 이름도 카오락 리버사이드 ㅎㅎ (멀리서만 바라보고 저 천 때문에 가까이 가보진 못 했음)

 

 

방니앙 비치의 숙소들 구경은 대략 이렇게 마치고(밝히건데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 다음은 식당.

 

아래는 방니앙 비치에 도착한 날 오후에 찾아간 정글 레스토랑. 묵다라 정문을 등지고 나서면 바로 맞은편 11시 방향에 작은 수퍼가 있고 그 수퍼 왼편으로 막다른 골목이 있는데 그 골목 끝에 위치해 있다. 사실 JW에서 배터지게 배불리 먹은 조식으로 인해 그다지 배고픈 상태는 아니었는데 이 집 버거가 맛나다는 글을 읽은 김원장이 한 번 먹어보자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묵다라에 묵는다면 너무 가까워서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처음 도착했을 때 웬 추레한 백인이 혼자 식사를 하고 있어 주방장은 어디 갔나, 했는데 허허, 소문대로 그가 영국 출신 사장님 겸 주방장.  

 

 

비가 한바탕 쏟아지고 난 뒤였는데 식당이 오픈된 공간이라 후덥지근(게다가 걸레 냄새 같은 것도 나고)해서 처음엔 좀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저절로 해결. 스프라이트(30밧)와 아이스커피(60밧)를 주문했는데 아이스커피는 돈 아깝.

 

 

둘인데 소고기 버거 하나만 시키니까(150밧) 사장님께서 잘라주리? 하셨음. 그 결과물.

 

 

사실 사장님/주방장이라고 하기엔 썩 안 어울리는 행색을 하고 계셔서 주문을 하면서도 제법 의심스러웠는데, 예상외로 주방은 매우 깨끗하고, 사장님의 서비스는 꽤 마음에 들었던데다가, 결정적으로 음식이 맛나서. ㅎㅎㅎ (근데 끼때가 아니라 그런가 아님 비수기라 그런가 술 손님 오는 밤 시간이 아니라 그런가 손님이 없으. 사장님 혼자 모든 걸 다 하심)

 

이 날 저녁은 이 동네 맛집이라는 총파 레스토랑을 찾아 갔는데 막상 방니앙 비치에 나가보니 우리가 보기엔 총파 레스토랑이 두 개인거야. 하나는 바닷가 바로 앞, 또 하나는 총파 리조트의 레스토랑. 대체 이 둘 중에 사람들이 뭘 말했던건지 알아야지. ㅎ 그렇다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인터넷을 두들겨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고 어차피 이리 된 거 한 끼 먹는게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아마도 서양애들이 바다를 좋아하니 바닷가 바로 앞, 해변의 총파 레스토랑이 좀 더 확률이 높지 않겠어? 하고 쿨하게 그리로 고고씽(이 동네는 동일 상호명에 대한 제재가 없는거야? 어쩜 총파 리조트에서 이 레스토랑까지 관리할 지도 몰라,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 듯도).

 

하여간 손님과 종업원 수가 얼추 비슷해 보이는, 제법 규모가 되는 해변가의 총파 레스토랑에서 안 되는 것 없는 어마어마한 메뉴판을 받아들고 머리를 싸매고 있으려니 언니가 음료부터 시키실래요? 하길래 김원장이 (카오락에 와서 꽂힌) 스프라이트! 하니까 스프라이트는 없는뎁쇼. 하더라고. 그래서 다이어트 코크(25밧)로 주문 먼저 하고 이후 김원장은 스파게티 볼로네이즈를 시켰는데 이번엔 스파게티 누들은 없고 대신 마카로니가 있다고(아니, 그럼 대체 이 긴 메뉴판은 뭔지). 그래서 결국 김원장은 마카로니 볼로네이즈(100밧) 주문.

 

 

차라리 시판 볼로네이즈를 사용했음 훨씬 나았을텐데. 그저 흔한 케찹(거기다 간장이라도 섞었는지 너무 짜서) 범벅의 시큼소태 마카로니.

나는 심사숙고 끝에 마늘과 뭐시기를 넣은 후라이드 치킨(100밧)을 시켰는데 왜 나는 자꾸 외국에서 시키는 후라이드 치킨이 한국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이번만큼은 비슷할지도 몰라.. 하는 도전 정신이 뛰어난 걸까. 그것이 알고싶다.   

 

 

하여간 철썩철썩 파도 치는 소리 들으면서 밥 먹는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밤이라 그런지 해풍도 안 불어 덥고 직원에게 부탁해서 모기향을 얻어 발치에 피우고도 모기에 공격 당하는 건 전혀 반갑지 않았음. 영수증만큼은 마치 고급 리조트에서 발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근사하게 찍혀 나오던데, 과연 이 집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리는 맞게 찾아간 것인가, 아닌가(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아직도 귀찮아서 확인해 보지 않았음 ㅎㅎ)

 

결론 : 그 다음날 우리는 다시 정글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쓸쓸히 홀로 식당을 지키고 계시던 사장님이 어제 안면을 튼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김원장은 어제 먹고 좋아라했던 비프 버거(150밧), 나는 (어제 메뉴판에서 보는 순간부터 먹고 싶었으나 김원장이 버거 먹고 싶다고 해서 꾹 참았던) 슈니첼(220밧), 그리고 스프라이트와 환타 주문(각 30밧).

 

# 사실은 김원장이 전날밤 실패한 스파게티를 만회하고자 이 집에서 스파게티를 시켰더니 사장님이 스파게티 누들이 떨어져서 마카로니로 해줘도 되냐고 되물어왔지. 사장님 요리 솜씨로 미루어 볼 때 어제 총파 레스토랑보다 훨씬 맛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하여간 얼른 스파게티 주문 철회. 결론 : 방니앙 비치에는 스파게티 누들이 없다. 응?

 

사진 속의 저 고구마 튀김은 사장님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 일단 먹으면서 입닥치고 있으라고 주신 것(갓 튀겨내서 그런지 맛났음). 이게 나오니까 김원장은 딱 눈치까고 음식 나오려면 시간 좀 걸리려나보다, 투덜거렸지만 나는 주문과 동시에 요리에 들어가는 신선한 시스템 운운 했다지.    

 

# 묵다라에서 대로쪽으로 나가다 보면 피자 굽는 화덕까지 갖춰놓아 그럴싸해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하나 있는데 가격이 꽤 하더라고. 들어가려다가 메뉴판 함 보고 바지 주머니속 돈 함 세어보고 어랏, 잽싸게 돌아 나왔지. 결론 : 비싼 집이니 이 집만큼은 스파게티 누들이 있을거야. 응?  

 

 

 

둘 다 맛이 좋았는데(우리끼리 아저씨 영국인인데 요리 잘 하시네 그런 얘기까지 했음 -_-;) 양까지 많아서 결국 김원장의 버거가 남아 이건 싸들고 숙소로 귀환. 처음엔 이것 말고도 먹을게 많은데(우리 즉석 한국 요리 넉넉히 싸갔음) 싸간다한들 과연 이걸 누가 먹을까? 객기를 부렸지만 당연 그날로 다 먹었지. -_-;

 

그리고 기록의 의무를 잊고 게으름이 도져서 간판 한 번 확인하지 않은 맛사지샵이 있는데,

위치는 묵다라에서 대로변으로(즉 정문을 나와 오른편으로) 걷다보면 묵다라 리조트의 담벽(?)이 끝나면서 오른편으로 나오는 첫번째 집.

나이양 비치는 1시간에 300밧으로 모조리 담합이라도 한 분위기였는데 방니앙 비치는 자율 체제였던지라 가격은 가게마다 조금씩 달랐다.

하여간 이 집은 그 중에서도 싼 축인 1시간에 250밧(역시 싼 집으로 일단 마음이 쏠리더라고 ^^;).

첫 날 타이 맛사지 한 시간 받고 만족스러워서 다음날(첫 날 맛사지 받고 헤어질때 내 담당 아주머니가 내일 또 봐요~ 그랬는데 내가 또 올지 어찌 알았을까? ㅋㅋ) 또 이 집에서 두 시간 받음(두시간엔 450밧이더라고). 비수기라 그런건지 느지막한 오후에 가는데도 매번 우리가 오늘의 첫 손님(이자 유일한 -_-;)처럼 느껴지는 업소의 이 깔끔함, 넘치는 반가움으로 맞아주시는데 이은 파워풀한 손놀림, 마사지 끝나고 주는 따끈한 차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파인애플까지 (많이) 주는 것까지 모두 흡족.

둘쨋날 두시간 짜리 받을 때, 전날과 마찬가지로 손님이라곤 우리 둘 뿐이었는데, 갑자기 우르릉쾅쾅 어마어마한 장대비가 요란하게 쏟아져 내리는데, 잠시 모두들 깜짝 놀라긴 했지만, 참 좋더라고. 쏟아지는 빗소리 들으면서 시원한 방에 누워 늘어지게 맛사지를 받고 있는 기분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