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뚫은 락시미라는 식당에서 먹은 아침 식사. 둘이 이렇게 먹고 170루피=약 2,700원>

 

오늘 아침 식사 시간 동안 우리의 수다 주제는 포카라 VS 치앙마이.

나는 근소한 차이지만 은근 치앙마이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는데 김원장은 단번에 날씨가 좋고 물가가 저렴하다며 여기 포카라를 선택.

 

(재밌는건 2년도 더 지난 지금, 김원장에게 이 글을 쓰며 다시 물었다. 포카라에 가서 살래, 아니면 치앙마이 가서 살래? 그랬더니 이번엔 한 번 고개를 갸우뚱 하곤 치앙마이? 그런다. ㅋㅋ 이에 내가 2년 전에는 포카라라며? 하고 되물었더니 기억이 안 난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다시금 가만 생각해 보더니 그 당시 4개월전 여행했던 치앙마이는 덥고 습한 시기였었고, 포카라는 상대적으로 연중 가장 날씨가 좋을 시기였으니 당연히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을 거라며 과거 본인의 답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하긴 김원장의 말처럼 그 당시의 경험이 포카라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진행되었었다면 그 후 지난 2년간 우리는 더욱 안락함에 노출되어 살아왔으니 이제는 그만큼 치앙마이의 인프라가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일게다. 하여간 방금 전 김원장의 마지막 일갈, 어쨌든 포카라에선 수영하기 어렵잖아! 왜 어려워? 페와 호수에서 하던지 아님 피쉬테일롯지 같은 고급 숙소에서 하면 되지)

 

대신 치앙마이엔 이런 풍경이 없잖아.

 

아침 산책은 페와 호수를 따라 예전 천지 가든이 있던 방향으로. 트래블게릴라나 론리 플래닛이 추천하는 업소들을 하나씩 구경해가며. 그런데 예전 기억 속의 천지 가든은 못 찾고 한 바퀴 돌면서 골목 골목을 누비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산촌 다람쥐. 이런 골목 안에 한인업소가 또 있었구나. 이 정도라면 카트만두에도 크게 뒤지지 않을 듯.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산마루 레스토랑>과 <한국 사랑 레스토랑> 사이 아몬드 레스토랑이었나 뭐 그런 식당 맞은편에 있는 수퍼마켓에서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한국 라면을 판매하고 있었다. 신라면, 해물탕면, 김치라면, 새우탕면... 온갖 라면 총출동. 여기가 정녕 네팔이란 말이냐.

 

 

점심은 또 다시 소비따네에 가서 먹었는데(돼지김치찌개+김치만두), 오늘은 정말이지 손님들이 싹 물갈이가 되어있더라. 완전 뉴 페이스들. 우리 옆엔 조만간 ABC 트레킹을 가겠다던 젊은 처자 셋과 남학생 하나가 있었는데 인도에서부터 만나 함께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인도에서 오는 길이라 변변한 등산화 한 켤레 준비치 못했다며(역시나 슬리퍼 차림) 우리에게 신발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면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자그마치 40분을 기다렸는데 그 바람에 김원장이 다시 짜증을 왈칵. 다시는 소비따네 안 온다나 뭐라나(이러고 또 올거면서). 하여간 (남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여기, 히말라야까지 찾아오는지 몰라도) 이런 김원장을 보자면 히말라야 트레킹이 인성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변변치 않은 것 같다. -_-;

 

이제 네팔 비자 유효 기간도 일주일 밖에 안 남았고 김원장도 포카라에서의 빈둥거리는 시간이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길래, 그럼 계획했던 대로 인도를 향해 뜨자, 했더니 그 또한 신통치 않은 대안이라고 한다. 하긴 나도 마찬가지. 뼛속까지 한국인으로 태어난 나 역시 더 이상 포카라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여유를 누리는 것이 어쩐지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다만, 그렇다고 그림이 뻔히 그려지는 인도의 악다구니 속으로 자발적으로 뛰어 들어가겠다는 의지 또한 매우 박약한 상태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인도를 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지겹도록 하고 있는, 답이 안 나오는 고민.    

 

오후엔 PC방에도 가고, 6년 전에 왔을 때 묵었던 숙소를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보기도 하고 하면서(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분명 그 자리인 것 같은데... 그 집이 사라진걸까? 아니면 우리 기억이 잘 못 된걸까?)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은 산마루 레스토랑으로.

 

 

식사를 하고 나자 김원장은 오후 산책의 기분 전환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저런 경험 끝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판단을 내리기라도 한 건지,

앞으로는 일단 소비따네 가게 앞에 서서 식당 분위기 파악을 먼저 해 보고,

오래 기다릴 것 같으면 안 먹고 금방 음식이 서빙될 것 같으면 소비따네를 이용하겠다고 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겨우 반나절 갈 것을.

 

어제보다 더욱 날씨가 흐려져 대충 빨아둔 스포츠 타월조차 제대로 안 마르고 있다. 비라도 올 것 같은데... 이러니 더욱 예전 우기때 포카라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하나 둘씩 생각나네.

 

참, 치앙마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히말라야 트레킹때와 비교해보는 포카라의 하루 생활비는,

저지대 < 포카라 < 고지대   

 

만약 네팔에서 살게 된다면 나도 방희종님처럼, 카트만두가 아닌 포카라, 그것도 약간 외곽에서 살고 싶다. 어쩐지 지금 이 순간은 또 치앙마이보다 포카라가 더 땡기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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